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8. 20. 선고 2020가합107873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미국 일리노이주 에반스턴에 본부를 두고 200여 국에 다수의 C을 결성하고 있는 민간 국제봉사단체이다.

나.

원고는 2015. 12. 8.경 피고와의 사이에 2015. 12. 14.부터 피고의 한국지국 지국장(Korea Office Manager)으로 근무하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한국지국 지국장으로 근무하였다.

다.

피고의 2015. 7.경 한국지국 근무 및 절차(Practice & Procedures)는 한국지국 직원의 정년일을 만 65세가 되는 날(Day of 65th Birthday)로 규정하고 있었다. 피고는 2016. 10.경 한국지국의 취업규칙을 제정하면서, 정년을 만 65세에 도달한 날로 규정하였다(위 취업규칙 제54조). 위 취업규칙 제54조는 2017. 7.경 “정년은 대한민국 근로관계 법령과 피고 본부의 규정에 따른다”고 변경되었다가, 2019. 12.경 “정년은 만 65세에 도달한 날로 한다”로 다시 변경되었다(이하 각 취업규칙을 구분하여 일컬을 때에는 제정 내지는 개정 연도를 붙여 칭한다).

라.

원고는 D생이다.

마.

피고 본부 최고인력책임자 E는 2020. 5. 12. 원고에게 원고가 2020. 6. 26.자로 정년퇴임이 된다는 사실을 통지(이하 ‘이 사건 통지’라 한다)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내지 6호증, 을 제2, 8,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징계를 하거나 명예퇴직을 종용하는 등으로 원고의 퇴직을 바라고 있었고, 원고가 이에 반발하자 원고를 배제하기 위하여 갑자기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원고에게만 불리하도록 정년을 설정하였는바, 이는 피고가 원고와의 근로계약 종료를 우회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은 정년을 특정하지 않았고, 근로기간의 종기도 정하지 않은 종신계약이었는데, 원고가 2019년 취업규칙 개정에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개정된 2019년 취업규칙에서 정한 정년 규정은 원고에게 적용되지 않고,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정년의 정함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정년퇴임 사실을 고지한 이 사건 통지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나.

피고의 주장

피고 한국지국의 직원 정년은 원래 만 65세인데, 피고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정년규정이 변경되어 있어 2019년 취업규칙 개정 당시 원래대로 되돌린 것일 뿐 원고를 퇴사시키기 위하여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이 아니다. 이 사건 근로계약 당시 피고 한국지국의 정년은 만 65세였고, 2019년 취업규칙 개정은 한국지국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적법하게 변경되었으므로, 원고에게 적용되는 정년은 2019년 취업규칙에 따라 만 65세이다. 따라서 이 사건 통지는 부당해고라고 볼 수 없다.

3.

판단

가.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5, 16, 1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원고에게 적용될 정년에 관한 사항을 별도로 정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 한국지국의 취업규칙에 의하여 원고의 정년이 정하여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근로계약 당시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계약기간(Employment Contract Period)으로 2015. 12. 14.부터 장래의 결정되지 않은 날까지(This contract will begin 14 December 2015 until an undetermined future date.)로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정년제도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그의 능력이나 의사에 상관없이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제도로서 일반적으로 근로계약기간과는 별도로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고 있고, 위 근로계약서상 근로계약의 종기인 “an undetermined future date”는 문언 그대로 종기를 정하지 않았다는 것으로서 이 사건 근로계약이 기간제 근로계약이 아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는 의미에 불과하다.

2)

이 사건 근로계약은 원고가 근로기준법과 피고 한국지국 근무 및 절차(Rotary International – Korea Office Practice and Procedures)를 준수하는 것으로 정하였다. 피고 한국지국 근무 및 절차는 일반적으로 취업규칙에서 정하는 근로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단순한 업무매뉴얼까지 정하고 있는데, 근로에 관한 사항은 취업규칙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근로계약 당시의 피고 한국지국 근무 및 절차는 만 65세가 되는 날을 정년퇴직일로 정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 당시 원고에게 적용된 정년은 만 65세였다. 이후 피고 한국지국 근무 및 절차는 취업규칙 형식으로 정비되었다.

3)

원고 역시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무렵 자신의 정년이 만 65세인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4)

원고 이전에 피고 한국지국의 지국장이었던 F의 경우 만 65세를 넘어서까지도 한국지국에 근무하였다. 그러나 F는 미국국적자로서 피고의 미국본부에서 한국지국으로 파견한 경우에 해당하여, 피고로부터 여비, 이사 비용, 주택융자금 등의 지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본사 직원을 위한 퇴직연금이 그대로 유지되었는바, 피고와 F 사이의 근로계약은 한국지국이 아닌 미국본사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을 것으로 보여, 한국지국을 근무지로 한 이 사건 근로계약과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나아가 2019년 취업규칙에서 정한 정년 규정(만 65세)이 원고에게도 적용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정년은 피고 한국지국의 근무규정이나 취업규칙에 의하여 정해지는데, 앞서 든 증거들에 을 제1, 6,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원고의 정년은 2019년 취업규칙에 따라 만 65세라고 봄이 타당하다.

1)

2019년 취업규칙은 피고 한국지국의 근로자 16명 중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15명의 동의를 얻어 변경된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2019년 취업규칙의 변경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원고의 정년에 관하여 2019년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개별 약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원고에 대하여도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이 미친다.

2)

피고는 2019. 7.경 한국지국의 2017년 취업규칙에 정년규정이 피고가 인식하고 있는 내용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늦어도 2019. 8.경부터는 피고 한국지국의 취업규칙 개정을 준비하였고, 원고와도 정년규정을 포함하여 취업규칙 개정에 관한 논의를 하였다. 피고는 2017년 취업규칙을 개정함에 있어서 정년규정 외에도 다수의 규정을 함께 개정하였는바, 피고가 원고를 퇴사시킬 목적으로 갑자기 정년규정을 개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피고의 미국본부의 경우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고 있지 않기는 하나 이는 미국국내법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지국 소재지의 국내법상 정년을 정하는 것에 제약이 없는 남아시아지국, 유럽‧아프리카지국(EAO)의 경우에는 정년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한국지국의 경우에도 2017년 취업규칙 개정 이전에는 정년을 만 65세로 정하고 있었다. 피고가 한국지국의 정년제도를 미국본부와 같이 운영하여야 할 만한 사정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피고가 원고를 염두에 두고 취업규칙을 개정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나아가 정년 등과 같은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인한 퇴직처리는 법률상 당연히 발생한 퇴직의 사유 및 시기를 공적으로 확인하여 알려주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할 뿐 근로자의 신분을 상실시키는 ‘해고처분’과 같은 새로운 형성적 행위가 아니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정년은 만 65세로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통지는 해고통지가 아니라 원고에게 정년퇴직일을 알려주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다.

라.

따라서 이 사건 통지가 이 사건 근로계약에 반하는 부당해고라는 원고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기찬(재판장) 황여진 김수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