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23. 7. 20. 원고에게 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및 관계 법령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의 이유 제1, 2항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약어와 별지를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도로(이하 '이 사건 도로'라 한다)의 원고의 진행방향 차로의 수(2개)가 반대편 방향 차로의 수(5개)보다 현저히 적었던 점, 이 사건 사고 당시 반대편 방향 차로는 우회전이 금지된 1, 2차로와 나머지 3, 4, 5차로가 라바콘 및 노란색 구조물, 노란색 실선으로 분리되어 있어 위와 같은 표시를 중앙선으로 오인하기에 충분하였던 점, 이후 도로관리청이 역주행의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분리 부분 중 약 10m 구간을 철거하고 노란색 실선을 흰색 실선으로 변경한 점,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좌회전 진행에 대한 집중력 저하 내지 판단 착오로 인해 발생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원고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사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등 참조).
산재보험법은 제1조에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 예방과 그 밖의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위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이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등에 따른 부상 등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 것은 업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가 아닌 업무 외적인 관계에 기 인하는 행위 등을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려는 것으로, 우연성 결여로 보험사고성이 상실되거나 보험사고 자체의 위법성에 대한 징벌이 필요한 경우에는 보험급여를 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보인다(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대법원 1995.1. 24. 선고 94누8587 판결 등의 취지 참조). 따라서 위 조항에서 '범죄행위'는 법문상병렬적으로 규정된 고의·자해행위에 준하는 행위로서 산재보험법과 산재보험수급권 제한사유의 입법취지에 따라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시키고 재해의 직접 원인이 되는 행위로 제한하여 해석·적용함이 타당하다.
한편, 산재보험법 제37조는 제1항에서 요양급여 지급의 대상이 되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상세히 규정하면서 별도로 제2항 본문에서 근로자의 범죄행위를 업무상 재해 인정의 예외로 들고 있다. 결국 사고가 근로자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은 요양급여 지급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이를 증명할 책임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판단
앞서 본 사실 및 증거들에 갑 제3 내지 9, 13 내지 15, 17, 20호증, 을 제3, 4, 6,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이나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어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 사고는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중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이 사건 도로는 아래 사고현장 약도에서 보는 것과 같이 D초등학교 방면에서 E병원 방면으로 두 개의 좌회전 차로, E병원 방면에서 D초등학교 방면으로 한 개의 우회전 차로, E병원 방면에서 오창 창리 방면으로 네 개의 직진 차로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위 직진 차로 네 개 중 두 개의 차로는 지하차도와 연결되어 있다. 원고는 E병원 방면 좌회전 차로 중 2차로에 대기하고 있었고, 좌회전을 하면서 오창 창리 방면의 직진 차로(지하차도)에 진입하여 역주행 하였다.
당시 상황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갑 제3호증)에 따르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도로에 오창 창리 방면의 네 개의 직진 차로 중 원고가 진입한 1, 2차로와 3, 4차로는 라바콘과 노란색 구조물, 노란색 실선으로 분리되어 언뜻 이를 중앙분리대와 중앙선으로 오인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에 도로관리청은 이 사건 사고 이후 운전자들의 착오 방지를 위해 위와 같은 분리 부분 중 약 10m 구간의 일부 구조물을 철거하고 노란색 실선을 흰색 실선으로 변경하였다(갑 제5, 7호증).
원고는 E병원 방면 좌회전 차로의 가장 선두에 정차해 있었고, 원고가 좌회전을 위해 대기한 시점(블랙박스 영상 18:24:54)부터 좌회전을 시작한 시점(블랙박스 영상 18:25:57)까지 원고가 잘못 진입하였던 도로에서 오창 창리 방면으로 진행한 차량은 단 한 대에 불과했다. 해당 시간 동안 E병원 방면으로 진행하는 많은 차량들이 정상적인 2차로로 진행하기는 하였으나, 원고와 같은 경로로 좌회전을 통해 2차로에 먼저 진입한 차량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원고가 이 사건 도로에서 좌회전 시 진행방향을 참고할 만한 차량은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평소 이 사건 도로의 교차로 구조나 차량 진행 방식 등에 익숙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중앙선 침범은 교통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은 행위로서 고의로 중앙선을 침범하여 역주행을 하는 운전자라면, 속도를 줄이거나 맞은편에서 진행하는 다른 차량들의 진로를 확인하여 충돌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 직전 당시까지의 원고의 운전 태양을 살펴보면, 원고는 역주행 차선으로 진입한 뒤 지하차도에서 빠져나오는 맞은편 차량과 충돌하기 직전까지 속도를 줄이거나 적극적으로 주변 교통상황을 살펴 방향을 변경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같은 속도로 약 150m 가량을 진행하다가 차량과 충돌하였다. 즉, 원고가 잘못 진입한 차로에서는 일정시간 동안 지하차도에서 빠져나오는 차량이 없어 정상 방향으로 진행 중인 차량이 존재하지 않았던 반면 노란색 실선 등으로 분리된 3, 4, 5차로에서는 원고와 반대 방향으로 진행 중인 차량이 다수 있었으므로, 원고는 역주행 이후에도 지하차도에서 빠져나온 차량과 충돌하기 직전까지는 정상 주행하고 있다고 오인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사건 도로에 중앙선과 실선, 중앙분리대 등이 정상적으로 설치되어 있었고, 도로 바닥에는 진행방향을 안내하는 적색 유도선이 있었으며, 신호등 아래에는 오창창리 방면의 다섯 개 차로의 진행방향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였다. 또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원고가 위와 같은 도로 상황을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운 시간이 아니었으며, 이 사건 당시 원고에게 특별한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다거나 기상상황 등으로 인해 시야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정 역시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도로의 특수성,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순간적인 졸음운전이나 집중력 저하 또는 순간적인 판단 착오가 아니라면 원고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역주행을 한 원인을 쉽게 찾기 어렵다. 이 사건 도로는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어 원고가 역주행을 통해 다른 차량을 앞지를 수도 없는 구조였던바, 원고가 교통사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역주행을 해야 했던 급박한 사정 역시 찾기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형사사건(청주지방법원 2023고약4737)의 경찰 피의자신문 당시에도 '저도 제가 왜 역방향으로 진행 했는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뭔가에 씌었는지 왜 역방향으로 진행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사고 난 지점이 좌회전 함에 착각으로 역방 진입이 우려되니 이 점 참작해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진술하였으며(갑 제6호증 5, 6면), 그 밖에 원고가 음주를 하였다는 등 업무 외적인 사유나 동기, 의도가 개입하였다고 볼 정황도 존재하지 않는다.
산재보험을 포함한 사회보험의 기능은 업무에 수반한 불의의 재난에 대비해 그 위험을 담보하고 피해를 당한 사람의 생활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특히 교통사고의 위험 또는 발생 가능성은 원고와 같이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퀵서비스 업무를 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순간적인 판단 잘못이나 집중력 저하 등에 기인하여 발생하는 점, 교통사고 이후 피재근로자와 그 가족이 놓이게 되는 가혹한 상황, 산재보험법의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행위가 외 형상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산재보험법의 보호대상에서 배제될 정도로 불법적이고 사회적으로 비난할 만한 과실행위나 반사회성이 있다거나 우연성의 결여로 보험사고성이 상실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그대로 유지될 수 없으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한다.
판사 김동완(재판장) 김형배 김무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