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D를 제외한 나머지 9명의 공소사실 기재 사람들은 용역계약을 체결한 프리랜서일 뿐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정한 근로자가 아니므로 위 사람들에게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마포구 B빌딩 1층에 있는 ㈜C의 대표이사로서 상시근로자 8명을 사용하여 소프트웨어개발 공급업을 영위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하고,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5. 10. 1.경부터 2017. 4. 1.경까지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D의 2017. 3월분 임금 2,040,497원, 퇴직금 3,252,968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10명의 임금 합계 48,550,948원 및 퇴직금 3,252,968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두13018 판결 등 참조). 또한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근로자에 대한 위 여러 징표 중 일부 사정이 결여되었거나 다른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1108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D뿐만 아니라 E를 비롯한 공소사실 기재 나머지 9명의 사람들(이하 위 9명의 사람들을 통칭하여 'E 등'이라 한다)도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이 E 등과 체결한 계약서에 의하면, 비록 그 명칭은 '용역계약서'로 되어 있으나, 그 세부적인 내용상 대금은 매월 지급하되 근무일수가 1개월 미만일 경우 일할 계산하여 지급하고, 피고인은 E 등의 업무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E 등은 계약해지를 원할 경우 30일 전 통보로 할 수 있다. 또한 E의 경우는 구체적인 담당업무가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다(도급은 일의 완성이 목적이므로 구체적으로 담당할 업무를 정하여야 하고, 그 특성상 일의 완성 내지 완성율에 따라 대금을 지급하며, 도급인은 수급인이 일은 완성하기 전에는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수급인은 도급인의 파산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일의 완성 전에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E 등은 피고인이 지정한 장소에 출근하여 업무를 수행하였고, 출·퇴근 시간에 대한 관리감독과 업무 수행과정에서의 포괄적인 지시를 받았으며, 정해진 시스템에 따라 업무 내역을 보고하였다. 또한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물건 외에는 피고인이 제공한 장소에 구비되어 있는 장비들을 사용하였고, 자신들의 계산이나 비용부담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아니하였다.
E 등은 임의로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없었고, 피고인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거나 실질적으로 개인 업무를 하는 등으로 겸직을 한 바도 없다.
E는 2017. 7. 21. 피고인을 상대로 이 사건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2017. 11. 23. 승소판결을 받았고, 피고인이 항소하지 아니하여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한편 피고인은 원심에서 E 등 중 일부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체당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정을 유리한 양형자료로 제출하였다.
비록 피고인이 E 등과 체결한 계약서에 E 등에 대한 소득세가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으로 분류되어 원천징수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러한 사정만으로 E 등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양형부당은 원심판결의 선고형이 구체적인 사안의 내용에 비추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운 경우를 말한다.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근로자 10명의 임금과 퇴직금 합계 약 5,200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으로, 미지급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근로자들이 피고인이나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대부분의 돈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근로자의 기본적 생계를 위한 임금과 퇴직금을 미지급한 이 사건 범행의 사안이 가볍지 않은 점, 그럼에도 피고인이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 당심에 이르기까지 체불된 임금과 퇴직금이 완전히 지급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대부분의 근로자들과 합의하지 못한 점, 그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범준(재판장) 권창환 김샛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