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결정

서울고등법원 2024. 6. 3.자 2024라20066 결정

주문

1.

이 법원에서 교환적으로 변경된 채권자의 신청을 기각한다.

2.

소송 총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신청취지 및 항고취지

제1심결정을 취소한다.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채무자가 2024. 2. 22. 채권자에 대하여 한 해임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채권자는 이 법원에서 신청취지를 교환적으로 변경하였고, 그 범위에서 항고취지도 함께 변경되었다).

이유

1.

소명 사실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소명된다.

가.

채무자는 Q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채권자는 2002. 9. 1. 임용되어 Q대학교 R 캠퍼스 과학기술대학 친환경과학부 S학과 교수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채무자는 2024. 2. 22. 채권자에게, 채권자의 별지 비위행위가 ① 성희롱 등 행위, ② 모욕 및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 ③ 학생의 학습권 침해 행위, ④ 학생 및 교원에 대한 명예훼손 등 교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로 사립학교법 제61조 제1항 제3호, 교원인사규정 제26조 제3호에 해당하는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채무자는 같은 날 채권자에 대해 해임처분(이하 ‘이 사건 해임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채권자의 주장 요지

아래와 같은 사유에 비추어 이 사건 해임처분은 위법하므로, 이 사건 해임처분의 효력정지를 구한다.

가.

별지 비위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 유형, 구체적 정황 등이 특정되어 있지 않아 채권자의 방어권을 침해하였다.

나.

채권자는 학생들에게 이성교제에 관하여 언급하거나 욕설을 한 적은 있으나, 이는 친근감의 표현이나 분위기 환기 차원에서 한 농담이었다. 즉, 별지 비위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

설령 별지 비위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 해임처분은 과중하여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라.

채권자는 이 사건 해임처분으로 경력이 단절되었고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강의 개설도, 연구 활동도 하지 못하고 있어 학문 및 교수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 이 사건 해임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

3.

판단

가.

징계사유의 특정 여부

1)

관련 법리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에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하여야 한다. 그러나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위 조항에 위반한 해고통지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2. 12. 24. 선고 2012다81609 판결,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4다76434 판결 등 참조).

징계해고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된 해고사유가 축약되거나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징계절차의 소명 과정이나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는 국면을 통해 구체화하여 확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해고사유의 서면 통지 과정에서까지 그와 같은 수준의 특정을 요구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두50642 판결). 성비위행위의 경우 각 행위가 이루어진 상황에 따라 그 행위의 의미 및 피해자가 느끼는 불쾌감 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징계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각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 유형 및 구체적 상황이 다른 행위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각 징계혐의사실이 서로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 있고, 징계대상자가 징계사유의 구체적인 내용과 피해자를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징계대상자에게 피해자의 ‘실명’ 등 구체적인 인적사항이 공개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징계대상자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된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성희롱 피해자의 경우 2차 피해 등의 우려가 있어 실명 등 구체적 인적사항 공개에 더욱 신중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두33323 판결).

2)

판단

채무자는 ① 성희롱 등 행위, ② 모욕 및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 ③ 학생의 학습권 침해 행위, ④ 학생 및 교원에 대한 명예훼손 등 교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의 각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 유형, 구체적 정황 등을 별지 비위행위 기재와 같이 특정하였다. 일시가 특정되지 않은 행위는 ‘한 학기’라는 장기간 정기적으로 수업이 진행되면서 채권자의 욕설 등 비위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남학생과 여학생을 엮어 데이트 및 교제를 강제화하고 서로의 외모 품평을 시켜 누가 더 나은지 평가하도록 강요함, 작은 실수라도 하면 그 학생을 ‘장애인들이 신는 신발(빙신)이라는 뜻의 ’펭귄 신발‘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다른 학생에게도 ’펭귄 신발‘이라 부르게 함 등], 그 비위행위 일시를 정확하게 특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

채무자의 별지 비위행위는 2022. 11. 25. 국민신문고에 온라인으로 익명의 민원이 접수되었고(소을 제2호증), 채무자 소속 인권센터(이하 ’인권센터‘라고만 한다)가 2023. 3. 직권으로 채권자의 비위행위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면서 파악되었다(소을 제7호증). 인권센터의 조사원들은 2023. 3. 6.부터 2023. 4. 19.까지 채권자 및 참고인 14명(채권자의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면담 조사를 하였고, 참고인들의 진술과 참고인들이 제출한 수업 녹음 파일, 강의 영상 파일 등을 통해 별지 비위행위가 확인되었다. 위와 같은 인권센터의 조사 과정에서, 채권자는 비위행위 내용을 고지 받았고 채권자에게 의견 제출 기회가 주어졌다(소을 제9호증. 채권자는 비위행위를 대부분 부인하였으나, 그중 속어인 ’빙신‘을 지칭하는 ‘펭귄 신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사실, 레이저 포인터로 학생을 지목한 사실 등은 인정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별지 비위행위는 각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유형 및 구체적 상황이 다른 행위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 있고, 나아가 채권자가 징계사유의 구체적인 내용과 피해자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채권자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소결론

징계사유 불특정에 관한 채권자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피보전권리의 소명 여부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채권자에 대한 징계사유가 인정된다. 또한, 이 사건 해임처분이 과중하여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점이 소명되지 않았다.

1)

채권자의 별지 비위행위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뒷받침된다. ① 비위행위의 파악 경위가 자연스럽다. 애초 채권자의 비위에 대하여 국민신문고에 온라인 익명 민원이 접수되었고, 인권센터는 2022. 11. 20.부터 2023. 1. 17.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민원인에게 ‘인권센터에 연락하여 상담, 조사 등 희망하는 방식의 해결방안을 논의해보자.’고 답변하였으나 민원인으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다(소을 제2 내지 6호증). 이에 인권센터가 2023. 3. 직권으로 채권자의 비위행위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면서 비로소 채권자의 비위행위가 드러났다. 누군가 채권자를 비방하기 위하여 허위 사실을 꾸며내어 신고하였다면, 인권센터가 2022. 11. 20.부터 2023. 1. 17.까지 한 연락에 해당 민원인이 답을 하지 않을 가능성은 적다. 인권센터가 직권으로 조사를 개시하여 채권자의 수업 수강생들을 면담하면서, 비로소 위 수강생들이 채권자의 비위행위를 진술하였다. ② 수강생들의 진술이 상세한 데다 상호 일치하여 신빙성이 높다. 채무자의 성희롱 등 행위, 모욕 및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 학생의 학습권 침해 행위, 학생 및 교원에 대한 명예훼손 등 교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 모두에 관하여 복수의 수강생(성희롱 등 행위, 모욕 및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관하여서는 12명의 수강생)의 진술이 일치하였다. 또한 채무자가 한 발언이 언제, 어디서, 어떠한 맥락에서, 누구를 상대로 이루어졌는지에 관한 수강생들의 진술이 구체적이다. ③ 수강생들의 진술이 객관적인 증거로 뒷받침된다. 성희롱 등 행위, 모욕 및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관하여는 수업 녹음 파일이, 학생의 학습권 침해 행위에 관하여는 강의 영상 파일이 존재하고, 위 각 파일의 내용이 위 수강생들의 진술에 부합한다.

2)

채권자의 발언을 단순히 친근감의 표현이나 분위기 환기 차원에서 한 농담으로 볼 수는 없다. 대표적으로, 채권자는 수업시간에 어느 여학생에게 “염색하는 이런 애는 세 보여서 여친으로 안 좋다.”, “널 좋아해 줄 남자가 없게 생겼다. 누가 봐도 그렇지 않냐?”, ”내가 봤을 때 넌 성형이 필요한 얼굴이다. 꼭 나중에 성형해라.“라고 말하였다. 채권자는 수업 시간에 레이저 포인터로 학생의 얼굴이나 눈을 자주 쏘면서 지목하였고, 속어인 ‘빙신’을 지칭하는 ”펭귄 신발“이라고 학생을 표현하였다(소을 제9호증).

위와 같은 발언은 학생들을 성희롱하거나 모욕하는 내용이다.

3)

이 사건 해임처분이 과중하여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점도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사립학교 교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이라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및 징계에 의하여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8. 2. 1. 선고 2007두20997 판결 참조).

사립학교 교원 징계규칙 제2조 제1항에서 준용하는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별표] 제7호(품위유지의무 위반)에서는 성희롱, 학생에 대한 신체적․정신적․정서적 폭력 행위에 대하여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파면 또는 파면-해임으로,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인 경우 또는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파면-해임 또는 해임-강등을 징계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이 사건 해임처분이 위 징계기준을 벗어나려면, 별지 비위행위가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인 경우 또는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채무자가 채권자의 별지 비위행위를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라고 본 것(소을 제23호증 제16면)을 두고,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보전의 필요성 소명 여부

채권자는 경력 단절, 생계 위협, 학문 및 교수의 자유를 이 사건 해임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보전의 필요성’ 사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경력 단절’은 이 사건 해임처분이 본안에서 무효로 확인될 경우 회복될 뿐만 아니라, 채권자가 해임 처분으로 자신이 교수 재직 기간 적립한 부분의 퇴직금을 지급받았을 것이므로 ‘생계 위협’이 상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채권자는 이 사건 해임처분과 무관하게 연구 활동을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해임 처분으로 학문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볼 수도 없다. 이 사건 해임 처분으로 채권자는 더 이상 채무자가 운영하는 대학교에서 강의할 수 없으나, 이를 두고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에서 말하는 “현저한 손해”나 “급박한 위험”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해임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4.

결론

이 법원에서 교환적으로 변경된 채권자의 신청은 이유 없어 기각한다(제1심결정은 채권자가 이 법원에서 신청취지를 교환적으로 변경함에 따라 실효되었다).

2024. 6. 3.

판사 윤강열(재판장) 정현경 송영복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