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23. 10. 25. 원고에게 한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B 생 남성으로 1978. 5. 1.부터 1996. 5. 1.까지 C 주식회사 등에서 산소· 전기 · 아크 용접 등의 작업을 수행하면서 약 18년 동안 85데시벨[dB(A), 이하 '데시벨'이라 한다]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었다.
원고는 2022. 2. 14. G이비인후과의원에서 양측 감각신경성 청력 소실을 진단받고(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2022. 4. 15. 피고에게 장해급여를 청구하였다.
원고의 최소가청역치는 피고의 의뢰에 따른 H병원의 1차 특별진찰 순음청력검사에서 우측 65데시벨, 좌측 76데시벨로 측정되었고, 피고의 재의뢰에 따른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의 2차 특별진찰 순음청력검사에서 우측 73데시벨, 좌측 85데시벨로 측정되었다(이하 '1차 · 2차 특별진찰'이라 한다).
피고는 2023. 10. 25. "소음노출 인정기준을 충족하고 특별진찰 순음청력검사에서 우측 65데시벨, 좌측 76데시벨의 청력역치가 확인되나, 원고는 81세이고 소음노출이중단된 후 약 25년 이상이 경과한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은 연령증가에 따른 자연경과적 청력 저하에 해당하여 관련 법령에 따른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해급여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8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2. 원고 주장의 요지
소음성 난청의 특성과 개인의 청각 감수성 차이로 인해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난청 진단을 받을 수 있고, 소음노출 중단 이후에도 난청이 계속 진행될 수 있으므로, 소음노출 중단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와 이 사건 상병이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원고와 같이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이 혼재된 경우에는 청력도가 수평형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청력도가 초기 소음성 난청의 일반적 특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여 원고의 난청이 소음성 난청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원고의 청력 상태는 소음에 노출되지 않은 동일 연령대의 평균 청력 역치보다 2배 이상 악화된 상태이다. 이처럼 과거의 소음 노출로 인해 원고의 청력이 자연경과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어 현재 상태에 이르렀으므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여야 한다.
판단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규정된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경우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두4422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각 증거, 갑 제15, 17 내지 19, 47호증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관계와 의학적 소견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의 [별표 3]은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제34조 제3항 관련, 이하 '인정 기준'이라 한다)을 규정하고 있다.
인정 기준 제7호 차목 본문은 '소음성 난청'을 "85데시벨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되어 한 귀의 청력손실이 40데시벨 이상으로, 다음 요건 모두를 충족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이라고 규정하면서, "고막 또는 중이에 뚜렷한 손상이나 다른 원인에 의한 변화가 없을 것. 순음청력검사결과 기도청력역치와 골도청력역치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어야 하며, 청력장해가 저음역보다 고음역에서 클 것"의 요건을 열거하고 있다.
인정 기준의 제7호 차목 단서는 "다만, 내이염, 약물중독, 열성 질병, 메니에르증후군, 매독, 머리 외상, 돌발성 난청, 유전성 난청, 가족성 난청, 노인성 난청 또는 재해성폭발음 등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난청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가 인정 기준에서 정한 소음노출 기준을 충족하였고, 한 귀의 청력손실이 40데시벨 이상인 점은 피고도 인정하고 있다.
2차 특별진찰 당시 원고의 양측 고막에 경도의 혼탁이 관찰된다는 소견이 있었으나, 위 양측 고막에 존재하는 경도의 혼탁이 원고의 청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자료는 없다. 1차 특별진찰의 특별진찰의사와 제1심법원 진료기록감정의(F병원이비인후과, 이하 '진료기록 감정의사'라고 한다)는 원고에게 고막 또는 중이에 뚜렷한 손상이나 특이사항 등은 발견되지 않는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나아가 원고의 순음청력검사결과 기도청력역치와 골도청력역치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고, 전음역대에서 청력 저하를 보이긴 하나 청력 장해가 저음역보다 고음역에서 크다. 이러한 점은 인정기준에 부합한다.
원고가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은 2022. 2. 14. 당시 81세에 이르렀으므로 자연적인 노화의 진행이 원고의 청력손실에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진료기록 감정의사는 "원고의 청력이 동일 연령의 평균치보다는 악화되어 있지만, 소음에 노출되지 않는 경우에도 이 정도의 난청은 노화로 충분히 발병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평균치보다 악화된 청력이 과거 27년 전의 소음노출 경력과 관계가 있다고 입증하기는 어렵다. 원고의 나이는 81세로 노인성 난청이 발생할 수 있는 연령이고, 원고가 소음에 노출 중이거나 노출이 중단된 이후 단기간 내에 청력 저하를 호소하거나 병원을 찾은 적은 없으므로, 원고의 난청을 소음성 난청보다는 노인성 난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소견을 밝히고 있다.
다만, 진료기록 감정의사는 원고의 청력이 동일 연령의 평균치보다 악화된 점을 인정하면서 "소음노출 중단 시점이 장기간 경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소음이 청력감소에 미친 영향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소견도 제시하고 있다.
피고의 소음성 난청 업무처리기준은 "노인성 난청과 소음성 난청 모두 내이의 와우(달팽이관) 유모 세포 손상에 의한 감각신경성 난청의 한 종류로 분류되고 그 구별이 명확하지 않는 특성이 있으므로, 노인성 난청으로 진단되었더라도 소음노출 경력이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을 충족하고 소음노출로 인하여 연령 증가에 따른 자연경과적 청력손실을 더욱 빠르게 진행시켰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는 "소음성 난청의 경우 저음역대보다 고음역, 특히 4,000헤르츠 영역에서 청력손실이 심하게 나타나는 이른바 C5 dip이 나타나지만, 원고의 청력 패턴에서는 C5dip이 관찰되지 않고 8,000헤르츠 영역에서 청력 손실이 악화되는 노인성 난청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일반적으로 소음성 난청은 3,000 ~ 6,000헤르츠에서 시작하여 점차 주변주파수까지 나빠지고, 노인성 난청과 달리 8,000헤르츠에서 회복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 1차 · 2차 특별진찰결과에 따르면 원고의 청력상태는 1,000 ~ 2,000헤르츠부터 4,000헤르츠까지 급격하게 나빠진 후 다시 완만하게 하강하거나 약간 회복되는 형태가 확인되므로, 소음성 난청의 전형적인 양상에 일부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원고의 난청에 관하여 1차 특별진찰의사는 노인성 난청 또는 소음성 난청에 해당한다는 소견을 제시하였고, 2차 특별진찰의사는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에 해당한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진료기록 감정의사는 "소음성 난청에서도 C5 dip이 나타나지않을 수 있으므로 C5 dip이 없다는 이유로 소음성 난청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는 소견을 제시하였고,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이 혼재될 경우 순수한 소음성 난청의 청력 손실 패턴이 발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학적 소견도 적지 않다. 따라서 원고의 청력상태가 소음성 난청의 전형적인 양상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피고는 "원고가 2019년 이전에 난청으로 진료를 받은 이력이 확인되지 않고, 소음노출 중단 후 약 26년이 경과한 노인성 난청의 호발연령이 되어서야 난청을 진단받았으므로, 원고의 난청은 소음성 난청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소음성 난청의 초기에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필요 없는 고음역대에서 청력저하가 이루어져 이를 자각할 수 없다가 점점 저음역대로 진행되어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가 되어서야 난청임을 인지하게 되어 뒤늦게 발견되는 경향이 있다는 의학적 견해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의 난청이 소음성 난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장기간 노출된 소음으로 인하여 소음성 난청이 발생하였고 그것이 독립적으로 또는 노인성 난청과 결합하여 현재의 난청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
판사 이광만(재판장) 정선재 박연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