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19. 7. 2.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 2항 기재와 같다.
이유
처분의 경위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8. 1. 9.경부터 주식회사 D에 소속되어, 춘천 F 소재 ‘E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 관리사무소(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관리원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인 유족이다.
망인은 2018. 4. 8. 14:17경 지인에 의하여 근무 장소인 이 사건 아파트 정문의 경비초소 안에서 쓰러져 있는 채로 발견되었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119 구급대에 의해 곧바로 강원대학교병원으로 후송되어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의식이나 맥박이 없는 상태였다. 이에 검안의는 망인이 발견된 시간인 2018. 4. 8. 14:17경을 사망시간으로 추정하면서 사인을 ‘급성 심장사 의증’(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으로 판정하였다.<1>
원고는 2018. 11.경 피고에게 망인이 이 사건 아파트에서 관리원으로 근무하던 중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2019. 7. 3.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결과 등을 토대로 ‘망인의 업무시간 및 업무량, 구체적인 업무내역, 단기적․만성적 과로내역 및 근무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망인이 업무적인 사유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내용의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2019. 7. 2. 이 사건 처분에 관하여 피고의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 청구를 하였으나 2020. 2. 13. 기각재결을 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6호증, 을 제1 내지 3, 7, 8, 15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
망인은 고령의 나이에 취업한 후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3개월가량 24시간 교대근무를 반복함에 따라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고, 관리원의 업무 특성상 입주민과 관리소장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기존의 심혈관계 질환이 악화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48시간 연속으로 교대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이 사건 사업장에는 관리원으로는 원고를 포함하여 총 2명만이 근무하고 있어, 휴무일 없이 연중 격일제로 24시간씩 교대로 근무를 하도록 되어 있었기에, 병원을 방문하는 등 개인적 용무를 보기 위해서는 다른 1명의 아파트 관리원과 상의하여 업무시간을 조정한 후에야 가능하였고 그 경우 근무하지 아니한 날을 포함하여 48시간을 연속하여 교대로 근무해야 하므로, 갈수록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 근무환경이다.
피고는 1일 10시간의 휴게시간이 보장되었음을 전제로 근무시간 중 이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만을 업무시간으로 산정하였다. 그러나 관리원 업무의 특성상 휴게시간 중이라도 관리원의 업무가 발생할 수 있고 그 경우 즉시 이에 대응해야 하므로, 위 시간 전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휴게시간으로 볼 수는 없다. 또한 정규의 경비초소 근무 인원이 1명에 불과한 상태에서 근무 장소를 벗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사정을 보아가면서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도록 한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업장에는 휴게시간에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편안하게 휴식이나 수면을 취할 수 있을 정도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휴게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아니하였고 피고가 산정한 휴게시간의 일부는 업무시간에 포함되어야 한다.
망인은 근무시간 중에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휴무도 없이 교대로 24시간 또는 48시간씩 계속하여 근무하면서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었고, 이로 인하여 기존의 심혈관계 질환이 악화됨으로써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여 이 사건 사고에 이르게 된 것인바, 망인의 업무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피고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의 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 발병 전 4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은 업무시간에 따른 업무상 과로 여부의 판단기준에 관하여 정한 고용노동부 고시인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이하 ‘이 사건 고시’라고 한다)에서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정도로 업무가 과중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망인은 24시간 교대제로 근무하기는 하였으나 1일 10시간의 휴게시간이 보장되어, 사용자 및 입주민들의 양해 하에 위 휴게시간 중에는 자유롭게 휴식이나 수면을 취할 수 있었고, 그 시간 중에는 관리원으로서 수행해야 할 업무가 특별히 발생하지도 아니하였다. 망인은 감시적․단속적 근로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휴가 등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별도의 휴무일이 주어지지 아니한 것이다. 망인의 업무 특성이나 근무 여건상 육체적․정신적 피로나 스트레스를 회복하기 위한 휴게시간이 부족했다고 볼 수 없다.
망인이 수행한 관리원으로서의 업무는 이른바 감시적․단속적 근로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업무에 해당하므로, 고도의 집중력이나 높은 노동 강도가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망인이 24시간 또는 48시간 교대제 근무를 하였다거나 사용자와 입주민과의 관계에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근무환경에 있지 아니함을 고려하더라도 심신의 피로도가 통상의 근로자에 비하여 높지 아니하므로 업무 자체의 특징에서 기인하는 과로나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정도로 높지는 아니하였다.
망인은 고령으로서 이 사건 사업장에 취업하기 전부터 고혈압, 말초혈관질환 등으로 치료 중이어서 취업에 적합하지 아니한 상황이었고, 흡연, 음주, 비만 등과 같은 급성 심장사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망인은 이 사건 사고를 당하기 직전에 호흡곤란 및 심부전 등으로 진단을 받아 주치의로부터 입원을 권유받았으나 이를 거부하여 적절히 치료를 받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 상병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근로 제공과는 무관하게 그 전부터 앓아오던 심혈관계 질환이나 개인적인 위험요인 등에 의해 발병한 것이다.
인정사실
망인의 직업력
망인은 과거 택시업체에서 기사로 근무하다가 2002. 7. 2.경부터 15년가량 개인택시 영업을 하였고, 개인사정으로 폐업을 하였다.
망인은 2016. 9. 23.경부터 이 사건 사업장에 취업한 2018. 1. 9.경까지의 기간 동안 순차로 주식회사 G(6개월), H아파트관리소(3개월), I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2개월) 등에 경비직으로 고용되어 근무하였다.
망인의 업무내용 및 근무환경
망인이 2018. 1. 9.경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하 ‘사용자’라고 한다)과 사이에 체결한 근로계약상의 주된 계약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사건 아파트는 총 3개동 199세대 규모로서, 이 사건 사업장에는 관리사무소장, 전기주임, 설비주임, 경비직(관리원) 2명, 미화원 2명 등 총 7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망인은 그중 경비직(관리원)으로 채용되어 근무시간 중에는 순찰 등 경비업무를 주된 업무로 하되, 단지 내 주변 청소, 아파트 방문자에 대한 안내, 쓰레기 재활용장 2곳에 대한 정리, 아파트 세대 출입구 점등 및 소등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사건 아파트 관리원의 주된 하루 일과는 아래와 같다.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 취업하여 다른 관리원 1명과 번갈아 가면서, 단독으로 24시간 근무한 후 귀가하여 24시간 휴식을 취하였다가 다시 출근하는 형태로 교대제 근무를 하였고, 사용자로부터 24시간 근무 후에 주어지는 1일의 대체휴무일 이외의 휴가나 휴일을 인정받지는 못하였으며 공휴일에도 쉬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개인적인 용무나 사정으로 인하여 근무해야 할 날에 근무하지 못하게 될 경우에는 다른 관리원과 상의하여 근무일정을 조정한 다음 사후에 근무에서 빠진 날을 포함하여 이틀(48시간)간 연속으로 근무하기도 하였다(실제로 망인은 2018. 2. 10.에 48시간 연속하여 근무를 하였고, 이 사건 사고 당시인 2018. 4. 7.에도 48시간 연속하여 근무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과 사용자는 관리원들로 하여금 이 사건 사업장 건물 내에 있는, 간이침대, 소파, 냉장고 등이 구비된 남자 경로당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사업장 건물은 지정된 근무 장소인 경비초소와 떨어져 있는데다가 망인을 포함한 아파트 관리원들은 남자 경로당에 비하여 공간이 넓고 세면대, 간이침대, 난방기구, 취사기구가 모두 구비되어 있는 경비초소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수면을 하는 것을 선호하였고, 실제로 망인은 휴게시간 중에 경비초소에만 머물면서 휴식을 취하거나 수면을 하였다.
피고는 망인의 근무시간을 24시간(당일 07:00~익일 07:00)으로 보되,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바에 따라 점심시간 2시간, 저녁시간 2시간 및 야간 취침시간 10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보아 이 사건 고시에서 규정한 망인의 업무시간을 근무일별로 1일 14시간씩 산정하였다. 그리하여 피고는 2018. 4. 8. 07:00경을 망인의 업무 종료 시점으로 보아 발병 전 1주간의 업무시간을 56시간, 발병 전 4주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49시간, 발병 전 12주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49시간으로 각각 산정하였다.
망인의 건강상태 및 생활습관
망인은 신장 165㎝ 몸무게 75㎏이고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만 60세이다. 망인은 흡연과 음주의 습관이 있었는데, 흡연량은 3일에 담배 1갑 정도였고, 음주량은 1주일에 소주 반병에서 한 병 정도였다. 망인은 오래 전부터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통풍과 천식으로 병원에 방문하여 처방을 받고 약물 복용을 한 적도 있으며, 천식과 관련하여서 상태 악화 시 흡입기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피고가 재해조사 과정에서 2008. 4. 23.부터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까지의 망인에 대한 건강보험요양급여내역을 조사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사용자는 이 사건 사고 발생 전에 망인이 약을 복용 중이고 천식으로 치료
중이라는 말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용자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망인이 몸이 좋지 않아 늦게 출근하자 관리사무소 소속의 다른 직원으로 하여금 대신 관리원으로 근무하도록 하면서 망인으로 하여금 휴식하도록 한 적이 있다. 사용자는 그 당시 망인에게 개인적으로 질병이 있어 입원이라도 하는 경우에는 망인을 대체하여 업무를 수행할 직원이 없어 망인을 해고하고 직원을 새로 채용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망인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3일 전(대체휴무일이다)인 2018. 4. 4.경 강원대학교병원에 내원하여 상세불명의 심부전 증상과 관련하여 진료를 받으면서 주치의로부터 상태가 좋지 아니하므로 입원하여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받았으나 경제적 어려움 등을 호소하면서 이를 거부한 적이 있다.
망인의 사망 전 행적 및 발견 당시 상황
망인은 2018. 4. 7. 07:00경 이 사건 아파트 경비초소로 출근하여 그다음날인 2018. 4. 8. 07:00까지 24시간을 근무한 후 다시 그다음 날인 2018. 4. 9. 07:00까지 24시간 근무할 예정이었다.
이 사건 사고 당일의 경비초소 CCTV에 의하면, 망인은 2018. 4. 7. 22:30경 경비초소를 벗어나 약 30분간 아파트 내부 순찰을 실시한 후 같은 날 23:00경 다시 경비초소로 귀환하였으나 그다음 날 06:00경에 수행하도록 되어 있던 아파트 출입구 소등을 하는 모습이나 경비초소 밖으로 나가는 모습은 촬영되지 않았다.
이 사건 아파트 입주민 중 일부가 2018. 4. 8. 09:57경 및 같은 날 10:36경 경비초소를 방문하였으나, 망인이 잠을 자는 것 같아 망인을 깨우지 않고 돌아간 적이 있었고, 그 후 경비초소를 방문한 망인의 지인이 2018. 4. 8. 14:17경 망인이 경비초소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사망 원인에 대한 의학적 소견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 요지
제1심 법원의 경찰병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요지
이 법원의 J병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요지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11호증, 을 제1, 2, 3, 5, 6 내지 16호증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경찰병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이 법원의 J병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항의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업무상의 재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게 있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 인과관계는 의학․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한편 산재보험법 제37조는, 제1항 제2호에서 근로자가 일정한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보도록 규정하면서, 제5항에서 업무상의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른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별표 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이하 ‘인정 기준’이라 한다)은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으로 ‘업무의 양ㆍ시간ㆍ강도ㆍ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에 따른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뇌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ㆍ정신적인 부담을 유발한 경우’를 들면서[제1호 (가)목 3)], 그 결정에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위임하고 있는데[제1호 (다)목], 이 사건 고시는 그 위임에 따른 것이다.
이와 같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 제5항,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의 규정 내용․형식․입법 취지를 종합하면, 산재보험법 시행령 [별표 3]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고, 그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는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 나아가 ‘인정 기준’의 위임에 따른 이 사건 고시는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있는 규범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에 대한 내부적인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적용 기준을 정해주는 ‘행정규칙’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고시에 따라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등 근무형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수면시간, 작업 환경, 그 밖에 근로자의 연령, 성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며[I. 1. (다)목 후단],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업무시간’과 작업 조건에 따른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에 대한 고려사항으로서,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인지 여부, 또는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인지 여부는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할 때 하나의 고려요소일 뿐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고시는 2017년 이전 시행되던 고시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재해자의 기초질환을 업무관련성 판단의 고려사항으로 보지 않도록 종전에 규정되어 있던 ‘건강상태’가 삭제되어 있으므로, 이와 같은 개정 경위와 목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같은 취지의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재해를 당한 근로자의 업무가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으로서 이 사건 고시 I. 1. (다)목은 “1)”에서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하도록 정하고 있고, “2)”에서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하도록 정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의 경우, 피고가 작성한 업무시간에 관한 자료 등에 의할 때에는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전 1주간의 업무시간, 발병 전 4주 동안 1주간의 평균 업무시간 및 발병 전 12주 동안 1주간의 평균 업무시간 모두에서 이 사건 고시에 정해진 기준 업무시간에 미달하는바, 이에 의한다면 외형상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인한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관련성 내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과 갑 제8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을 위 법리와 관련 법령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아니하고 휴일이나 휴가가 부족한 상태에서 연령에 비추어 신체적․정신적으로 부담이 작다고 볼 수 없는 24시간 주기의 교대제 근무를 상당기간 지속하였는바,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를 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망인의 업무는 망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심부전 등 개인질환을 더욱 악화시킴으로써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기여하였음이 추단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⑴ 피고는 망인의 근무일 중 주․야간으로 총 10시간씩을 휴게시간으로 인정하여 업무시간 산정에서 제외하였다. 그러나 망인은 근무일 중에 자신을 보조하거나 대체할 인력이 없이 주로 경비초소에 머물면서 단독으로 경비 관련 일체의 업무를 수행한 점, 망인에게 부여된 업무는 경비초소에서의 외부인, 외부차량의 출입 통제 외에도 관리사무소의 지시사항, 외곽 경계, 안내, 환경정리 등 다양한 내용이라는 점, 이 사건 아파트는 규모가 199세대로서 관리원 1인이 경비 관련 업무를 담당하기에는 작은 규모라고 할 수 없는 점, 망인의 업무 범위가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고정적인 순찰 및 관리 업무에 머물지 않고 방문객이나 방문차량의 안내와 통제 등도 포함되는바, 업무 수행이 필요한 상황을 미리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반드시 정해진 근무시간에만 업무 관련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이에 망인으로서는 휴게시간 중에도 경비초소에 계속 머물면서 업무 수행이 필요할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 실제로 망인이 2018. 1. 9. 관리원으로서 업무를 시작한 이후 야간 휴게시간(00:00~06:00) 중에 여러 차례에 걸쳐 쓰레기차량이나 음식물수거차량의 출입, 승강기고장의 신고 등이 발생하여 망인으로서는 휴식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해야 할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근무시간 중간에 휴식․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배정받은 시간이더라도 그것이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면 그 전부를 온전히 휴게시간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망인의 근무형태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아니한 채 근로계약서에 따른 10시간 전부를 휴게시간으로 간주하여 업무시간 산정에서 제외한 것은 합리성이 없다. 이를 감안할 때, 망인의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간의 업무시간, 발병 전 4주 동안 1주간의 평균 업무시간 및 발병 전 12주 동안 1주간의 평균 업무시간은 모두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기준에 보다 근접하거나 이를 넘는 것일 개연성이 있다(다만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휴게시간으로 주어진 10시간 전부가 업무시간 산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나아가 그중 어느 정도의 비율로 업무시간 산정에 반영하여야 할 것인지를 확정하기 어려운바,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간의 업무시간, 발병 전 4주 동안 1주간의 평균 업무시간 및 발병 전 12주 동안 1주간의 평균 업무시간이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바에 따라 업무와 질병 사이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최저 수준을 반드시 초과할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⑵ 이 사건 고시는 1차적으로는 위와 같이 발병 전 일정한 기간 동안의 평균 업무시간 등과 같은 업무의 양을 기준으로 하여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인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 사건 고시 I. 1. (다)목 “3)”은 발병 전 일정한 기간 동안의 평균 업무시간과 같은 양적인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일종의 질적인 기준으로서 “①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② 교대제 업무”, “③ 휴일이 부족한 업무”, “④ 유해한 작업환경(한랭, 온도변화, 소음)에 노출되는 업무”, “⑤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⑥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⑦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등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업무인 경우에는 발병 전 일정한 기간 동안의 평균 업무시간이 주어진 양적인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와 유사하게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경우로 평가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망인은 2018. 1. 9.경 입사하여 자신의 업무를 보조하거나 대체할 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까지 3개월 동안 공휴일의 휴식은 물론,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휴가도 보장받지 못한 채 24시간 교대제로 근무를 계속하였는바, 근무시간 동안 쌓인 스트레스나 피로에서 회복하는 데에 필요한 정도의 충분한 휴식을 취할 기회를 갖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망인이 교대근무를 마친 후 퇴근하는 시간은 고정적으로 오전 07:00경이어서 귀가 후 곧바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에 비추어 망인은 적어도 업무부담 가중요인으로서 교대제 업무와 휴일이 부족한 업무의 2가지 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어 있었다고 보이고,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바에 따라 업무와 이 사건 상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경우로 평가함이 타당하다.
⑶ 피고는, 망인은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에 규정된 감시적․단속적 근로에 종사하는 근로자로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휴게 및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휴게나 휴일이 법정기준에 미달하는지 여부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데에 문제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설령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망인이 감시적․단속적 근로에 종사하는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휴게 및 휴일에 관한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망인의 사용자가 그에 관한 승인을 받았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나아가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는 감시적․ 단속적 근로에 종사하는 근로자인 경우 통상의 근로자에 비하여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고 사용자의 직접적인 감독을 벗어나 자율적으로 휴식을 취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음을 감안하여 근로기준법상의 최저 근로조건 적용을 완화 또는 배제하려는 취지의 규정에 불과하다. 그리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제한, 휴게 및 휴일에 대한 예외의 적용대상인지 여부는, 산재보험법에 근거하여 망인에게 부과된 업무나 휴게시간, 휴일 등 근로조건이 과중한 것인지, 그리하여 망인이 실질적으로 휴식을 취하거나 휴일을 보장받지 못하여 근로에 따른 피로나 스트레스에서 회복할 시간이나 기회를 갖지 못하였고, 이러한 사정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원인이 된 것인지 등을 판정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⑷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당시 망인은 고혈압과 상당한 기간의 흡연력, 음주력 등과 같은 급성 심장사의 위험요인이 있었음이 인정되고,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직전인 2018. 3. 27. 및 2018. 4. 4.경 주치의로부터 상당히 악화된 심부전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을 권유받았으나 이를 거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따르면, 망인이 심혈관계 질환으로서 이 사건 상병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개인질환에 대해 병원 진료를 받은 시점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를 시작하기 전인 2016년경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사업장에서 업무를 시작한 직후에 위와 같은 심부전 증상이 발병하거나 악화된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위와 같이 입원 치료를 거부한 후에도 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고혈압이나 심부전 약을 계속 복용하였던 점, 망인이 입원 치료를 거부하게 된 것은, 그 당시가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한 지 3개월이 되지 않던 시점으로서 근로계약서상 수습기간에 있었고, 망인을 대체할 인력이 없어 입원을 위해 병가를 낼 경우 곧바로 직장을 잃게 될 상황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바, 위 입원 치료 거부가 온전히 망인이 그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잘못 판단하거나 치료비용의 부족 등과 같은 주관적인 사유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고혈압, 흡연력, 음주력만으로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이는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한 후로 지속된 교대근무, 그로 인한 불규칙적인 생활과 수면시간의 부족 등과 같은 업무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데에 따른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⑸ 결국 망인은 이 사건 아파트 관리원 업무를 담당하던 중 고혈압, 심부전증상이 발생 또는 악화된 상태에서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바, 비록 이 사건 상병의 주된 발생 원인을 ‘고혈압’ 또는 ‘심부전’으로 보더라도, 적어도 앞서 본 바와 같은 교대근무제, 휴일 부족 등과 같은 복합적 요인에 의한 망인의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 부담이나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의 노출이 이 사건 상병의 주된 발생 원인인 심부전을 유발하였거나 적어도 고혈압, 심부전과 겹쳐서 이 사건 상병을 촉진․악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망인이 심부전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곧바로 적절한 치료 및 관리를 다하지 아니한 사정이 있지만,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신체 상태로서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날에도 별다른 전조 증상이 없었으며,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 존부는 망인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전제로 판단되어야 하는 이상, 이러한 사정만을 이유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망인의 심부전 증상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한 후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 부담이나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의 노출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됨에 따라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⑹ 제1심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의 경우, 망인의 기존 개인질환을 배제하고 급성 심장사가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심부전의 발생 및 악화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거부한 것이 이 사건 상병의 가장 중요한 발병 원인이라는 소견을 제시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심부전 증상 자체가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한 후에 발병한 것일 개연성이 있고, 망인이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을 거부한 데에는 온전히 망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려운 이 사건 사업장의 특수한 근무 형태 및 그 당시 망인이 처한 취약한 고용관계상의 지위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소견은 망인의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위와 같은 업무상 재해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유진(재판장) 하태한 오현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