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을 각 벌금 2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들이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금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들을 각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원심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1일씩을 위 각 벌금에 대한 노역장유치기간에 각 산입한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법리오해)
피고인들은 주식회사 D 지부 노동조합이 가입한 산업별 연합단체인 E조합(이하 'E조합'라고 한다)의 임원들로서 2003. 10. 6.부터 2003. 10. 9.까지 주식회사 F(이하 'F'이라고 한다)이 입주해 있는 G빌딩 1층 로비에서 E조합 D 지부 노동조합의 다른 조합원들과 함께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위 빌딩 1층 로비의 일정 부분을 점유하고서 항의농성(이하 '이 사건 농성'이라고 한다)을 한 사실은 있으나, 이 사건 농성은 그 목적이 F 내부의 성히롱 사건, 임산부에 대한 음주강요 사건 및 회의내용 공개녹음과 관련된 회사원 협박 사건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것이었고, 이에 이르게 된 경위도 위 조합원들의 거듭된 진상규명 요구를 F 측에서 계속 묵살하기에 최후수단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며, 그 방법도 F이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D 조합원들이 통상적인 농성장소로 사용하는 1층 로비의 극히 일부분만을 점유한 상태에서 평화로운 방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정당한 조합활동 또는 노동쟁의 행위 내지는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정당행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판 단
검사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일부 변경하였으나,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하여도 피고인들은 당초 항소이유에서의 주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먼저 살피기로 한다.
사실관계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주식회사 D 지부 노동조합이 가입한 산업별 연합단체인 E조합의 임원들로서, D 노동조합조합원들이 2003. 10. 6. 13:00경부터 2003. 10. 9. 17:00경까지 F이 입주해 있는 G빌딩 1층 로비 일부를 점거하고 사내 여성 근로자들에 대한 성희롱 사건, 임산부에 대한 음주강요 사건 및 회의내용 공개녹음과 관련된 회사원 협박 사건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 이 사건 농성을 벌임에 있어 이를 지원하면서 참여한 사실, 피고인들이 농성을 벌인 G빌딩은 지상 27층, 지하 7층의 구조인데, 그 중 지하 1층 일부와 지하 2층부터 7층까지는 주차장이고, 1층 로비 일부와 지하 1층 일부, 2층은 상가이며, 3층부터 8층까지는 사무실, 9층부터 27층까지는 오피스텔로 구성되어 있고, F은 위 빌딩의 2층부터 8층까지를 소유하고 있으나 3층과 4층만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다른 업체들이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는 사실(D 노조의 사무실은 F이 사용하고 있는 3층에 위치하고 있다), 위 빌딩의 관리단(대표 H, 이하 '관리단'이라고 한다)은 위 빌딩의 소유자들 및 입주자들로부터 관리위임을 받아 위 빌딩을 관리하고 있는 사실, 피고인들 및 D 조합원들은 많게는 30명, 적게는 5-6명 정도의 규모로 관리단과는 일체의 협의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위 빌딩의 공용부분인 1층 로비 일부를 점거하고 '회사는 성희롱을 사과하고 노조탄압 중단하라.'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을 벽에 부착한 상태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농성을 진행한 사실, 관리단에서는 입주자들로부터 이 사건 농성으로 매출이 떨어진다거나, 방문하는 외국바이어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농성을 막아달라는 항의를 받게 되자 위 2003. 10. 6. 13:00경부터 I노조의 위원장인 J 등 농성자들을 상대로 수차례에 걸쳐 위 빌딩 1층 로비는 공용부분으로서 F만 사용하는 곳이 아니고 다른 입주자들도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이므로 이 사건 농성을 멈추고 빌딩에서 철수해 달라고 구두요청을 하고, 같은 취지로 안내방송까지 한 사실(피고인 C은 퇴거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나 피고인 A, B은 검찰 이래 관리단에서 퇴거요청을 수시로 하였고, 이를 전달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는데다가 수사기록 8면의 사진의 영상, K의 검찰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C도 관리단으로부터 퇴거요청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C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러나 피고인들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관리단의 계속된 퇴거요구에도 불구하고 관리단과 고성을 지르고 몸싸움을 하는 등으로 마찰을 빚어가며 요구에 불응하면서 계속 이 사건 농성을 진행하다가 2003. 10. 9.경에 이르러서야 그 활동방향을 F의 대주주인 L 쪽으로 돌리기로 결의하고 위 빌딩에서 철수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판 단
이 사건 농성은 D 노조가 E조합의 지원을 받아 그 사용자인 F을 상대로 하여 사내 여성 근로자들에 대한 성희롱 사건 및 임산부에 대한 음주강요 사건 등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를 관철할 목적으로 F이 입주해 있는 G빌딩 1층 로비를 점거하고서 현수막을 벽에 부착하고 구호를 외치는 등의 방법으로 4일간 진행된 것으로서, 이 사건 농성의 목적이나 이에 이르게 된 동기, 이 사건 농성의 진행 상황, 사용자 대항성 및 업무 저해성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소정의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먼저, 이 사건 농성 행위가 위 법 소정의 쟁의행위로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핀다.
일반적으로 위 법 소정의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서 정당하기 위해서는 그 주체가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노동조합과 사용자의 교섭과정에서 노사대등의 입장에서 근로조건의 향상 등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어야 하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단체교섭에서 그와 같은 요구에 반대의 의사표시를 하거나 묵살하고 반대하고 있는 것을 분명하게 하고 있을 경우에 개시할 수 있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밟아야 하고,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할 뿐 아니라, 다른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등 그 밖의 헌법상의 요청과 조화되어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200. 12. 26. 선고 200두8906 판결 등).
이 사건 농성에 대하여 보건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0조 제1항에 의하면, D 노조의 쟁의행위에 그 산업별 연합단체인 E조합가 지원 차원에서 관여하는 것은 허용되는 것이므로, D 노조의 조합원이 아닌 피고인들이 이 사건 농성에 참여했다고 하여도 그 주체의 면에서는 정당하다고 할 것이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은 D 조합원들과 함께 F의 사용자측에 대항한 쟁의행위를 하면서 F 이외에 수많은 입주자들이 거주 내지는 입점하고 있는 빌딩의 공유부분인 1층 로비 중 일부를 입주자들로부터의 공동 위임에 따라 위 빌딩의 관리를 맡고 있는 관리단의 사전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점거한 후, 관리단의 정당한 퇴거요청에도 불구하고 이에 불응하며 계속적으로 점거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농성을 하였을 뿐 아니라, 위 빌딩 입주자들의 공용부분인 1층 일부를 때로는 고성을 지르고 몸싸움을 하는 등으로 마찰을 일으키며 4일간이나 계속 점거하여 농성함으로써 F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제3자인 위 빌딩 입주자들의 거주에 대한 사실상의 평온까지도 침해하여 그 농성으로 인하여 건물입주자들에 대하여 끼친 법익 침해의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농성의 목적이나 그 개시의 과정에서 사용자측과의 교섭의 정도, 절차 등의 정당성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그 수단과 방법, 법익침해의 결과 등을 고려하면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가사, 피고인들의 이 사건 농성이 F에 대하여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농성 과정에서 건물입주자들인 제3자의 법익이 침해되고, 그 침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통상의 한도를 넘어 제3자에게 이를 수인할 것을 요구할 수 없는 정도라면, 제3자에 대하여는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이 사건 농성은 어느모로 보나 피고인들의 퇴거불응행위에 대한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는 법령에 의한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농성을 정당한 조합활동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나, 조합활동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그 수단과 방법, 제3자의 권리 침해 등을 고려할 때, 법령에 의한 정당한 조합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또한, 피고인들의 행위가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가를 살피더라도,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은 사정에다가 F이 입점해 있는 3층, 4층 공간에서도 이 사건 농성을 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농성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함을 주장하는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다.
직권 판단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들에 대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 법률위반(야간 · 공동주거침입)죄의 공소사실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야간 · 공동퇴거불응)죄의 공소사실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신청을 하여 당원이 이를 허가하였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