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6. 7. 8. 선고 2025누8809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23. 12. 18. 원고에게 한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이 부분에 관하여 이 법원이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의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약칭을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제1심판결 제2쪽 글상자 안 밑에서부터 제1~2행의 "인정근거" 중 "갑 제1, 5 내지 6, 11호증"을 "갑 제1 내지 3, 5, 11호증"으로 고친다.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2001. 10.경부터 2017. 12.경까지 토목공 및 용접공으로서 다수의 건설사업장에서 82.7~83.2dB의 소음에 노출된 결과 2023. 5. 2. 이 사건 상병(양측 감각신경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피고는 원고의 소음노출수준이 83dB 정도로 산재보험법 시행령 상 소음성 난청 인정 기준인 85dB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나, 위 시행령 상 기준은 예시적 규정에 불과하다. 원고의 소음노출수준은 근소하게 미달하지만, 소음노출기간은 약 7년 3개월로서 인정 기준인 3년을 훨씬 초과한다.

원고와 같이 소음성 난청이 노인성 난청과 혼재된 경우에는 소음성 난청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소음성 난청의 일반적 특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여 소음성 난청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원고는 동일 연령대의 노화로 인한 자연경과적인 청력 악화보다 빠르고 중하게 청력손실이 진행되었고, 업무 외에는 청력손실을 유발할만한 질환력이 없다. 이처럼 원고가 업무상 소음 노출로 인하여 자연경과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청력이 악화되어 현재 상태에 이르렀으므로,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업무로 인하여 발병, 악화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4.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판단

가.

관련 규정 및 법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부상 · 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보되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및 [별표 3]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5항의 위임에 따라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을 정하는데, 위 [별표 3] 제7호 차목 본문은 소음성 난청을 '85dB(A)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되어 한 귀의 청력손실이 40dB 이상으로, 다음 요건 모두를 충족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정의하면서 '1) 고막 또는 중이에 뚜렷한 손상이나 다른 원인에 의한 변화가 없을 것, 2) 순음청력검사결과 기도청력역치와 골도청력역치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어야 하며, 청력장해가 저음역보다 고음역에서 클 것'이라는 요건을 열거하고 있고, 같은 목 단서는 '다만 내이염, 약물중독, 열성 질병, 메니에르증후군, 매독, 머리 외상, 돌발성 난청, 유전성 난청, 가족성 난청, 노인성 난청 또는 재해성 폭발음 등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난청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재보험법에 규정된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경우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11. 10. 선고 2000두4422 판결 등 참조).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 제5항,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의 규정 내용 · 형식 · 입법취지를 종합하면, 산재보험법 시행령 [별표 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고, 그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는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앞서 든 각 증거, 갑 제7, 8, 10, 12, 13, 16, 19, 22, 25, 29, 36, 37, 39호증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이 법원의 E이비인후과의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종합해보면, 원고는 C 등 공사현장에서 토목 및 용접 업무를 수행하며 약 7년 3개월 동안 82.7~83.2dB에 해당하는 소음에 노출되었고, 이러한 소음 노출 이력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거나 노인성 난청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1)

원고는 2001. 10.경부터 2017. 12.경까지 사이에 약 7년 3개월 동안 82.7~83.2dB의 소음에 노출되어 왔다. 이와 같은 원고의 소음 노출 이력은 산재보험법 시행령상 '85dB 이상의 소음에 3년 이상 노출'이라는 인정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규정은 예시적인 것으로, 해당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모두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로는 볼 수 없다. 피고 또한 '소음성 난청 장해판정 가이드라인'(갑 제7, 29, 36호증)에서 '한 귀의 청력손실이 40dB 이상이나 소음 노출수준 및 노출기간의 인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소음성 난청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원고가 노출된 소음의 수준(82.7~83.2dB)이 위 인정 기준에서 정한 소음수준(85dB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가 1.8~2.3dB에 불과한 반면, 소음에 노출된 기간(약 7년 3개월)은 위 기준이 정한 소음 노출기간(3년)의 2배 이상이다. 또한 제1심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하더라도, 감정의 F(D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은 원고가 노출된 소음수준에 장기간 노출된 경우 개인의 청각 감수성으로 감각신경성 난청이 발병하거나 악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임상적으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답변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원고의 소음노출 정도와 기간은 이 사건 상병의 발생 또는 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주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

G의원이 2023. 9. 18. 원고에 대해 실시한 2차 특별진찰 당시 순음청력검사 결과(이하 '제2차 특별진찰결과'라 한다)에 의하면, 원고의 청력역치는 우측 53dB, 좌측59dB로 '한 귀의 청력손실이 40dB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위 검사결과는 난청 측정방법에 관한 기준의 요건과 원고에게 고막 또는 중이에 뚜렷한 손상이나 다른 원인에 의한 변화가 없다는 점<1> 및 기도청력역치와 골도청력역치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고 청력장해가 저음역보다 고음역에서 더 크다는 점 등 소음성 난청의 인정 기준에 부합한다.

3)

원고가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은 2023. 5. 2. 당시 만 77세(7일 뒤 만 78세)였으므로 자연적인 노화의 진행이 원고의 청력손실에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제1심법원 진료기록감정의 F도 소음 노출 이력이 청력의 퇴행성 변화를 가속시킨다는 것은 명확한 증명이 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피고의 소음성 난청 업무처리기준(갑 제7, 29호증)도 '노인성 난청과 소음성 난청 모두 내이의 와우(달팽이관) 유모 세포 손상에 의한 감각신경성 난청의 한 종류로 분류되고 그 구별이 명확하지 않은 특성이 있으므로, 노인성 난청으로 진단되었더라도 소음 노출 경력이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을 충족하고 소음 노출로 인하여 연령 증가에 따른 자연경과적 청력손실을 더욱 빠르게 진행시켰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소음 노출로 인하여 연령 증가에 따른 자연경과적 청력손실이 더욱 악화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4)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사업(2019-2021)에서는 소음 노출력이 없는 40세에서 80세까지의 우리나라 성인의 9,681명의 청력역치를 제시하는데, 위 조사결과에 근거한 노인성 난청의 남성 청력역치 중앙값을 구하면 만 70세는 27.8dB, 만72세는 29.9dB, 만 78세는 36.8dB이다.<2> 제1심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한국인의 70대 평균 청력역치는 31.95±13.37dB(= 18.58~45.32dB)이다.

그런데 원고가 소음 작업에 노출되어 있을 당시인 2015. 10. 1. E이비인후과의원에서 실시한 순음청력검사 결과 6분법 평균 청력역치는 우측 47.5dB, 좌측 48.3dB이었다. 당시 원고는 만 70세로, 위에서 본 같은 연령 남성의 청력역치인 27.8dB보다 이미 19.7 내지 20.5dB 정도 악화된 상태였다.

원고는 2017. 12.경 소음 관련 작업을 중단하고 약 3개월 뒤인 2018. 3. 31. 위 E이비인후과의원에서 순음청력검사를 하였는데, 그 결과 6분법 평균 청력역치는 우측52.5dB, 좌측 54.1dB이었다. 당시 원고는 만 72세로, 위에서 본 같은 연령 남성의 청력역치인 29.9dB보다 22.6 내지 24.2dB 정도 악화된 상태를 보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2023. 9. 18.경 받은 제2차 특별진찰 결과에 따른 6분법 평균 청력역치는 우측 53dB, 좌측 59dB이다. 당시 원고는 만 78세로, 같은 연령대 남성의 청력역치인 36.8dB보다 16.2 내지 22.2dB 정도 악화된 것이다.

위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서 본 한국인의 70대 평균 청력역치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원고는 위 세 시점 모두 같은 연령대의 평균 청력보다 상당히 악화된 상태임이 분명하다.

이와 같이 원고는 만 70세인 2015년경에도 토목공으로 계속 소음 작업에 노출되어 있었고, 이미 그 당시 소음에 노출되지 않은 동 연령대보다 청력역치가 악화된 상태였다. 2017. 12.경 소음 노출 작업을 중단한 이후에도 소음 노출 과거력이 없는 동연령대보다 계속적으로 청력역치가 악화된 양상을 보인다. 이 법원의 E이비인후과의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청력 노화의 일반적 진행속도는 5년에 1.88dB 정도 저하인데, 원고의 청력 저하 속도는 약 2.6년에 5dB 정도에 이른다. 이와 같은 원고의 업무상 소음 노출과 이 사건 상병 진단 사이의 시간적 밀접성과 그 청력 악화의 정도 등을 종합해보면, 원고에 대하여는 난청의 원인을 노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이 중첩되었을 가능성 혹은 노인성 난청이 기존의 소음 노출로 인하여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5)

피고는 소음성 난청의 경우에는 저음역대보다 고음역, 특히 4,000Hz 영역에서 청력손실이 심하게 나타나는 이른바 C5 dip(notching의 일종)이 나타나는데, 원고의 청력 패턴에서는 C5 dip이 관찰되지 않고 8,000Hz 영역에서 청력손실이 악화되는 '고음역 하강형'이라는 노인성 난청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의 제2차 특별진찰 결과에 따르면 원고의 청력도는 고음역 하강형 형태임이 확인되므로, 소음성 난청의 전형적인 양상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고주파수 청력역치가 증가하는 노인성 난청이 복합된 70세 이상 인구집단의 청력도에서는 소음성 난청 특성이 나타나기 어렵다'는 의학적 보고가 있고,<3>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이 혼재될 경우 순수한 소음성 난청의 청력손실 패턴이 발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학적 소견도 적지 않다.<4> 따라서 원고의 나이와 작업경력 등에 비추어 볼 때, 청력상태가 전형적인 소음성 난청의 양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와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원고가 E이비인후과에서 난청을 진단받은 2015. 10. 1. 당시 원고는 이미 만 70세였고 제2차 특별진찰 당시에도 만 78세로 노인성 난청이 발생할 수 있는 나이이므로 소음성 난청만의 양상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만 72세인 2017. 12.경까지 계속적으로 공사현장에서 소음에 노출되었으므로 노인성 난청과 상호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이 함께 진행되었거나, 소음 노출이 노인성 난청을 더욱 심하게 악화시켰다)고 보인다. 원고에 대한 주파수별 기도청력역치 변화 형태, 즉 고음역의 하강형 양상은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으므로,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6)

피고의 의뢰로 원고에 대한 업무관련성 특별진찰을 시행한 피고 소속 G의원(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도 2023. 12. 13. 소견서에서 원고의 업무상 소음 노출과 이 사건 상병이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다만, 원고의 소음 노출 수준이 법령상 인정 기준인 85dB을 미충족한다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갑 제39호증).

5.

결론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광섭(재판장) 박연욱 이광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