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7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9. 14.부터 2019. 7. 2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3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인정사실
원고는 과학기기 도매업, 과학기기 임대업, 무역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피고는 2009. 1. 7. 원고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본부 화학 분야 책임자로 원고에 입사하였고, 2012. 6. 12. 원고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근무하다가 2016. 9. 30.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원고에서 퇴사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피고가 원고 회사를 퇴사할 당시인 2016. 9. 30.경 "SEPARATION AGREEMENT"(사임합의서)라는 명칭의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는 원고를 퇴사한 후 약 6개월이 지난 2017. 4.경 C 주식회사(C, 이하 'C'라 한다)에 입사하였는데, C는 분석기기(과학기자재) 및 관련 부품들의 제조, 물질검사, 측정 및 분석기구 제조 등을 영위하는 업체이다.
[인정근거] 다툼이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17 내지 19호증, 을 제1, 2, 8,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합의서 제13조 제(c)항(이하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이라 한다)은 피고가 원고와 경쟁하는 사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이 사건 합의서 제14조에 따라 제2조 제(b)항에서 정한 103,176,960원을 손해배상으로 원고에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는 원고 퇴사후 경쟁 관계에 있는 C에 입사하여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을 위반하였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 등에 따라 위 손해배상예정액 103,176,96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및 판단
주장의 요지
피고가 2016. 9. 30.경 원고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점, 피고의 경업이 금지되는 지역의 범위, 대상 직종, 금지하는 행위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는 점, 동종업계의 규모가 작아 업계 사이의 이직이 잦은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은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그 효력이 없다. 가사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이 합리적인 범위는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이다.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 등에서 지급하도록 정한 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인바, 피고의 이직으로 원고가 입은 손해가 특별히 없는 점 등을 감안하여 감액되어야 한다.
판단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이 효력이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전직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규정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3. 10. 17.자 2013마1434 결정 참조).
이 사건에서 보건대,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에 의하면 피고가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할 경우 피고가 원고에게 103,176,960원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고, 이러한 약정은 근로자인 피고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위 인정 사실 및 위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이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 등으로서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부분 피고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는 원고에 2009. 1. 7. 입사하여 약 7년 8개월을 근무하면서 그 중 약 4년 3개월을 원고의 경영을 총괄하는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는바, 피고는 이와 같은 근무과정에서 원고의 중요 경영정보, 고객관계 등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었을 것이고, 이와 같은 정보는 원고가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을 통해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은 근로계약의 불이행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 종료 후의 취업에 대한 제한의무 부과 및 그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규정한 것이므로, 근로기준법 제20조의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의 표현이 다소 추상적이지만 경쟁사업자에 대한 취업을 제한하는 조항의 특성상 추상적인 표현은 불가피한 점, 피고는 약 7년 8개월 동안 원고의 고위직으로 근무하였으므로 원고의 경쟁사업자를 쉽게 알 수 있다고 보이는 점, 경업금지기간은 퇴직 후 1년 동안이고(원고의 재직기간에 대비하여 과도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경업금지 대상도 원고의 경쟁사업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인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피고에게 부과된 경업금지의무가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 등에 따라 피고에게 6개월 분의 급여를 지급하였다.
원고의 본사가 비록 해외에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직책이나 연봉 등에 비추어 피고를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는 원고의 이사였던 자로, 원고의 손해배상책임의 부담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언제든지 해임될 수 있다(상법 제567조, 제385조 제1항). 원고가 피고의 임기만료 전에 '정당한 이유" 없이 피고를 해임하였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 또한 피고는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합의서 작성을 강요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그렇게 볼 증거도 부족하다.
피고가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한 경우, 손해배상이나 위반결과의 제거 등 사후적 구제수단만으로 원고에게 가해진 손해가 충분히 전보될 수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감액 주장에 대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이를 감액할 수 있으며 여기서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라고 함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그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다19051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 경업금지조항에서 정한 경업금지 기간 및 범위, 원고와 C에서의 피고의 직위, 피고의 경업금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원고의 손해의 정도(피고의 경업으로 인하여 원고의 매출이 감소하거나 신용이 하락하는 등 직접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별다른 자료가 없다), 피고가 얻은 이익, 원고의 주요 업종,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퇴직 경위 등 앞서 든 각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사정들을 두루 고려하면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액 103,176,960원은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이를 70,000,000원으로 감액한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7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날인 2018. 9. 14.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19. 7. 2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의한 규정이 2019. 5. 21. 개정됨에 따라 2019. 6. 1.부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상의 법정이율이 연 12%로 변경되었으므로, 2019. 7. 24.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만 인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김현곤
각주1) 합의서 원문에는 Section 2(c)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위로금(Ex gratia payment)가 규정된 조항은 Section 2(b)이므로, 이는Section 2(b)의 오기이다.
각주2) 원고와 C가 크로마토그래피 시스템이나 질량분석기와 관련한 업무를 하는 등 원고와 C의 업무가 겹치는 영역이 존재하고 있음은 피고도 인정하고 있다.
각주3) 원고는 피고의 퇴사 후 피고에게 근로소득 명목으로 57,416,973원을 송금하는 등으로 위 돈을 모두 지급했다.
각주4)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각주5)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