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6. 6. 4. 선고 2025누8602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24. 10. 4. 원고에게 한 미지급 보험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이 법원이 위 부분에 관하여 기재할 이유는 제1심판결 중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약어를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고인은 E 합자회사(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굴진작업을 수행하며 약 4년 1개월 동안 108.6dB의 소음에 노출되었다. 이 사건 상병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소음성 난청의 인정기준을 충족하였고, 노인성 난청의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소음 노출이 이 사건 상병을 자연경과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켰다.따라서 이 사건 소음과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인정사실(의학적 소견)

1)

고인의 자문의 소견(F이비인후과, 2021. 1. 28.)

2)

특별진찰의뢰 소견(충남대학교병원, 2021. 5. 3.)

3)

업무관련성 특별진찰 소견(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 2021. 8. 11)

4)

제1심법원의 D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중 주요 부분

5)

제1심법원의 D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중 주요 부분

[인정근거] 갑 제9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H병원장에 대한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제1심법원의 H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다.

관련법리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규정된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경우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두4422 판결 등 참조).

2)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은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별표 3과 같다'고 규정한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제7의 차목은 '85dB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되어 한 귀의 청력손실이 40dB 이상으로, 고막 또는 중이에 뚜렷한 손상이나 다른 원인에 의한 변화가 없을 것, 순음청력검사결과 기도청력역치와 골도청력역치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어야 하고, 청력장해가 저음역보다 고음역에서 클 것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을 소음성 난청으로 인정한다. 다만 내이염, 약물중독, 열성 질병, 메니에르증후군, 매독, 머리 외상, 돌발성 난청, 유전성 난청, 가족성 난청, 노인성 난청 또는 재해성 폭발음 등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난청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 형식과 입법 취지를 종합하면,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의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산재보험법 제37조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이고, 그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의 범위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위 규정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한 경우뿐 아니라, 기준을 충족하지 아니한 경우라도 업무수행 중 노출된 소음으로 인하여 소음성 난청이 발생하였거나 적어도 발생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두24214 판결 등 참조).

3)

법원의 촉탁에 의한 감정인이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감정 과정을 거쳐 제출한 감정 결과는 그 과정에서 상당히 중한 오류가 있다거나 상대방이 그 신빙성을 탄핵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감정 과정 등에서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오류의 가능성을 지적하는 것만으로 이를 쉽게 배척할 수 없고, 감정인의 감정평가 결과는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6다67602, 67619 판결 등 참조).

라.

구체적 판단

1)

고인이 이 사건 소음에 노출된 때로부터 약 40년이 경과한 뒤인 만 65세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은 사실, 고인의 청력검사 결과 중저음역대에서 청력 역치가 높고 8,000Hz이상에서 심도난청 수준(청력역치가 91dB 이상)으로 증가하며 비대칭성 난청 소견이 관찰되는 등 전형적인 소음성 난청의 특징과 일부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

그러나 위 각 증거들, 갑 제6, 7, 17, 1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고인의 이 사건 상병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상당 기간 소음에 노출됨에 따라 유발되었거나, 적어도 당시 누적된 감각신경의 손상이 노화에 따른 난청을 자연경과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켜 발현된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이 사건 상병과 고인의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고인은 약 4년 1개월 동안 이 사건 사업장에서 굴진작업을 수행하며 1일 약 8시간동안 108.6dB의 소음에 노출되었다.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85dB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을 현저히 초과하는 수준이다. 제1심법원의 감정의인 I(이하 '이 사건 감정의'라 한다) 역시 이 사건 소음의 강도와 노출 시간을 고려할 때 고인에게 소음성 난청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나)

피고의 '소음성 난청 업무처리기준 개선(2021. 12. 23. 시행, 이하 '이 사건 업무처리기준'이라 한다)에 따를 때 소음성 난청은 소음에 노출된 후 서서히 진행되어 10~ 15년이 지난 뒤에 최고치에 이르고, 소음성 난청 초기에는 청력 저하를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고인이 이 사건 소음 노출 시점으로부터 장기간이 경과한 뒤에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질병 인정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

이 사건 업무처리기준에 따르면 노인성 난청과 소음성 난청 모두 내이의 와우(달팽이관) 유모 세포 손상에 의한 감각신경성 난청의 한 종류로 분류되어 그 구별이 명확하지 않은바, 노인성 난청으로 진단되었다고 하더라도 소음 노출 경력이 인정기준을 충족하고 소음 노출이 연령 증가에 따른 자연경과적 청력손실을 더욱 빠르게 진행시켰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

라)

고인에게 이 사건 소음이나 노화 외에 청력에 영향을 끼쳤을 만한 별다른 병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마)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2010-2012)에 따르면 만 65세 남성의 6분법상 평균 청력역치는 18dB이나, 고인의 2021. 5. 3. 검사 결과 청력역치는 우측 45dB, 좌측 68dB로동년배 평균에 비해 난청의 진행 수준이 현저히 심하다. 비록 위 통계자료가 산재보험법 시행령이 정한 측정 방식을 준수한 것이 아니고, 위 통계자료에서도 '소음 노출 유무는 측정에 의한 것이 아니고, 설문을 통해 응답자가 주관적으로 소음 노출 여부를 판단한 것이므로 해석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 감정의는 위 통계자료에 대해 '현재 연령별 정상 한국인의 평균 청력치에 관하여 대규모 표본을 가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중의 하나'라고 말한바, 이 사건 소음이 이 사건 상병의 자연경과적 진행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였는지 여부를 추단하는데 위 자료를 참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

이 사건 감정의는 소음 노출 여부가 소음 노출 중단 이후 진행되는 노인성 난청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고인의 난청이 동년배에 비해 심한 편임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소음 노출로 인한 청력 소실분과 퇴직 이후 노화로 인한 노인성 난청의 추가 청력 소실분이 병합되어 합산된 난청의 정도가 크게 발현된 것이라 보았다.

사)

소음성 난청은 일반적으로 청력검사상 저음역대(500Hz, 1,000Hz 및 2,000Hz)에서보다 고음역대(3,000Hz, 4,000Hz 및 6,000Hz), 특히 4,000Hz에서의 청력손실이 심하고, 8,000Hz에서 다시 회복하는 양상을 보이는 이른바 '노칭(notching)' 또는 'C-5 dip'현상을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인 소음노출로 내유모세포 파괴가 심화되었을 경우 고주파수 전체의 청력감소가 나타나 노인성 난청의 경우와 구별하기 어렵고, 소음성 난청초기에는 노칭 또는 C-5 dip 현상이 나타나지만, 그 진행에 따라 고주파 청력이 소실되고 결국 저주파수 청력까지 소실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노화에 따른 청각 변화로 노칭 또는 C-5 dip 현상 현상이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고인의 청력검사에 소음성 난청의 전형적인 청력도 양상(노칭 또는 C-5 dip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여 이 사건 소음 노출과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사건 감정의 또한 이와 유사한 취지의 소견을 제시한 바 있다.

아)

이 사건 업무처리기준에 따르면 고강도의 소음(90dB 이상)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심도난청이 발생할 수 있으며, 소음에 대한 양귀의 감수성 차이와 회복 기전이 다르게 작용할 수 있어 소음성 난청도 비대칭적 역치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 J·K·L학회의 공통된 소견으로, 양측의 청력역치가 비대칭인 경우라도 다른 원인에 의한 청력손실이 명확하지 않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감정의 또한 소음성 난청은 반드시 대칭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고인의 비대칭성 청력 역치에 영향을 끼치는 다른 원인이 없다면 이 사건 소음이 이 사건 상병에 영향이 끼친 것으로 사료된다는 감정 의견을 제시하였다. 고인은 108.6dB이라는 고강도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고, 청력에 영향을 끼쳤을 만한 별다른 병력이 없으므로 고인의 청력 검사 결과 8,000Hz이상에서 심도난청이 나타났고 이 사건 상병이 비대칭성을 나타낸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

자)

이 사건 감정의의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아니한다.

4.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다.

판사 권순형(재판장) 김경애 최다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