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9. 6. 선고 2023가합111392 판결

제명징계결정무효확인의소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전국의 C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이고, 피고는 원고와 같은 전국 규모의 산업별 단위노동조합과 산업별 연합단체를 구성원으로 하는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이다.

나.

2021년 하반기부터 원고에 관하여 전 위원장인 D(이하 ‘D’이라고만 한다)의 횡령행위, 비정상적인 회계운영, 증거인멸 작업 등이 언론에 다수 보도되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원고가 피고의 회원임이 강조되어 언론에서 보도되기도 하였다.

다.

피고는 2022. 4.경 원고에게 조직의 운영을 정상화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제명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임을 경고하였으나, 원고는 피고의 요구에 따른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그러던 중인 2022. 6. 13. D이 구속되었다.

라.

피고는 각 본부 및 지부, 회원 조합들의 요청에 따라 2022. 6. 20. 회원조합 대표자 회의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상벌위원회는 2022. 6.경부터 7.경까지 4회에 걸쳐 원고에 대한 징계안건을 심의한 후, 2022. 7. 11. 재적위원 30명 중 18명 출석 및 출석인원 18명 전원의 동의로 원고에 대한 제명 징계를 의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상벌위원회’라 한다).

마.

피고는 2022. 7. 13.경 회원조합대표자회의를 개최하여 이 사건 상벌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조사결과보고서를 바탕으로 ① 조합비 횡령 묵인·방조 및 비정상적 회계 운영, 조직적 부정선거 지시, 피고의 정상화 요구 불이행, 비민주적 노조운영 등으로 피고의 조직질서를 문란케 하였고, ② 명예훼손, 위력을 통한 업무방해 등으로 피고의 위상과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를 징계(제명)하기로 하기로 의결하였다.

바.

피고는 이 사건 상벌위원회 의결이 있은 2022. 7. 13.경 ‘원고에 대한 제명의 건’ 안건을 결의하기 위하여 2022년 제2차 임시대의원대회(이하 ‘이 사건 대의원대회’라 한다) 소집공고를 하였다. 이후 피고는 2022. 7. 15.까지 회원 조합들로부터 각 조합이 파견할 대의원 명단을 받았으나, 원고는 파견할 대의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피고는 이 사건 대의원대회 재적 대의원 명수를 929명으로 확정하였다.

사.

이 사건 대의원대회는 2022. 7. 21.부터 같은 달 22.까지 모바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개최되었는데, 그 결과 대의원 790명이 투표하고 그 중 742명이 찬성하여 원고에 대한 제명 안건이 가결되었다(이하 ‘이 사건 제명결의’라 한다).

아.

이 사건 제명결의 당시 시행된 피고의 규약 및 상벌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9 내지 11, 14 내지 16, 19, 21, 34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2 내지 14, 16 내지 20, 26 내지 28, 37, 41, 42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원고

이 사건 제명결의는 아래와 같은 절차상‧실체상의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이므로, 이에 따른 제명징계결정의 무효 확인을 구한다.

1)

절차적 하자

가)

이 사건 상벌위원회는 상벌위원회 위원 구성상의 하자가 있었고, 운영기간이 임의로 연장되었으며, 원고의 충분한 의견 개진을 제한하는 등 그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나)

피고와 같은 노동조합을 회원으로 한 연맹이 대의원대회를 구성할 때에는 노동조합에게 적용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17조<1>에 따른 절차가 준용되어야 한다.

피고 규약에 의하면 대의원의 임기는 당해 연도 정기대의원대회일부터 다음 해 정기대의원대회 개최일 전일까지 1년이고, 정기대의원대회 본 대회 전날까지 대의원을 선출하지 못한 경우 새로 선출될 때까지 그 임기가 연장되는데, 원고가 2021년도 정기대의원대회 이후 새로운 대의원을 선출한 바 없으므로, 2021년도 정기대의원대회에 원고의 대의원으로 참석한 자들이 이 사건 대의원대회에 참석할 자격을 유지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이 사건 대의원대회에 원고가 파견 대의원 명단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① 2021년부터 원고 대의원이던 자들의 대의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재적 대의원의 수를 임의로 변경하였고, ② 위 대의원이었던 자들에게 이 사건 대의원대회 소집통지를 하지 않았으며, ③ 원고가 이 사건 대의원대회에 대의원을 파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징계에 관한 소명 기회를 박탈하였다.

다)

또한 이 사건 대의원대회는 ① 그 소집공고에 피고에 대한 징계 사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② 회의 및 결의 과정에서 징계에 관한 원고의 소명, 심의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③ 코로나 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의 방법을 모바일 전자투표로 진행한 문제가 있다.

2)

실체적 하자

이 사건 제명결의는 그 사유의 구체적 내용 및 존부가 불명확하고, D의 개인적인 일탈에 대한 책임을 원고에게 부담시키는 것으로 부당하며, 비슷한 사례와 비교하거나 징계로 인해 침해되는 조합원들의 사익을 고려하더라도 그 정도가 과도하므로, 평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 따라서 이 사건 제명결의는 피고가 징계권을 남용한 것으로 무효이다.

3.

판단

가.

절차적 하자에 관한 판단

위 기초사실, 앞서 인정한 증거들, 갑 제22, 46, 54호증, 을 제1, 15, 21 내지 24, 31 내지 34 내지 38, 4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할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제명결의에 원고가 주장하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절차적 하자에 관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이 사건 제명결의가 피고 규약 제64, 65조, 및 상벌규정 제5, 8, 10, 16 내지 18조에 따라 상벌위원회의 심의, 심의 결과에 따른 회원조합대표자회의 동의 및 대의원대회를 거쳐 결의된 것임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2)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할 때 이 사건 상벌위원회에 원고가 주장하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①

원고는 이 사건 상벌위원회가 피고 규약에서 정한 바와 달리 ‘공공부문을 대표하는 회원조합 대표자’ 없이 구성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22호증의 기재에 따르면 피고는 상벌규정 제6조가 정한 상벌위원회 구성[노총(피고) 부위원장 1명, 운수·제조·공공·기타산업부문을 대표하는 회원조합대표자 각 1명, 시·도지역 본부를 대표하는 지역본부장 2명]에 따라 피고 부위원장, E노동조합연맹 위원장(운수), F노동조합 위원장(공공/금융), G노동조합연맹 위원장(제조), H노동조합연맹 위원장(기타), 피고 I본부 의장, 피고 J본부 의장 총 7인으로 이 사건 상벌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원고는 F노동조합(이하 ‘F노조’라 한다) 위원장인 K가 이 사건 제명결의 사유 중 ‘조직적 부정선거 지시’에서 지칭하는 부정선거, 즉 피고 제27대 위원장 선거의 출마자 중 한 명인 전 F노조 위원장(L)의 최측근 인사로서 이 사건 상벌위원회가 K를 ‘공공부문을 대표하는 회원조합 대표자’로 선정하여 구성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도 주장한다.<2> 그러나 ㉠ 이 사건 상벌위원회 당시 L은 F노조 위원장에서 물러난 상태여서 현 F노조 위원장 K가 상벌위원회에 참여하였고, 참여자인 K가 L과 같은 노동조합의 전·현직 위원장의 관계에 있다는 점만으로 공정성을 의심할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 ‘조직적 부정선거 지시’는 이 사건 제명결의 사유 중 ‘피고의 조직질서를 문란케 하였다’는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한 점 등을 종합할 때 원고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상벌위원회의 구성에 하자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②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상벌위원회는 운영기간이 임의로 연장되었고, 원고의 의견 개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운영상의 하자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을 제14호증의 2의 기재에 따르면 이 사건 상벌위원회는 원고의 충분한 진술권을 보장하기 위해 활동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이를 두고 피고가 이 사건 상벌위원회를 자의적으로 원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운영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을 제14호증의 2, 1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상벌위원회는 2022. 6. 22.경부터 2022. 7. 11.까지 총 4회에 걸친 심의 동안 원고의 D, 위원장 직무대행자 O, 사무처장 P로부터 소명서를 제출받고, 2022. 6. 27. 진행된 제2차 상벌위원회에서 위 O, P에게 진술의 기회를 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상벌위원회 과정에서 원고의 의견 개진이 제한되었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상벌위원회의 운영 방식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할 때 이 사건 대의원대회 및 이 사건 제명결의에 원고가 주장하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①

원고는 피고의 대의원에 관하여도 노동조합에 적용되는 노동조합법 제17조가 준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와 같은 노동조합법상 연합단체로서의 노동조합에서 최고의사결정기관인 대의원대회는 노동조합법 제17조각주1 참조) 소정의 대의원회의 성격을 지닌 것이라기보다는 그 자체가 단위노조의 총회와 같은 성격을 가진 고유한 최고의사결정기관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므로, 그 구성원이 될 대의원에 관하여 노동조합법 제17조가 당연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대법원 1995. 11. 24. 선고 94다23982 판결 참조),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②

원고는 원고의 2021년도 대의원대회 대의원들이 2022년 정기대의원대회 및 이 사건 대의원대회의 대의원이라는 전제에서, 이 사건 대의원회의에는 재적 대의원수의 변경, 소집통지 누락 및 이로 인한 소명기회 박탈의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기초사실, 앞서 인정한 증거들, 을 제35 내지 3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할 때, 원고의 2021년도 대의원회의 대의원들이 반드시 이 사건 대의원회의의 재적인원을 구성한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대의원대회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 을 제35, 3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2022. 2. 7. 원고를 비롯한 회원조합의 각 대표자에게 2022년 정기대의원대회에 참여할 대의원 및 중앙위원 배정현황, 위 대의원대회의 투표방법, 안건 등을 알리면서, ‘해당 대의원들의 명단과 연락처를 정확히 기입하여 제출하여 달라’는 공문을 보냈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가 2022. 2. 17. 피고에게 ‘현재 본 노조는 파견 대의원 배정에 관한 규약 및 규정을 개정 중에 있으므로, 2022년도 정기대의원대회에 파견할 대의원 명단을 규약 및 규정 개정의 사유로 제출하지 않겠다’고 회신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원고의 2022. 2. 17.자 공문 내용은 문언 자체로 볼 때 ‘원고가 2022년 정기대의원대회에 대의원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이를 넘어 ’종전 대의원들에 권한을 인정해 달라‘는 뜻으로 보기는 어렵고, 이는 원고의 회원조합 중 종전 대의원들에게 대의원 권한을 인정해 달라는 조합들의 경우 명시적으로 ’종전 명단과 동일하다‘거나 ’명단의 변동사항이 없다‘는 취지의 명확한 답변을 한 것(을 제38호증)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알 수 있다.

㉡ 피고 규약 제19조 제2항은 “대의원의 임기는 당해 연도 정기대의원대회일부터 다음해 정기대의원대회 개최일 전일까지 1년으로 한다. 다만 정기대의원대회 본 대회 전날까지 대의원을 선출하지 못한 경우 새로 선출될 때까지 그 임기가 연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원고가 2021년도 정기대의원대회 이후 2022년도 정기대의원대회 전날까지 새로운 대의원을 선출한 바 없어 위 규정에 따라 원고의 2021년도 대의원의 임기가 2022년도까지 연장되었음을 근거로 원고의 2021년도 대의원이 이 사건 대의원대회의 재적인원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피고의 대의원대회 준비 과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각 회원 조합으로부터 임기 중의 소속 대의원 중 참석권을 행사할 대의원명단을 제출받아 확정하는 절차를 거침으로써 개별 대의원대회를 구체적으로 조직·구성하는 것으로 보이는 바, 설령 원고가 이 사건 대의원대회에 참석할 대의원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것을 대의원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의사로까지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원고가 대의원명단 제출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이상 원고 소속 대의원들에게 이 사건 대의원대회에 참석할 지위와 그에 근거한 절차적 권한이 곧바로 인정된다고 볼 수 없음은 마찬가지이다.

㉢ 더구나 갑 제36호증, 을 제35, 3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 즉 피고는 2022년 원고에게 2021년 대의원 15명보다 2명 많은 17명의 대의원 명단의 제출을 요구한 점, 원고가 2021년 제출했던 대의원 명단 중에는 2022년에 이미 구속되어 더 이상 대의원 활동을 할 수 없었던 D이 포함되어 있었던 점, 원고가 2022. 5. 23. 예정한 대의원대회, 2022. 7. 9. 예정한 대의원대회는 모두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한 법원 결정으로 그 진행이 중단된 점(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5. 20. 자 2022카합20288 결정, 같은 법원 2022 7. 8. 자 2022카합20371 결정) 등을 고려할 때, 피고가 원고의 명시적인 대의원 파견 거절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종전 대의원들이 2022년에도 원고의 대의원 권한을 갖는다고 판단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피고가 위 종전 대의원들에게 대위원대회 소집통지, 제적수 반영 등의 절차적 의무를 다하였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③

원고는 이 사건 제명결의에 원고의 소명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 규약과 상벌규정에 따라 피징계자에게 부여되는 소명 관련 권리는 상벌규정 제10조에 따른 ‘상벌위원회 징계심의에 회부된 사람에 대한 소명의 기회 부여’, 상벌규정 제20조에 따른 ‘징계에 회부된 조직에 대한 본인의 이의 진술 및 증인 신청권, 자료 제출 및 열람의 요구권’이 있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조합원 중 일부가 이 사건 상벌위원회에 직접 출석하여 징계에 관해 진술하고, 소명서 등을 제출하여 상벌규정 제10조에 따른 소명의 기회를 가졌다(상벌규정 제20조에서 정한 증인 신청권, 자료 제출 및 열람의 요구권은 원고가 그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한편 원고에 대한 소명기회가 상벌위원회 단계에서 부여되었을 뿐 이 사건 대의원대회 및 제명결의 당시에 부여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 피고 규약과 상벌규정은 ‘상벌위원회 징계심의에 회부된 사람’과 ‘징계에 회부된 조직’에 대하여 소명기회 부여 및 이의 진술권을 부여하고 있을 뿐 각 단계(상벌위원회, 회원조합대표자회의, 대의원회의)에서 각각 소명기회 부여 의무를 정하고 있지 않은 점, ㉡ 원고에 대한 징계는 이 사건 대의원대회 전에 진행된 상벌위원회, 회원조합대표자회의에서의 판단이 연속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원고에 대한 소명기회 부여 여부 역시 개별 단계가 아닌 전체적인 절차를 기준으로 판단함이 타당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사실만으로 이 사건 제명결의에 원고의 소명권을 배제한 하자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

④

원고는 이 사건 대의원대회 소집공고에 징계사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이 사건 대의원회의에서 원고에 대한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 이 사건 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은 투표에 앞서 ‘안건내용 상세보기’를 선택하여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 및 근거규정을 확인한 점, ㉡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에 대한 징계는 상벌위원회, 회원조합대표자회의, 대의원회의의 연속적인 심의에 따라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⑤

원고는 이 사건 징계결의의 결의방식(전자투표)에 대하여도 다투나, ㉠ 피고 규약 및 상벌규정에서 대의원대회의 결의방식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 ㉡ 이 사건 제명결의가 이루어진 2022. 7. 중순경에는 전파력이 빠르고 면역 회피 특성이 있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BA.5)가 확산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징계결의가 대면 참석이 아닌 모바일(원격)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 불합리하다거나 이 사건 제명결의를 무효로 할 절차적 하자라 볼 수 없다.

나.

실체적 하자에 관한 판단

1)

징계사유의 불확실성 및 존부

가)

원고는 이 사건 제명결의 사유가 불명확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① 피고 상벌규정은 제16조 제1항 제2호에서 ‘피고의 조직질서를 문란케 하거나 피고의 위상과 명예를 손상시켰을 때’를 징계사유로 정하고 있는 점, ② 피고 상벌규정은 제18조 제1항에서 ‘징계 사유가 발생하였을 경우 징계대상 조직에게 그 사실을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하고, 제10, 20조에서 징계대상의 소명권과 변론권을 정하고 있는데, 이에 비추어 피고는 징계의 당사자가 자신의 징계사유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소명(변론)을 할 수 있을 정도로만 징계사유를 적시하면 되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는 이 사건 제명결의 사유를 ‘조합비 횡령 묵인·방조 및 비정상적 회계운영, 조직적 부정선거 지시, 피고의 정상화 요구 불이행, 비민주적 노조운영 등으로 피고의 조직질서를 문란케 하였고, 명예훼손, 위력을 통한 업무방해 등으로 피고의 위상과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으로 특정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조직질서의 문란’ 및 ‘위상과 명예의 훼손’에 해당하는지 밝히고 있는 점, ④ 원고가 이 사건 상벌위원회에서 각 징계사유를 정확히 인지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여 피고 상벌규정에서 정한 소명권·변론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 점 등을 종합할 때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제명결의 사유가 부존재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① 이 사건 상벌위원회 과정에서 원고 및 원고의 사무처장, 지부장은 ‘원고 조합비를 D이 개인 용도로 사용했고, 원고의 감사 역시 회계자료를 검토하지 않은 채 감사의견서에 서명하였다’거나 ‘원고가 개인의 비리를 감시할 수 없는 체제로 운영되었다’는 등 원고의 비정상적인 회계운영, 조합비 횡령 묵인·방조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점, ② 원고는 D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원고가 조직 차원에서 D의 횡령을 묵인·방조·은폐하였다는 점이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제명결의 사유 중 ‘횡령 묵인·방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제명결의가 원고의 형사처벌을 징계사유로 삼지 않았으므로 위 ‘횡령 묵인·방조’를 반드시 형사법상의 의미로 해석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조합원의 비리를 감시하고 저지할 수 있는 정상적인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운영된 이상 적어도 원고가 D의 횡령을 부작위에 의해 묵인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위 제명결의 사유의 존재가 인정되는 점, ③ 원고의 주장에 따르면 이 사건 제명결의 당시 D은 비리를 자행하고, 집행부를 사조직화하며, 자신의 퇴진을 주장하는 조합원들을 마구잡이로 징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그 자체로 원고가 비민주적으로 운영되었다는 방증인 점, ④ 원고는 이 사건 제명결의 사유 중 ‘피고의 정상화 요구 불이행’과 관련하여 시간 부족과 D의 원고 노조 사조직화로 그 결과가 미진하였을 뿐 이행에 노력을 다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상벌위원회 심의 당시 피고의 정상화 요구를 이행하지 못하여 형해화된 조직질서를 재건할 능력·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원고 역시 원고 및 D의 비위행위가 연이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원고가 속한 피고의 위상과 명예가 훼손되었음은 인정하고 있는 점(원고는 조직 정상화 노력의 일환으로 신고·제보한 결과 D의 비위행위가 언론 보도된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도 주장하나, 위와 같은 언론 보도의 근본적인 원인은 원고 및 D의 비위행위이지 원고의 고발 등 자정작용 때문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⑥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조직적 부정선거 지시’ 및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사실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제명결의의 사유인 ‘조직질서의 문란’ 및 ‘피고의 위상과 명예의 훼손’의 구체적인 사례중 하나에 불과하고, 수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징계사유만으로도 당해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한 점(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2다51555 판결 등 참조) 등을 종합할 때 이 사건 제명결의 사유가 부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제명결의 사유가 D의 개인적인 일탈에 불과하여 원고 조합에 대한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제명결의는 원고의 조합장에 대한 감시 부재, 비정상적 회계운영, 비민주적 조직운영 등 노동조합단체로서 원고의 실태를 징계사유로 적시하고 있을 뿐, D 개인의 일탈을 문제 삼고 있지 않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2)

징계양정

가)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두10852 판결 등 참조).

나)

위 기초사실, 앞서 인정한 증거들, 을 제29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할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제명결의가 사회통념상 명백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징계양정에 관한 주장 역시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제명결의 사유는 원고가 위원장의 일탈을 감시·저지하지 못하여 회계절차가 형해화 될 정도로 비민주적·비정상적으로 운영되어 조직질서를 문란케 하고, 위원장의 비리 및 원고의 비정상적 운영이 외부에 공개됨으로써 피고 조직 전체의 민주성·청렴성 등을 의심받게 하여 결국 피고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였다는 것으로, 그 비위행위의 정도가 상당히 중하다.

②

원고는 실질적으로는 D의 개인적인 일탈이 문제된 것임에도, 피고 규약에 회원조합 조합원 개인을 징계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를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제명결의는 D이 아닌 원고 조합의 비정상적인 운영을 그 사유로 하는 점, 피고에 가입한 것은 조합이지 조합원이 아니므로 피고에게 회원조합의 개별 조합원에 대한 징계절차 또는 근거 규정을 마련할 의무는 없는 점(각 조합원에 대한 징계는 각 회원조합의 규약에 따라 내부적으로 결정할 사안에 불과하다) 등을 종합할 때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③

피고는 2022. 4.경 원고에게 조직의 운영을 정상화할 것을 요구하여 원고가 자정하여 조직을 정상화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고, 정상화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명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고지하였다. 그럼에도 원고는 이 사건 대의원대회가 있은 2022. 7. 중순경까지도 이를 이행하지 못하였고, 이에 피고는 원고가 자생적으로 운영을 정상화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제명결의에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의 정상화 요구는 그 기한이 촉박했고, D의 비리 및 이로 인한 원고의 내부 분열로 그 이행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 피고의 정상화 요구는 원고에게 징계 전 일종의 기회를 제공한 것일 뿐 피고 규약 및 상벌규정에서 정한 필수 절차라고 볼 수는 없는 점, ㉡ 원고와 관련된 비리 및 의혹이 연이어 보도되고 원고의 내부 분쟁·분열까지 극심해져 원고가 소속된 피고뿐만 아니라 피고 산하 조직들까지 정당성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조직 정상화를 위한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제공한 후 징계절차에 나아갔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 원고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원고가 단기간 내에 정상화 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할 때, 가사 불충분한 면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제명결의 전에 징계사유 중 일부를 수정할 기회를 부여하였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④

원고는 피고가 소속 회원조합 임원들의 비리 및 이에 대한 언론 보도를 이유로 해당 회원조합을 제명한 사례가 없음에도, 원고의 경우에만 이 사건 제명결의를 한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제명결의는 단순히 원고의 임원의 개인적 비리 및 이에 대한 언론 보도만을 그 사유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조직의 형해화, 즉 조합 임원들에 대한 통제와 감시 부족, 임원 1인의 비민주적인 운영, 비정상적인 회계 및 부적절한 감사, 내부적 분열 및 운영정상화의 불확실성을 사유로 하고, 이러한 사유는 회원조합 임원의 일탈에 비하여 그 비위행위의 정도와 중대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이 사건 제명결의가 형평성의 원칙에 반하는 징계라 볼 수 없다.

⑤

더구나 ㉠ 원고는 피고의 정상화 요구 조치를 모두 이행하는 등으로 조직운영을 정상화한 후 별도의 절차를 거쳐 피고에 재가입할 수 있는 점(원고는 피고가 원고 제명 이후 제명된 자리를 누구에게 배정할 것인지에 대한 이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재가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오히려 갑 제19호증의 3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위원장은 회원조합대표자회의에서 원고가 운영 정상화 후 별도의 절차를 거쳐 재가입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 원고는 피고에서 제명되더라도 외부적으로 피고의 회원조합임을 명시할 수 없을 뿐 노동조합으로서의 활동을 계속할 수 있어 원고 또는 원고 소속 조합원들의 노동3권 행사에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 점(피고는 자신의 회원조합에 원고 또는 원고 조합원의 가입을 금지하고 있을 뿐, 원고가 별도로 노동조합 활동을 하거나 원고 조합원이 피고 회원이 아닌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금하고 있지 않다), ㉢ 원고는 피고 또는 피고 회원조합이 고용주들에게 제명된 원고 소속 조합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등으로 원고 및 원고 조합원들에게 현실적인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주장하는 고용주 압박행위가 있음을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원고가 우려하는 불이익은 피고 등의 부당한 압박행위로 인한 것이지 이 사건 제명결의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 볼 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제명결의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정인(재판장) 이진희 박창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