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10. 10. 선고 2019고정600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양천구 B건물 C호 소재 D의 대표자로서 상시 근로자 13명을 사용하여 서비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5. 11. 3.부터 2017. 8. 11.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로하다 퇴직한 E의 연차수당 776,400원, 연장근로가산수당 합계 1,730,610원, 야간근로가산수당 합계 1,561,770원, 주휴수당 합계 1,253,275원 총 5,322,055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주장 및 판단

가.

주장

검사는 E이 D(이하 '회사'라고 한다)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한 반면, 피고인은 E이 차량내구성 테스트 용역을 수행한 자로서 근로자가 아니라고 다툰다.

나.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6도732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1)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안정할 수 있다.

가)

업무내용의 지정 여부: 회사는 주식회사 F로부터 개발차 내구주행 업무를 위탁받아 E 등 운전자들로 하여금 F 시험용 승용차를 운행하고 내구성을 평가하게 한바, 문자메시지를 통해 배차일, 주행할 차량, 차량별 배정된 인원(2인 2교대 운행 또는 1인 24시간 운행), 운행모드(시내도로·고속도로·내구로 등 주행코스) 등을 지정하였다.

나)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 여부: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을 따로 두지는 아니하였고, 다만 회사는 단체 채팅방을 통해 운전자들에게 '교통위반으로 범칙금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라, 앞으로 범칙금을 받으면 배차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바 있다.

다)

업무수행과정에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 여부: 주행할 차량과 코스 등을 지정하는 외에 업무수행과정에서 회사가 운전자들에게 주행방법을 지시하거나 그 밖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하지는 아니한다. 회사는 2015~2016년경 '내구일일주행 시험일지'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험용 차량에 GPS를 설치하고자 하였으나 일부 운전자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하였다. 다만 회사는 운전자들에게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내구로 진입 주행 방향 준수, 고속주회로 주행시 차도 변경시 직선로에서 변경 곡선로로 절대 변경 안됨, 조작성 체크시트 점검할 것, 경고 등 점등 시 사진촬영, 주행 특이사항 발생 여부 표기 요망, 신차보안 철저히(내부사진 노출 주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중 운전 요망'등의 주의사항을 문자메시지로 보낸 것으로 보인다.

라)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의 지정 여부: 운전자들은 회사의 지정에 따라 지정된 날짜에 지정된 차량을 운행하고, 별도로 정해진 근무시간이나 근무장소가 있지는 않다.

마)

업무의 대체성 유무: 운전자들이 회사의 허락 없이 다른 운전자로 하여금 업무를 대신하게 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바)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시험용 차량은 F의 것이고, 사용연료, 통행료 등은 회사가 부담하였으며, 차량점검이나 소모품의 교환 등이 필요한 경우 이를 운전자들이 '내구 일일주행 시험 일지'에 작성하면 회사에서 문자메시지를 통해 F의 공장에서 차량점검을 받거나 소모품을 교환하도록 지시하였다. 다만 주행 중 발생하는 범칙금과 사고 등으로 손실이 발생한 경우의 비용 등은 운전자들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사)

보수에 관한 사항: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다. 2016. 10. 1.자로 근로계약서(일용)가 작성되기 전까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은 없었고 운행코스에 따라 책정된 단가에 실주행거리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된 보수가 지급되었다. 근로계약서 작성 이후에는 A, B, C조로 나누어 조별 근무시간과 휴게시간, 시급(6,470원), 일당(A, B조 72,790원, B조 121,313원)을 정하되, 이보다 운행코스에 따라 책정된 단가에 실주행거리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된 보수가 더 높은 경우 더 높은 금액을 임금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한바, 실제로는 종전과 같이 실주행거리에 따른 보수가 임금으로 지급되었고, 합의한 날(배차일)을 근무일로 하므로 기본급이나 고정급은 여전히 없었다. 근로계약서 작성 전에는 사업소득세를, 근로계약서 작성 후에는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 후 보수를 지급하였다.

아)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운전자들은 배차받은 날에 근무하는 것이어서 근무일이 일정하지 않았고, 배차되지 않은 날 다른 사업장에서 근무를 규제하였다고 볼만한 자료는 없다. 다만 E의 배차일, 주행시간 등에 비추어 사실상 다른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자)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회사는 E과 2016. 10. 1.자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E에 대하여 2016. 5. 1.로 소급하여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을 적용하였다.

아)

한편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은 2019. 4. 18. 다른 운전자들이 피고인을 상대로 진정한 사건에서 운전자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근로감독관은, 앞서 본 업무내용 지정은 회사가 F로부터 위탁받은 내용에 따른 것인 점, 운행모드에 관하여 운전자들이 교통흐름을 판단하여 회사에 알리지 않고 주행코스를 선택할 수 있었던 점, 운행거리도 대략적으로 지정된 것이고 이를 준수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제재가 없었던 점, GPS 설치가 운전자들의 반발로 무산되는 등 회사가 운전자들의 업무수행과정을 지휘, 감독할 수단이 없었던 점, 회사가 보낸 주의사항은 F의 요구사항을 주지시킨 것에 불과한 점, 업무의 대체성은 차량 신규 개발차량의 보안문제로 다른 운전자에게 주행을 맡길 수 없도록 한 것인 점 등을 근거로 위와 같이 판단하였다.

2)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E 등 운전자들을 근로자로 볼만한 사정이 일부 있다고는 보이나, 다른 한편 위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회사가 운전자들의 업무수행과정을 지휘·감독할 수 없었고 특히 회사가 이를 위해 시도하였던 GPS의 설치가 운전자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던 점, 위 아)항에서 본 다른 근로자들에 대한 사건에서 이루어진 근로감독관의 조사와 판단 내용 등 이들을 근로자로 보기 어려운 사정도 충분히 있다고 보인다. 이에 비추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E이 근로자였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증명할 증거가 없다.

나아가 위 다), 아)항의 인정사실 등에 비추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도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김영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