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제1심판결의 인용
원고가 이 법원에서 추가로 주장하거나 강조하는 사정 및 제출된 증거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 법원의 판결이유는 아래 2.항과 같이 고치는 부분 이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약어와 별지를 포함하여 그대로 인용한다.
고치는 부분
제1심판결 제3면 제14행부터 제4면 제20행까지를 아래 『 』 와 같이 고친다.
『다. 관련 규정 및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호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의 '업무상 사고'로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나.목),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마.목),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바.목)' 등을 규정하고 있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5항은 '업무상의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1조는 '사회통념상 근로자가 사업장 내에서 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행위를 하던 중 태풍·홍수·지진·눈사태 등의 천재지변이나 돌발적인 사태로 발생한 사고는 근로자의 사적 행위, 업무 이탈 등 업무와 관계없는 행위를 하던 중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바.목에 따른 업무상 사고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어떠한 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경우에 당해 근로자가 그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나 이유, 전후 과정 등의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행위가 당해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로서 그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에 해당하여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1999. 4. 9. 선고 99두189 판결,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두157 판결 등 참조). 근로자가 업무시간 종료 후에 사업주가 관리하는 시설물을 이용하던 중에 또는 그 시설물 내에서 어떠한 행위를 하다가 재해를 당한 경우, 그 행위가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이거나 업무의 준비행위 또는 정리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생리적 행위이거나 필요한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 사업주의 지시나 주최 하에 이루어지는 행사 또는 취업규칙, 단체협약 기타 관행에 의하여 개최되는 행사에 참가하여 한 행위라는 등 그 행위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거나, 또는 그 시설의 결함이나 사업주의 관리 소홀로 인하여 재해를 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때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5누14633 판결,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두46218 판결 등 참조).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나.목 해당 여부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더하여, 앞서 든 증거와 갑 제8, 9호증, 을 제9호증의 각 기재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을 관련 규정 및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가 산재보험법상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주식회사 H(이하 'H'라 한다)의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08:00부터 17:00까지인데, 고인의 근무시간은 탄력적이었다. 고인은 이 사건 공장에서 유리재단을 주된 업무로 수행하면서, 생산인력이 부족할 경우 생산공장 업무를 지원하기도 하였다(아래 그림1,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리재단실'과 '생산공장'은 장소적으로 구분된다). 고인은 2023. 2. 9. 목요일 오전에 개인적인 용무로 외출을 나갔다가 같은 날 13:00부터 14:00까지 사이에 회사로 돌아와서 2023. 2. 13. 월요일 제품생산에 필요한 유리를 재단하였다. H의 사업주인 I은 2023. 2. 9. 16:30경 무렵 고인으로부터 '19:00부터 20:00까지는 업무를 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고인에게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하고 퇴근하라'고 지시하였다.
고인은 2023. 2. 10. 00:45경 F와 함께 이 사건 공장 내 휴게실에 들어갔고, 같은 날 02:55경 위 휴게실에서 F와 함께 있다가 인근 가구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하여 사망하였다. F는 H에서 경리와 관리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의정부에 있는 집에서 이 사건 공장이 위치한 광주시 J까지 출퇴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1주일에 4~5일 정도 위 휴게실을 숙소로 사용하였다. 위 휴게실은 평소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며 간단한 다 과나 회식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되었다.
이 사건 공장은 아래 [그림1], [그림2]에서 보는 바와 같이 ① 제조라인이 설치되어있는 생산공장 및 휴게실, ② 유리재단실, ③ 기숙사(화장실, 주방, 방) 등 3개동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밖에 ④ 사무실이 다른 회사의 공장 건물에 인접해 있었다(갑 제2호증 중 3/11면, 갑 제9호증 각 참조).
[그림1] 사업장 구조도(을 제9호증)
[그림1] 사업장 구조도(갑 제9호증)
한편, 이 사건 사고 무렵 고인이 유리재단 업무를 마쳤거나 그 다음날 유리재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 당시 H에서 심야시간까지 업무를 수행해야 할 정도로 생산 물량이나 작업이 적체되어있었다거나 신속한 업무처리가 필요한 상황에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또한 고인의 평소 근무시간 및 일과시간 이후 작업수행 내역 등을 고려하더라도, 고인이 이 사건 사고 무렵인 심야시간에 유리재단실이나 생산공장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추단할 만한 작업일지와 같은 자료가 없고, 당시 생산공장 내 제조라인이 가동 중에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도 찾기 어렵다. 고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본래의 업무를 수행하는 유리재단실 옆에 있는 기숙사 건물이 아닌 생산공장 옆 휴게실에 있었는데, 유리 재단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고인이 이 사건 사고 무렵 업무를 마치고 유리재단실 옆 기숙사가 아닌 생산공장의 휴게실로 이동하여 업무의 준비행위 또는 정리행위 등을 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은 경험칙상 이례적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고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본래의 업무행위나 업무의 준비행위 또는 정리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거나 필요한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통상의 경우 업무가 종료된 이후의 시간은 기본적으로 근로자의 사적인 영역으로서 근로자가 이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 보장되어 있으므로, 고인이 업무가 종료된 심야시간에 이 사건 공장 내 휴게실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위 휴게실에서의 생활 모두가 H 사업주 측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고인이 사망한 장소가 휴게실이라는 사정만으로 고인의 휴식이 업무의 준비행위나 정리행위, 이에 수반되거나 필요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추정할 수도 없다.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공장 옆 가구공장 내 화재가 확대되어 발생한 것으로, 발화지점은 가구공장 내부 작업장 주변으로 추정되나, 그 발화원인은 화재 진압 중에 증거물이 훼손되어 원인이 특정되지 않았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마.목 및 바.목 해당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고인은 일과시간 이후인 2023. 2. 10. 00:45경 F와 함께 이 사건 공장 내 휴게실에 들어갔다가, 이후 인근 가구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하여 같은 날 02:55경 위 휴게실 안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사망하게 된 점, 고인은 이 사건 공장에서 유리재단 업무를 주로 담당하였는데, 고인의 주된 업무장소인 유리재단실과 기숙사는 위 화재 사망장소인 휴게실과는 제조라인이 있는 생산공장을 사이에 두고 장소적으로 구분되어 있는 점, 고인이 이 사건 공장 내 휴게실에서 본래의 업무행위인 유리재단이나 그 밖에 업무의 준비행위 또는 정리행위 등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는 고인이 사회통념상 근로자의 업무수행과 관련이 없는 사적 행위, 업무 이탈 등 업무와 관계없는 행위 중에 발생한 것으로서, 고인이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함에 있어서 사업주의 어떠한 지배·관리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 또는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강열(재판장) 김형진 김선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