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8. 5. 17. 선고 2017가합105846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와 피고의 검침 용역계약 체결

1)

피고는 2011년 5월경 산하 13개 사업본부 중 82개 검침사업소에 관하여 '2011년도 검침용역' 계약 체결을 위한 입찰공고를 하였다. 위 입찰은 참가자들이 제출한 입찰제안서를 토대로 기술능력(80점 만점) 및 입찰가격(20점 만점)을 평가하여 최고득점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개별 협상을 통해 용역계약 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

원고는 입찰에 참가하여 경기 북부, 충북, 부산을 제외한 피고 10개 사업본부우선협장대상자로 선정되었고, 2011. 7. 27. 피고와 합의 내용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성실히 준수한다는 내용의 '11년도 검침용역계약 제안내용 협상 합의서'를 작성한 다음 2011. 8. 1. 각 피고 사업본부에 관한 '용역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계약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2011 검침용역 계약특수조건' 중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3)

피고는 2012년 및 2013년에도 유사한 입찰공고(대상 사업소는 연도별로 겹치지 않음)를 하였고, 원고는 같은 절차를 거쳐 피고와 각 합의서를 작성한 후 '용역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원, 피고가 체결한 용역계약을 모두 통틀어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라 한다). 연도별로 계약 기간 및 원고의 검침 대상 지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4)

이 사건 각 용역계약 관련 합의서와 계약특수조건은 내용이 대부분 비슷하지만 연도별로 일부 조항이 조금씩 다르다. 주요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나.

위탁원들의 퇴직금 관련 소송 및 원고의 퇴직금 지급

1)

원고가 기존 검침사업자로부터 고용을 승계한 검침원들은 정규직(관리직, 사원)과 일종의 계약직인 위탁원들로 구성된다.

2)

피고로부터 전기계기 검침, 요금 징수, 단전 업무를 위탁받았던 한전산업개발 주식회사(이하 '한전산업개발'이라 한다)의 위탁원들은 한전산업개발을 상대로 퇴직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2. 1. 18. 위탁원들의 청구를 대부분 받아들이는 판결을 선고하였다(2011가합5146호, 전체 청구금액 831,562,003원 중 기각 부분 487,363원).

3)

한전산업개발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2013. 2. 22. 단전 업무를 수행하는 위탁원(단전원)에 관하여는 1심과 같이 근로자성을 인정하여 해당 원고들 대한 항소를 기각하였으나, 검침 및 송달 업무를 수행하는 위탁원(검침원 및 송달원)은 한전산업개발의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에 대한 한전산업개발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해당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2012나17105호).

4)

항소심 패소 원고들과 한전산업개발은 위 판결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2014. 11. 13. 한전산업개발의 상고를 기각하는 한편, 검침원 및 송달원 역시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는 판결을 하였다(2013다25484호).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화해권고결정을 하였고, 당사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위 결정이 2015. 3. 27. 확정되었다(2014나55910호, 이하 이를 '관련 퇴직금 소송'이라 한다).

5)

원고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위탁원들은, 원고를 상대로 여러 건의 퇴직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하거나 노동부에 진정을 한 상태였다. 원고는 위 대법원 판결 이후 각 패소 판결, 법원의 화해권고결정 또는 개별 합의에 따라 2016년 및 2017년 위탁 검침원 총 737명에게 퇴직금으로 합계 3,883,252,621원을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11 내지 2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를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0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각 용역계약 체결 당시 정규 직원이 아닌 '위탁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가 관련 퇴직금 소송 대법원 판결에 따라 위탁원들에게 퇴직금으로 3,883,252,621원을 지급하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에게, 위 3,883,252,621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가.

이 사건 각 용역계약 '계약특수조건' 제12조(2013년 계약특수조건은 제15조)는 '법령 또는 정부지시 등으로 인하여 원가 산정에 산입되지 아니한 항목의 추가지출이 발생한 경우 피고가 원고에게 그 금액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가 위탁원들에게 지급한 퇴직금은 원가 산정 당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대법원 판결을 통해 비로소 발생한 비용이므로, 피고는 위 규정에 따라 위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라 한다) 제19조는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공사계약·제조계약·용역계약 또는 그 밖에 국고에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한 다음 물가변동, 설계변경, 그 밖에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인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계약금액을 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제66조 제1항은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법 제19조의 규정에 의하여 공사·제조 등 계약에 있어서 제64조 및 제65조의 규정에 의한 경우 외에 공사기간·운반거리의 변경 등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변경된 내용에 따라 실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이를 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령의 취지가 국가가 부당하게 이윤을 착취하지 않고, 정당한 사유로 대금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경우 이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비록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 종료하였더라도 위 조항에 따라 피고는 원고가 부담한 퇴직금 비용을 보전해 줄 의무가 있다.

다.

원, 피고가 이 사건 각 용역계약 체결 당시 위탁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면 이를 계약금액에 반영하였을 것이다. 피고는 계약당사자의 의사에 관한 보충적 해석 또는 신의칙에 따라 위 비용을 보전해 줄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원, 피고가 위탁원들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전제 하에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지 여부

1)

관련 퇴직금 소송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원, 피고가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따라 위탁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인식하였고,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이 원고 주장의 핵심이다. 그러나 그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은, 2011. 8. 1., 2012. 7. 31., 2013. 2. 1. 각 체결되었는데, 각 계약 체결 시기는 위탁 검침원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던 관련 퇴직금 소송 2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이었다.

나)

오히려 관련 퇴직금 소송에서 1심 법원은 2012. 1. 18. 한전산업개발의 퇴직금 지급의무를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이 사건 각 용역계약 중 2012년 및 2013년 입찰 관련 부분은 위 판결이 선고된 이후 체결되었다.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 피고가 퇴직금 지급의무에 관한 법원의 견해를 신뢰하고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본다면, 위 1심 판결에 따라 위탁원들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전제 하에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

기본적으로 원고 자신이 퇴직금 지급의무를 반영하지 않고 입찰가 등을 정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명부터 부족하다. 원고가 입찰제안서를 제출할 당시 어떤 검토를 거쳐 입찰가를 결정하였는지, 계약 체결 과정에서 피고와 어떤 협의를 거쳐 단가를 산정하였는지 등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2)

한편 원고는 2011년 계약특수조건에는 2012년 및 2013년 계약특수조건과 달리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없으므로 적어도 2011년 체결된 용역계약은 원, 피고가 위탁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인식 없이 체결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기초 사실 가. 4)항에서 본 바와 같이 2011년 계약특수조건에는 퇴직금 지급의무가 기재된 조항은 없지만, 그 사실만으로 원, 피고가 위탁원들에게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전제 하에 용역계약 체결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의 위탁원들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지 피고와 체결한 용역계약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용역계약에 퇴직금 지급의무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음을 전제로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는 점을 곧바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위 사실 외에 원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명이 부족하다.

나)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은 피고가 원고에게 실비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단가를 정하고 검침 호수에 따라 용역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을 제2호증의 각 기재에 따르면, 적어도 피고는 내부적으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검침원 모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전제 하에 이를 반영하여 단가를 결정하였다.

나.

개별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가 주장하는 개별 청구원인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1)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위탁원들에게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전제 하에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원고가 퇴직금을 지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원가산정에 산입되지 아니한 항목'의 추가지출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원고의 퇴직금 지급의무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원래부터 부담하는 것이지 관련 퇴직금 소송 대법원 판결에 따라 '비로소' 또는 '새로'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를 '추가지출'로 보기도 어렵거니와 원고가 위탁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한것을 국가계약법 제19조 및 동법 시행령 제64 내지 66조에서 정한 '물가변동', '설계변동' 및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

3)

국가계약법 제19조와 동법 시행령에 따른 계약 금액조정은 기본적으로 이미 이행을 마친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다11130 판결 참조).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대금을 모두 지급하여 이행을 모두 마쳤다.

4)

앞서 본 바와 같이 적어도 피고는 내부적으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검침원 모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전제 하에 이를 반영하여 단가를 결정하였으므로, 계약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충적으로 해석하더라도 원고가 지급한 퇴직금이 계약금액에 반영된다고 보기 어렵다.

5)

원고는 스스로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한 입찰가로 입찰에 참가한 후 피고와 협상에 따라 계약대금을 결정하고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위 탁원들에게 지급한 퇴직금을 피고가 보전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신의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국현(재판장) 정지원 배인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