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서울 영등포구 C에 있는 가스 충전소 ‘D’(이하 ‘이 사건 충전소’)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원고는 위 충전소에서 2013. 7. 1.부터 2015. 12. 30.까지 및 2016. 4. 1.부터 2018. 4. 30.까지 현장직 충전원으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피고와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갑’은 피고, ‘을’은 원고를 지칭한다).
이 사건 충전소에서 2교대로 근무하는 충전원들은 점심 40분, 저녁 40분을 휴게시간으로 사용하였고, 위 시간을 제외하고 정해진 근무시간(30분 또는 40분) 이후 순환 휴식의 방식으로 교대로 10분씩 휴게시간을 부여받았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근무기간 중 매년 별지 1의 근로시간 분석표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이에 동의한다는 의사표시로 서명을 하여왔다. 위 근로시간 분석표에는 통상 임금의 산정방식과 임금 구성 등이 기재되어 있는데, 주간 근무(07:00~19:00)의 경우 실근무 10시간, 휴게시간 2시간이나 임금 산정 시에는 11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보며, 야간 근무(19:00~22:00, 22:00~익일 07:00)는 실근무 9시간, 휴게시간 3시간이나 임금 산정 시 12.5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본다. 통상임금 산정기준 시간은 209시간[=(40+8)÷7×365÷12]이고, 주야간 1/2개월씩 근무조 변경시 평균 282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보아 시간외/야간 근로수당을 지급받는 시간을 73시간으로 하여, 기본급은 통상임금 산정 기준 시간인 209시간 ⨉ 그 해 각 최저임금<1>으로 정하여 지급하고, 시간외/야간 근로수당은 73시간 ⨉ 그 해 각 최저임금 ⨉ 가산 지급 1.5로 계산한 금액을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2호증의 3, 을 1, 3, 4, 6~9, 12, 14, 15, 23호증(서증에 가지번호 있는 경우 그 표시는 필요에 따라 생략, 이하 같다)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청구원인의 요지
원고는 2016. 4. 1.부터 2018. 4. 30.까지 이 사건 충전소에서 근무하면서 위에서 본 기준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았으나, 점심․저녁 시간 각 40분 외에는 주어진 휴게시간에 실제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근로를 하였으므로, 위 휴게시간은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근로시간에 해당한다. 이 사건 근로계약이 포괄임금제 형태의 계약이라 하더라도, 원고는 식사 시간 외에는 휴게시간 없이 근무하였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지급된 임금은 별지 2 기재와 같이 근로기준법상 기준에 미달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은 무효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원고가 실제 근로한 시간을 계산해보면, 원고가 지급받지 못한 금액은 별지 2 기재의 금액에서 이미 지급받은 임금을 공제한 최저임금 미달액 8,892,072원, 근로자의 날 가산임금 미달액 105,464원(원 미만 버림)과 위와 같은 미지급 임금을 합하여 재산정한 퇴직금에서 실제 지급받은 퇴직금을 공제한 차액 95,169원 상당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 기재와 같이 원고가 근무한 기간에 대한 미지급한 임금과 퇴직금의 합계 9,092,705원(= 8,892,072원 + 105.464원 + 95,169원) 중 8,524,628원<2>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들과 연장근로수당 등을 포함한 포괄임금제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별도로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고, 피고는 원고에게 자유로운 휴게시간을 보장해주었고 원고는 휴게시간으로 부여된 시간에 연장근무를 한 바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
판단
원고의 휴게시간 중 근로 여부
관련 법리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4다74254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와 인정한 사실, 갑 1, 2호증, 을 21, 32, 30, 36호증의 기재와 영상에 의하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 근로감독관이 피고의 근로기준법위반 등 혐의(이하 ‘이 사건 혐의’)에 관하여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송치한 사실, 원고가 근무하던 당시 이 사건 충전소 내에 충전기 뒤에 사방이 유리로 된 부스(이하 ‘이 사건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고, 원고가 정해진 휴게시간에 이 사건 부스를 이용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 원고가 위 휴게시간에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 · 감독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뚜렷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을 1, 3, 13, 32~33, 35~37호증의 기재와 영상에 의하면, 검사는 피고의 이 사건 혐의에 관하여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혐의 없음 취지의 불기소 결정을 한 점, 원고와 함께 충전원으로 근무하였던 E과 F은 충전원들이 10분씩 교대로 휴게실이나 이 사건 부스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흡연장소에서 담배를 피웠으며, 정해진 휴게시간 내에는 차량이 밀리더라도 근무를 하지 않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점, 이 사건 충전소에서 근무하는 G 등의 충전원들은 휴게시간을 실제로 자유로이 사용하고 있다고 확인서를 작성하기도 한 점, 이 사건 충전소 내 충전기는 5대이고 충전원은 통상 4명, 적어도 3명 이상이 함께 근무하였으므로 휴게시간을 준수하며 교대 근무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부스에는 온풍이 나오는 기구만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이 사건 부스에서 대기하기 어려운 점, 이 사건 부스 외에도 이 사건 충전소 내부에 이미 휴게실이 마련되어 있었던 점 등의 사정이 드러나므로, 원고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휴게시간에 휴식을 취할 장소로 이 사건 부스를 이용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식사 시간을 제외한 휴게시간에도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고, 원고는 주간 근무 시에는 12시간 중 10시간을 실제 근무하고, 휴게시간 2시간 이상을 보장받았으며, 야간 근무 시에는 12시간 중 9시간을 실제 근무하고, 휴게시간 3시간 이상을 보장받았다.
이 사건 근로계약의 유효 여부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근로자에 대하여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제 수당을 계산하여 합산 지급함이 원칙이라 할 것이나,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등을 참작하여 계산의 편의와 직원들의 근무의욕을 고취하는 뜻에서 근로자의 승낙 아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 급여액이나 일당 임금으로 정하거나 매월 일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그것이 근로자에 불이익이 없고,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 등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고(대법원 1999. 5. 28. 선고 99다2881 판결, 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3다66523 판결 등 참조),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이 체결되었다면 근로자가 포괄임금으로 지급받은 연장근로수당 또는 이에 갈음한 시간외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 등에는 근로기준법의 규정에 의한 시간외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볼 것이다(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다16958 판결,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57852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와 인정한 사실, 갑2호증의 2, 3, 을 10, 11, 25, 38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충전소는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직원들이 교대 근무하여야 하는 등의 업무 성격상 연장, 야간, 휴일 근무가 당연히 예정되어 있는 점, ② 피고가 운영하는 이 사건 충전소는 차량 출입 상황에 따라 근로자들의 작업량이 많을 수도 있고 거의 없을 수도 있는 특수성이 있어 근로계약 체결 당시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점, ③ 실제로 2017년 이 사건 충전소에 출입한 차량대수가 시간대별로 적게는 34대에서 많게는 93대인데, 한 차량에 가스를 충전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대당 2분 내외이고 적어도 3명 이상이 이 사건 충전소에서 함께 충전 업무를 담당했던 것을 고려하면 근로가 간헐적이고 단속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점, ④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도 포괄임금제로 임금을 지급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원고가 그 내용을 숙지하고 서명한 점, ⑤ 원고는 2016. 4. 1. 이전에도 이 사건 충전소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도 위와 동일한 내용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퇴사 후 다시 이 사건 충전소에서 근무한 점, ⑥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는 휴게시간으로 부여된 시간에 근로를 하지 않아 원고의 실제 근무시간은 주간 근무의 경우 10시간(= 12시간 – 휴게시간 2시간), 야간 근무의 경우 9시간(= 12시간 – 휴게시간 3시간)이 되는데, 원고의 근로시간분석표(을14호증의 2)를 살펴보면,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나 야간근로시 100분의 50이 가산된다는 규정을 고려하여 이를 임금 지급을 위한 근로시간 산정에 반영한 결과 주간 근무는 11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야간 근무는 12시간 30분을 근무한 것으로 보아 임금을 지급해왔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급여를 지급하는 등 원고에게 불이익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원고의 동의 하에 근로시간 및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연장, 야간, 휴일 근로수당 등을 포함하여 산정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포괄임금제 형태의 이 사건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는 원고에게 불이익이 없고 간헐적․단속적 근로가 이루어져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워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정당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근로자의 날 가산임금 미달액과 퇴직금 미지급액에 대한 판단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에 정한 시간 외에 휴게시간에도 근로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 사건 근로계약은 유효하고, 이 사건 근로계약은 포괄임금제 형태의 계약이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근로자의 날 가산임금은 이 사건 근로계약 제6조의 ‘각종 법정수당’ 또는 ‘조정수당’에 포함이 된다. 피고가 위 계약에 따른 임금을 지급해왔던 이상 미지급 임금은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별도로 추가 지급할 퇴직금이 존재한다고 할 수도 없다.
소결론
원고가 정해진 휴게시간에 근무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였음을 인정할 수 없고, 이 사건 근로계약은 포괄임금제 형태의 계약으로서 유효하므로,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정당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권순호(재판장) 강희석 오연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