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7. 2. 선고 2019가합116833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3,229,81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3.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는 오산시 C 소재 D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2)

원고는 1994. 3. 1. 피고가 운영하는 D대학교의 의상디자인과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된 후 2013. 4. 1. 패션디자인과 정교수로 승진하였고, 2014. 3. 1.부터 패션디자인 계열 패션디자인비즈니스전공 정교수로 재직하던 중 2018. 2. 28. 명예퇴직한 자이다.

나.

피고의 2014년도 학과 구조개편

1)

피고는 2013. 3.경 D대학교의 학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2014년도 학과 및 학생정원 구조개편 방안을 계획하고, 2014. 3. 1.부터 기존 패션디자인과(교수수 4명, 학생수 80명)와 패션코디네이션과(교수수 2명, 학생수 80명)를 패션디자인계열(총 학생수 120명)로 통합하면서 계열 내 전공으로 패션디자인전공․패션스타일리스트전공․패션디자인비즈니스전공(각 학생수 40명)으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시행하였다(이하 ‘제1차 구조개편’이라 한다).

2)

원고는 2013. 12. 26. 제1차 구조개편에 따른 전공으로 패션디자인전공을 선택하였으나, 패션디자인비즈니스전공으로 배정되었다.

다.

피고의 2016년도 2차 학과 구조개편

피고는 2016. 2. 25. 외부 컨설팅 결과를 기초로, 패션디자인계열 내 패션디자인 전공․패션디자인비즈니스전공의 경쟁력이 부진하므로 폐지하고, 패션스타일리스트전공이 계열 내에서는 경쟁력이 가장 높으므로 뷰티서비스학부 내 ‘패션스타일리스트과’를 개설하는 구조개편 방안을 마련하였고, 2017. 3. 1.부터 이를 시행하였다(이하 ‘제2차 구조개편’이라 한다).

라.

원고의 전과 신청 및 부적합 통보

1)

피고는 2016. 11. 12. 제2차 구조개편에 따른 폐지 대상 학과 소속 교원들에게 전과 신청을 안내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1지망으로 패션스타일리스트과 전과를 지원하였으나 2017. 1. 11. 부적합 통보를 받았다.

2)

원고는 2017. 2. 3. 위 부적합 통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면서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2017. 3. 14. 피고로부터 최종 미통과 결정을 받았고, 2017. 3. 24. 재차 2지망인 E과로 전과 심사를 요청하였으나, 2017. 4. 4. 해당 학과에서 전입반대 의견을 제시하면서 부적합 통보를 받았다.

마.

원고의 명예퇴직신청 및 철회요청 등

1)

피고는 2017. 6. 12. 제2차 구조개편 시행으로 인한 폐과 관련 교원들을 대상으로 신청기간을 2017. 6. 12.부터 2017. 6. 23.까지, 퇴직예정일을 2017. 8. 말일 또는 2018. 2. 말일 중 선택하도록 하여 명예퇴직 및 희망퇴직원 접수를 공지하였다.

2)

원고는 2017. 6. 23. 교무처 담당자의 이메일로 명예퇴직원을 제출하였으나, 2017. 6. 25. 및 2017. 6. 26. 명예퇴직 철회요청서를 제출하여 이를 번복하였다.

3)

원고는 2017. 7. 3. 다시 퇴직예정일을 2018. 2. 28.로 기재한 2017. 6. 23.자 명예퇴직원을 제출하였다(이하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이라 한다).

4)

피고는 총장의 제청 및 2017. 7. 27. 이사회 의결을 거쳐, 2017. 8. 22. 원고를 포함한 명예퇴직 신청자 8명 전부에 대하여 명예퇴직 승인을 하였고, 2017. 8. 28. 원고에게 명예퇴직 승인 사실을 통지하였다.

5)

원고는 2018. 2. 12.경 ‘본인은 명예퇴직 의사가 없고, 폐과교원 신분정리절차에 따라 퇴직을 강요받아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제출된 명예퇴직원은 무효이다’라고 주장하며, 2018. 2. 8.자 명예퇴직 철회요청서를 교무처에 제출하였고, 2018. 2. 14.경 철회요청사유로 명예퇴직수당 관련 부분을 추가한 2018. 2. 8.자 명예퇴직 철회요청서를 재차 제출하였다.

6)

그러나 피고는 2018. 2. 26. 원고에게 ‘교직원 명예퇴직 및 희망퇴직 규정 제8조에 의거 원고가 제출한 명예퇴직신청 및 피고의 결정통지에 이르기까지 이미 명예퇴직에 대한 합의가 성립하여 그 절차가 종료되었으므로 명예퇴직 철회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하였고, 2018. 3. 13. 원고에 대한 명예퇴직수당을 289,486,490원으로 산정하여 그 중 세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지급하였다.

바.

관련 규정

1)

피고의 ‘교직원 명예퇴직 및 희망퇴직 규정’(이하 ‘이 사건 명예퇴직 규정’이라 한다, 갑 제31호증)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2)

피고는 2016. 10. 24. ‘폐과교원에 대한 시행세칙’(이하 ‘이 사건 시행세칙’이라 한다, 갑 제11호증)을 시행하였는데, 그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3.

전과교원: 폐과교원 중에서 유사한 다른 학과로의 소속변경을 희망하는 교원을 말한다.

④

교원인사위원회는 심사요청 접수 후 30일 이내에 심사결과를 총장에게 보고한다.

3)

피고의 ‘보수규정’(갑 제75호증)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5, 9, 11, 12, 13, 14, 17, 19, 20, 21, 23, 29, 30, 31, 33, 35, 36, 37, 76, 7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 3, 4, 16, 2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1)

패션디자인계열 재학생들의 학적이 패션스타일리스트과로 자동 변경된 점, 패션디자인계열 세부 전공과 패션스타일리스트과의 교육과정이 매우 유사한 점, 피고는 폐과된 패션디자인계열의 전공학점을 그대로 인정하여 학위를 수여한 점 등에 비추어 패션디자인계열 및 그 세부 전공은 폐과된 것이 아니라 학과 명칭이 변경된 것에 불과하다.

2)

그럼에도 피고는 패션디자인계열 및 세부 전공이 폐과되는 것처럼 위장하여 원고를 기망하였고, 원고는 이에 속아 명예퇴직신청을 하게 되었으므로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를 이유로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 의사표시를 취소한다.

3)

피고는 2017. 6. 12. 폐과교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신청 접수를 받았는데, 원고는 패션디자인비즈니스전공의 폐지로 인해 명예퇴직신청을 하지 않으면 직권면직이 된다는 착오에 빠져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을 하게 되었고, 이는 피고로부터 유발된 동기의 중대한 착오에 해당하므로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를 이유로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 의사표시를 취소한다.

4)

원고는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2018. 2.경 명예퇴직수당도 받지 못하고 직권면직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과 압박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명예퇴직을 신청하였는바 원고의 이러한 명예퇴직신청은 비진의의사표시에 해당하고, 피고도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은 무효이다.

5)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은 실질적으로 피고의 일방적인 근로관계 종료 의사에 의한 정리해고에 해당하는데, 피고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 없이 명예퇴직 대상자를 임의로 선정하였으므로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6)

피고는 2017. 8. 28. 원고에게 퇴직일자를 통지하였을 뿐 명예퇴직 계약상 중요사항에 해당하는 명예퇴직수당 지급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합의가 없었고 승낙의 통지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원․피고 사이에 유효한 명예퇴직 합의가 성립되지 않았다. 원고가 이 상태에서 2018. 2. 12. 및 2018. 2. 14.자로 피고에게 명예퇴직 철회요청서를 제출하였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 의사는 유효하게 철회되었다. 또한 원고는 피고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사직원을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명예퇴직의 확정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

위장폐과 여부

앞서 든 증거, 갑 제26, 45, 57, 111호증, 을 제6, 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는 제1차 구조개편 이후 패션디자인계열의 세부 전공별로 구분하여 신입생을 모집하였고, 패션디자인계열 내 패션디자인전공․패션스타일리스트전공․패션디자인비즈니스전공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교양 및 1학년 교과는 동일하였으나 2학년에는 각 전공별 특성에 맞춰 교과과정이 분리되어 12개 과목 중 6개 과목만 동일하였는바 위 3개의 전공이 1개의 학과로 통합운영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피고는 제2차 구조개편 과정에서 패션디자인전공과 패션디자인비즈니스전공의 경우 학과 경쟁력 부진을 이유로 폐지하고, 패션스타일리스트전공을 기초로 뷰티서비스학부 내 ‘패션스타일리스트과’를 신설하였는데, 패션스타일리스트과의 경우 계열이 뷰티서비스학부로 변경되었고, 교육과정 구성 역시 기존과는 달라진 점, ③ 피고는 2018년도 초에 폐지 학과 소속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과절차를 안내하였고 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과 신청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며, 패션디자인계열 내 학생들 중 신청에 따라 패션스타일리스트과가 아닌 타 학과로 전과된 학생들도 있었던 점, ④ 2018. 2. 13.자 기준으로 패션디자인계열 소속 재학생은 없었으나 휴학생으로 1학년 17명, 2학년 35명 등 합계 52명이 소속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고, 패션스타일리스트과에 대하여는 재적생 및 휴학생 현황이 별도로 집계되어 있어 패션디자인계열 재학생들의 학적이 패션스타일리스트과로 자동 변경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소속되어 있던 패션디자인비즈니스전공은 폐과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단순히 학과 명칭이 변경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이하 제2차 구조개편에 따른 학과 폐지 결정을 ‘이 사건 폐과 결정’이라 한다).

다.

원고의 명예퇴직신청의 효력

1)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인지 여부

가)

민법 제110조에서 정한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 인정되려면 기망행위가 있어야 하고 표의자가 기망행위로 인하여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나)

그러나 이 사건 폐과 결정이 단순히 학과 명칭 변경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가 원고를 기망한 사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인지 여부

가)

관련 법리

(1)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고, 의사표시의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그 동기를 계약 당시에 상대방에게 표시함으로써 계약의 내용으로 삼은 때에 한하여 이를 이유로 당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다6212 판결 등 참조).

(2)

민법 제109조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하려면 법률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깨닫거나 아니면 실제로 있는 사실을 없는 사실로 잘못 생각하듯이 표의자의 인식과 그 대조사실이 어긋나는 경우라야 하므로, 표의자가 행위를 할 당시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이 미필적임을 알아 그 발생을 예기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표의자의 심리상태에 인식과 그 대조사실의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를 착오로 다룰 수 없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20292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원고는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 당시 원고가 속해 있던 패션디자인비즈니스전공이 실제 폐과되는 줄 알았고, 원고가 명예퇴직신청을 하지 않으면 직권면직이 된다는 착오에 빠져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을 하였으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주장한다.

(2)

그런데 원고가 주장하는 착오의 내용 중 패션디자인비즈니스전공이 폐과되었다는 부분과 관련하여 실제로 이 사건 폐과 결정이 이루어진 점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바, 폐과 여부에 대하여는 원고의 인식과 그 대조사실 사이에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착오가 존재하지 않는다.

(3)

나아가 원고가 명예퇴직신청을 하지 않으면 직권면직이 될 것이라 착오하여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을 하였다는 부분의 경우, 이는 원고가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을 할 당시 장래에 있을 사항을 예견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착오로 다툴 수 없다. (4) 만일 원고가 이 사건 폐과 결정의 위법성을 다투며 명예퇴직신청을 하지 않았고 그 후 피고가 실제로 패션디자인비즈니스전공이 폐과되었음을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면직처분을 하였다면, 이 사건 폐과 결정의 유효 여부, 패션디자인비즈니스전공재학생이 모두 졸업하여 최종적으로 폐과가 이루어진 시기가 언제인지, 면직처분의 근거가 된 이 사건 시행세칙의 유효 여부 등이 문제가 될 여지가 있으나, 원고는 면직처분을 받은 것이 아니라 피고와 명예퇴직 합의에 이른 것에 불과한바, 본건에서 이 사건 폐과 결정이 적법할 절차를 걸쳐 이루어졌는지 여부 등은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원고가 이 사건 폐과 결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을 하게 되었다는 사정은 원고의 내심의 의사에 불과한데 원고가 이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피고 측에게 표시하였다거나 그 동기가 의사표시의 해석상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

(5)

따라서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 의사표시를 취소한다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비진의의사표시로서 무효인지 여부

가)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등 참조).

나)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명예퇴직신청 여부를 고심한 끝에 당시 상황에서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고 사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스스로의 의사에 기하여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을 하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가 진의 아닌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더욱이 피고가 원고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자료도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부당해고로서 무효인지 여부

가)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0528 판결,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다211630 판결 등 참조).

나)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2017. 6. 12. 제2차 구조개편 시행으로 인한 폐과 관련 교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원 접수 공고를 하였고, 원고는 그 당시 경제상황, 명예퇴직 조건, 면직처분의 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심사숙고한 결과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을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가 원고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해악의 고지하는 등 명예퇴직을 강요, 종용하여 원고가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5)

명예퇴직 합의 불성립 내지 원고의 명예퇴직신청 의사가 철회되었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명예퇴직은 근로자가 명예퇴직의 신청(청약)을 하면 사용자가 요건을 심사한 후 이를 승인(승낙)함으로써 합의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고, 이러한 합의가 있은 후에는 당사자 일방이 임의로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으며, 이 합의에 따라 명예퇴직예정일이 도래하면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되고 사용자는 명예퇴직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명예퇴직을 통한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에서 본질적인 부분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특정한 날짜를 기준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한다는 의사의 합치이다.

그런데 원고가 2017. 7. 3. 피고에게 퇴직예정일을 2018. 2. 28.로 명시한 2017. 6. 23.자 명예퇴직원을 제출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가 총장의 제청 및 이사회 의결을 거쳐 2017. 8. 28. 원고에게 명예퇴직 승인 사실을 통지한 사실, 이 사건 명예퇴직 규정 제8조 제2항에서는 ‘명예퇴직 및 희망퇴직 신청을 취소하고자 할 경우에는 명예퇴직 및 희망퇴직 결정통지서를 받기 전까지 서면으로 취소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에 대한 피고의 2017. 8. 28.자 승낙의 의사표시가 원고에게 도달한 시점에서 원고에 대한 근로계약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고 할 것이고(이하 ‘이 사건 명예퇴직 합의’라고 한다), 이 사건 명예퇴직 합의가 성립된 이후 원고가 임의로 한 명예퇴직신청 철회의 의사표시는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2)

원고는 명예퇴직수당 지급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합의가 없었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유효한 명예퇴직 합의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명예퇴직 규정 제6조에서 명예퇴직수당의 지급 기준을 정하면서 별도의 결정이 있을 경우 한시적으로 수당을 가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고, 원고에 대한 2017. 6. 12.자 명예퇴직신청 공고문(을 제3호 증의2)에 의하면 별도의 가산 수당에 대한 안내 없이 근거 규정으로 이 사건 명예퇴직 규정을 적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록 원고가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을 할 당시에 향후 지급받게 될 명예퇴직수당의 세부적인 사항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았더라도, 원고가 2017. 6. 12.자 명예퇴직신청 공고에 따라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을 한 이상, 원고에 대한 명예퇴직수당은 이 사건 명예퇴직 규정 제6조에 따라 정년 잔여기간, 호봉제․연봉제 해당 여부, 봉급금액 등에 따라 산정된다 할 것이므로 당사자 사이에 명예퇴직수당 지급에 관한 의사합치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 만일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한 수당이 내부 규정 등에 따라 적법하게 산정한 금액보다 적은 경우, 원고는 이 사건과 같이 피고를 상대로 그 차액 상당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 것이지, 명예퇴직수당 지급에 관한 의사합치 자체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3)

한편, 사직원 제출은 명예퇴직 합의가 성립된 것을 전제로 피고의 내규규정에 따라 근로자에게 제출의무가 부과된 부수적 절차에 불과하므로 원고의 사직원이 제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 사건 명예퇴직 합의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라.

소결론

위와 같이 이 사건 명예퇴직신청 의사표시의 효력이 없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 부분은 모두 이유 없다.

3.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설령 원고에 대한 명예퇴직의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보수규정 제4조에서 호봉제 교수들의 봉급을 공무원보수규정 봉급표에 따라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고, 매년 부칙에서 1월 1일부터 해당 연도의 공무원보수규정 봉급표의 호봉을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고는 보수규정을 임의로 개정하여 2015년부터는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 봉급표를 매년 3월 1일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는바, 이는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함에도 호봉제 교수들의 동의를 얻은 사실이 없으므로 효력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16. 3.경부터 원고의 퇴직 시점인 2018. 2.경까지 각 당해 연도에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 봉급표에 따라 급여를 재산정하여 미지급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명예퇴직수당 산정의 기초가 되는 2018. 1.경 및 2018. 2.경 급여에 대하여도 2018년도 공무원보수규정 봉급표에 따라 급여를 재산정한 후 미지급된 수당을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보수규정 제4조에서 호봉제 교수에 대한 임금을 공무원보수규정 별표 12에 따라 산정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부터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을 적용할지 여부는 부칙에서 별도로 정해왔으므로 2015년부터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을 3월부터 적용하기로 정하였다고 해서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 즉 ① 피고의 보수규정 제4조 제1항 제1호에서는 교수에 대한 봉급을 ‘공무원보수규정 별표 12에 정하는 바에 의한다’고 정하고 있고, 위 규정 제3조 제1항에서는 ‘제4조 등과 관련하여 공무원보수규정이 변경되면 별도의 개정 절차 없이도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개정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는 점, ② 피고는 보수규정 부칙에서 2014년도까지는 매년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을 해당 연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었으나 2015년부터는 3월 1일부터 적용한다고 기준을 변경한 점, ③ 피고가 그동안 부칙에서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을 매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고 정해옴에 따라 교직원들의 입장에서도 매년 1월 1일부터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이 적용될 것이라는 일종의 기대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 ④ 어느 연도의 공무원보수규정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각 교직원이 지급받는 봉급월액은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의 적용 시점을 뒤로 늦추게 되면 기존 규정에 비해 임금이 삭감되는 결과에 이르는 점, ⑤ 회계연도와 보수규정에서 정하는 교직원의 호봉 승급기준일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공무원보수규정의 적용시점을 3월로 늦춰야 했던 특별한 사유는 없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가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을 2015. 3. 1.부터 적용하도록 한 조치는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그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서 요구하고 있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고, 달리 근로자의 동의가 없음에도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는 정도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볼 사정도 없으므로,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 적용시점을 3월 1일부터로 늦추고 있는 보수규정 각 부칙들은 기존 근로자인 원고에 대하여는 적용될 수 없다.

다.

미지급 임금 및 명예퇴직수당의 산정

1)

미지급 임금

피고는 원고에게 2016. 3.경부터 2018. 2.경까지 기간에 대하여 매년 1월 1일부터 각 당해 연도에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 봉급표에 따라 재산정한 임금에서 기지급한 임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한편, 원고는 2020. 9. 25. 피고로부터 미지급 임금 및 가족수당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명목으로 8,319,570원 지급받았음 자인하면서 나머지 미지급 임금 988,280원만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988,28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당사자 사이에 원고의 임금 산정에 있어 어느 연도의 공무원보수규정 봉급표를 적용할 것인지를 두고 다툼이 있는 것 외에 원고가 주장하는 구체적인 금액산정의 기초가 되는 사실과 계산방식에 대하여는 다툼이 없다, 이하 같다).

2)

미지급 명예퇴직수당

원고에 대한 명예퇴직수당은 원고의 명예퇴직일 직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어야 하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2017. 12.경 임금의 경우 2017. 1. 6. 시행된 공무원보수규정 별표 12를 적용하고, 2018. 1.경 및 2018. 2.경 임금의 경우 2018. 1. 18. 시행된 공무원보수규정 별표 12를 적용하여 이 사건 명예퇴직 규정 제6조에 따라 재산정한 명예퇴직수당 301,728,020원에서 기지급한 명예퇴직수당 289,486,490원을 제외한 나머지 12,241,530원(= 301,728,020원- 289,486,49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3,229,810원(= 미지급 임금 988,280원 + 미지급 명예퇴직수당 12,241,53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명예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다음날인 2018. 3.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기찬(재판장) 황여진 김수현

각주1) 구체적으로 원고는 2018. 2. 12. 및 2018. 2. 13.자 명예퇴직 철회요청서에 의해 이미 유효하게 취소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