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7. 9. 선고 2020나61094 판결

주문

1.

이 법원에서 추가한 선택적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2. 4.부터 2021. 7. 9.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 중 9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제봉, 미싱 기술이 있는 사람이고, 피고는 시흥시 C 소재 비닐하우스에서 가구수리점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15. 6.부터 2016. 4.까지는 D에서, 2016. 5.부터 2016. 12.까지는 E에서 각 근무하였고, 2017. 1.부터 현재까지는 F에서 근무하고 있다.

다.

원고와 피고는 2015. 9.경부터 2019. 9.경까지 교제하였다.

라.

원고는 위 교제기간 동안 평일 야간시간대와 공휴일에 피고의 가구수리점으로 가서 피고와 함께 지내면서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밥도 같이 해 먹었다.

마.

원고는 2020. 1. 3. 23:00경 피고의 집 근처로 찾아가, 2020. 1. 4. 새벽 무렵 피고로부터 아래와 같은 내용의 각서(이하 ‘이 사건 각서’라 한다)를 작성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6, 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임금 등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로부터 일을 도와주면 급료를 지급하겠다는 제의를 받고 2015. 7. 12.부터 2019. 4. 19.까지 피고의 가구수리점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 원고가 그 당시 피고와 교제 중이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원고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 업계통상 일당 급료기준 적용 시 34,950,000원의 임금이 발생하였다. 또한 원고는 2015. 11. 16.부터 2019. 4. 21.까지 위 가구수리점에서 직접 구입해 온 식재료를 조리하여 피고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였는데, 그 식재료비가 총 4,334,007원에 이른다(별지 청구금액 산정 근거표 참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임금 및 식재료비 정산금의 합계액 39,284,007원(= 34,950,000원 + 4,334,00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갑 제6, 12, 14 내지 16, 20, 2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2015. 4.경부터 2019. 4.경까지 피고의 가구수리점에서 피고의 일을 도와주고 피고에게 식사를 제공하였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기초사실과 앞서 든 각 증거에 을 제1, 7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G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 등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이 체결되고 이에 기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식재료를 공급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원고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①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근로계약서를 포함한 어떠한 문서도 작성된 사실이 없고, 근로계약의 핵심 사항이라 할 수 있는 보수에 대해서도 논의한 사실이 없다.

②

원고가 피고의 가구수리점에서 미싱, 천갈이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고가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③

원고는 2015. 6.부터 2016. 4.까지는 D에서, 2016. 5.부터 2016. 12.까지는 E에서, 2017. 1.부터 현재까지는 F에서 각 근무하면서 퇴근 후 야간시간대 또는 휴무일에 피고의 일을 도왔다는 것이므로, 원고가 사용자가 정한 근무시간에 구속을 받거나 사용자에게 계속적․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④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임금 체불을 이유로 진정을 한 사건에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은 2020. 7. 14.경 원고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에 대하여 불기소(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고 회신하였다.

2)

호의적인 관계를 넘어 원고가 피고로부터 대가를 지급받기로 약정하고 근로를 제공하고 식재료를 지급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①

원고 주장의 근로시간 동안 원고가 통상의 근로자처럼 휴게시간 등을 제외하고 계속 근로를 제공했던 것으로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나 자료가 없다. 원고가 교제기간 동안 평일 야간시간대와 공휴일에 피고의 가구수리점으로 가서 피고와 함께 지내면서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밥도 같이 해 먹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②

원고와 피고는, 2015. 9.경부터 서로를 ‘여보’, ‘당신’이라고 부르고 내연관계에 있는 등으로 약 4년 동안 매우 친밀하게 교제하였다(원고는 피고가 장차 이혼하고 원고와 함께 살 것이라고 말하여 사귀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③

원고는 피고와 교제 중이던 2019. 6.경과 7.경 피고에게 그동안 빌려줬다가 받지 못한 4,875,000원(= 총 가져간 금액 28,445,000원 - 갚은 돈 23,600,000원)을 갚을 것을 문자메시지로 수차례 독촉하였고(갑 제11호증), 이에 따라 피고가 위 4,875,000원(= 2019. 6. 11. 1,000,000원 + 2019. 7. 20. 1,000,000원 + 2019. 7. 23. 2,875,000원)을 원고에게 변제하였다. 그런데 위 미변제 대여금보다 훨씬 큰 금액인 위 임금 및 식재료 정산금의 경우에는 교제 중에는 변제할 것을 독촉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문자메시지 등 객관적인 자료가 확인되지 아니한다), 헤어진 다음인 2019. 12.경에서야 이를 독촉하는 문자메시지 내용이 확인된다. 그런데 원고는 2019. 12. 27.에는 30,000,000원을 요구하였는데, 불과 8일 후인 2020. 1. 4.에는 깎아서 50,000,000원을 받겠다고 하였고, 이 사건에서는 39,284,007원이라고 하는 등 그 금액도 일정하지 않다. 이러한 정황은 임금 등의 대가를 지급받기로 한 것이라는 원고 주장과 배치된다.

④

한편 피고는 원고가 2020. 1. 6. 몰래 녹음한 통화 시에도 ‘니가 나한테 돈달라고 일해 준 것도 아니고’라고 말한 바 있다(갑 제20호증의 3쪽).

3.

약정금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원고가 원․피고가 교제한 2015. 9.부터 2019. 9.경까지 피고의 가구수리점에서 함께 지내면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저녁식사도 제공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에게 그에 상응하는 임금 및 식재료비 상당의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있던 중, 피고는 2020. 1. 4. 원고에게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그리고 이 사건 각서에 기재된 ‘50,000,00만원’은 50,000,000원의 오기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서에 따른 약정금 5,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피고가 2019. 9.경 불륜관계에 있었던 원고에게 헤어지자고 말하자 원고가 그로부터 3-4개월 후인 2020. 1. 3. 23:00경 피고를 찾아와 피고를 피고의 차량에 감금하여 손에 피멍이 들도록 폭행하고,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지 않을 시 피고의 처에게 원․피고 사이의 관계를 폭로하고 자해를 하겠다고 협박하여 피고로서는 어쩔 수 없이 당시의 상황을 일단 모면하고자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한 것이므로, 이 사건 각서의 작성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또는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위와 같은 정황은 피고가 이 사건 각서에 금액을 원고의 요구와 달리 ‘50,000,00만원’이라고 기재하였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나.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1)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다221429 판결 참조).

2)

위 기초사실과 앞서 든 각 증거에 갑 제2, 7 내지 11, 13, 19, 20호증, 을 제6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50,000,00만원’은 5,000,000원을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각서에 기재된 대로 5,000,000원을 변제기인 2020. 2. 3.까지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원고에게 임금 및 식재료 정산금 지급의무가 없는 상태였다.

②

원고는 헤어지고 3∼4개월 지나서인 2019. 12.경 문자메시지로 피고에게 4년 동안 속은 게 억울하다며 3,000만 원 혹은 5,0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독촉하면서, ‘위 돈을 보내지 않으면 짐을 싸서 (피고의 처가 함께 있는) 피고 집에서 같이 살 테니 알아서 하라’고 통보하였다(갑 제11호증의 2019. 12. 27.자 문자메시지). 피고는 계속 돈을 지급하지 않을 태도를 보이며 원고의 연락을 회피하였다.

③

원고는 2020. 1. 3. 23:00경 피고의 집 앞으로 피고를 찾아왔다. 피고는 가족을 피하여 피고의 포터 화물차량 안으로 원고를 데리고 들어갔다. 각서 작성을 요구하는 원고와 각서를 쓰지 않으려는 피고 사이에 서로 실랑이가 있었고, 원․피고 모두 손이 붉게 부어오르는 등의 상처가 생겼다. 피고는 다음날인 2020. 1. 4. 새벽 무렵에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고 원고를 돌려보낸 후 집으로 들어갔다.

④

원고는 이 사건 각서상 금액이 ‘50,000,00만원’으로 되어 있는 것을 알고 피고에게 연락하였고, 피고는 5,000,000원을 2020. 2. 3.까지 지급할 수 있다고 답하였다. 이에 원고는 2020. 1. 13. 위 5,000,000원을 우선 지급하라는 내용증명우편(갑 제2호증)을 발송하였다. 피고는 2020. 1. 6.과 1. 7. 원고와 통화 시 ‘인건비 달라고 한 것 준다고 한 거 아니냐. 기다리면 약속한 대로 지킬 테니 기다려’라고 말하였는데, 이는 원고가 2020. 2. 3.까지 지급을 요구한 위 5,000,000원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임금 등 청구액보다 큰 약정금 청구를 당심에 이르러서야 선택적으로 추가한 것도 원고 스스로 이 사건 각서금액이 5,000,000원에 한하여 유효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일 여지가 있다(원고의 2020. 6. 19.자 참고서면 5쪽).

⑤

이 사건 각서상 금액 ‘50,000,00만원’이 ‘500억 원’이나 ‘5,000억 원’을 의미하지 아니함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원고는 피고에게 수차례 임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각서를 받으려고 하고 있었고, 피고는 임금 지급의무가 없다며 각서를 쓰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그 갈등으로 서로 몸싸움까지 하였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위 ‘50,000,00만원’은 가급적 엄격하게 해석함이 타당하다. 더구나 피고는 임금지급의무가 없는 상황이었고, 처에게 원고와의 불륜사실이 탄로될까봐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원고도 이를 알고 피고 집에서 함께 살겠다면서 압박하고 있었다.

⑥

피고는 2015. 11.경부터 비닐하우스에서 가구수리점을 운영하고 있고, 원고와 교제하던 중에도 원고로부터 수시로 70만 원, 10만 원 등 소액의 금원을 차용하였던바, 피고가 이 사건 각서 작성일인 2020. 1. 4.로부터 불과 한 달 후인 2020. 2. 3.까지 원고에게 5,000만 원을 선뜻 지급할 의사나 경제적 능력이 있었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도 이러한 사정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의 항변에 관한 판단

1)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무효라는 항변

강박에 의한 법률행위가 하자 있는 의사표시로서 취소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무효로 되기 위하여는, 강박의 정도가 단순한 불법적 해악의 고지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도록 하는 정도가 아니고, 의사표시자로 하여금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한 상태에서 의사표시가 이루어져 단지 법률행위의의 외형만이 만들어진 것에 불과한 정도이어야 한다(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2다73708, 73715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갑 제13호증, 을 제6호증의 각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각서가 작성된 2020. 1. 4. 새벽 무렵 피고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폭행을 가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의 처가 원․피고 사이의 불륜관계를 알게 되거나 원고가 실제로 자해를 한다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였다는 것인 점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한 상태에서 이 사건 각서에 의한 의무부담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2)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라는 항변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의사표시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의사표시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의사표시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을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다34475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그 당시 상황을 모면하고자 위 각서를 작성하게 되었다는 것인바, 피고가 이 사건 각서의 기재 내용을 진정으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한 이상 이를 비진의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 설령 이를 비진의 의사표시라고 보더라도 의사표시의 상대방인 원고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서에 의한 의무부담의 의사표시가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무효라는 취지의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서 상의 약정금 5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약정된 지급기일 다음날인 2020. 2. 4.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상당한 이 법원 판결 선고일인 2021. 7. 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임금 등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하고, 이 법원에서 선택적으로 추가한 약정금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이 법원에서 추가한 선택적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성훈(재판장) 최수진 황정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