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버스여객 자동차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상시근로자수가 530 여명인 회사이고,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이하 '원고들'이라고 한다}은 별지 목록 기재 '입사일자'에 피고 회사에 입사하였다가 같은 목록 기재 '중간정산일'자에 피고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여 퇴직금 정산을 받은 후, 재입사하여 현재 피고 회사의 운전직 승무원으로 재직 중에 있거나 다시 퇴직을 한 사람들이다.
피고는 매년 임금협상을 통해 정해진 기본급과 수당을 산정하여 원고들에게 각 호봉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여 왔는데, 입사 첫해(근속 1년 미만)에는 1호봉을 적용하고, 그 다음연도부터 3년간(근속 1년 이상 ~ 4년 미만) 2호봉이 적용되며, 이후 3년마다 1호봉씩 승급하는 체계를 유지하였다. 위와 같은 임금체계를 근간으로 구체적으로 적용된 임금기준을 살펴보면, 2014년의 경우(적용기간 2014. 2. 1.부터 2015. 1. 31.까지) 1일 기본급이 1호봉 71,000원, 2호봉 71,584원, 3호봉 72,608원, 4호봉 73,584원, 5 호봉 74,376원 등으로 호봉당 차등을 두고 정해졌고, 그에 따라 기본급에 연동되는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등도 차이가 발생하였다.
원고들은 사직 후 재입사한 때로부터 기존의 근속연수는 고려하지 않고 다시 1호봉을 기준으로 책정된 기본급, 수당을 지급받았고, 퇴직자의 경우 재입사일을 기준으로 한 재직년수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받게 되었다.
한편, 원고들은 각 중간정산을 받을 당시 '상기 본인은 사직을 하여 퇴직금을 정산하고, 귀사에 재입사를 하는 모든 행위가 본인에 의지에 의한 것이기에 이후에 계속근로 및 귀사로부터 지급받는 임금 일체에 대한 어떠한 이의도 제기치 않을 것을 본 각서에 의해서 서약합니다'라는 취지의 각서(이하 '이 사건 각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제1 내지 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및 이 사건의 쟁점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가 2008. 6. 20. 확정급여형 퇴직금제도를 도입하면서 피고 회사가 적립해야 할 퇴직금 적립비용을 절감하기 위하여 호봉이 높은 원고들에게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해고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고 강요하여 어쩔 수 없이 사직서 제출과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게 되었다. 이 사건 각서 또한 동일한 이유에서 작성된 것이므로, 원고들의 사직서 제출 및 퇴직금 중간정산은 무효이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중간정산을 받지 않았더라면 기준이 되었을 호봉에 따른 기본금, 상여금, 수당 및 퇴직금과 실제로 지급받은 기본급 등과의 차액 상당을 추가로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들은 이 사건 각서를 통해 중간정산과 관련된 임금 등의 문제에 대하여 민사소송을 포함한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약정하였는바, 이 사건 소는 위와 같은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부적법하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그들의 자유로운 의사와 선택에 따라 중간정산을 한 것이지, 피고 회사가 이를 강요하거나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의 쟁점
피고는 원고들이 중간정산을 받지 않았다면 그들의 근속여수를 고려하여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었던 기본급, 수당, 퇴직금 등의 계산방법 및 그 액수에 대하여는 다투고 있지 않으므로, 이하에서는 이 사건 소가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부적법한지 여부 및 원고들의 사직서 제출 및 퇴직금 중간정산이 유효한지 여부에 대하여만 판단하기로 한다.
판단
부제소합의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이 사직서 제출 및 중간정산을 하면서 제출한 각서에는 '이후에 계속근로 및 귀사로부터 지급받는 임금 일체에 대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어, 문언의 내용만 놓고 보면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소제기를 포함하여 일체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임금채권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강력한 보호를 받는 것이므로 임금채권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는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 이 사건 각서가 '근로자 본인의 의지에 따라 이 사건 각서를 작성된 것이고, 재입사를 기준으로 임금을 정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정도의 의미를 넘어서 '근로자가 향후 지급받게 될 임금에 대하여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고, 나아가 제소까지 금지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이 사건 각서에서 정한 약정은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부제소합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 사건 소제기가 부적법하다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중간정산의 유효성 여부에 대한 판단
동일한 기업 내에서 근로자가 스스로의 필요나 판단에 따라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사용자에게 사직서 등을 제출하고 이에 따라 당해 기업으로부터 소정 퇴직금을 정산하여 지급받은 경우에는 사직서 등의 제출이 사용자의 일방적인 경영방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거나 단지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어 이로써 당해 근로자와 근로관계는 일단 유효하게 단절되고, 이 경우 근로자가 당해 기업에 종전의 근무경력을 인정받고 곧바로 재입사하여 계속 근무하다가 퇴직하였다고 하더라도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계속근로연수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재입사한 때로부터 기산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9. 6. 선고 95다2993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원고들의 사직서 제출 및 중간정산이 피고의 강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또는 형식적으로 제출된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원고들이 사직 후 다시 곧 재입사하여 피고 회사에서 계속근로를 하고 있거나 계속근로를 하다가 퇴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따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회신결과에 의하면, 피고의 사업장에서 2007. 5. 1.자 32명, 2007. 7. 1.자 23명, 2009. 9. 1.부터 2009. 9. 10. 사이 30명, 2010. 5. 1.자 24명 등 특정시기에 대거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격 취득이 이루어진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각 증거 및 증인 R, S의 증언을 통해 인정되는 다음의 각 점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원고들의 사직서 제출 및 중간정산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거나 회사의 일방적인 강요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특정시기에 20여명 이상 대거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격 취득이 이루어진 사실이 있다고 하여, 그들이 모두 사직 후 재입사한 사람들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거니와, 설사 그들이 모두 일시에 사직하고 재입사한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회사입장에서는 사무처리의 편의를 위하여 중간정산을 원하는 근로자들에게 특정시기까지 중간정산 의사를 밝히도록 하고, 같은 날 일괄하여 중간정산과 재입사처리를 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특정시기에 사직한 사람들이 다수라는 것이 곧바로 회사의 강요나 일정한 경영상의 방침이 있었음을 추단케 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고 재입사한 인원이 10년간 총 175명이라고 밝히고 있고, 앞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제출명령회신결과에 따르더라도 피고 회사의 전 직원 또는 대다수의 직원이 사직서를 작성하고 중간정산을 받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만약 원고들의 주장이 피고 회사가 전체 직원들을 상대로 사직서제출과 중간정산을 강요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라고 한다면, 전체 근로자 수에 비하여 중도사직한 근로자 수가 현저히 적은 점에 비추어 사직원제출과 중간정산에 있어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한편, 원고들의 주장이 피고 회사가 선별적으로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사람들에게 사직서제출과 중간정산을 강요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라고 한다면, 원고들은 피고가 정한 선별기준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하여 주장·입증하였어야 할 것이나, 원고들은 그들에게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심지어 원고들은 중간정산 시점마저도 상이하다). 이와 관련하여, 증인 R는 이 법정에서 피고회사가 근속연수 10년 이상이 된 사람부터 순차적으로 중간정산을 하게 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고 있으나, 그와 같은 증언의 신빙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는 제시된 바 없고, 원고들 중 대다수는 근속연수가 10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간정산을 한 사람들이어서 위 증언을 그대로 신빙하기도 어렵다.
원고들은 중간정산을 통해 근로자들이 퇴직금을 수령할 경우 향후 피고 회사가 적립해야 할 퇴직금 적립비용이 절감되므로 피고 회사가 중간정산을 유도할 동기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반대로 퇴직금 중간정산이 이루어질 경우 한꺼번에 퇴직금 지급조로 자금이 유출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어 정상적인 운영이 이루어지는 회사라도 일시적 자금경색이 일어날 수 있는바, 원고들 주장과 같이 당시 피고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더더욱 근로자들을 강요하면서까지 중간정산을 받도록 유도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위 증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가 교양교육시간에 근로자들에게 중간정산을 권유한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근로자들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 구체적으로 고지된 바 없고 실제로 교양교육을 받은 근로자 전체 또는 대다수가 중간정산을 받은 것도 아니므로, 그러한 권유가 원고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할 만큼 강요된 것이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결론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재향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