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재심의 소를 각하한다.
재심소송비용은 원고(재심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항소취지 및 재심청구취지
청구취지
피고(재심피고, 이하 “피고”라 한다)가 원고(재심원고, 이하 “원고”라 한다)에 대하여 한 2011. 7. 15.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64,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7. 15.부터 제1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금전청구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64,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7. 15.부터 제1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재심청구취지
재심대상판결 및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돈에 해당하는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을 지급하라.<1>
이유
기초사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의 효력 등에 관한 전소의 확정
원고는 피고의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2011. 7. 11. 열린 피고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2011. 7. 15. ‘겸직금지위반 및 근무태도 불량 등’의 이유로 징계해고(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되었다.
원고는 2012. 5. 23. 피고를 상대로 하여 청주지방법원 2012가합3194호로 ‘이 사건 해고는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설령 징계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해고의 무효확인과 해고일부터 복직일까지의 임금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2012. 11. 2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원고가 불복하여 대전고등법원(청주) 2012나3198호로 항소하였으나, 항소심법원인 대전고등법원 청주부는 2013. 8. 27.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원고가 2023. 9. 11.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위 법원은 2023. 9. 27. 인지 미보정을 이유로 상고장 각하명령을 하였고, 위 명령이 그대로 확정되어 위 판결은 2013. 9. 14. 확정되었다(이하 “전소”라 한다).
재심대상판결의 확정
원고는 2017. 12. 28. 피고를 상대로 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합42284호로 ‘이 사건 해고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등을 위반하여 수집된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고,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였으며,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제2항을 위반하여 피고 소속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없이 2004. 7. 1. 제정·시행되어 무효인 피고의 간부사원취업규칙(이하 “이 사건 규칙”이라 한다)을 근거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해고의 무효확인과 함께 원고가 위법한 이 사건 해고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정신적 손해배상 명목으로 이 사건 해고일부터 원고의 정년인 만 60세가 되는 2017. 12. 31.까지 연 10,000,000원씩에 상당하는 합계 64,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법원은 2019. 6. 13. 제1심 변론종결일 기준 원고의 정년이 도과하였음을 이유로 확인청구 부분을 각하하고, 손해배상청구 부분의 경우 그 청구의 당부를 판단함에 있어 선결적 법률관계에 해당하는 이 사건 해고의 효력에 관하여 전소와 다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는 내용의 제1심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는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이 법원 2019나2030233호로 항소를 제기하였다가 제1심판결 중 확인청구 부분에 관하여는 항소를 취하하였다. 항소심인 이 법원은 2020. 6. 12. ‘원고가 선정자로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규칙 자체가 무효이거나 적어도 연월차휴가와 관련된 부분이 무효임을 전제로 미지급 연월차수당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합41686, 57643(병합)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을 제기하여 2015. 11. 6. 청구기각 판결을 선고받고 항소하여 계속된 항소심에서 내려진 서울고등법원 2017. 7. 21. 선고 2015나31898, 31904(병합) 판결(이하 “관련 판결”이라 한다)에서 이 사건 규칙 중 연월차휴가와 관련된 부분이 무효라고 인정되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규칙 중 이 사건 해고의 근거가 된 규정까지 무효로 볼 수 없고, 설령 이 사건 규칙 전부가 무효라 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규칙 중 연월차휴가와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 집단적 동의절차를 갖추지 못한 것이 이 사건 해고에 관하여 인과관계 있는 고의 또는 과실에 기한 불법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 주장의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아니하며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고 판단하여,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였다. 원고가 위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지 아니하여 위 판결은 2020. 7. 2.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위 항소심판결을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 변경
현행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종래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일 때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해당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1978. 9. 12. 선고 78다1046 판결, 대법원 1988. 5. 10. 선고 87다카2853 판결, 대법원 2001. 1. 5. 선고 99다70846 판결,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1다16722 판결,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68953 판결, 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5두13247 판결,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7도3037 판결, 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2다43522 판결. 이하 “종전 판례”라 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병합) 전원합의체 판결(이는 관련 사건의 상고심 판결이다. 이하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로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하여 ‘이 사건 규칙 중 연월차휴가와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 H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에 해당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및 집단적 동의권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사건 재심청구원인의 요지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재심사유
이 사건 규칙은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어 무효이고, 재심대상판결의 확정 이후 선고된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 사건 규칙이 무효라는 점이 인정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규칙이 유효임을 전제로 하여 피고가 이 사건 규칙을 근거로 원고를 해고한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재심대상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가 있다(이하 “제1 주장”이라 한다).
또한, 제1심판결은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에 근거하여 ‘원고가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정년을 경과한 이상 해고의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는데, 위 판결은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변경되었으므로 재심대상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가 있다(이하 “제2 주장”이라 한다).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 재심사유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해고와 관련한 증거수집과정에서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의 컴퓨터를 본사로 이송하여 그 내용을 지득한 것이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제7호를 위반한 것으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재심대상판결은 이에 관한 판단을 누락하였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의 재심사유가 있다.
판단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재심사유에 관한 판단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는 “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때”를 재심사유로 정하고 있다. 이는 판결의 기초가 된 재판이나 행정처분이 그 후의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의하여 확정적이고 또한 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다카208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여기에서 재판이 판결의 기초로 되었다고 함은 재판이 확정판결에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미치는 경우 또는 재판내용이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었고 그 재판의 변경이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하고(대법원 1996. 5. 31. 선고 94다20570 판결 등 참조), 판결의 전제로 된 법원의 해석이나 판단이 그 후 다른 사건에서의 판례변경으로 그와 상반된 해석을 내렸다는 것만으로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다카2088 판결,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다25752 판결 등 참조).
한편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한 재심의 소는 소정의 법정 사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허용되므로, 적법한 법정의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를 재심사유로 주장한 경우 그 재심의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31307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제1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재심대상판결 중 앞서 살펴본 이 사건 규칙의 효력 관련 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대한 판시 내용 등까지를 고려할 때, 재심대상판결은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과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관한 종전 판례를 적용하여 이 사건 해고의 근거가 된 이 사건 규칙의 관련 규정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과 별개의 사건인 종전 판례가 재심대상판결에 구속력을 미치는 경우라 할 수 없고, 또한 종전 판례의 내용이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었다고 할 수 없어 종전 판례를 변경한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로 사실인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고 할 수도 없다.
제2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는 이 사건의 제1심판결 중 이 사건 해고의 무효확인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보아 각하한 부분에 대하여는 항소를 취하하였고, 그 결과 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재심대상판결에서 판단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더욱이 원고가 들고 있는 대법원 2019두52386 판결은 ‘근로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 유무’에 관한 것으로서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확인의 이익 유무’에 관한 대법원 2002다57362 판결과 사안을 달리하여 위 대법원 2019두52386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대법원 2002다57362 판결이 확정적이고 소급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재심의 소 중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에 관한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다.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 재심사유에 관한 판단
재심의 소는 당사자가 판결이 확정된 뒤 재심의 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하는바(민사소송법 제456조 제1항),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의 판단 누락과 같은 사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가 판결정본을 송달받은 때에 그 사유를 알았다고 볼 것이다(대법원 1993. 9. 28. 선고 92다33930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재심대상판결의 정본이 2020. 6. 17. 당시 원고에게 송달되었고, 원고가 상고하지 않음으로써 2020. 7. 2.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인정되고, 이 사건에서 재심사유의 존재를 바로 알 수 없을 만한 특단의 사유에 관하여 주장·입증이 없으므로 원고로서는 재심대상판결의 정본이 송달된 2020. 6. 17.경 재심사유의 존재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그로부터 30일이 경과한 2023. 6. 12. 이 사건 재심의 소가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 사건 재심의 소 중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 재심사유에 관한 청구 부분은 민사소송법 제456조 제1항의 제소기간이 지난 후에 제기된 것으로 부적법하다(더욱이 재심대상판결은 원고의 이 부분 재심사유 주장과 같은 해고사유에 관한 증거수집절차상 불법행위 성부에 관하여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재심대상판결에 ‘판단누락’의 재심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재심의 소 중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의 재심사유에 관한 청구 부분 역시 부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재심의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경근(재판장) 박순영 박성윤
각주1) 원고는 2023. 6. 12.자 재심소장에서 재심청구취지를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1. 7. 15.자 해고는 무효이므로 이에 대한 경제적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합니다. 피고는 원고가 재직 시 받았을 임금에 대하여 10,000,000원을 지급한다’라고 기재하였으나, 위와 같이 선해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