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3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E, F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의하여 공소를 기각하고, E, F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는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관하여만 사실오인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하였고, 공소가 기각된 부분에 대하여는 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은 그대로 분리·확정되고 위 무죄 부분만이 이 법원에 이심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도 그에 국한된다.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근로자 E, F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인정되고,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그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피고인이 퇴직금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그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위법이 있다.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A는 서울 양천구 R에 있는 주식회사 A영어학원(이하 '이 사건 학원'이라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상시 근로자 170명을 고용하여 외국어학원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2007. 6. 25.부터 2010. 8. 21.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무한 근로자 E의 퇴직금 15,239,130원과 2006. 7. 22.부터 2011. 1. 28.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무한 근로자 F의 퇴직금 23,201,480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E, F이 근로자인지 여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 설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E와 F을 근로자로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위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학원이 중·고등부 강사들에게 학원의 상황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다소 유연한 근무 방식을 허용한 것은 사실이나,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하고 있는 것처럼 중·고등부 강사들이 이 사건 학원에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한 이상 이들은 근로자로 인정되고 개인사업자로 볼 수는 없다.
피고인에게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원심의 판단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운영하는 영어학원의 중·고등부 강사를 채용할 당시 강사들과 사이에 퇴직금은 없고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며 개인사업소득자로 하기로 하였고, E 등도 같은 조건으로 근무하기로 약정하였던 점, ② 피고인은 이들 강사 채용시에 있어 이들의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노무사의 자문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학원 행정실장인 S는 강사위촉계약서 양식 작성시 노무사의 자문을 받았다고 근로감독관 조사 당시 진술하고 있다), ③ E 등을 비롯한 영어학원에 중·고등부에 근무한 강사들은 급여(강의료) 지급방식에 대하여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이 책정한 액수를 수령하며 근무해 온 점, ④ E 등은 근무기간 동안이나 퇴직시는 물론이고 그로부터 2012. 5. 22. 서울지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약 1년이 넘는 기간이 경과하도록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퇴직금 등의 지급을 요구한 적이 없는 점, ⑤ 피고인은 영어학원을 운영하면서 중·고등부 강사들로부터 4대 보험 미가입, 퇴직금 미지급 등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받거나 퇴직금 등의 지급을 요구받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추가로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설령 피고인이 E 등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그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이 사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 따라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은 상시 근로자 170명을 고용하여 이 사건 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사업체의 규모에 비추어 노무 관리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고, 실제로 중·고등부 강사들과 사이에 사용한 강사위촉계약서 양식을 만들면서 노무사의 자문을 받는 등 노무 관리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왔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근로자들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에 대하여 숙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
피고인은 "E, F은 근로자가 아니고 개인사업자이므로 E, F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투면서 E, F에게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위 가.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E, F은 근로자로 인정되므로 피고인이 위와 같이 E, F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툴 만한 근거가 없다. 또한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면서도 단지 개인사업자와 사이에 강사위촉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을 취하였다고 하여 이를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퇴직금 지급의무를 잠탈하려는 행위로 판단될 뿐이다. 피고인이 노무사의 자문을 받아 위 강사위촉계약의 계약서 양식을 작성하였다고 하여도 위와 같은 판단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피고인은 '이 사건 학원을 운영하면서 중·고등부 강사들로부터 퇴직금 지급을 요구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나, 그와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는 위 강사들이 퇴직금 지급에 관하여 법을 잘 알지 못한 것에 기인한 것일 뿐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을 피고인이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피고인이 근로자 E, F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이 퇴직금 지급의무를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