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2. 3. 선고 2021가합117235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및 관계

1)

피고 B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이하 ‘피고 입주자대표회의’라 한다)는 서울 강서구 D에 있는 B아파트 3개동 317세대(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를 관리하기 위하여 그 입주자 등으로 구성된 자치관리기구이고, 피고 C 주식회사(이하 ‘피고 C’라 한다)는 피고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의 시설관리를 위탁받아 그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이다.

2)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의 전기시설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전기반장으로 근무하던 자이다.

나.

근로계약의 체결

원고는 2018. 6.경 피고 C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하고, 이에 따라 작성된 계약서를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한다).

다.

원고의 대체근무 및 사고의 발생

1)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의 시설반장으로 근무하던 E과 24시간 격일제 형태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E이 2018. 9. 14. 근무 중 뇌출혈로 응급수술을 받고 입원하게 되자 원고가 대체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원고는 결원이 보충될 때까지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이었던 F과 2교대(주간근무: 07:00 ~ 19:00, 야간근무: 19:00 ~ 익일 07:00) 형태로 야간근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2)

원고는 2018. 9. 20. 10:36경 복부통증으로 병원에 긴급 후송되었고, 복부대동맥 인조혈관 치환수술을 받은 후 입원치료를 받게 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3)

원고는 피고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2018. 6. 25.부터 2018. 9. 30.까지 기간에 대한 급여를 지급받았다.

라.

관련사건의 경과 등

1)

원고는 2019. 2. 25.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급여신청을 하였고, 2020. 3. 25. 원고에 대한 승인 결정이 이루어졌다.

2)

원고는 2021. 9. 13.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 피고 C를 상대로 해고예고수당을 미지급하였다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하였는데, 2021. 12. 22. 원고에 대한 해고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행정종결 처분이 내려졌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5, 6, 8, 9, 11, 12, 13, 21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근로계약은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친 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식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전제된 약정이었다. 원고의 수습기간 만료가 임박하자 당시 피고 C의 관리업무를 총괄하던 관리소장 F은 2018. 9. 16.경 면담을 통해 원고와 정식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하였고, 다만 근로계약서는 2018. 9. 30.경 작성하기로 정하였다. 따라서 원고와 실질적 고용주체인 피고 입주자대표회의 사이에는 2018. 9. 16.경 이미 정식 근로계약이 체결되었고, 원고는 수습기간이 만료된 이후부터 정식 직원에 해당하였다. 그럼에도 피고들이 2018. 9. 27.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예고 등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업무상 재해로 인한 휴업기간 중이었던 원고에게 사직을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피고 입주자대표회의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들은 ⅰ)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인 원고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가 있음에도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ⅱ) 산재사고 발생 사실을 은폐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였으며, ⅲ) 정당한 이유 없이 휴업기간 중에 해고하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다. 따라서 피고들은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인 ① 미지급 초기 치료비 및 후유증으로 인한 치료비 3,669,350원, ② 위자료 20,000,000원 등 합계 23,669,35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들의 주장

1)

이 사건 근로계약은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적법하게 종료된 것이고 피고들은 원고에게 해고 통지를 한 사실이 없다.

2)

피고들은 근무 과정에서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원고가 담당했던 업무와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3.

해고무효확인 및 미지급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근로계약의 성질

1)

관련 법리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보아야 하고, 이 경우 근로계약기간이 끝나면 그 근로관계는 사용자의 해고 등 별도의 조처를 기다릴 것 없이 당연히 종료함이 원칙이다. 다만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예컨대 단기의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하여 갱신됨으로써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된 경우 등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채용 당시 계속근로의사 등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근무기간의 장단 및 갱신 횟수,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볼 것이며, 이 경우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이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두16901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에 대한 근로관계는 그 계약기간이 만료됨으로써 당연히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다.

①

이 사건 근로계약서 제4조에는 계약기간이 ‘2018. 6. 25.부터 2018. 9. 24.까지’로 명시되어 있고, 특히 제11조 제3항에서는 계약기간이 만료될 경우 원고는 피고 C에 사직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②

원고의 근무기간은 3개월로 단기이고 최초 근로계약이 체결된 이후 기간이 갱신된 적도 없다.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는 3개월의 시용기간이 종료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계약이 자동 연장된다거나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취지의 규정은 두고 있지 않고, 피고 C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에서 위와 같은 관행이 존재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③

원고는 2018. 10. 8. 신임 관리소장 G와의 대화에서 ‘새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이 만료되어 끝났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 역시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원고에 대한 근로계약이 연장 내지 전환되었는지 여부

원고는 2018. 9. 16.경 3개월의 수습기간이 종료된 후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관한 증거로 전임 관리소장 F 명의의 사실확인서(갑 제4호증)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갑 제4호증의 기재는 앞서 든 증거, 을 제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그 밖에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근로기간이 연장되거나 정식 근로계약으로 전환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갑 제4호증에 기재된 내용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정식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는 것인지 그 취지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F의 2022. 9. 16.자 녹취록(을 제6호증) 내용과도 상반되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②

원고의 수습기간은 2018. 9. 24.까지였고, F은 그 이전인 2018. 9. 20.경 퇴사를 앞둔 상태로 피고 C 소속 직원 중 한 명에 불과하였는바 F에게 원고에 대한 정식 채용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할 권한이 있었는지 의문이고, 피고 C 측으로부터 승인이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③

원고의 주장과 같이 F에게 원고에 대한 정식 채용 여부를 결정할 정당한 권한이 있었다거나 피고 C 내부적으로 원고의 정식 채용 여부에 관한 검토가 이루어져 승인이 이루어진 상태였다면, 2018. 9. 16.경 원고와의 면담 당시 근로계약서를 미리 작성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고에 대한 정식 근로계약서는 작성되지 않았고, 원고 역시 구두로 정식 채용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다.

해고 내지 본계약 체결 거부에 해당하는지 여부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2018. 10. 8. G와의 대화 과정에서 ‘새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이 만료되어 종료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에 대하여 G는 ‘본사에 원고는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사직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새로운 직원을 모집하겠다’고 답변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계약은 계약기간이 만료됨으로써 종료되었고 계약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데 쌍방의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와 달리 피고들이 일방적으로 원고를 해고하였다거나 원고와의 본계약 체결을 거부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관련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도록 함에 따라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음에 비하여, 과실책임을 원칙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참조).

2)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에게 원고가 담당했던 근로로 인하여 원고의 신체상에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회피하기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①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서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직전 1주간의 평균 업무시간은 58시간 15분이고, 2주 전부터 12주 전까지의 평균 업무시간은 57시간으로 발병의 원인이 급격한 환경변화나 단기간 업무상 부담의 증가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12주 평균 업무시간이 주당 52시간을 초과하고 있어 만성적인 업무시간 과중에 해당하였고, 24시간 교대제 형태와 이 사건 사고 직전 고정적으로 야간근무를 수행하였던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와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②

원고의 근무형태는 24시간 격일제로 주당 3~4일을 근무하였고, 근무내용은 기계실과 전기실을 관리 및 점검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주된 내용은 밸브의 개폐 여부, 모터의 가동 상태 등을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출동하여 수리 및 점검하는 업무였다.

③

원고의 근무시간은 오전 7시부터 익일 7시까지로 24시간이었으나 주간 및 야간 휴게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원고는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근무시간 중에도 업무부담은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④

원고는 별도의 휴게공간 없이 기계실 및 전기실 등 내부의 칸만 분리된 공간에서 상주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서에 의하면 현장조사 결과 휴게공간 및 당직실이 기계실, 전기실과 분리되어 있어 해당사항이 없다고 기재되어 있다.

⑤

원고는 기계실과 전기실에서 발생하는 강한 소음 및 전자파에 노출되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고,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에서 근무한 기간은 2018. 6. 25.부터 2018. 9. 20.까지 88일에 불과했다.

나.

그 밖의 손해배상 청구 관련

1)

원고는 피고들이 산재사고의 발생 사실을 은폐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는 2018. 9. 20.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이후 5개월이 지난 2019. 2. 25.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급여신청을 하였고, 상당인과관계 인정 여부에 대한 심의를 거쳐 2020. 3. 25. 비로소 원고에 대한 요양․보험급여 지급결정이 이루어진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달리 피고들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사실을 은폐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원고는 피고들이 휴업기간 중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원고를 부당해고하였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고 피고들이 원고를 해고하였다거나 본계약 체결을 거부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기찬(재판장) 김수현 이도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