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사건정보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0고단941
판결선고
2020. 6. 24.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9. 7. 24. 불상의 장소에서 인터넷 구직사이트인 B을 통하여 알게 된 성명불상자(일명 'C')로부터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의 계좌로 입금되는 금원을 인출하여 상품권매장에서 문화상품권을 구매한 다음 문화상품권의 스크래치 부분을 긁어내어 핀번호를 자신에게 전송하면 일당 12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뒤 이를 수락하고 피고인 명의의 D은행 계좌번호(E)를 위 성명불상자에게 알려주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문화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해당 문화상품권을 실물로 전달함이 없이 핀번호만을 전달하는 방식 자체가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아래와 같이 피고인 명의의 D은행 계좌에 위 C과는 다른 피해자 F 명의로 금원이 송금되었고, 또한 D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면서 정상적인 예금 인출인지 확인하기 위하여 1시간이 넘도록 대기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예방 문진표까지 작성한 사실이 있었으므로, 성명불상자로부터 송금받은 금원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성명불상자의 범행을 돕기로 마음먹었다.
성명불상자는 2019. 7. 26. 10:30경 불상의 장소에서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피해자 명의의 계좌가 도용되었으니, 예금 잔액을 모두 다른 계좌로 송금해야 한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해자 명의의 계좌가 도용된 사실은 없었고 성명불상자는 명의 도용을 이유로 피해자의 금원을 편취할 생각이었다.
성명불상자는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9. 7. 26. 12:14경 피고인이 미리 제공한 피고인 명의의 위 D은행 계좌로 720만 원을 송금받고, 피고인은 그 무렵 성명불상자로부터 돈을 인출하라는 지시를 받은 뒤 같은 날 13:55경 서울 강남구 G 소재 D은행 신압구정지점에서 피해자로부터 송금된 720만 원을 인출한 다음 인근에 있는 'H'이라는 상호의 상품권판매점으로 이동하여 720만 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구매한 뒤 해당 문화상품권의 스크래치 부분을 모두 긁어내고 핀번호를 사진 촬영하여 성명불상자에게 카카오톡을 통하여 전달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명불상자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을 하는데 이용할 것을 알면서도 피고인 명의의 계좌로 송금된 금원을 인출하여 문화상품권을 구매한 뒤 해당 핀번호를 위와 같은 방법으로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함으로써 성명불상자의 사기범행을 용이하게 하여 이를 방조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에 대한 검찰피의자신문조서 중 피고인의 일부 진술기재
F의 진술서
메모지, 계좌거래내역(순번 5), 상세거래내역
계좌거래내역(순번 7)
문진표 사본
112 신고사건 처리표
수사보고(D은행 담당자 진술청취)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이 'B'이라는 잡지에 게시된 상품권 구매대행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하고 회사에서 상품권 구매대금으로 보내 준 돈으로 알고서 상품권을 구매하고 핀번호 부분을 성명불상자에게 알려 주었을 뿐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용이하게 방조하려는 범의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관련 법리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행위를 말하므로, 방조범은 정범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이른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하나, 이와 같은 고의는 내심적 사실이므로 피고인이 이를 부정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또한 방조범에 있어서 정범의 고의는 정범에 의하여 실현되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족하다고 할 것이며,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점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한 이상 그 행위가 간접적이거나 직접적이거나를 가리지 않고 이 경우 정범이 누구에 의하여 실행되어지는 가를 확실히 알 필요도 없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653 판결 등 참조).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성명불상자의 이른바 보이스피싱 범행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를 용이하게 하여 방조하였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은 자신에게 일을 시킨 일명 'C'으로부터 주민등록증 및 사업자등록증 사진을 전송받아 확인했음에도 자신의 계좌로 'C'이 아닌 'F' 명의로 입금된 것에 대하여 'C'이 '사장이 돈을 보내 줄 것이다'라고 말을 했기 때문에 'C' 이외의 사람이 돈을 보내줄 것으로 생각했고 F가 보낸 이유에 대하여도 묻지 않았다고 한다(증거기록 제74면). 그러나 'C'이 실제 사장이 아니라면 'C'이 자신에게 아르바이트 일당을 제대로 줄 수 있을지 의심할 수 있음에도 'C'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피고인은 'F' 명의로 입금된 720만 원을 인출하기 위하여 은행에서 1시간 가량을 대기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C'으로부터 '피고인은 공사하는 사람이고 인부들을 부리는 사람인데 공사대금이 들어오면 인부들에게 현금으로 일당을 지급해야 한다. 인부들이 자꾸만 일당을 달라고 하기 때문에 빨리 돈을 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720만 원을 신속하게 인출해 달라'라고 이야기하라는 지시를 받고 은행원에게 그대로 이야기하였다(증거기록 제78면). 이는 상품권 구매대행을 위한 자금이 입금된 것으로 알고 인출하려 하였다는 피고인의 변소와 모순된다(피고인도 이 부분에 관하여 은행직원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하였다. 증거기록 제79면).
피고인은 720만 원을 인출하기 전 은행원에게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인출(송금) 전 꼭 확인하세요'라는 문서에 서명을 하였는데, 위 문진표 중 '모르는 사람이 입금한 돈을 인출/송금해 달라는 전화는 받으셨나요?, ※ 모르는 돈을 전달하거나 통장을 빌려줄 경우 형사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라는 항목의 '⍌ 아니오'에 표시하였다(피고인도 보이스피싱에 대해 묻는 문진표라는 것을 알고 사인한 것이 맞다고 검찰에서 진술하였다. 증거기록 제81면).]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47조 제1항 (징역형 선택)
방조감경
형법 제32조 제2항, 제55조 제1항 제3호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사회봉사명령
형법 제62조의2
양형의 이유
보이스피싱 범죄는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한 조직적·계획적 범행으로서 사회 전반에 중대한 해악을 가져오는 범죄인 점, 피고인은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한 문진표에 서명하고도 자신의 계좌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입금된 돈을 인출하여 보이스피싱 범죄의 실행을 용이하게 한 점, 피고인에게 1998년 사기죄로 벌금형을 받은 외에는 이종범죄인 근로기준법위반죄로 10회 벌금형을 받은 외에 다른 전과가 없는 점, 그 외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변론 및 기록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형을 정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진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