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해자 진술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편취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2. 6.경 서울 동대문구 B 소재 피해자 C 운영의 주식회사 D 사무실에서, 피해자에게 "주식회사 E을 인수하는 데 7억 원 정도가 필요한데, 이미 3억 원은 들어가 있고 3억 원 정도만 더 있으면 되니 돈을 빌려 달라. 월 1.5% 이자를 지급하고, 원금은 4개월 후에 변제하겠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오랜 기간 마트를 운영해 오며 누적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사기죄로 수 회 처벌받는 등 이미 부담하는 채무가 다액으로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약정된 기간 내에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2. 7. 10.경 F 명의의 계좌로 G을 통해 빌린 돈 4,000만 원, 2012. 8. 2.경 같은 계좌로 4,000만 원, 2012. 8. 6.경 같은 계좌로 6,000만 원 등 총 1억 4,0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피고인은 2013. 7.경 1)항 기재 피해자의 사무실에서, 피해자에게 "마트 운영자금을 더 빌려 달라. 한꺼번에 갚겠다. 빌려줄 여유가 안 되면 다른 사람한테라도 빌릴 때 연대보증이라도 서 달라.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1)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피해자로 하여금 연대보증을 서게 하더라도 타인으로부터 빌린 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H에 대한 채무 4,000만 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서게 한 후 2014. 5. 23.경 4,000만 원을 대신 변제하게 하여,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하였다.
피고인은 2013. 11.경 서울 구로구 소재 서울남부교도소에서, 피해자에게 편지를 보내 "I로부터 고소당한 별건으로 인해 구속되었다. 석방되면 기존 채무를 포함해서 모두 변제해주겠으니 변호사 비용을 빌려 달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변호사 비용을 빌리더라도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2014. 1. 20.경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변호사 J 명의의 K은행 계좌로 500만 원을 송금하게 하여 이를 편취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각 일시에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와 능력 없이 금전을 차용하여 이를 편취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1) 피해자 C(이하 '고소인'이라고 한다)는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주식회사 E(이하 'E'이라고만 한다) 인수 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 달라고 하여 1억 4천만 원을 빌려 주었는데 당시 피고인은 E을 다시 남한테 팔아서 그 돈으로 위 차용금을 변제하기로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에 반하여 피고인은 피고인의 처 L 명의의 용인시 M 상가건물에 관하여 강제경매개시 결정이 내려지자 그 강제경매를 취하시키기 위하여 고소인에게 위와 같은 사정을 말하고 1억 4천만 원을 차용하였다고 변소한다.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고소인으로부터 1억 4천만 원을 차용한 시점을 전후하여 위 차용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N 법률사무소(위 강제경매신청의 대리인으로 보인다) 명의의 계좌로 송금한 사실, 이후 2012. 9. 26. 위 강제경매신청이 취하된 사실이 인정된다. 즉, 피고인은 고소인으로부터 차용금 1억 4천만 원 전액을 위 강제경매 취하를 위하여 채권변제 등에 지출하였는데, 피고인이 위와 같이 강제경매 취하를 위하여 차용금을 사용할 요량이면서도 고소인에게 금전의 차용 목적을 본래의 용도와 달리 'E의 인수 자금'으로 이야기할 만한 뚜렷한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한편 고소인의 대리인이 작성한 고소장에는 "피고인이 위 차용금을 약정기간 내에 변제하지 못한 후 고소인에게 '정 안되면 O에 있는 P마트를 처분해서라도 갚겠다'고 말하였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는바, 이는 "E 인수 자금 명목으로 금전을 대여하였고 피고인은 처음부터 E을 처분하여 그 돈으로 그 대여금을 변제하기로 했다"는 취지의 고소인의 진술과 상충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E 인수 자금 명목으로 금전을 빌려달라고 하였다는 취지의 고소인의 진술은 선뜻 그대로 믿기 어렵고, 피고인은 차용금을 위 강제경매신청 취하에 사용하였는바,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차용금의 사용용도를 기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오랜 기간 동안 여러 개의 할인마트를 운영하면서 거래관계를 통하여 물품대금, 임금 등 채무가 상당 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이 위와 같이 고소인으로부터 1억 4천만 원을 차용할 당시 그 채무액이 피고인의 자력을 초과하여 채무변제가 현저히 어렵거나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피고인은 고소인으로부터 위 금전차용 당시 처 L 명의로 용인시 기흥구 M에 상가건물을 소유하고 있었고, 강원 횡성군 Q 등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또한 인천 서구 R, 용인시 기흥구 S 등지에서 각 할인마트를 운영하고 있었는바, 위 M 상가건물과 위 횡성군 토지의 가액이 위 각 부동산의 근저당권 채무액을 초과하고 있어 재산적 가치가 어느 정도 있었고(피고인은 위 상가건물은 순 가액이 4억 원, 위 토지는 순 가액이 1억 원 정도였다고 주장한다), 또한 피고인은 당시 운영하고 있던 용인시 기흥구 S, 인천 서구 O, 인천 계양구 R의 각 할인매장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권리금 등도 보유하고 있어 이 또한 상당한 정도의 재산적 가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은 위 O에 있는 매장을 T에게 6억 원에, 위 R 매장을 U에게 2억 5천만 원에 각 매도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인이 위 1억 4천만 원을 차용할 당시 이를 변제할 자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누적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여 사기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것이지만,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피고인에 대한 2014. 9. 25.자 이 법원 2014고합2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판결의 범죄사실은 "피고인이 2012. 4. 7. 피해자 I에게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V마트 신갈점을 매도하면서 구분상가 중 일부만 소유권이 있었음에도 전부를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기망하고 또 위 V마트 신갈점의 일일매출액을 부풀려 위 피해자로부터 매매대금을 편취하였다"는 취지이므로, 피고인이 고소인으로부터 위와 같이 금전을 차용할 당시의 피고인의 자력 유무와는 큰 관련이 없다. 피고인은 위 금전차용 무렵 앞서 본 각 할인마트들을 운영하면서 거래처들로부터 물품대금의 미지급과 관련하여 몇 차례 사기죄로 고소당한바 있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이 인정될 뿐이므로, 이를 근거로 피고인이 금전차용 당시 변제능력이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피고인은 위 금전차용을 전후하여 위 할인마트의 종업원들에게 일부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으나, 미지급된 임금 또는 퇴직금의 액수나 그 내역, 피고인의 고용규모(적어도 총 60명 이상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었다)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일부 임금 미지급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변제자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증인 W, X, T, U의 각 진술 등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4. 7. 4. T에게 위 O에 있는 할인매장을 양도대금 6억 원(임대차보증금 1억 5천만 원, 시설·비품·권리금 4억 5천만 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2015. 1. 31. U에게 위 R 할인매장을 양도대금 2억 5천만 원에 양도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일부 현금을 지급받은 외에는 양도대금으로 지급받았던 수표가 모두 지급거절되는 등의 사유로 양도대금 대부분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 사실이 인정된다. 당시 위 각 할인매장의 영업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피고인이 물품대금 미지급 등 자금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위 할인매장을 실제로 현금화하기 쉽지 않았던 점 등 여러 사정들을 감안해 보더라도, 적어도 위 양도계약이 체결된 각 할인매장이 어느 정도의 재산적 가치가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고, 그 재산적 가치는 고소인에 대한 차용금채무액을 초과하였을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이 고소인에 대한 차용금채무를 변제하지 못한 이후 위와 같이 나름대로의 자구책으로 할인매장들을 매각하여 고소인의 돈을 변제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애초부터 위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과 고소인은 각각 유통업에 종사하면서 약 35년간 알고 지냈으며, 고소인은 이 사건 각 금전대여 이외에도 여러 차례 피고인에게 금전을 대여한바 있고, 피고인은 이 사건 마지막 대여일로부터 3년 이상 경과한 2017. 3. 13.에야 피고인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였는바, 고소인은 나름대로 피고인의 할인마트 운영상황, 재산관계 등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친분관계에 있는 피고인으로부터 금전대여 부탁을 받은 후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인간관계로 인한 신뢰에 터잡아 돈을 빌려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고소인과 H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H으로부터 4,000만 원을 차용할 당시 고소인이 위 차용금채무를 연대보증하였고 이후 피고인이 위 차용금채무를 변제하지 않자 고소인이 H의 요구에 따라 이를 대위변제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과 H은 2013. 7.경 고소인의 소개로 만나 4,000만 원을 차용 및 대여하기로 약정한 후 함께 공증사무실에 가서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공정증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 O에 있는 할인매장에 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1억 5천만 원 중 4천만 원을 위 대여금채무의 담보로 제공하였고, 대여금 채무자를 주식회사 E, 연대보증인을 피고인, 채권자를 H으로 기재하였으며, 피고인과 H이 직접 서명, 날인하였으나 고소인은 연대보증인으로 기재되지 아니하였고 고소인이 서명, 날인한 바도 없다. 위와 같이 공정증서에 고소인이 연대보증인으로 기재되지 아니하였고 고소인은 공정증서 작성 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대여금의 담보로 별도로 제공한 점, 고소인이 연대보증인이 된다는 취지의 어떤 문서도 피고인과 H의 동의하에 작성된 적은 없는 점(고소인은 위 공정증서가 작성, 교부된 후 피고인이 모르는 사이에 위 공정증서에 임의로 자신을 연대보증인으로 기재해 넣었을 뿐이다) 등에 비추어 보면, 위 4,000만 원 금전차용 당시 고소인이 위 차용금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는 취지의 고소인과 H의 진술은 신빙하기 어렵다. 이 점과 관련하여 H은 공정증서는 피고인이 임의대로 작성하였고 자신은 피고인이 차용금을 변제하지 않을 경우 고소인이 대신 변제하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 있었으므로 공정증서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아 잘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H이 피고인과 함께 공증인사무소에 출석하여 직접 공정증서에 서명, 날인을 하였으므로 공정증서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H의 진술대로 고소인이 연대보증을 하기로 약정하였다면 공정증서에 고소인을 연대보증인으로 명확하게 기재하고 고소인으로부터 직접 서명, 날인을 받거나 고소인을 대리하여서라도 서명, 날인을 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위 대여금채무에 대해서 고소인이 연대보증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이 변제기가 경과한 이후에도 위 대여금 4,000만 원을 변제하지 아니하자, H은 당초에 피고인을 소개하여 금전을 대여하도록 한 고소인에게 책임을 추궁한 것으로 보이고, 이에 고소인으로서는 어차피 피고인으로부터 변제받을 다른 대여금채권(1억 4,500만 원)이 있으므로 H의 대여금을 일단 자신이 대위변제하고 그 대위변제금과 기존의 대여금채권을 한꺼번에 피고인으로부터 변제받기 위하여 임의로 H에게 위 대여금채무를 변제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피고인이 변호사 비용 명목으로 고소인으로부터 500만 원을 차용한 것과 관련하여, 고소인으로서는 피고인이 갑자기 구속되자 피고인의 구금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존의 대여금채권의 변제에 상당한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피고인을 구속상태에서 풀려나게 하여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피고인을 위하여 변호사 비용을 대납해 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위 차용 당시 500만 원을 변제할 만한 자력이 없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보석으로 석방된 후 앞서 본 바와 같이 실제로 자기가 운영하던 할인매장을 타인에게 양도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여 그 양도대금으로 고소인에 대한 차용금을 변제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이상, 피고인이 차용 당시부터 위 차용금 500만 원을 변제할 의사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당심의 판단
원심의 판단을 이 사건 기록 및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과 면밀히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이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범준(재판장) 권창환 김샛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