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4. 16. 선고 2023노3445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배상명령신청 각하 부분 제외)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양형부당<2>)

원심의 형(징역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무죄 부분)

피고인이 T을 기망하여 20~30억 원을 투자받기로 구두약정 하였을 뿐 투자에 관한 구체적 약정이 없었고, 당시 군부대 납품 쌀값, I 인테리어비용 명목 차용금 등 10억 원 이상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어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T과의 투자약정을 근거로 재력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면서 공사대금을 곧 지급할 것처럼 피해자 E 주식회사(이하 '피해 회사'라 한다)를 기망하여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게함으로써 공사대금 상당을 편취하였다. 원심은 기망행위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처리에 따른 직권파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2022. 11. 1.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 사기죄로 징역 4월의 형을 선고받았고<3>, 그에 대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가 기각되어 2023. 4. 7.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인정된다. 원심 판시 각 죄는 판결이 확정된 위 각 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 전문에 따라 이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그 형을 선고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3.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무죄 부분)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고양시 일산서구 H, 2층에 있는 F의 운영자이고, F는 2018. 6. 22.경부터 국방부로부터 P에 있는 Q 휴양시설인 'I'을 위탁받아 관리하였다.

피고인은 2018. 7.경 위 F의 사무실에서, 피해 회사의 직원인 R에게 "위 I에 대한 인테리어 공사를 해주면 공사 완료 후 15일 이내에 공사대금 6억 6,330만 원을 지급하겠다"라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 및 F는 재산 및 수입이 거의 없었고, 피고인은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으며, 구체적인 자금 유치 계획도 없어 피해자가 위 인테리어 공사를 하더라도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 회사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 회사로 하여금 그 무렵부터 2018. 7. 27.경까지 인테리어 공사를 하게 함으로써 공사대금 663,300,00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1)

기초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F는 2018. 6. 22. Q과 사이에 피고인이 Q 장병의 복지향상을 위한 'I'을 운영하기로 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였고, Q장은 그 무렵 F에 대하여 2018. 7. 4.부터 2023. 7. 3.까지 I 시설에 관한 사용을 허가하였다.

나)

피해 회사는 2018. 7. 2. F를 위하여 I의 인테리어 공사에 착공하였다.

다)

피해 회사는 1억 원 이상 계약 건에 대하여 계약 체결 전에 본사 각 부서의 장으로 구성된 사업의사결정기구인 VDC로부터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음에도, 2018. 7. 5. 내부적으로 F와의 인테리어 공사계약 체결을 위한 '사업부문 SI VDC 심의 승인 요청'을 하였으나 후속 심의 승인절차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

피해 회사는 2018. 7. 9. F로부터 I의 인테리어 공사를 공사대금 663,300,000원, 공사기간 2018. 7. 2.부터 2018. 7. 16.까지로 정하여 수급하는 내용의 공사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F와 체결하였다.

마)

피해 회사는 2018. 7. 27. I의 인테리어 공사를 준공하였다.

2)

구체적 판단

위 기초사실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 회사를 기망하였다거나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 없이 피해 회사로부터 이 사건 계약상 공사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 회사의 직원 R에게 '공사대금을 공사 완료 후 15일 이내에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말하여 피해 회사를 기망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R은 이 사건 계약과 관련하여 피해 회사의 의사를 결정하고 처분할 권한이 없었고, 의사를 결정하고 처분을 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업의사결정기구인 VDC에 이를 보고하여 VDC로 하여금 어떠한 처분행위의 결정을 하게 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 회사의 의사 결정 권한이 없는 R에게 '공사대금을 공사완료 후 15일 내에 지급하겠다'는 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피해 회사를 직접 기망하였다고 하기 어렵다.

R이 계약조건을 협의한 영업대표라고 지목한 S는 당시 강원본부장으로 경북본부관내에 위치한 이 사건 공사현장에 관한 피해 회사의 의사결정권한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과 이 사건 계약에 관한 구체적 협의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나)

피고인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T이 당시 F에 20억 원을 투자하기로 구두 약정하였고, 위 돈으로 이 사건 인테리어 공사대금을 지급할 계획이었는데, T이 돌연 투자를 중단하는 바람에 부득이 피해 회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을 뿐이다'라고 주장하였는데, 실제로 T은 피고인과 사이에 F에 약 20억 원을 투자하기로 구두 약정하였고, 그 투자약정에 따라서 최소 2억 1,500만 원을 실제로 지급하기도 하였다. 만약 T의 투자금이 모두 약정대로 지급되었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충분히 피해 회사에 대한 공사대금을 지급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2018. 8.경부터 I을 개점하여 실제 운영하여 수익을 내기도 하였는바, 당시 피고인에게 피해 회사에 대한 인테리어 공사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 S의 원심 법정진술에 따르면, 피해 회사의 직원 S는 T으로부터 'F가 향후 과천 마사회의 전체 용역사업을 수주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위 사업 중 인력사업 등을 따내고자 피고인을 소개받아 만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T으로부터 '피고인이 I의 인테리어 시공업체를 구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피고인에게 먼저 공사업체를 변경하여 줄 것을 요청하여 급작스레 이 사건 공사를 맡게 된 것으로 보인다.

라)

피해 회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F로부터 향후 마사회 사업 중 인력사업 등을 따내기 위한 영업 과정에서 F가 인테리어 공사업체를 구한다는 말을 듣고 적극적으로 피고인에게 요청하여 이 사건 공사를 맡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1억 원 이상 계약 건에 필수적인 VDC의 사전 승인절차를 거치지도 않았고, 공사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공사에 착공하였다.

마)

또한 피해 회사의 'VDC 심의 요청서' 중 사전 검토 내역에는 'F의 경우 군 민영화 사업 관련으로 20여개 군위탁사업장을 관리하고 있는 신뢰성 높은 사업자로서 대금지급에 대한 체납 Risk는 전무해 보임[...] 예상이익 G/L -1.10%'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당시 피해 회사가 피고인에게 F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할 만한 객관적 자료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위와 같이 사전 심사 및 승인절차도 거치지 않았는바, 피해 회사는 F가 향후 맡게 될 마사회 사업 등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만을 주목한 채,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예상이익이 마이너스임에도 불구하고 F의 당시 자금 수준, 신용도, 채무내역 등에 대하여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F에 대한 체납 Risk가 전무하다'는 착오에 스스로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항소심이 그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는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 및 형사증명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이 든 사정들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 회사를 기망하여 이 사건 공사대금 상당을 편취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이 사건 계약 체결 전 피해 회사의 직원 S는 T으로부터 'F가 향후 과천 마사회의 용역사업을 수주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피고인을 소개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고, 그 무렵 피고인이 I 인테리어 공사업체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피해 회사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사를 제안함으로써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나)

피해 회사는 공사대금의 액수, 지급일 등 이 사건 계약의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기 전에 이 사건 공사의 계약금 내지 선수금도 지급받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하였다.

다)

피고인은 2022. 11. 1.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피고인이 T을 기망하여 2018. 6. 22.부터 같은 해 7. 12.까지 사이에 2억 1,500만 원의 투자금을 편취하였다'는 공소사실 부분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고[의 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9고단2012, 2019고단3741(병합), 2021고단849(병합)], 위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가 기각되어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의정부지방법원 2022노3210). 위와 같이 피고인이 T을 기망하여 2억 1,500만 원의 투자금을 편취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상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T으로부터 20억 원을 투자받기로 하였는데, T이 투자금으로 2억 1,500만 원만 지급한 채 일방적으로 투자를 중단함으로써 이 사건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라)

검사가 이 부분 항소이유로 내세우는 사정들을 고려하더라도 원심의 증거판단이나 사실인정이 비합리적이라거나 경험칙에 어긋난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이 법원의 심리과정에서 원심이 일으킨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만한 새로운 증거나 사정이 제시되지도 않았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며,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유죄 부분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