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6. 8. 31. 07:59경 서울 양천구 C 건물(이하 '이 사건 오피스텔'이라고 한다) 지하 2층 주차장에서, 피해자 D(여, 33세)가 차량에 타서 시동을 켜고 운전석 문을 닫으려는 순간 피해자의 뒤에서 갑자기 달려들어 손으로 피해자의 입을 막고 불상의 흉기를 목에 들이댄 채 "조용히 해"라고 말하여 반항을 억압한 다음 재물을 강취하려하였으나 피해자가 차량의 경적을 누르며 몸부림을 치는 등 완강히 반항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왼쪽 턱 부위가 2cm 정도 찢어지게 하는 상해(상세불명의 신체 부위의 열린 상처)를 가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오래 전에 돈을 빌려간 E이 이 사건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는 얘기를 우연히 듣고서 그곳에 가면 E을 만날 수 있을까 하여 사건 발생 이틀 전인 2016. 8. 29.과 같은 달 30. 양일에 걸쳐 이 사건 오피스텔 인근에 위치한 서울 양천구 F 아파트(이하 'F 아파트'라고 한다)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다음 이 사건 오피스텔로 걸어가 그 곳 주차장 출입구 인근 벤치에 앉아 E을 찾았다. 피고인은 사건 발생 당일에도 이 사건 오피스텔을 가기 위해 F 아파트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였으나, 비가 내리고 있어 차량 근처에서 담배만 피우다가 돌아갔을 뿐 이 사건 오피스텔에는 가지 아니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이 사건 오피스텔 지하 2층 주차장에서 피해자를 상대로 위 1항 기재와 같은 강도상해죄를 저지른 사실이 없다.
판단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7261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고양시 덕양구에 거주하는 피고인이 연고도 없는 이 사건 오피스텔 또는 F아파트까지 오게 된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설명이 석연치 않은 점, ② 피해자 차량 옆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에서 촬영된 범인의 모습이 피고인과 상당히 유사한 점, ③ 피고인은 사건 당일 아침 07:23경 F 아파트에 차량을 주차하였는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07:27경 범인과 유사한 차림(범인과 같이 흰색 운동화를 신었다)의 사람이 주차된 피고인 차량 부근에서 F 아파트 103동 방면으로 걸어갔고, 그 직후인 07:30경범인이 G 사거리 횡단보도를 F 아파트 방면에서 H 아파트 방면으로 건너와 이 사건 오피스텔 방면으로 걸어간 점, ④ 범인이 이 사건 범행 후 08:00경 이 사건 오피스텔 방면에서 걸어오다가 도로를 무단 횡단하여 G 사거리 방면으로 도주하였는데, 그 직후인 08:03경 F 아파트 103동 방면에서 범인과 유사한 차림의 사람이 주차된 피고인 차량부근으로 걸어 왔고, 그로부터 몇 분 지나지 않아 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하여 F 아파트를 떠난 점, ⑤ 피해자가 2016. 9. 25. 수사기관에서 행해진 범인식별절차에서 "조용히 해"라고 말한 4명의 목소리를 듣고서 그 중 피고인을 지목하였고, 나아가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3명의 뒷모습을 보고서도 피고인을 지목한 점, ⑥ 심리생리검사 결과통보서에 의하면 사건 당일 지하주차장에서 여성의 입을 막으며 조용히 하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는 피고인의 진술에서 유의미한 생리적 반응이 있는 것으로 나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범행을 저지른 범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은 신빙하기 어려워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거나 그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이 선명하지 아니하여 범인의 얼굴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바, 피고인과 범인의 모습이 유사하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을 범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디지털분석감정 결과에 의하더라도 위 블랙박스 영상의 인물과 피고인 사이에 얼굴이 갸름하고 마른 체형으로 관찰되는 공통점 외에는 비교가능한 특징점이 판독되지 않아 동일 인물인지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CCTV(증거목록 순번 68번) 영상만으로는 사건 당일 07:27경 주차된 피고인의 차량 부근에서 F 아파트 103동 방면으로 걸어간 사람과 08:03경 위 아파트 103동 방면에서 피고인의 차량 부근으로 걸어온 사람이 피고인인지 여부, 나아가 블랙박스에 촬영된 범인과 동일인인지 여부가 정확히 식별되지 않는다.
범행이 일어난 긴박한 순간에 짧게 들은 범인의 목소리를 사건 발생일로부터 25일이 지난 시점에서야 듣고 그 목소리를 선별해 낸다는 것이 쉽지 않고, 피해자도 목소리로는 피고인이 범인임을 확신할 수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해자는 도망가는 범인의 뒷모습만 목격하였을 뿐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한데다가, 범행 직후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하여 '키는 168cm에서 169cm 정도였고, 몸매는 호리호리한 편이며, 상의는 카키색 계통의 무채색이었고, 남색배낭을 매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것에 그쳤으나, 사건 발생일로부터 25일이 지난 2016. 9. 25.에는 '범인의 뒷머리가 생머리로 길어서 뛰어갈 때 머리카락이 찰랑거렸고 머리 윗부분이 평평하고 네모난 모양이었으며, 하의는 기억나지 않으나 다리가 얇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4월이 경과한 2017. 1. 5.에는 '범인은 마르고 호리호리한 체형으로 어깨가 건장한 남자들에 비하여 좁은 편이고 다리가 휘었다. 뒤통수 모양이 네모나고, 귀가 뒤통수에 붙어 얇으면서도 크며, 목덜미의 굵기가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얇아지는 모양이다'라고 증언하는 등 범인의 인상착의에 대한 진술이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어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범인식별절차에서 이루어진 비교대상자군이 피해자가 사전에 묘사한 범인의 체형과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되지도 아니하였다.
피해자가 사건 발생 당일 입은 블라우스에서 불상의 남성 DNA형이 검출되었을 뿐 피고인의 DNA는 검출되지 아니하였으며, 피고인이 체포될 당시 압수된 청바지는 누구나 소지할 수 있는 흔한 의상으로 범인이 사건 당일 착용한 청바지와 동일한 것이라고도 단정하기 어렵다.
심리생리검사 결과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전제요건(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5도130 판결 등 참조)이 모두 충족되었음을 인정할만한 자료가 없다.
피고인은 약 10년 전에 사기죄로 두 차례 처벌받은 전력과 최근에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약식명령을 발령받은 것 이외에 별다른 전과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심형섭(재판장) 김지연 이상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