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당심에서 확장된 부분 포함)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사실관계
피고는 전자기계기구의 제작 및 판매업을 목적으로 한 회사이고, 원고는 2003.4. 피고에 입사하여 피고의 H연구소에 소속되어 근무한 사람이다.
피고는 2022. 7.경 위 연구소 소속 직원으로부터 원고를 중심으로 한 일부 직원들이 여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추행 및 성희롱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고, 이에 2022. 8.경 위 연구소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에 관한 익명 설문조사 및 면담을 실시하였다. 피고는 2022. 9. 2., 2022. 9. 5. 및 2022. 9. 7. 원고에 대한 면담 조사를 시행하였고, 그 무렵 원고와 함께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하였다는 혐의를 받는 다른 직원들에 대해서도 면담 조사를 실시하였다. 원고는 2022. 9. 7.과 2022. 9. 13.에 비위행위에 관한 질문에 답변을 기재한 답변서를 제출하고,2022. 10. 17.과 2022. 10. 27.에 진술서와 소명서를 제출하였다.
피고 징계위원회는 2022. 10. 31.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징계사유로 '징계해고'의 징계결정(이하 '이 사건 징계해고'라 한다)을 하였고, 그 무렵 원고에게 그 결정이 통지되었다.
원고가 징계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지 아니하여 위 징계해고는 2022. 11. 7.경 그 효력이 발생하였고, 원고는 2022. 11. 19.부터 피고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된 피고 취업규칙 및 징계규칙은 다음과 같다.
피고의 '직장 내 성희롱 유형별 징계양정 결정기준'은 다음과 같다.
피고 본사 징계위원회 사무국은 원고에 대한 징계양정에 관하여 위 직장 내 성희롱 유형별 징계양정 결정기준에 기초하여 아래와 같은 의견을 제시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내지 8, 10 내지 16, 22, 23, 3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징계해고는 그 통지에 의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징계사유인지 알 수 없어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절차상 위법이 있다. 또한 징계사유가 없고, 그 양정이 과다하여 실체적으로도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해고의 무효 확인 및 원고가 계속 근무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한다.
이 사건 징계해고 무효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징계해고의 구체적 사유
이 사건 징계해고의 통지서에는 원고의 구체적 비위행위가 특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징계해고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된 해고사유가 축약되거나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징계절차의 소명 과정이나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는 국면을 통해 구체화하여 확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두50642 판결 참조), 이 사건 징계해고의 징계사유가 특정되었는지 여부는 위 통지서에 기재된 내용뿐만 아니라 피고의 조사 과정 · 원고의 소명 내용 등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앞서 든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징계해고가 있기 전 피고가 주장하는 아래 사유 등에 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원고는 그 사유들을 포함한 다수 혐의에 관하여 여러 번 조사를 받고 각 언행을 특정하여 의견을 밝힌 진술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조사 문답서 및 진술서의 내용에 따르면 이 사건 징계해고의 사유는 원고의 아래와 같은 언행이 언어적 · 신체적 성희롱에 해당하여 피고 징계규칙에서 정한 징계사유가 발생하였다는 것으로 특정되고, 원고로서는 이 사건 징계해고의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해고의 사유가 특정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아울러 그 해고 통지에도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징계해고 사유의 존재 여부
2022. 5. 9. 자 회식 관련
원고가 여성 직원의 손을 만졌다는 신체적 성희롱 (제1-1 징계사유)
관련 법리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을 제19 내지 21, 2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2022. 5. 9. 자 회식에서 여성 직원인 피해자 I(제1-1, 제1-2, 제1-3 징계사유에 관한 부분에서는 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의 손과 팔을 만진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신체적 성희롱에 해당하므로, 제1-1 징계사유는 인정된다.
㈎ 피해자는 2022. 5. 9. 원고 및 다른 피고 직원들인 C, J, K, D과 함께 회식을 하였는데, 이때 있었던 일에 관하여 '1차 회식 장소에서 원고가 고생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며 제 손을 잡고 팔을 끌어 주물렀습니다. 당시에도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회식 자리 분위기상 제가 특별히 그런 티를 내지 않았습니다.'라는 내용으로 당시 원고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기재한 진술서를 제출하였다(을 제25호증 3쪽).
㈏ 해당 회식에 참석한 C은 2022. 9. 1. 자 2차 조사에서 '원고가 피해자에게 "손을 좀 줘봐"라고 하면서 손과 팔을 주무른 것을 본 적 있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을 제11호증의2 7쪽), 2022. 9. 7. 자 3차 조사에서는 '원고가 피해자의 손을 잡고,멘트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야 너 손이 뭐 어떻다" 이런 식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라고 진술하였다(을 제11호증의3 9쪽). C의 위 각 진술은 원고가 해당 회식에서 피해자의 손과 팔을 만지는 것을 보았다는 핵심적인 내용이 일관된다.
㈐ 원고는 신체적 접촉을 할 만한 친밀한 관계나 필요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직장 회식에 동석한 여성 직원인 피해자의 손을 잡고 팔을 주무르는 행위를 한 것이고, 피해자는 당시 상급자인 원고의 행위에 불쾌감을 느꼈으나, 다른 직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불쾌감을 표시하지는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의 이 부분 행위는 취업규칙 제112조가 징계 대상으로 규정한 성희롱('직장 내 성희롱'을 지칭한다), 즉 '상사 또는 사원이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인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 원고는, 설령 원고가 피해자의 손을 만졌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칭찬하면서 손을 잡았으므로 성추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원고가 피해자의 손과 팔을 만진 행위는 객관적으로 보아도 평균적인 여성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상대방을 칭찬하는 것이 신체적 접촉을 정당화하는 이유라고 볼 수 없다.
원고가 여성 직원의 가슴을 만졌다는 신체적 성희롱 (제1-2 징계사유)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원고가 2022. 5. 9. 자 회식이 끝나고 피해자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제1-2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원고와 D의 2022. 6. 29. 자 대화 녹취록에 의하면, 원고가 D에게 'D이 떨어져 있을 때 피해자의 가슴을 만졌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인정되고,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C이 원고로부터 원고가 당시 피해자의 가슴을 만졌다고 들었으며, 원고도 C에게 이와 같은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는 실제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것은 아니고, 허위의 사실로 농담을 한 것이라 주장한다.
피해자는 이 법원에 '당시 술을 많이 마셔 회식 장소에서 집으로 귀가한 과정이나 원고가 자신의 가슴을 만진 사실이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기재한 진술서를 제출하였고, 당시 원고와 함께 피해자를 집으로 데려다준 D은 원고가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원고가 당시 피해자의 가슴을 만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는 없고, 이에 부합하는 증거는 모두 원고의 발언에 기초한 것이며, 원고의 주장처럼 원고가 실제 하지 않은 행위를 허위로 자랑삼아 말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실제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언어적 성희롱 (제1-3 징계사유)
원고가 위 회식 다음 날 피고 사무실에서 평소 음담패설을 같이 한 남성 직원인 C에게 '피해자를 집에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가슴을 만졌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인정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원고가 직접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발언 내용이 같은 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피해자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있었고, 그 경우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일으킬 것이 분명한 점(실제로 피해자에게 전달되어 피해자는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C은 D에게 위 발언을 전달하였고, 원고도 전파가능성을 인지하였던 점[원고는 D이 C으로부터 위 발언을 들었다고 생각하였고(을 제20호증 4쪽), 또한 누군가가 원고가 C에게만 한 위 말을 듣고 피고에게 제보하였다고 생각하였다(을 제8호증 4쪽, 을 제10호증 2쪽)], 설령 원고의 위 발언이 거짓말이라 하더라도 그 자체로 성추행을 정당화하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주는 것이어서 용인될 수 없는 내용인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위 발언은 언어적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제1-3 징계사유는 인정된다.
2016. 10.경 회식 관련 (제2 징계사유)
앞서 든 증거, 을 제24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과거 다른 남성 직원들과 술에 취한 동료 여성 직원인 피해자 L(제2 징계사유에 관한 부분에서는 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을 두고가위바위보를 하면서 이긴 사람에게 '잘해 보라'는 발언을 하였다고 보이고, 이는 직장 회식 중에 한 발언으로 취업규칙 제112조의 '직정 내 성희롱'에 해당하므로, 제2 징계사유는 인정된다.
원고가 2022. 6. 29. D에게 '약 10년 전 피해자가 노래방에서 술에 취해 잠 들어서 우리끼리 가위바위보를 했고, E이 이겨서 "야, 니가 먹어라"라고 하였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녹취록(을 제20호증 5, 6쪽)에 의해 분명하게 인정된다. 원고는 2022. 9. 7. 자 3차 조사에서 '피해자가 약 5, 6년 전에 퇴사한다고 술을 사달라고 해서 같이 갔고, 술자리에는 E, F, G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날 피해자를 누가 데려다줄까 했던 기억은 있습니다.'라 취지로 진술하였고, 2022. 10. 17. 제출한 진술서에 '상황이 잘 기억나지는 않으나, 2016년 10월경에 아마 피해자가 퇴사하여 저녁 회식을 함께 하게 되었는데, 노래방에 갔던 것은 기억나고, 만약 가위바위보를 했다면 데려다주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E 책임이 데려다준 기억은 납니다.'라고 기재하여, 사건이 발생한 시기를 제2 징계사유와 같이 정정하였다.
E은 2022. 9. 6. 자 1차 조사를 받으면서 조사자가 위 노래방에서 가위바위 보를 한 적이 있는지 묻자, 해당 회식을 약 10년 전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노래방에서 원고가 장난으로 "누가 잘래? 누가 먹을래?"라고 제안하였고, 제가 이겨서 피해자를 택시로 데려다 주었습니다.'라고 답하였다. E은 2022. 9. 7. 자 2차 조사를 받으면서 원고, F, G이 해당 회식에 참석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하면서 노래방에서 있었던 원고의 언행에 대하여는 1차 조사에서와 유사한 취지로 '피해자가 술에 많이 취했어. 누가 잘래? 누가 먹을래?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잘 해 봐.'라고 이야기하였다고 진술하였고, 해당 회식은 피해자의 퇴사 기념 회식은 아니었고, 그로부터 약 2년 후 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하였다. E은 2차 조사 문답서 말미에 '평소 가위바위보 등 장난을 친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 그 사건을 두고 가위바위보를 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고 기재하였다. E은 2022. 10. 18. 제출한 진술서에 '2016년에 있었던 피해자의 송별회식은 참여하지 않았고, 제가 기억하는 것은 2010년에 있었던 팀 회식입니다. 저는 노래방에 가지 않았고, 가위바위보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가위바위보를 했다는 진술은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 당시 그런 장난을 치고 놀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했는지 정확하지 않습니다.'라고 기재하였다.
F은 2022. 9. 7. 자 1차 조사에서 '피해자와 함께 참석한 회식에서 노래방을 갔지만 가위바위보를 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였는데, 2022. 9. 15. 자 2차 조사에서는 '2016년에 원고, 피해자, G과 회식을 하였고, 당시 E이 참석하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며, 술에 취한 피해자를 데려다줄 사람을 정하기 위한 게임을 하였는데, 그 게임이가위바위보였는지 기억이 명확하지 않고, 당시 원고가 "너가 데려가서 잘 해 봐라."라고 말하였으며, E이 데려다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G은 2022. 10. 18. 자 1차 조사에서는 6, 7년 전 피해자의 송별회식에 참석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2022. 10. 18. 제출한 진술서에는 '피해자의 송별회식에 참석하였는지, 노래방에 갔는지, 노래방에서 피해자를 대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하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나, 동료들의 일관된 진술이 있다면 참석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것 같다.'고 기재하였다.
피고는 2022. 10. 31.경 E, F, G에 대하여 이 부분 징계사유와 같은 사건을 이유로 각 '근신 3일'의 징계결정을 하였고, 위 직원들은 피고의 징계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 징계사유가 조사일로부터 6년 전에 있었던 일이고, 오래 기억될 만 한 행동이 아닌 회식 자리에서 한 말에 불과하기는 하다. 그러나 원고는 D과 대화하며 스스로 이 부분 징계사유와 같은 말을 하였음을 분명히 밝힌 점,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진술이 전반적으로 이에 부합하는 점, 동석자들은 이로 인한 자신들의 징계처분에 불복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이 부분 징계사유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지속적인 음담패설, 외모평가 및 부적절한 발언 (제3 징계사유)
원고는 다른 직원들에게 여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3. 가. 2) ③항과 같은 음담패설, 외모평가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친한 남성 동료들과 술자리나 흡연하는 자리에서 농담한 것에 불과하고 대화 상대방(남성 동료들)이 기분 나빠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희롱의 피해자를 대화 상대방으로 국한할 것은 아니고 발언 대상이 분명하다면 발언 대상을 피해자로 하는 성희롱이 성립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원고의 발언은 대부분 피고의 여성 직원중 대상을 특정하여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발언 상대방과 대상이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원고의 발언 내용이 그 대상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있는 점, '(같이)자고 싶다', '밤에 잘할 것 같다' 등 발언의 수위 및 정도가 매우 심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위와 같은 발언은 성적 불쾌감을 일으키는 언어적 성희롱이라고 인정된다. 나) 한편 원고는, 피고 취업규칙 제112조가 성희롱을 "상사 또는 사원이 직장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인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기타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의 문제된 발언들은 모두 업무와 무관하게 근무시간 · 근무장소 외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이를 위 취업규칙에 따른 성희롱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3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원고의 발언들은 원고의 하급자를 포함하여 피고의 직원들에게 한 말이고(발언의 상대방), 그 대상은 명확하게 특정된 피고의 여성 직원들이며(발언의 대상), 여성 직원을 성적 행위의 대상으로 삼거나 이와 관련시키는 내용이다(발언의 내용). 원고의 발언들 중 직장이나 회식 중의 발언들은 직장 내 성희롱임을 부정할 수 없고, 사적 자리에서 이루어진 발언들의 경우에도 ①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 하고 성희롱을 당연시 하는 직장 분위기를 형성하여 피해자의 근로환경을 악화시키는 점, ② 피해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고, 전파될 경우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므로 예방의 필요성이큰 점 등에 비추어, 이 또한 업무상 관련성이 인정되어 피고 취업규칙 제112조의 직장내 성희롱에 해당한다.
징계양정의 재량권 일탈 · 남용 여부
관련 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 참조). 또한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사회통념상 해당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의 여부는 해당 사용자의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해당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1두8018 판결 등 참조).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하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다41420 판결 참조). 다만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근로자에 대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지는 해당 기업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사용자가 징계처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주된 징계사유, 전체 징계사유 중 인정된 징계사유의 내용과 비중,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은 이유, 해당 징계처분의 종류, 해당 기업이 정하고 있는 징계처분 결정 절차, 해당 기업의 규모 · 사업 성격 및 징계에 관한 기준과 관행 등에 비추어 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 동일한 징계처분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고려하여 해당 징계처분을 유지하는 것이 근로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두57318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 을 제26, 31 내지 3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비록 이 사건 징계해고의 사유 중 가장 무거운 제1-2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지만, 나머지 징계사유들의 중대성, 원고의 태도와 지위 등에 비추어 보면, 그것만으로도 해고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므로 이 사건 징계해고의 징계양정이 피고의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이를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 사건 징계해고의 사유는 원고가 동료 여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으로 언어적, 신체적 성희롱을 하였다는 것이다. 원고는 피해자들을 동등한 인격체나 직장 동료로 바라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재미와 성적 욕구 충족을 위해 이들을 성적 대상화한 것이고,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 일상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발언의 내용도 매우 심각한 것이 많다.
특히 제1-3 징계사유는 해당 피해자에게 너무나도 큰 피해를 주었다. 비록 원고가 발언 대상이 된 강제추행 행위(제1-2 징계사유)를 실제 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의 다른 직원에게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것처럼 말함으로 인하여, 그러한 말을 전해들은 피해자로서는 자신이 실제 강제추행을 당하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을 것이고 그 말이 유포되어 피고의 직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여겼을 것이어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이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원고와 다시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느낄 것 같고, 어떤 방식으로든 제게 불이익을 주려고 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아직도 회사에는 원고와 친분을 유지하는 동료 직원들이 많고 그들은 저에게 상사이므로, 원고가 제가 피해사실을 진술한 것에 대하여 그들에게 안 좋게 전달하여 회사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기재하여, 앞으로 원고와 함께 근무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걱정을 표시하고 있다.
제2 징계사유는 원고가 다른 남성 직원들에게 성추행을 권유하는 내용인 점, 제3 징계사유는 원고가 음담패설과 부적절한 발언을 반복적으로 함으로써 일부 남성 직원들 사이에서 여성 직원들을 성적 대상화하고 성희롱을 정당화하는 분위기를 형성하였던 것인 점, 제1-1 징계사유는 신체적 성희롱에 해당하는 점 등에 비추어, 인정되는 나머지 징계사유들도 결코 가볍지 않다.
원고는 이 사건 징계해고 당시 피고에 입사한지 약 19년이 된 비교적 고연차 직원이었고, 책임연구원의 지위에서 팀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원고는 높은 주의의무와 책임이 요구되는 지위에 있었고, 원고의 언행은 자신이 근무하는 팀 내의 근무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이러한 지위에 상응하여 제재의 필요성도 높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직장 내 성희롱 유형별 징계양정 결정기준'을 마련하여 직장 내 성희롱 행위가 인정되면 위 결정기준에 따라 징계양정을 하도록 정하고 있고, 원고에 대하여도 위 결정기준에 따라 피해의 정도 및 피해자의 수, 비위행의 지속성, 원고의 조직책임자로서의 지위, 회사 이미 실추 가능성 여부 등에 따라 이 사건 징계해고의 양정을 하였으며, 그러한 판단 과정은 합리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여성 직원들이 근무하고, 이들이 남성 직원들과 공동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피고 회사의 입장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을 근절할 필요가 크다고 보인다. 실제 피고는 최근 3년간 원고 외에도 약 7명의 직원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 내지 '복무질서 위반 및 풍기문란'을 이유로 징계해고를 한 사실, 그 외에도 '직장 내 성희롱'을 이유로 약 60회의 징계를 했던 사실이 확인된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징계해고는 제1-2 징계사유를 제외한 나머지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인정되는 징계사유만을 놓고 보더라도 해고의 징계양정이 과중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징계해고가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이 사건 징계해고가 무효임을 전제로 해고된 기간 동안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나, 이 사건 징계해고를 무효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당심에서 확장된 부분 포함)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용호(재판장) 이병희 김상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