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6. 3. 19. 선고 2025노2355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B을 징역 8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B(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8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피고인 A에 대하여)

이 사건 기록 및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 즉 ① 피고인 A가 원심 법정에서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검사가 신청하는 증거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에 동의했던 점, ② 위 피고인은 AL대학교를 졸업하고 자영업을 영위하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였던 자이므로 자신의 업무가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였을 것인 점, ③ 수표를 계좌로 바로 입금할 수 있음에도 위 피고인에게 수표를 전달한 후 계좌로 입금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전달할 이유가 없으며, 조직원에게 자신에게 수표를 교부한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보는 등 의심스러운 상황임을 위 피고인도 인지하였던 점, ④ 위 피고인이 수표를 수거한 것이 총 3회에 이르고 수거액의 1%라는 다소 고액의 수당을 지급받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과 관련된 것임을 인식하였음에도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피고인 B에 대하여)

원심의 형(징역 8개월)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피고인 A 부분)

1)

관련 법리

가)

보이스피싱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인 피고인이 현금수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사실이나 사기죄의 고의를 부인하고, 공모사실이나 고의를 증명할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 등 범행 관련자들의 진술도 없는 경우, 그 공모사실이나 고의의 인정 여부는 현금수거책과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공범 사이에 이루어진 의사연락의 내용과 그 연락수단, 현금수거업무를 맡긴 사람을 직접 대면하였는지, 그 과정에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등을 비롯하여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현금수거업무의 구체적내용과 절차, 현금수거를 위해 피해자를 만났을 때 피해자에게 보인 행태와 언동, 현금수거를 위해 사용한 구체적 수단, 특히 피해자에게 제시하거나 교부한 공문서나 사문서 등이 있는 경우 그 문서의 생성, 작성 경위, 그 내용 및 작성명의자 등과 피고인이맡은 현금수거업무의 관련성, 피고인의 현금수거 횟수와 수거액의 규모, 수거한 현금을 다시 다른 사람의 금융계좌 등으로 전달, 교부, 송금할 때 사용한 방법, 특히 제3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사용하였는지 여부, 보수의 정도나 그 지급방식, 피고인의 나이, 지능, 경력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참조).

나)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6. 3. 8. 선고 95도3081 판결, 대법원 1996. 4. 12. 선고 94도3309 판결 등 참조).

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의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이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제1심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등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2도6743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 A가 수행한 수표 수거행위 자체가 다소 이례적인 업무인 점, ② 위 피고인은 AL대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자영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왔던 자인 점, ③ 위 피고인이 Z에게 수표 수거 업무에 관하여 의심스러운 부분을 질문하기도 하였던 점, ④ 위 피고인이 업무강도에 비하여 적지 않은 수익을 취득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일환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한 상태에서 이 사건 수표수거 행위에 나아갔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나)

그러나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앞서 든 법리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A가 자신의 수표수거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피해자로부터 돈을 편취하는 행위의 일환임을 인식하고 나아가 이를 용인한 상태에서 수표수거 행위를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사실오인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수표를 직접 입금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전달하여 피고인 A로 하여금 계좌로 입금하도록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기는 하고, 위 피고인이 수표를 입금한 계좌도 주식회사 Y가 아닌 제3자의 계좌였으며, Z이 위 피고인에게 '은행에서 계좌이체 사유를 물으면 결혼자금 또는 인테리어 자금이라고 이야기하라'며 거짓말을 지시한 사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피고인은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가 법인 매각시 발생하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수표로 매각대금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위와 같이 일반적이지 않은 전달 방식을 채택한 것, 위 피고인을 통해 제3자의 계좌로 대금을 입금하도록 한 것, 금융기관에 거짓말을 하라고 지시한 것 모두 탈세 내지 절세의 일환이라고 생각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 위 피고인이 자신의 업무가 보이스피싱 관련 업무라는 점까지 인식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 피고인 A는 수표를 전달하는 사람이 법인을 운영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서 Z에게 물어보니 '외모가 그렇게 보일 뿐 재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법인 대표의 친척들이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하고, Z이 피고인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오늘 진행하신 분은 차종이 벤츠다'라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던 사실이 확인된다(증거목록 순번 29번 8면, 85번 29면 참조). 위 피고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Z 측의 답변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수표를 전달하는 사람들의 행색이 법인 대표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까지 나아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3)

피고인 A는 학원, 독서실, 쇼핑몰 등 여러 자영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자인데, 자신도 잠깐 일을 하는 사람들과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증거목록 순번 81번 9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것 자체가 근로기준법 위반일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인이 도와주기로 한 업무가 비교적 간단한 내용의 임시 아르바이트였고 위 피고인 본인도 직원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적이 있었기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위 피고인이 수행한 업무가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것임을 인식하였으리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4)

피고인 A는 자신이 직접 수표에 배서하고 본인 명의 또는 본인이 운영하는 법인 명의 카드로 업무에 필요한 비용을 결제하였으며, 아파트 정문, 공원이나 병원 앞 길거리 등 사람들의 왕래가 많고 CCTV 촬영중인 장소에서 수표 수거를 하면서도 특별히 목격자들이나 CCTV를 피하려는 노력도 하지 아니하여 피해자 N, T 건의 경우 CCTV에 범행 장면이 모두 녹화되기도 하였다(증거목록 순번 30번, 50번, 51번,62번 참조). 위 피고인이 수거한 수표가 보이스피싱 범행과 관련된 것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지하였다면 위와 같이 자신의 인적사항이 쉽게 노출되는 방식으로 업무를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5)

피고인 A가 업무수행의 대가로 수표 액면금의 1% 정도의 다소 과도 한 보수를 받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위 피고인이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가 법인 탈세 내지 절세와 관련된 업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수가 다소 높은것 역시 그와 관련된 위험수당이라고 생각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세금포탈 역시 불법적인 행위이기는 하나, 자신이 법인 세금포탈 행위에 가담하는 것일 수 있다는 인식이 곧바로 보이스피싱 범행에 대한 인식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6)

피고인 A는 피해자 N, T 사건으로 기소된 후 피해자 G 사건은 아직수사중인 단계에서 피해자 G, N, T에게 각 400만 원, 4,000만 원, 1,300만 원을 지급하고 피해자 전원과 합의하였고, 위 피고인이 지급한 합의금은 본건 범행으로 받은 보수액(약 280만 원 정도, 증거목록 순번 81번 10면 참조)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이다. 이 역시 위 피고인이 보수를 얻기 위해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는 행위일 가능성을 용인하였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사정이다.

나.

피고인 B 및 검사의 피고인 B에 대한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계획적 ·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피해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범죄로 그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은 가담한 다수인이 각자 분담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전체가 완성되는 특성이 있고, 피고인 B은 그러한 범행의 완성에 필수적인 현금수거책 내지 현금전달책 역할을 수행하였는바,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

다만, 피고인 B은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이 사건 범행 시점 이전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었다. 피고인 B이 이 사건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의 실체와 범행 구조 등을 확정적으로 인식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취득한 수익은 피해금에 비하면 소액이다. 피고인 B은 원심에서 피해자를 위해 300만 원을 공탁하였고, 당심에 이르러 3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여 피해자가 위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

위와 같은 피고인 B에게 불리하거나 유리한 각 정상, 그 밖에 위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처단형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이 위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 B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고, 검사의 위 피고인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고, 피고인 B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검사의 피고인 B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나 피고인 B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이 부분에 관하여 주문에서 따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지 아니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원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