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1998. 12. 29. 선고 96구54644 판결

판결요지

단체협약 제20조는 사용자가 고유권한인 인사처분을 함에 있어 노동조합에 의견제시 기회를 주어 부당한 인사권 행사를 제한하자는 취지로 해석하여야 하므로, 노동조합의 인사에 대한 사전합의권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합리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며, 사용자와 피용자에 대한 징계권 행사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데, 이 사건에 있어 노조측 징계위원들은 세차례에 걸쳐 징계위원회에 불참하였으므로 이는 인사에 대한 사전합의권을 포기 또는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사전합의 없이 한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는 적법하다고 인정되고, 참가인이 정당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고 원고를 징계해고 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 사건 / 1998.12.29 선고 서울고법 제10특별부 97구54644 부당해고등구제재심 판정취소

* 원고 / 이승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산, 담당변호사 김칠준, 노정희,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이명숙

* 피고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소송수행자 노태근

* 보조참가인 / 한국후꼬꾸 주식회사, 공동대표이사 권순묵, 마찌다 미노도,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봉구

* 변론종결 / 1998.10.22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1997.12.13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97부해175 및 97부노54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 유]

Ⅰ. 이 사건 재심판정의 경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갑 제2호증의 3, 을 제1, 2, 8호증, 을 제9호증의 1·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1.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자동차용 부품의 제조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원고는 1989.8.22 참가인 회사에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하여 근무하여 왔다.

2.

참가인은 1996.5.27 그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단체교섭기간 중의 파업기간에 대하여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위 파업기간 중 제품의 결함 방지를 위해 근무했던 서종국 등 17명에 대하여는 파업기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였다. 한편 1996.7.5에는 참가인 회사 관리차장인 이진규와 대리인 최우석이 노동조합 사무실에 들어갔다가 노조원들에게 발각된 사건이 있었다. 또한 참가인 회사는 1996.7월경 생산성 향상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팀장을 9인에서 12인으로 증원하는 계획을 세웠고, 같은 해 8.14 위 계획대로 팀장을 증원하였다.

3.

이에 참가인 회사의 노동조합은 ① 위 서종국 등 17명에 대한 파업기간 중의 임금 공제, ② 참가인 회사 관리직원의 노조 사무실 무단침입에 대한 사장의 공개사과, ③ 조직개편과 팀장 증원계획의 철회를 요구하였으나, 참가인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자 원고를 비롯한 조합원 150여명은 1996.8.17부터 같은 해 9.20까지 사이에 관례적으로 1일 2시간씩 해오던 잔업을 거부하였고, 원고 등 조합원 30여명은 1996.8.21 참가인의 사무실에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참가인의 신입사원 채용업무를 방해하였다.

또한 원고는 1996.8.22 경 참가인 공장 안에 조합원들의 집회 및 농성을 위한 대형천막 1개를 설치하고, 같은 달 26일 조합원들에게 단결투쟁이라고 쓰여진 붉은 색 머리띠를 배포하여 착용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원고 등 조합원들은 1996.8.22부터 같은 해 9.23까지 사이에 작업현장과 기계 등에 각종 구호가 적힌 대·소자보를 부착하였으며, 1996.9.13과 같은 해 11.8 및 같은 달 20일 안산역에서 집회를 열고 참가인을 비방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배부하였다. 한편 원고는 1996.9.18 15:40경부터 17:00경까지, 같은 달 23일 및 1997.1.28과 29일 상급자의 작업지시를 어기고 작업을 하지 않았으며, 1996.12.29부터 1997.1.5까지, 그리고 1997.1.7부터 같은 달 21일까지 무단 결근하였다.

4.

참가인은 1996.9월 이후 원고에 대하여 업무방해 및 근태불량 등의 사유로 수회 경고장을 발부하다가 감봉 처분을 하였으나, 원고가 위와 같이 쟁의행위를 계속하자 1996.2.12 업무방해·지시불복종·명예훼손·본관 사무실 무단침입·무단결근 등을 사유로 원고를 징계해고하였다.

5.

이에 대해 원고는, 참가인이 노동조합 활동을 막기 위해 원고 등 조합원들을 불법감금하고 노동법 날치기 통과에 대한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포에 따른 파업 참가를 무단결근으로 처리하는 등 원고의 노동조합 활동을 혐오하여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그 신청이 기각되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1997.11.19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이하 `이 사건 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Ⅱ. 이 사건 판정의 적법 여부

1.

원고의 주장

(1)

참가인은 다음과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

①

참가인은 1996.5.27 파업기간 중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합의하고도 일부 조합원에게만 파업기간 중의 임금을 지급하여 노사간의 합의사항을 위반하였는데, 이는 조합원을 분열시키기 위한 행위이다.

②

참가인은 1996.7.5 그 소속 관리부 직원으로 하여금 노동조합 사무실에 무단침입하도록 하였다.

③

참가인은 노동조합과 정상적인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팀장을 9명에서 12명으로 증원하였는데, 팀장의 증원으로 근로자들의 노동강도와 노동통제가 강화되었다.

(2)

원고 등 조합원들은 참가인의 이러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단체교섭을 통해 해결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참가인은 이를 거부한 채 용역업체 직원들을 동원하여 조합원들을 폭행·감금하고, 노동조합의 참여 없이 일방적으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하여 원고를 징계해고하였다.

(3)

참가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한 피고의 이 사건 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2.

인정되는 사실

위에 인용한 증거들과 갑 제1호증의 3, 갑 제2호증의 1, 을 제3, 4호증의 각 7, 을 제5호증의 1·7·8·14 내지 16·22 내지 24·30 내지 33·39, 을 제6호증의 1 내지 3·9 내지 12·18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아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1)

참가인 회사의 단체협약에 따르면, ① 조합원의 승진 및 승급의 인사권은 회사측에 있고, 조합원의 해고·징계·라인이동·휴직·상벌·기타의 인사에 대해서는 사전에 조합과 합의함을 원칙으로 하고(제20조), ② 조합원이 ⅰ) 품행이 불량하고 회사 내의 풍기질서를 문란하게 한 때, ⅱ) 출근 사항이 불량하고 근무상태가 불성실할 때, ⅲ) 고의로 업무능률을 향상치 않고 업무수행을 방해한 때, ⅳ) 정당한 이유 없이 수차에 무단결근을 할 때, ⅴ) 회사의 명예 또는 신용을 손상할 때, ⅵ) 업무상의 지시 명령을 불복종할 때 등에는 징계할 수 있는데(제25조), ③ 징계의 종류로는 견책·감봉·정직·해고·징계해고가 있고, 징계를 신중히 결정하기 위하여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고 해당자에게 소명기회를 주되, 징계위원회 구성은 노사 쌍방간에 3인으로 구성하도록(제25조) 되어 있다.

(2)

참가인은 원고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1997.2.3 14:00에 개최하기로 하고 1997.1.30 노동조합에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와 징계위원회 개최일시 및 장소, 그리고 노조측 징계위원 3인을 선정하여 참석하게 하라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고, 같은 달 31일 원고에게도 징계사유와 징계위원회 일시 및 장소 등을 통지하였다. 그러나 원고와 노조측 징계위원들은 위 징계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1997.2.4 개최된 제2차 징계위원회에도 불참하였다. 이에 참가인은 1997.2.6 개최된 제3차 징계위원회에서 사용자측 징계위원들만으로 원고에 대한 징계해고를 의결하였다.

원고와 노동조합은 위 징계해고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고, 참가인은 1997.2.21 원고와 노조측 징계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재심을 열어 원고로부터 진술을 듣는 등 소명의 기회를 주었다. 그런데 위 재심에서도 원고에 대하여 다시 징계해고가 의결되었다.

3.

판단

(1)

부당노동행위의 성립 여부

①

참가인이 파업 기간 동안 제품의 결함 방지를 위해 근무했던 서종국 등 17명에 대하여 그 기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한 것은 참가인과 노동조합이 합의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참가인의 이러한 조치가 파업에 참여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다른 근로자들과 부당한 차별대우라고도 볼 수 없으며, 참가인이 조합원을 분열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위와 같이 임금을 지급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참가인의 위 임금 지급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라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②

또한 참가인 회사의 관리차장인 이진규와 대리인 최우석이 노동조합 사무실에 들어간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에 대해 참가인은 위 이진규 등이 통상적인 야간 순찰근무 중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이상유무만을 확인하고 나왔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참가인 회사의 관리직원이 노동조합 사무실에 조합측의 승낙 없이 들어간 사실만으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위 이진규 등이 참가인의 지시에 따라 노동조합 사무실에 무단 침입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 증거도 없다. 따라서 참가인 회사의 관리부 직원들이 노동조합 사무실에 무단 침입하여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는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③

한편 참가인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팀장을 9인에서 12인으로 증원한 사실 역시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인사권이나 생산성 제고를 위한 조직개편권 등은 원래 사용자인 참가인의 고유권한이므로, 인사에 대해 조합과의 합의를 원칙으로 한다는 단체협약 제20조의 규정은 사용자가 인사처분을 함에 있어 노동조합에 의견 제시 기회를 주어 사용자의 부당한 인사권 행사를 제한하자는 취지로 해석하여야 하고, 모든 인사나 조직 개편에 관하여 노동조합과 사전에 합의하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

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이 사건에 있어서도 위에 든 증거들에 의하면, 참가인은 수차에 걸쳐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조직개편안 및 팀장 증원 계획안을 설명하고 협의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참가인의 위 조직개편 및 팀장 증원행위가 단체협약 제20조에 위반된다거나 부당노동행위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이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하는 원고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2)

부당해고 여부

①

징계절차의 적법성 여부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은 단체협약에 정해진 징계절차에 따라 원고를 징계해고하였음이 인정된다. 다만 참가인이 단체협약 제20조의 규정에 따른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거친 바는 없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단체협약 제20조는 사용자가 고유권한인 인사처분을 함에 있어 노동조합에 의견 제시 기회를 주어 부당한 인사권 행사를 제한하자는 취지로 해석하여야 하므로, 노동조합의 인사에 대한 사전합의권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합리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며, 사용자의 피용자에 대한 징계권 행사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데, 이 사건에 있어 앞서 본 바와 같이 노조측 징계위원들은 세차례에 걸쳐 징계위원회에 불참하였으므로 이는 인사에 대한 사전합의권을 포기 또는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사전합의 없이 한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는 적법하다고 인정되고, 참가인이 정당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고 원고를 징계해고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②

징계의 정당성 유무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집단적 잔업 거부, 신입사원 면접 방해, 상급자의 업무지시 불복종, 불법게시물 부착, 작업시간 중 작업장 이탈, 참가인을 비방하는 내용의 유인물 배포, 20여일에 걸친 무단결근 등의 행위를 하였고, 이러한 행위가 단체협약에 정해진 징계사유에 해당함은 명백하다. 그런데 원고의 위 각 행위의 동기와 수단 및 방법, 그리고 그 결과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사회 통념상 참가인에게 원고와의 근로계약관계를 지속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될 정도의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므로, 참가인이 원고를 징계해고한 것은 정당하다.

(3)

소결론

그렇다면 원고가 주장하는 참가인의 부당노동행위는 인정되지 않고,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인정되므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한 피고의 이 사건 판정은 정당하고, 달리 이 사건 판정이 위법하다고 인정할 만한 다른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Ⅲ. 결론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판정이 위법함을 전제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욱(재판장), 강일원, 유철환 ♧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