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1. 14. 선고 2021나52714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이 사건 소 중 퇴직금 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나.

원고의 나머지 청구 부분을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택시운송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2015. 7. 7.부터 피고의 택시기사로 근무하다가 2020. 1. 5. 퇴직하였다.

나.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일반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택시운전근로자’라 한다)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신설되고, 위 법률 부칙 내지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2009. 7. 1.부터 피고의 본점 소재지인 서울특별시에서도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었다.

다.

피고는 2016. 6. 30.까지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 1주일 40시간으로 정하여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오다가, 2016. 7. 1.부터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주 30시간으로 단축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16. 9. 30. 피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라.

원고는 2020. 1. 28. 피고로부터 퇴직금 5,616,380원을 지급받으면서, “상기 퇴직금을 본인의 지급신청에 의하여 정히 영수함. 앞으로 본 퇴직금 수령에 대하여 민형사상에 이의를 제기치 아니할 것을 확약함. 수령한 퇴직금 이외에 근속기간동안 발생된 채권에 대하여 영수인과 회사는 상계하고 나머지 채권에 대하여 진의에 의하여 변제함”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영수증’(이하 ‘이 사건 확약서’라 한다)에 서명하여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마.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갑 제1, 2, 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의 요지

피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 원고를 비롯한 소속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로형태에 변경이 없음에도 위와 같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였는바, 이는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이전의 소정근로시간인 1일 6시간 40분, 1주 40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 최저임금 합계액에서 실제 지급한 임금 합계액을 제외한 나머지 임금 13,077,651원 및 원고가 퇴직 이전 3개월 동안 지급받지 못한 평균임금(위 단축 전의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을 기준으로 산정한 미지급 퇴직금 3,069,325원 합계 16,146,976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본안 전 항변의 요지

피고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 원고를 비롯한 소속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로형태에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한 것은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이므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이전의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한 최저임금 및 이에 근거하여 산정된 퇴직금과 실제 지급한 임금, 퇴직금의 차액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확약서로써 퇴직금 청구에 관한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소 중 퇴직금 청구 부분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이 사건 근로계약서 및 이 사건 확약서의 효력

임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이지만,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다(대법원 2020. 1. 28. 선고 2009다76317 판결 참조). 한편 근로자의 임금채권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강력한 보호를 받는 것이므로 임금채권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는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다105505 판결 참조).

살피건대, 원고가 피고로부터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은 사실 및 이 사건 근로계약서 작성 당시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주 30시간으로 변경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하는 합의로서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원고는 피고의 택시를 운행하여 피고 차고지 밖 도로 위에서 일하면서 승객들로부터 받은 수익을 관리하였고, 이른바 정액사납금제에 따라 원고가 승객들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을 피고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은 원고가 갖는 방식으로 일하였다. 원고의 운행시간 중 사용자인 피고가 원고의 근로 여부나 행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택시운수업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고,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위에서 본 법리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의 단축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고 7년이 경과한 후에야 이루어졌으므로 그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고,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전후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들이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다)

2016년 서울 지역 법인택시의 1일 대당 영업거리는 266.2km로 2013년 281.1km에 비해 줄어든 반면, 1일 대당 운송수입은 326,900원으로 2013년 304,845원 대비 22,055원 증가하였다. 또한 중형택시 요금은 2013년 기본요금 2,400원에서 2016년 3,000원으로 25% 인상되고, 할증요금의 변경 거리와 시간이 144m당 100원에서 142m당 100원으로 단축되어, 위와 같이 택시요금이 인상된 이후에는 택시운전근로자들이 종전과 동일한 시간을 근로하더라도 종전보다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택시호출 서비스가 보편화됨에 따라 택시에 실제 손님이 탑승하고 이동한 비율인 ‘실차율’이 2013년 63.9%에서 2016년 66.8%로 증가하는 등 운행시간 대비 운송수입의 효율이 증가하였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사정변경이 택시운전 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라)

이 사건 근로계약서 작성 당시 소정근로시간이 주 5시간으로 단축되기는 하였으나 종전에 비하여 소정근로시간이 1일당 1시간 40분 단축된 것에 불과하다.

2)

이 사건 소 중 퇴직금 청구 부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확약서는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확약서 문언에 표시된 대로 퇴직금과 관련된 일체의 금품을 수령하였음을 확인하면서 향후 근로관계에 관한 일체의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는 취지의 부제소합의를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확약서를 최저임금에 미달하여 지급된 임금을 기초로 산출한 퇴직금만을 인정하고 최저임금에 따라 산출되는 퇴직금과의 차액분청구까지도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 볼 경우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에 해당하여 이 사건 확약은 무효이거나, 원고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착오에 빠져 원고가 지급받을 퇴직금이 5,616,380원이라는 내용의 이 사건 확약을 하였으므로 이를 취소하거나 강요된 행위 등 공평과 신의칙에 반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취지로 재항변한다.

그러나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라고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적법하게 감축된 소정근로시간에 근거하여 산정된 임금이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이상, 이 사건 확약서의 내용이 강행법규나 공평과 신의칙에 반해 무효라거나 원고가 이 사건 확약서에 서명할 당시 어떠한 착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 중 퇴직금 청구 부분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고,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있다.

4.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따른 소정근로시간 감축 합의를 무효로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그렇다면 원고가 피고로부터 최저임금에 미달하여 지급받지 못한 임금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퇴직금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한다.

판사 오연정(재판장) 허준서 강희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