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6. 16. 선고 2022나60712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1)

원고는 신용조사업, 채권추심업 등을 하는 피고와 사이에 ‘위임직 채권추심인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2014. 10. 1.부터 2021. 6. 30.까지 위임직 채권추심인으로 근무하였다.

2)

원고가 위 기간 동안 근무한 지점과 주담당업무는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와의 부제소 합의를 위반한 이 사건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을 제2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원고가 피고와 위 위임계약을 체결할 무렵 ”본인은 소득세법상 사업소득세 납부의 대상이 되는 개인사업자로서 어떠한 형태로든 귀사와 근로관계의 성립을 원치 않으며, 앞으로도 본인이 근로기준법 기타 노동관계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귀사에게 어떠한 민·형사상 청구도 하지 않을 것을 확약합니다.“라고 기재된 서약서에 서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근로자가 사용자와 사이에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에 관하여 사전에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 합의를 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0다2767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므로 위 부제소 합의는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본안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위임직 채권추심인으로서 채권 추심 업무를 담당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에게 위임한 업무의 현황 파악을 위하여 채권 추심에 관한 실적을 입력하게 하고, 채권위임사의 지시, 금융감독원의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이라고만 한다)에 따라 원고 등 위임직 채권추심인과 그 지시 및 가이드라인 내용을 공유하며 업무내용을 취합‧관리한 것일 뿐이다. 또한 피고는 원고의 근태를 관리한 적도 없다. 결국 원고는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의 내용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수수료를 받은 독립적인 사업자일 뿐이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여러 지점에서 근무하였는데, 근무지점과 그 기간마다 업무형태 등이 다르므로 근로자성도 달리 판단하여야 한다.

4.

근로자성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므로, 그러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이유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29120 판결 등 참조). 한편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채권추심원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리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1다210829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3~13, 22~24, 30~34, 37~38, 41~46, 51호증, 을 제3~13, 19~30, 32~39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피고는 근무 기간 동안 원고에게 동일‧유사한 업무를 하게 하면서 동일‧유사한 관리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①

피고는 본사 밑에 지역별, 채권별로 본부를 두고 그 아래 약 50개의 지점, 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각 지점은 지점장과 몇 개의 팀으로 구성되는데, 지점장은 모두 피고의 근로자이다. 원고는 근무 기간 중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속 지점이 변경되기도 하였는데, 1년 미만 기간의 위임계약을 마치면 재계약하는 형식으로 계속 근무하였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주로 추심하는 채권이 변경되었을 뿐이고, 업무 방법이나 내용 등이 대체로 동일하여 근무 기간 동안 업무형태의 실질이나 피고와의 관계가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②

피고가 작성한 실적 통계의 내용 등을 살펴보더라도 동일한 기준으로 실적을 정리하였고, 피고의 채권추심원들 중 원고가 근무하던 지점과 같은 지점뿐만 아니라 다른 지점에서 근무한 채권추심원들을 근로자로 보아 퇴직금의 지급을 명한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기도 하였다.

(2)

피고가 원고의 업무내용과 업무방향을 정하였다. 즉, 원고가 추심할 채권은 피고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배분되었고, 채권추심의 기본 방향도 피고가 정하였다.

(3)

피고는 원고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

①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방침에 따르지 않을 경우 채권배분‧재배분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위임계약을 해지하는 등 지휘‧감독권을 관철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고 있었다.

②

피고는 원고 등 채권추심원들에게 일일 업무일지에 하루 동안의 ‘법조치, 신용회복, 우편발송, 통화, 방문’의 횟수를 기재하게 하였다.

③

피고는 원고 등 채권추심원들을 정기적으로 교육하고, 연락처가 없거나 결번인 채권을 1인당 일정 건씩 정리하도록 지시하기도 하였으며, 채권추심원들에게 월말 예상실적을 제출하도록 하고, 채권추심원들의 실제 실적을 취합‧관리하였다.

④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채권위임사들은 피고에게 각종 채권의 종류에 따라 일정한 회수 목표와 인센티브, 페널티, 민원 발생에 대한 위약벌 등을 정하였다. 피고는 지점장을 통하여 채권추심인들에게 채권위임사들이 정한 사항을 전달하고 채권추심원별로 월별 목표를 정하며, 그 회수결과에 따라 채권을 차등배정하거나 평가상위권 채권추심원들에게는 포상,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평가하위권 채권추심원들에게는 페널티를 부과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채권위임사들이 정한 사항은 채권위임사들과 피고 사이의 위임계약에 근거한 것이고, 피고가 원고와의 관계에서 이를 어떻게 이행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피고가 채권위임사들이 정한 사항을 여과 없이 채권추심원들에게 전달하며 인센티브, 페널티 등을 통하여 목표 달성을 요구하는 것은 원고 등 채권추심원들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지휘‧감독권의 행사로 충분히 볼 수 있다.

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2항 제2호, 제4항, 제9항에 의하면, 채권추심회사는 위임계약의 형식을 통하여 채권추심원을 모집할 수 있고, 채권추심원이 위 법률 규정에 따라 추심업무를 수행하도록 감독 및 교육하여야 한다. 그리고 금융감독원은 가이드라인을 정하여 금융회사 등이 채권추심 과정에서 준수하여야 하는 내부통제기준을 업무단계별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가이드라인이 금융회사 등과 채권추심인들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 사이의 고용계약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고 위임계약적 요소만을 전제로 규정되어 있다면, 피고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채권추심인들을 관리한 것을 두고 사용자로서의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은 금융회사 등이 채권을 추심하는 과정에서 채무자에게 부당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으로서, 금융회사 등과 채권추심인들 사이의 관계는 크게 염두에 둔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일 뿐이다. 따라서 피고가 이에 대한 별다른 고려 없이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적용하여 채권추심인들을 관리하거나, 더 나아가 원고의 채권추심업무에 관하여 목표설정부터 처리 및 정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지휘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원고의 근로를 조직화, 집단화한 것을 두고 사용자로서의 지휘‧감독권 행사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4)

원고는 피고가 제공하는 사무실의 지정된 자리에서 근무하였고, 책상, 컴퓨터, 유선전화기 등 사무집기를 제공받았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위임직 채권추심인 위임계약 제4조 제2항에서는 수임인이 우편료, 전화료, 민원서류 발급비용 등 제반 비용을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으나, 피고는 채권추심원들의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전화요금, 우편발송요금, 각종 서류 발급 비용 등을 일정 범위 내에서 보전해 주기도 하였다.

(5)

원고는 피고가 배정한 채권에 관한 추심업무를 수행하였고 본인의 채권회수액에 대한 일정률의 수수료를 매달 25일경 정기적으로 지급받았다. 원고가 지급받은 수수료액은 기간이나 회수 실적에 따라 달랐는데, 이는 채권추심업무의 특성에 의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었고, 액수도 원고가 제공한 근로의 질과 양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근로에 대한 대가인 임금 성격을 부정하기 어렵다.

(6)

원고는 제3자에게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없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와의 계약은 재계약 형식으로 계속 갱신되어 근로제공에 계속성이 있었다.

(7)

원고에 대한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지 않고, 피고가 원고의 수수료에 대하여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 하였으며, 원고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의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큰 것들이어서 이러한 사정을 들어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5.

퇴직금 액수와 지연손해금률에 대한 판단

1)

퇴직금 액수

원고는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서 1년 이상 계속하여 업무를 수행하다가 퇴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의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 액수가 22,650,560임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2)

지연손해금률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37조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그 권리자가 근로자이고 의무자도 이를 알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① 피고와 원고 사이에 체결된 계약의 형식 자체가 위임계약인 점, ② 원고가 이 사건 소제기 전까지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등 위임직 채권추심인임을 전제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점, ③ 원고가 피고와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야 근로자임을 주장하며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에게는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툴 이익이 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37조 제2항, 그 시행령 제18조 제3호에 따라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의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그 시행령 제17조에서 임금이나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연하는 경우 가중 이율에 의한 지연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하도록 한 것은 근로자와 그 가족 생계의 기초가 되는 임금과 퇴직금의 부당한 지급지연을 막고 사업주의 조기청산을 유도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②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인 근무형태를 따져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의 원고의 입증 정도, 피고의 주장 내용과 그 근거로 제출된 증거를 모두 고려해 볼 때,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것이 적절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③

피고의 채권추심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아니한 판결이 확정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원고가 퇴직하기 전에도 피고의 채권추심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많이 축적되어 있었고 피고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 판결에서 나타난 채권추심원들의 근로형태와 원고의 그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

④

원고의 근무형태가 전형적인 근로관계에서와 같이 그 사용종속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고 이러한 근무형태의 불명확함으로 인하여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불명확한 관계는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피고가 스스로 설정한 것이고 원고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데, 피고가 초래한 불명확함에 따른 위험을 원고에게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6.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받아들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김동규(재판장) 송승훈 고종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