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C(이하 '이 사건 소외 회사'라 한다)과 D의 원유 플랜트 모듈 건조 작업(이하 '이 사건 건조작업'이라 한다)에 대한 절연 감리업무(이하 '이 사건 절연감리업무'라 한다)를 수행할 전문가를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절연 관련 전문가인 원고와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계약에는 다음과 같은 업무규정(이하 '이 사건 업무규정'이라 한다)이 첨부되어 있다.
원고는 2018. 1. 10.부터 2019. 10. 31.경까지 이 사건 건조작업 현장에서 이 사건 절연감리업무를 수행하면서 근무하였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미합중국 통화 53,813달러와 이에 대하여 2019. 11. 1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인정근거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2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18. 1. 10.부터 2019. 10. 31.까지 피고의 근로자로 근무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근무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금 53,813달러와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⑦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2859 판결,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각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 사건 계약의 내용 및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피고의 지휘·감독
피고가 실제로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정하여 주었다거나 변경하였다고 볼 직접적인 증거는 전혀 없다. 또한 이 사건 계약에 의하면 업무 내용은 '이 사건 소외 회사에 대한 절연 감독 업무'로 되어 있고, 이 사건 업무 규정에 의하면 '업무'는 '파견 기간 중 원고가 수행해야 하는 작업' 또는 '피고와 이 사건 소외 회사가 원고에게 수시로 통보하는 작업'으로 되어 있다. 이를 종합하면, 원고가 수행할 업무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합의에 따라 이 사건 소외 회사에 대한 절연 감독 업무'로 정하여진 것일 뿐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절연감리업무 수행 과정에서 원고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전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업무규정에 의하면 '피고는 업무를 실행하는 방식으로 원고를 감독, 지시 또는 통제하지 않는다(하려하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되어 있거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원고 단독의 책임과 의무 사항이고,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업무 제공에 대한 통제, 지시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또한 이 사건 업무규정상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는 하나, 그 사유들은 단지 원고의 업무수행능력 부족, 계약 위반, 합의된 업무의 불이행 등을 의미할 뿐, 원고가 피고의 지휘, 감독에 따르지 않은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한편, 피고가 이 사건 건조작업현장에서 근무한 점과 이 사건 업무규정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절연감리업무와 관련된 세부적인 업무 내용 지시와 구체적인 지휘, 감독을 이 사건 소외 회사가 하였을 여지는 있으나, 피고가 이를 하였을 것으로는 보기 어렵고, 그렇게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또한 이 사건 업무규정은 이 사건 계약에 첨부된 것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합의된 계약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고, 이 사건 계약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업무규정 역시 그러한 효력을 명시하고 있는바, 그 성질이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업무규정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소외 회사의 규칙 등을 준수하도록 되어 있을 뿐이다. 원고에게 피고의 취업규칙, 복무규정이 적용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근무장소 및 근무시간의 구속성
이 사건에서 이 사건 계약, 이 사건 업무규정 외에 누가 원고에게 이 사건 절연감리업무 수행 과정에서 실제로 근무장소 및 근무시간의 지정, 근태관리 등을 수행한 것인지 알 수 있을 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전혀 없다.
이 사건 계약에 의하면, 이 사건 절연감리업무의 근무지가 '울산 울주군 E 소재 D 또는 파견에 따른 업무가 수행되는 장소로서 고객사 및/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장소'로 정하여져 있었고, 이 사건 업무규정에 의하면, 근무시간은 '1일 최소 7.5시간 또는 고객사에 의하여 합리적으로 요청되고 파견을 위해 요구되는 1일 최대 12시간까지의 시간(이 경우 추가 보수는 없다)을 의미한다'라고 되어 있다. 또한 이 사건 계약과 이 사건 업무 규정에 의하면, 원고는 근무한 날짜에 대한 타임시트를 작성한 후 이 사건 소외 회사로부터 승인을 받아 피고에게 제출하여 그에 따른 보수를 지급받았을 뿐이다. 그리고 이 사건 계약과 이 사건 업무규정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결근, 휴가 등의 경우 이 사건 소외 회사에 이를 알려 줄 의무가 있었을 뿐이다. 피고가 원고의 결근이나 휴가 여부를 허가하거나 관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이 사건 계약이나이 사건 업무규정에 의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에게 근무장소를 지정하였다거나, 근무시간을 정하여 주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원고의 근태관리를 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바, 피고가 원고가 정한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에 구속되었다고 보기도 힘들다. 이 사건 계약에는 원고의 일정한 의무 위반이 계약 해지 사유로 정하여져 있기는 하나, 이는 원고가 이 사건 소외 회사와 사이에 합의된 장소나 업무를 미수행한 것을 사유로 하는 것으로서, 피고가 일방적으로 지정한 일정한 근무장소, 근무시간의 위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등
이 사건에서 원고가 이 사건 절연감리업무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작업 도구 등을 실제로 누가 제공하였는지에 관한 증거는 전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업무 규정에 의하면 원고가 스스로 이 사건 절연감리업무에 필요한 도구, 통신, 안전장비,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계약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절연감리업무 수행에 필요한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현장에 그러한 장비가 없을 경우에만 피고가 이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절연감리업무를 수행하면서, 스스로 비품, 원자재, 작업 도구를 소유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이 사건 업무 규정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와 합의가 이뤄지거나 이 사건 소외 회사의 승인을 얻어서, 업무 수행자를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수 있었고, 업무의 전부나 일부를 제3자에게 외주를 줄 수도 있었다. 그 경우 그 제3자에게는 원고가 대금을 지불하고, 그 제3자의 행위에 대하여는 원고가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었다. 이는 결국 원고가 자기의 계산으로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할 권한도 있었음을 의미한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이 사건 계약, 이 사건 업무규정에 의하면 근무일 1일당 미화 1,000달러(이후 1,025.59달러로 변경)로 보수가 정하여져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계약, 이 사건 업무규정에 의하면 원고는 자신이 근무한 날짜를 타임시트에 기재하고, 실제 수행한 업무에 대한 서면 기록을 피고에게 제출하였어야 했고, 원고가 위와 같은 업무를 실제로 수행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외 회사가 승인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피고는 원고로부터 위와 같은 서류가 제출되면 원고에게 그 근무일에 따른 보수를 제급하였다. 따라서 원고에게 지급된 보수의 성격에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는 있다 하여도,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친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원고의 근로 자체보다는 원고가 수행한 업무 내용에 대한 대가적 성격이 더 크다고 봄이 상당하다.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 및 피고에 대한 전속성
이 사건 계약은 그 기간이 2018. 1. 10.부터 2018. 8. 31.로 정하여졌고, 원고의 작업 내용, 근무지와 근무상대방이 정하여진 한시적인 계약이었다. 위 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의 종료일을 2020. 12. 31.로 변경하는 새로운 합의를 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원고가 근무하여야 하는 이 사건 건조작업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계약의 계약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피고가 별다른 사유 없이 원고와 다시 계약을 체결하고서 원고로 하여금 다른 근무지에서, 다른 근무상대방과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피고에 대한 원고의 근로제공관계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할 만한 증거나 사정은 보이지 않고, 피고가 이 사건 소외 회사와의 계약에 따라 한시적으로 이 사건 건조작업 관련 구인광고를 내어 원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피고는 이 사건 계약 기간이 종료되자 원고에게 계약종료통지를 하였고, 원고와 새로운 근무지, 근무상대방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다. 원고의 피고에 대한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⑥ 그 밖의 사정
피고가 원고에 대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고, 오히려이 사건 계약에 의하면 원고가 소득세를 스스로 신고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였다. 또한 피고가 원고에 대한 고용보험이나 건강보험 등에 가입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피고는 원고를 위하여 사보험인 의료보험을 별도로 가입하여 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고는 피고가 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면서 문서제출명령 대상문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들, 즉 원고를 피고의 근로자로 정하였다거나, 피고가 원고의 근태관리를 하도록 되어 있다거나, 피고가 원고를 근로자로 채용하도록 되어 있다거나, 피고가 원고에 대한 업무상 지휘, 감독과 인사관리를 행하였다거나, 피고가 이 사건 소외 회사의 요청사항을 전달하였다거나 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면서 그 사실들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사자가 문서제출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법원은 상대방의 그 문서에 관한 주장 즉, 문서의 성질, 내용, 성립의 진정 등에 관한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지 그 문서에 의하여 입증하고자 하는 상대방의 주장사실까지 반드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여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며, 주장사실의 인정 여부는 법원의 자유심증에 의하는 것이다(대법원 1993. 6. 25. 선고 93다15991 판결 등 참고). 살피건대, 문서제출명령의 대상 문서 가운데 원고와 이 사건 소외 회사 사이의 업무위탁계약서에 원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고 보기에는 위 업무위탁계약서에 따라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계약, 이 사건 업무규정의 내용과 상충되어 이를 쉽게 인정하기 어렵고, 문서제출명령의 대상 문서 가운데 인력 모집 기준, 절차, 채용·재위탁 조건이 기재된 문서, 이 사건 소외 회사로부터의 요청 문서, 업무수행 매뉴얼, 이메일 등은 원고가 그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며, 위와 같은 문서들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소결론
결국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피고에 대한 퇴직금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정훈
사건정보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1가단297226
판결선고
2023. 11. 28.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