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이 사건 재심판정의 경위
아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제1호증의 1, 2(을 제1호증의 4와 같다), 갑제10호증의 1, 2, 3(을제5호증의 5, 6, 11과 각각 같다), 을제1호증의 1, 2, 3, 을제2호중, 을제3호증의 1, 을제4호증의 1, 2, 3, 을제5호증의 1, 2, 4 내지 11, 증인 D의 증언에 의하여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 을제3호증의 2, 을제4호증의 3, 을제5호증의 3의 각 기재 및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반증없다.
원고는 1987. 10. 23. 피고참가인 회사(이하 "참가인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줄곧 기능직사원으로 근무하여 오던 중, '소속을 허위로 기재한 명찰을 패용하고 다닐 뿐만아니라 출근카드(ID card ; identification card)를 날인하지 아니하였으며 작업불량으로 제품을 파손하는 등 잘못을 저지르고서도 그때마다 반성문 작성을 거부한데다가 1994. 5. 24.부터 같은 해 6. 14.까지 사이에 그 동안의 사건경위에 관하여 원고의 진술에 따라 사건경위문답서가 작성되었음에도 정당한 이유없이 확인 서명을 거부하여 고의적으로 사실조사를 지연시킴으로써, 취업규칙 제141조 제1호 및 제7호 소정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라는 이유로 1994. 7. 12.자로 원고회사로부터 정직 15일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원고는 곧바로 위 징계처분이 부당징계임을 전제로 근로기준법 제27조의 3, 노동조합법 제40조의 규정에 의하여 경상남도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위 징계처분이 정당하게 행하여졌다는 이유로 1994. 8. 19.자로 원고의 구제신청이 기각되었고, 이에 불복하여 원고는 다시 피고에게 C로 재심판정을 신청하였지만 피고는 마찬가지로 1994. 11. 2.자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참가인회사가 원고의 적극적인 노동조합활동을 혐오한 나머지 원고를 징계할 수 있는 문제거리를 만들었지만 위 각 징계사유 중 ①원고가 명찰을 잘못 패용한 것은 회사측에서 새명찰로 바꾸어 주면 해결될 사소한 문제에 지나지 아니하고 ②출근카드에 날인하지 아니한 것도 단순한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며 ③작업도중 불량품을 발생시킨 것은 미숙년공인 원고로 하여금 빠른 속도로 적재작업을 실시하도록 하여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고 ④작업복바지를 무단절단한 것은 무더운 날씨에 실외작업을 하던중 땀을 많이 흘려 이를 식히기 위하여 낡은 작업복의 일부를 절단한 것이었으며 ⑤ 반성문의 작성을 거부한 것은 사소한 일로 반성문의 제출을 강요하므로 그러한 부당한 처사에 불응한 것이고 ⑥위 사건경위 문답서에 날인을 거부한 것은 그 내용이 감독자들의 편만 들어준 잘못된 것이었기 때문에 날인을 거부한 것이므로, 모두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들임에도 이를 이유로 원고를 정직 15일에 처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정당한 이유없이 행하여진 것이고, 따라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징계사유별 판단
그러므로 참가인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징계사유로 삼은 각 사안에 관하여 먼저 그 경위 및 취업규칙상 위 각 징계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성실근무의무 위반의 점
앞서 믿은 증거들과 증인 E, D의 각 증언에 변론에 전취지를 더하여 보면, 원고는 입사이래 1994. 1. 31.까지는 참가인회사의 전자관공장 배기 1계 배기반에서 근무하다가 1994. 2. 1.부터 같은 계 검사반으로 전보되었는데도 담당반장이 원고가 소속부서를 "배기7실"로 기재된 원형명찰을 패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수차 그 시정을 지시하였음에도 같은 해 2. 17.까지 위와 같이 잘못된 명찰을 계속하여 패용한 사실, 원고는 1994. 3. 11.부터 그 근무형태가 3부제 3교대에서 주간에만 근무하는 단부제로 전환되었으므로 출근할 때마다 출근카드에 날인을 하여야 함에도 같은 해 3. 21.부터 같은 해 4. 8.까지 출근카드에 전혀 날인하지 아니한 사실, 또한 원고는 같은 해 2. 17.부터 같은 해 3. 5. 사이에 앞에 있는 작업자가 검사를 마친 부라운관을 적재하는 작업을 하던 중 브라운관을 함부로 다루어 그 넥(neck, 잘록한 부분) 5본을 파손한 사실, 참가인회사의 취업규칙 제141조 제1호는 징계사유의 하나로. '회사에 대한 신의성실원칙 의무를 위반한 때'를 들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없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상사의 지시를 어겨가며 그 소속이 잘못 표시된 명찰을 패용한 것이나 출근카드에 날인하지 아니한 것 및 검사를 마친 부라운관을 단순히 적재하는 작업을 함에 있어 그 중요부위인 넥을 여러개 파손시킨 것들은 모두 회사에 대하여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근무하여야 할 근로자로서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 취업규칙 제141조 제1호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복무질서 등을 문란하게 한 점
앞서 믿은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는 1994. 6. 13. 10:00경 자동화공정업무와 관련하여 철거시킨 구시설물을 실외로 내놓고 이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던 중 참가인 회사가 지급한 근무복 하의를 임의로 절단하여 반바지로 만들어 착용하였고 이를 발견한 담당반장이 즉시 바꾸어 입도록 지시하였음에도 한참동안 이에 불응한 사실, 참가인회사의 취업규칙 제141조 제7호는 징계사유로 '회사의 복무규정에 위반하여 복무질서 또는 풍기를 문란케 한 때'를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없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원고가 참가인회사로부터 근무시간중 착용하도록 지급받은 정규의 작업복바지를 임의로 절단하여 반바지로 만들어 입은 행위는 설사 더위를 식히기 위하여 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작업복이 신체의 각 부분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 반바지는 직장생활에서 일반화되어 있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복무질서 또는 풍기를 문란케 한 행위로서 위 취업규칙 제141조 제7호 소정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반성문 작성 거부의 점 및 사건경위 문답서에 서명을 거부한 점
나아가 참가인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징계사유로 삼은 것들 중 반성문 작성을 거부한 점이나 사건경위 문답서에 서명을 거부한 점도 적법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기로 한다.
앞서 믿은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는 위와 같이 여러차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잘 못을 저질렀고 그때마다 회사측에서는 반성문의 작성을 지시하였음에도 끝내 그 지시에 응하지 아니한 사실, 또한 회사측에서는 원고가 범한 잘못들과 그 경위에 관하여 1994. 5. 24.부터 같은 해 6. 14.까지 사이에 8차에 걸쳐 원고와의 문답을 통하여 사건경위문답서를 작성하고 그에 서명할 것을 원고에게 요구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거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양심의 자유를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양심이라 함은 세계관·인생관·주의·신조 등은 물론, 이에 이르지 아니하여도 보다 널리 개인의 인격형성에 관계되는 내심에 있어서의 가치적·윤리적 판단도 포함된다고 볼 것이다. 그러므로 양심의 자유에는 널리 사물의 시시비비나 선악과 같은 윤리적 판단에 국가는 물론 개인이나 집단도 개입하여서는 안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국가권력이나 개인 혹은 집단의 힘에 의하여 이와 같은 윤리적 판단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않는 자유 즉 윤리적 판단사항에 관하여 침묵할 자유까지를 포괄한다고 볼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잘못을 저지른 근로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어겼을 때에 반성문을 작성하지 아니한 행위 그 자체를 징계사유로 삼는다는 것은 사용자가 가지는 징계권에 기하여 근로자의 윤리적 판단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하는 결과가 되어 해당 근로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임의로 제출된 반성문을 징계의 양정에 있어서 참작사유로 삼는 것은 별론으로 하되 해당 근로자가 반성문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자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고 볼 것이다. 다음 사건경위문답서에 서명을 거부한 점에 관하여 보건대, 위 사건경위문답서는 그 전체적 취지로 미루어 볼 때 참가인회사가 징계혐의가 있는 근로자와 문답절차를 통하여 사건의 전말을 조사한 다음 그 문답내용을 문서화하는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한편으로는 해당 근로자를 조사의 대상으로 삼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자료가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해당 근로자로 하여금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측면도 아울러 가진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정리된 문답서내용에 불만을 품고 그에 서명할 것을 거부하였다고 할지라도, 그 서명을 강요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이상, 이를 가지고 징계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징계의 정당성에 관한 판단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반성문을 작성하지 아니한 것이나 사건경위문답서에 서명하지 아니한 것이 그 자체로 징계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원고는 이미 작업복하의를 절단하여 착용하는 등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여러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그 잘못을 반성하기는 커녕 계속하여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를 정직 15일에 처한 위 징계처분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결론
그렇다면,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위 징계처분을 정당한 것으로 보고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한 피고의 이 사건 재심판정은 그 이유에 있어서는 다소 미흡한 점이 있으나 결론에 있어서는 적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없어 이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5. 11. 21.
판사 권성(재판장) 곽종훈 김형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