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21. 12. 23. 원고에 대하여 한 징계처분을 취소한다.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 2항과 같다.
이유
처분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의 이유 중 제1항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약어를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은 발언의 경위, 전체적 맥락 등에 비추어 볼 때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제2,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원고는 2021. 2. 1. 15시경 원고의 사무실에서 피해자와 공군 B여단 F대대로의 전출 희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면담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
원고와의 면담 이후 피해자는 2021. 2. 18.자 인사발령에 따라 2021. 2. 22.자로 F대대 C포대 하사로 발령되었다.
국방부는 피해자의 신고에 따라 2021. 6. 16.자로 이 사건 발언을 포함한 원고의 징계혐의에 관한 사건을 접수한 후 관련 조사를 개시하였는데, 피고의 징계사건 조사 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의 경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아래와 같다.
판단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된 사실에 더하여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이 여성인 피해자에게 불필요하게 임신 가능성에 관하여 묻는 것으로서 부적절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어느 정도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발언으로 판단되기는 하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발언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임신’이라는 것이 여성의 고유한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것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임신’과 관련된 모든 발언이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은 피해자의 ‘임신 가능성’에 관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피해자의 ‘건강’에 관한 것이기도 하므로, 단순히 ‘임신’에 관한 발언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 발언을 성적 언동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이 성적 언동인지 여부는 발언이 이루어진 구체적 상황 및 경위에 비추어 판단되어야 할 것인데, 이 사건 발언은 피해자의 인사발령에 관하여 상담하던 중 피해자의 건강상태로 산부인과 질환이 문제되자 원고가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으로 볼 여지가 많다. 이를 고려하면 원고가 피해자의 건강상태(특히 산부인과적 건강상태)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점과는 별개로,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을 ‘성적 언동’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사건 발언 당시 피해자의 반응과 관련하여, 피해자는 ‘당시 잘못 들은 줄 알고 포대장을 쳐다봤는데, 포대장의 표정은 걱정하는 표정이었지만 말투나 느낌은 저를 걱정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저를 대대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어르고 달래기 위해 걱정하는 척 하는 것 같았습니다(을 제2호증의3 제16쪽)’라고 진술하였는바, 이 사건 발언에 대한 피해자의 당초 반응 역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피해자는 ‘감기가 걸리면 낫기 위해 약을 먹는 것처럼 저도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가고 약을 먹을 뿐인데 마치 저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해서 수치스러웠다’는 진술을 하기도 하였으나(을 제2호증의3 제16쪽), 이는 원고가 피해자의 건강에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질문함에 따른 불쾌감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바, 피해자의 위와 같은 반응만을 이유로 이 사건 발언이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발언이라 단정할 수도 없다.
피해자는 2021. 2. 1. 원고와 인사이동 관련 면담을 한 후 2021. 2. 9. F대대로의 전출이 확정되었고, 2021. 2. 18.자 인사발령에 따라 2021. 2. 22.부터 F대대 C포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한편 피해자는 F대대로의 전출 이후 약 4개월이 지난 뒤인 2021. 6. 16.경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을 신고하였는데, 그에 따라 이루어진 국방부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는 이 사건 발언 외에도 청원휴가의 부당 제한, F대대로의 부당한 인사조치, 코로나 지침 위반, 이사 목적 반가 사용 제한 등 원고의 과거 행위를 여러 가지 문제 삼았으나, 피고는 최종적으로 이 사건 발언을 제외한 나머지 사유들은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처럼 이 사건 발언 시점과 신고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극이 꽤 있는 점, 피해자가 주장한 원고의 징계사유 대부분이 피고에 의하여 배척된 점 등과 같은 사정들도 이 사건 발언의 성희롱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은 일회적이고 우발적 발언인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건 발언 외에 원고가 피해자 및 동료들에게 성적 언동을 하였거나 그와 유사한 발언을 하여 물의를 일으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는 제출된 바 없다. 이 사건 발언에 관하여 조사를 할 때 관련 진술자들 중 일부가 원고의 평소 의사소통 방식에 대하여 ‘평소에 다른 의견을 제시받으면 비꼬는 말투로 기분을 상하게 만들거나 일방적으로 의사소통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가 있기는 하나(을 제3호증의 5 제3쪽), 이는 원고의 소통 방식에 관한 발언일 뿐이므로, 이를 근거로 원고가 이 사건 발언을 할 당시의 성적 의도 내지 동기를 추측하거나, 원고가 평소에도 반복하여 성적 언동을 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물론 원고가 피해자에게 민감한 문제일 수 있는 피해자의 임신 가능성에 관하여 질문한 것이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고, 원고가 업무 처리를 위해 피해자의 임신 가능성에 대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이 사건 발언이 부적절한 발언 또는 불필요한 발언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그것이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평균적 사람으로 하여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인바, 이 사건 발언의 부적절함과 불필요함을 근거로 이 사건 발언이 ‘성적 언동’에 해당하여 ‘성희롱’을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사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기 위하여 반드시 원고의 성적 동기나 의도가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법원이 이 사건 발언의 성희롱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는 이 사건 발언이 이루어진 당시 원고가 가진 의도와 동기가 어떠하였는지를 고려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발언 당시의 경위, 즉 원고의 발언은 피해자가 자신의 산부인과 치료 사실을 이야기한 이후에 나온 것임을 고려하면 원고는 상관으로서 피해자의 건강상태의 정도를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로 이 사건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 역시 이 사건 발언 당시 원고의 표정이 걱정하는 표정이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던 점(을 제2호증의 3)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발언을 할 당시 어떤 성적 의도나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원고가 이 사건 발언을 한 이후 원고와 피해자 사이에 이루어진 발언 내용, 즉 피해자가 이 사건 발언에 대하여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답하자 원고는 ‘그럼 너가 대대로 가게 될 지 안될 지는 모르겠지만 명단에 올리겠다’라고 하였는바, 원고는 이를 근거로 원고가 피해자의 인사이동에 관한 최종 판단을 위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자 이 사건 발언을 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2023. 6. 19. 준비서면 제5쪽). 원고가 당시 건강을 이유로 인사이동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전출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여야 하는 지휘관의 위치에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발언 당시의 의도나 동기에 관한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은 일응 수긍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감봉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회근(재판장) 배상원 최다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