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12. 22. 선고 2021가합113998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전자기기, 소프트웨어 등의 제조․판매와 프로그램 개발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미국에 소재한 다국적 기업인 ‘C’(이하 ‘미국 C’이라 한다)의 국내 자회사이고, 원고는 피고의 D 사업 부문<1>(이하 ‘D 사업 부문’이라 한다)에서 근무하였던 근로자이다.

나.

미국 C은 다른 국가에 소재한 자회사를 포함한 전체 그룹 차원에서 D 사업 부문을 분할하여 이를 신설 자회사(미국의 경우 E, 이하 ‘E’이라 한다)가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그 계획의 일환으로 2021. 3. 22. E의 국내 자회사인 F 유한책임회사(이하 ‘F’라 한다)가 설립되었고, 2021. 5. 12. 피고와 F 사이에 피고의 D 사업 부문을 분할하여 F와 합병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 체결되었다(이하 ‘이 사건 분할합병’이라 한다). 이 사건 분할합병계약 중 근로관계의 승계에 관한 부분은 아래와 같다.

다.

원고는 피고의 D 사업 부문에 속한 근로자로서 이 사건 분할합병계약에 따라 F로 근로관계가 승계될 예정이었으나, 2021. 6. 4.경부터 피고에게 F로의 근로관계 승계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라.

피고는 2021. 5. 27.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분할합병에 대한 승인을 얻었고, 2021. 9. 1. 위 분할합병의 효력이 발생하여 피고의 D 사업 부문이 F로 합병되었으며, 원고 역시 같은 날 F로 전적 처리되었다.

마.

이에 대하여 원고는 F로의 전적을 거부하다가 2022. 1.경 퇴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2호증, 을 제2, 3,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이 사건 분할합병은 피고의 경영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인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서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F로의 근로관계 승계에 관하여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고 피고에 잔류할 수 있다. 그러나 원고가 근로관계 승계에 관한 거부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피고가 일방적으로 원고를 F로 전적시켰으므로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원고는 그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해고로 인한 위자료 30,000,1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상법 제530조의10은 분할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이하 ‘신설회사’라 한다)는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분할계획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서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분할하는 회사의 근로관계도 위 규정에 따른 승계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런데 헌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근로기준법이 근로자의 보호를 도모하기 위하여 근로조건에 관한 근로자의 자기결정권(제4조), 강제근로의 금지(제7조), 사용자의 근로조건 명시의무(제17조), 부당해고 등의 금지(제23조) 또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제24조) 등을 규정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회사 분할에 따른 근로관계의 승계는 근로자의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고, 해고의 제한 등 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령 규정을 잠탈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는 경우라면 그 효력이 부정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둘 이상의 사업을 영위하던 회사의 분할에 따라 일부 사업 부문이 신설회사에 승계되는 경우 분할하는 회사가 분할계획서에 대한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기 전에 미리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에게 회사 분할의 배경, 목적 및 시기, 승계되는 근로관계의 범위와 내용, 신설 회사의 개요 및 업무 내용 등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쳤다면 그 승계되는 사업에 관한 근로관계는 해당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라도 신설회사에 승계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회사의 분할이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제한을 회피하면서 해당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는 근로관계의 승계를 통지받거나 이를 알게 된 때부터 사회통념상 상당한 기간 내에 반대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근로관계의 승계를 거부하고 분할하는 회사에 잔류할 수 있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1두4282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분할합병의 절차적 정당성 여부

갑 제13호증, 을 제4, 5,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가 이 사건 분할합병에 대한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기 전인 2021. 5. 3.부터 2021. 5. 25.까지 3차례에 걸친 설명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분할합병의 필요성과 일정, F의 고용조건, 업무내용 및 근무환경, 근로관계 승계에 따른 처우의 변경 등에 관하여 설명하였고 근로자들의 질의에 대하여 여러 차례 답변하였던 점, ② 피고가 2020. 10.경 이 사건 분할합병계획을 발표하고 이후 개별 근로자에게 이 사건 분할합병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발송하는 등, 위 설명회 개최 약 7개월 전에 이 사건 분할합병계획을 근로자들에게 공개하여 충분한 대처 기간을 갖도록 한 점, ③ 피고는 원고가 근로관계의 승계를 거부하자 2021. 8. 4. 및 2021. 8. 24. 피고 임원과의 면담을 통해 개별적으로 원고의 입장을 듣고 설득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는데, 근로관계의 승계를 거부하는 다른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이와 유사한 개별면담 절차를 진행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는 이 사건 분할합병에 관하여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이 사건 분할합병이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제한 등을 회피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 다만, 이 사건 분할합병이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제한 등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원고로서는 근로관계 승계에 관하여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고 피고에 잔류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갑 제6, 8, 21호증, 을 제2, 8, 9호증의 각 기재, F에 대한 각 사실조회 회신결과, 증인 G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제한 등을 회피하려던 목적으로 이 사건 분할합병을 추진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미국 C은 시장변화에 따른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클라우드 플랫폼 및 AI 기능 부문에 사업역량을 집중하기로 하였고, 기존 사업 부문 중 기술인프라의 설계․운영․현대화 등을 담당하였던 D 사업 부문을 E로 하여금 맡도록 하였다. 이러한 경영방침은 미국뿐만 아니라 미국 C의 국내 자회사인 피고에게도 적용되었는데, 이에 따라 피고는 D 사업 부문을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F와 이 사건 분할합병계약을 체결하였다. 위와 같은 F의 설립 경위와 이 사건 분할합병의 목적 등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분할합병은 미국 C의 경영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판단된다.

②

F는 이 사건 분할합병 이후 일부 세부적인 조직개편이 있었으나 현재까지 D 사업 부문을 유지하면서 신규 인력을 지속적으로 채용하고 있고, 미국의 E 역시 D 사업 부문을 합병한 이후 H, I, J, K 등과 같은 다국적 기업과 업무상 제휴관계를 맺는 등 독자적으로 사업 영역을 유지해나가는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F에게 D 사업 부문에 대한 사업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해 이 사건 분할합병계약을 체결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사정이다.

③

피고 소속 근로자 213명이 2021. 9. 1. 이 사건 분할합병으로 인하여 F로 전적하였는데 그중 138명이 여전히 F와 근로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2023. 9. 11.경 기준), 나머지 75명이 퇴직하였지만 그중 F의 인적 구조조정의 결과로서 퇴직한 근로자는 12명<2>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F가 전적된 근로자들에게 피고가 지급하던 급여의 수준을 보장해주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F를 통해 근로자를 정리해고하려던 목적으로 이 사건 분할합병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④

D 사업 부문의 분할이 결정될 무렵 미국 C의 총매출과 수익이 감소하던 상황이었고, D 사업 부문이 포함된 Global Technology Services 분야의 매출도 정체 또는 감소하던 중이었으므로, 미국 C이 이러한 경영상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피고의 D 사업 부문을 분할하기로 결정했을 여지가 있다. 그러나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사업 부문의 분할합병을 통해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 역시 충분히 활용 가능한 방안 중 하나이므로,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특정 사업 부문을 분할합병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분할합병 제도를 이용해 근로자들을 사실상 정리해고 하려던 의도가 있었다고 추단하긴 어렵다.

⑤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분할합병 무렵 ‘L 프로그램’이라는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한 점에 비추어 이 사건 분할합병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인적 구조조정의 일환이라 주장한다. 피고가 2020년 및 2021년경 인적 구조조정을 실행하여 이를 ‘L 프로그램’이라 명명하였고, 2020년 60명, 2021년 144명<3>이 경영상 필요 및 회사불황을 이유로 피고에서 퇴직한 사실이 인정되긴 하나, 피고가 L 프로그램을 D 사업 부문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 부문에도 동일하게 적용하였던 점, 앞서 본 이 사건 분할합병의 목적과는 달리 L 프로그램은 인적 구조조정만이 주된 목표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진행한 L 프로그램은 특별퇴직금의 지급을 조건으로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명예퇴직’의 일종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L 프로그램은 이 사건 분할합병과 그 대상, 목적, 형태 등을 달리하는 점을 알 수 있으므로, 단순히 시행 시기가 일부 겹친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분할합병이 L 프로그램의 일환 또는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서 인적 구조조정을 위한 수단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라.

소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이 사건 분할합병에 관하여 근로자들에게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쳤고, 이 사건 분할합병을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제한 등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 보기도 어려운 이상, 원고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근로관계는 F로 승계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F로 전적된 것을 부당해고 또는 부당전적이라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최정인

판사 임효빈 방민우

각주1) 분할합병계약서(을 제2호증)상 기재에 따른다.

각주2) F의 사업장 고용정보현황(갑 제21호증)상 고용보험 자격취득일이 2021. 9. 1.(분할합병일)인 자 중 자격 상실사유가 ‘경영상 필요 및 회사불황’인 자

각주3) F로 전적 처리된 인원은 제외된 수치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