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1998. 5. 6. 선고 98나750 판결

주문

1.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들의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먼저 본안전 항변에 관하여 본다.

원고들이, 피고가 1993. 9. 30.자로 피고회사에서 퇴직한 원고들에게 지급할 퇴직금을 산정함에 있어 근속기간을 원고들이 최초로 입사한 날로부터 기산하여야 함에도 형식상 중간퇴직하였다가 재입사한 것으로 되어 있는 날로부터 기산함으로써, 원고들은 정당한 퇴직금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그 차액에 해당하는 미지급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들이 피고회사에서 퇴직한 직후에 피고와 사이에 위 퇴직으로 인한 어떠한 소송도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반하여 위 퇴직으로 인한 미지급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갑 제1호증의 1, 2, 을 제1, 2, 6호증, 을 제30호증의 1, 2, 을 제31호증의 1, 2, 을 제32호증(다만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은 제외)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D, E, 당심 증인 F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1) 피고회사는 1989년부터 신문제작 공정의 자동화를 추진하여 1993년경 C. T. S.(Computer Typing System)라는 새로운 전산화 인쇄 설비를 완료함에 따라 종전의 채자업무와 조판업무가 불필요하게 되자 1993. 8. 30. 피고회사 노동조합과 위 채자 및 조판 업무를 맡고 있던 공무국 문선부와 정판부 소속 전 사원을 퇴직시키기로 합의하고, 이에 따라 피고회사를 퇴직하게 되는 사원에 대하여 퇴직금 이외에 정년까지 잔여 연수에 따라 차등을 두어 산정한 퇴직가산금과 특별위로금을 각 지급하기로 하되, 그 퇴직 시기는 1993. 9. 30.로 약정한 사실, (2) 원고들은 정판부에서 근무하던중 위 노사간의 합의에 따라 다른 정판부 및 문선부 등의 소속 사원들과 함께 스스로의 의사에 기하여 같은 해 9. 30. 피고회사에서 퇴직한 사실, (3) 피고가 같은 해 10. 13. 원고들에 대한 퇴직금산출근거(갑 제1호증의 1, 2)를 제시하면서 원고들에게 이에 따른 퇴직금 등을 지급하고자 하였으나, 근속년수가 올바로 산정되지 않았다는 원고들의 이의로 그날 지급하지 못한 사실, (4) 원고들은 퇴직금 등을 지급받음에 있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내용의 부동문자로 인쇄된 서약서에 서명날인해 달라는 피고의 요청을 받고 서명날인을 보류한 채 같은 달 21일 서울지방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고 그 다음날인 같은 달 22일 피고로부터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본인은 신문제작 전산화와 관련한 노사합의에 따라 1993. 9. 30.자로 (주)C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함에 있어 노사합의에 의한 퇴직금, 가산금 및 특별위로금 등 근로대가 일체를 지급받은바, 근로관계 종료와 관련하여 추후 여하한 이의제기도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라고 기재된 서약서에 서명날인한 후 피고회사에 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서약서 작성·제출의 취지는, 단지 노사간의 합의에 따라 원고들의 퇴직이 이루어진 데 대하여 향후 다투지 않는다는 정도의 의미를 넘어서, 원고들이 피고와의 근로관계가 종료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법률관계, 특히 퇴직금, 가산금 및 특별위로금 등 근로대가와 관련하여 서약서 제출과 동시에 지급받게 되는 금액 이외의 금액은 일절 청구하지 않겠다는 청구권포기이거나 향후 이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원고들은,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않고 따라서 이에 대한 부제소특약 역시 아무런 효력이 없는바, 피고가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기 전에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였으니 원고들의 서약서 작성·제출은 청구권포기나 부제소특약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나, 퇴직금청구권의 '사전포기'라 함은 근로관계 계속중에 퇴직금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할 것인데, 원고들이 1993. 9. 30. 피고회사에서 퇴직한 이후 피고가 제시하는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서약서를 작성·제출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퇴직금청구권의 사전포기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들은 또한, 원고들이 제출한 서약서는 피고가 미리 부동문자로 내용을 인쇄한 상태에서 조기퇴직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배포하여 일괄적으로 징구한 것이므로 일종의 약관이라 할 것인데 피고는 이 약관의 내용을 근로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바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근로자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내용으로서 공정을 잃은 조항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나, 위 각 서약서를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약관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위 각 서약서가 약관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원고들은 마지막으로, 피고가 근로기준법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퇴직금을 그 기간내에 지급하기를 거부하면서 직장을 잃어 생계의 곤란을 겪고 있는 원고들에게 '서약서를 작성하여야만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여, 원고들은 퇴직금을 곧바로 받기 위하여 할 수 없이 서약서를 작성·제출하였으니, 이는 강요나 기망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고, 피고의 행위가 강요나 기망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서약서의 작성·제출행위가 원고들의 권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착오를 일으켜 이를 행하였으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피고가 원고들이 퇴직한 지 14일째 되는 날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려 한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가 원고들로 하여금 서약서를 작성·제출하도록 강요하거나 기망하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이에 부합하는 듯한 을 제32호증의 일부 기재는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한편 원고들의 위와 같은 착오는 동기의 착오에 지나지 않는다 할 것인데 그 동기를 위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청구권포기 후에 이루어진 것이거나 부제소 특약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본안에 관하여 판단하였으니 이는 부당하므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이 사건 소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8. 5. 6.

판사 정호영(재판장) 최영룡 정영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