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다만, 피고인 A에 대하여는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B 주식회사를 벌금 3,0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 B 주식회사에게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들이 2021. 3. 23.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각각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이하 ‘이 사건 약식명령’이라 한다)을 받고 위 약식명령이 확정된 사실이 있으나, 이 사건 약식명령 사안과 이 사건(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은 별개의 사안으로 이 사건 약식명령 사건의 기판력이 이 사건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됨에도 원심은 면소 판결을 선고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 B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회사’라고 한다)는 서울 은평구 C, 3층에 본점을 두고 건물관리업을 하는 회사로서, 서울 영등포구 D 오피스텔 등에 관리사무소를 두고 피해자인 E, F, G 등 근로자를 사용하여 건물관리업을 하는 사업주이고, 피고인 A은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피해자들을 비롯하여 위 D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에 관한 책임이 있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이다.
피고인 A
피고인은 2020. 8. 1.경 위 D 오피스텔 입주자대표회의와 D 오피스텔 건물에 대한 관리 용역 계약을 체결해 그곳에 관리사무소를 두고 피해자 E을 현장소장으로, 피해자 G를 기전과장으로, 피해자 F을 기전기사로 고용한 후 피해자 E을 관리감독자로 임명하여 이들에게 건물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 시설물 유지, 보수, 점검, 수선, 안전관리 등 업무를 지시하였다.
D 오피스텔 건물은 지하층 내부에 집수정(지하층을 포함하고 있는 건물의 경우 건물 내부에서 발생하는 청소용수, 흘러내린 빗물 등 오염수가 건물 내부에 고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하층 바닥 아래 오염수를 저장하고 배출하는 설비를 갖춘 공간을 마련)을 갖추고 있는데, 집수정은 사방이 폐쇄되어 있고 오염수가 저장되어 있는 곳으로 산소결핍으로 인한 질식 등의 위험이 있는 밀폐공간이고, 피해자들을 비롯한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건물에 대한 관리, 시설물 유지, 보수, 점검 등을 위해 건물 내 공간이라면 어디든 들어가 살피거나 그 인근에서 작업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므로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피고인으로서는 소속 근로자들에게 집수정을 포함한 건물 전체에 대한 관리, 점검 등의 업무를 지시함에 있어 ① 사업장 내 밀폐공간을 사전에 파악하여 밀폐공간에는 관계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고, 출입금지 표지를 밀폐공간 근처의 보기 쉬운 장소에 게시하고, ② 근로자가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작업을 시작하기 전과 작업 중에 해당 작업장을 적정공기 상태가 유지되도록 환기하도록 하고, ③ 밀폐공간에서 작업하는 근로자가 산소결핍이나 유해가스로 인하여 추락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에게 안전대나 구명밧줄, 공기호흡기 또는 송기마스크를 지급하여 착용하도록 하여야 할 법령상 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은 법령상 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① 밀폐공간인 집수정 인근에 출입금지 표시를 게시하지 않고, ② 밀폐공간 내에서 작업하는 경우 반드시 환기하도록 교육하고 지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③ 밀폐공간 내부 작업 시 질식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공기호흡기, 송기마스크도 일절 구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들을 비롯한 D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건물 전체에 대한 관리 및 시설물 유지, 보수, 점검, 수선, 안전관리 등 업무를 지시하였다.
이에 피해자들은 2020. 8. 14. 11:15경 위 D 오피스텔 지하2층 C-6번 집수정(높이: 2.3m, 내부 폭: 가로, 세로 약 3m) 내부 모터 작동불량 등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피해자 G가 밀폐공간인 위 집수정 맨홀 개구부를 열고 사다리를 이용에 집수정 내부로 들어갔다가 그 즉시 공기 중 산소 농도 6% 이하의 저산소로 인해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집수정 외부에 함께 있었던 피해자 F이 피해자 G를 따라 집수정 내부로 들어가 같은 이유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며, 같은 날 11:30경 이들을 발견한 피해자 E이 집수정 내부로 따라 들어가 산소결핍으로 인해 의식을 잃고 쓰러져, 그 무렵 피해자들은 모두 저산소로 인한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와 같은 법령상 조치의무를 위반함과 동시에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들인 피해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회사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 A은 2020. 8. 14.경 위 D 오피스텔에서 제1항 기재와 같은 법령상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그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2021. 3. 23.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2020. 8. 18.과 2020. 8. 21. 서울 영등포구 D 오피스텔에 대하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실시한 특별감독 결과, 피고인 A은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 제1항(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22조 제1항)에 의하여 사업장 내 밀폐공간을 사전에 파악하여 밀폐공간에는 관계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고, 출입금지 표지를 밀폐공간 근처의 보기 쉬운 장소에 게시하여야 함에도 위 사업장 내 2층 집수정 11개소 및 지하 3층 집수정 4개소에 밀폐공간 출입금지 표지를 게시하지 아니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 제1항(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40조)에 의하여 긴급상황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도록 밀폐공간에서 작업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비상연락체계 운영, 구조용 장비의 사용, 공기호흡기 또는 송기마스크의 착용, 응급처리 등에 관한 훈련을 6개월에 1회 이상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존하여야 함에도 위 사업장 내 지하 2층 집수정 11개소 및 지하 3층 집수정 4개소의 밀폐공간에서 작업 중 긴급상황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훈련을 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 회사는 위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행위한 피고인 A이 소속 근로자의 산업재해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라는 등의 범죄사실로 각각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 위 각 약식명령이 2021. 4. 10., 2021. 5. 7. 각각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과 위 약식명령의 일부 범죄사실을 비교하여 보면, 지하 2층 집수정에 밀폐공간 출입금지 표지를 게시하여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조치의무 위반의 점은 동일하고, 나머지 의무 위반의 점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으나 양자 모두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 제1항의 보건조치의무 및 이를 근거로 제정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한 밀폐공간 내 작업 시의 보건에 관한 조치의무를 위반하였음을 내용으로 한 점에서는 같고, 한편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고인들의 의무위반행위는 그 기재 일시 전부터 위 약식명령의 범죄 일시까지 계속되었던 것으로서 이를 이유로 양자가 범죄 일시를 달리 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 두 개의 공소사실은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보아야 하고, 나아가 이 사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공소사실과 각 업무상과실치사의 공소사실은 상상적경합의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각 공소사실과 약식명령이 확정된 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범죄사실은 모두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위 내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1>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사실인정 및 법리적용을 토대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확정판결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에 의하여 면소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형사재판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할 수 없고(헌법 제13조 제1항),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하는 것인바(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다른 죄에도 미치는 것인지의 여부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인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가의 여부는 규범적 요소를 전적으로 배제한 채 순수하게 사회적, 전법률적인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는 없고, 그 자연적, 사회적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행위가 동일한 것인가 외에 그 규범적 요소도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의 실질적 내용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4263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각 공소사실(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과 이 사건 약식명령에 기재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범죄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고, 결국 이 사건 약식명령의 기판력이 이 사건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이 사건 사망사고는 2020. 8. 14. 11:15경 D 오피스텔 지하 2층 C-6 집수정에서 발생하였다. 이 사건 사망사고가 발생한 후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지도과 광역팀은 2020. 8. 18.부터 2020. 8. 21.까지 위 D 관리사무소에 대하여 특별감독을 실시하여, 각종 법령위반 사항을 적발하였고(추가증거기록, 감독결과보고서 사본 1부), 이에 따라 이 사건 약식명령이 발령되었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2020. 8. 14. 11:15 발생한 사망사고에 관련된 사실을 내용으로 하는 반면, 이 사건 약식명령은 2020. 8. 18.부터 2020. 8. 21.까지 시행한 특별감독에서 확인된 그 당시의 법규위반사항에 관한 것으로 그 내용과 시기가 상이하다.
위 특별감독을 하는 과정에서 담당 근로감독관은 이 사건 사망사고가 발생한 C-6 집수정은 단속대상에서 제외함을 명시적으로 밝혔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들도 존재한다. 가령 단속결과에 대한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작성한 확인서에는 “지하 2층 집수정 11개소, 지하 3층 집수정 4개소에 개구부임을 표시하지 않음(붙임 도면 참조, 사망사고 발생한 집수정은 제외)”라고 기재되어 있어 사망사고가 발생한 집수정은 단속대상에서 처음부터 제외되었음이 기재되어 있다(추가증거기록, 확인서 사본). 위 첨부된 도면에는 지하 2층 단속대상 집수정이 표시되어 있는데, 총 11개의 단속대상 집수정의 위치가 정확히 표시되어 있지만, ‘사고지점 집수정’은 별도의 표시가 되어 있어, 사고가 발생한 집수정은 단속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특별감독 결과 보고서’에도 ‘사법조치의 경우, 남부지청에서 수사 중인 중대재해와 관련된 법령상의 위반 장소는 제외’라는 기재가 되어 있다(추가증거기록, 감독결과보고서 사본 1부).
이와 같은 특별단속을 기초로 하여 이 사건 약식명령이 발령되어 확정되었는데, 이 사건 약식명령에는 지하 2층 집수정 11개에 대한 범죄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 집수정 11개에는 이 사건 사망사고가 발생한 C-2 집수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는데, 결국 이 사건 사망사고가 발생한 집수정과 관련한 법규위반 사실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이 발령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총 3개의 의무위반<2>을 전제로 공소제기가 되었다. 위 3개의 의무위반 중 ‘출입금지 및 출입금지 표지를 게시할 의무’는 이 사건 약식명령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작업장을 적정공기 상태가 유지되도록 환기하도록 할 의무”와 “근로자에게 안전대나 구명밧줄, 공기호흡기 또는 송기마스크를 지급하여 착용하도록 하여야 할 의무”의 경우에는 이 사건 약식명령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의무 위반이다.<3>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가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할 것을 규정한 것은 피고인에 대한 법적 안정성을 고려하여 피고인이 동일한 범죄로 부당하게 거듭 처벌당한다거나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이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지 위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법령상 또는 업무상 주의를 위반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이유로 공소가 제기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 약식명령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각종 의무위반을 이유로 발령된 것이다. 이처럼 이 사건 약식명령과 이 사건 공소사실은 행위의 태양이나 피해법익도 다르고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어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이 사건 약식명령이 발령되었음을 이유로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면소 판결이 선고된다면 국가의 적정한 형벌권 행사가 심각하게 저해될 수 있다. 반면, 피고인들에게는 이 사건 약식명령으로 벌금 100만 원만 부과되었는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다시 선고된다고 하여 피고인들의 법적 안정성이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