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6. 7. 9. 선고 2025누7512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제1항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별지를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사고는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신호를 위반한 원고의 과실과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운행한 상대 차량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원고의 신호위반 행위가 이 사건 사고의 직접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2항 본문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판단

가.

관련 규정 및 법리

1)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 ·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이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부상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부상을 입은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신호위반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의 취지 참조).

나.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5, 6, 7, 9, 14호증, 을 제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로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입은 부상은 원고의 신호위반이라는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교차로는 원고의 진행 방향에서 약간 왼쪽으로 굽은 형태이기는 하나 거의 직선에 가깝고, 이 사건 사고 당시 비가 온다거나 안개가 끼는 등으로 시야를 방해하는 기상상황은 없었으며, 장애물 등 원고가 전방의 정지신호를 식별하기 곤란하거나 신호를 오인 · 혼동할 만한 다른 외부 요인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진행 방향 직진 신호(1현시)가 종료되고, 상대 차량 반대 방향 직진 신호(2현시)까지 종료된 후 상대 차량 진행 방향 직진 신호(3현시)가 지속되는 중 발생하였고(상대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상대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기 약 3초 전 신호가 적색에서 녹색으로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사고 장소는 왕복 8차로와 왕복 8차로가 서로 교차하는 교차로 내이다. 원고는 상대 차량 직진신호가 끝나지 않았고, 원고의 진행 방향 신호가 적색인데도 무리하게 교차로에 진입하였고, 교차로 내에서도 속력을 줄이지 않은 채 그대로 계속 진행하다가 상대 차량 운전석 측면 부분을 오토바이 정면 부분으로 충돌하였다.

3)

원고는 헬멧 실드에 조명이 반사되어 의도하지 않게 신호를 위반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같은 취지의 재해사실확인서(갑 제5호증) 기재는 원고의 누나가 이 사건 사고 경위를 추측하여 기재한 것에 불과하고, 원고가 2022. 12.경부터 야간 배달 업무에 종사하여 온 점, 기상상황을 비롯하여 원고의 진행 방향 신호기 식별을 어렵게 하는 다른 외부적인 요인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위와 같은 경위로 신호를 위반하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인다.

원고는 또한, 이 사건 사고 당일 9시간 20분 이상 쉬지도 못하고 배달 업무를 하여 극심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신호를 위반하게 되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갑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일 11시경부터 배달 업무를 시작하였으나, 14시경까지 약 3시간 배달 업무를 한 다음 3시간가량 휴식을 취한 후 다시 17시경부터 근무를 시작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교차로 내에 진입한 후에도 감속하지 않은 채 비교적 빠른 속도로 그대로 진행한 점, 당시 원고가 2건의 음식 배달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어 고의로 신호를 위반할 유인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누적된 피로로 인한 순간적인 판단 착오나 실수로 교차로에 진입하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4)

원고는 상대 차량이 제한속도인 시속 60km로 주행했더라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상대 차량의 과속이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 사건 사고 당시 상대 차량이 제한속도를 약 30km 이상 초과한 시속 약 96.5km로 주행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제출한 법공학감정서(갑 제14호증)에는 상대 차량이 원고의 오토바이를 인지할 수 있는 위치부터 충돌 장소까지의 주행거리가 33.7m임을 전제로, '상대 차량이 시속 90km 이상 주행하는 경우 정지에 필요한 거리는 60.1m 이상인데, 제한속도로 주행하는 경우 정지에 필요한 거리는 31.2m이고, 시야각도도 넓어지므로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는 분석 의견이 제시되어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 당시 상대 차량은 편도 5차로의 4차로를 주행 중이었고, 진행 방향 1차로에 다른 차량도 있었으며, 반대 방향 신호대기 차량들이 전조등을 켠 상태였으므로, 상대 차량이 좌측에서 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 내에 진입하는 원고의 오토바이를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33.7m 전방에서 인지할 수 있었다는 전제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원고의 오토바이가 정면으로 상대 차량 운전석 측면 부분을 충격한 충돌 양상, 차량 운전자가 위험발생을 인지하고 정지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상대 차량의 과속이 아니라 원고의 신호위반이라는 범죄행위가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입은 부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5)

원고는 대법원 2022두30072 판결 및 그 법리를 원용하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의 적용을 배제한 하급심 판결들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나, 위 판결들의 사안은 사고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없어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거나, 당사자의 경력, 지적능력, 사고 당시 기상 상황 등에 비추어 도로교통법위반행위가 순간적인 판단 착오 또는 시야 방해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경우이므로 구체적 사정을 달리하는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김형배(재판장) 홍지영 김동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