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8. 17. 선고 2023고단565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영등포구 B에 있는 C의 대표로서 상시 1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건설장비 임대업을 경영하고 있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근로자 D의 2017. 2.

10.부터 2018. 3. 11.까지 퇴직금 1,982,594원, 2018. 9. 4.부터 2020. 6. 27.까지 퇴직금 3,612,257원, 2020. 9. 10.부터 2022. 2. 22.까지 퇴직금 7,383,234원 등 퇴직금 합계 12,978,085원을 당사자 간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가.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는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의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44276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D은 굴삭기 운전기사로, 2016. 5. 15.부터 2022. 2. 22.까지 피고인의 개인사업체인 ‘C’ 및 법인 ‘E 주식회사’ 소유 굴삭기를 운전하였다. D과 피고인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은 없고, 근로기간이나 일일 근로시간을 약정한 바도 없었다. 다만 D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업무를 수행하였다.

가)

피고인이 통상 작업 예정일의 전날 오후경 D에게 배차 연락을 하고 D이 이를 수락하면, 다음 날 D이 서울 구로구 F에 소재한 피고인의 차고지로 가서 굴삭기를 배차 받은 후 작업현장으로 이동하여 굴삭기 운전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이루어졌다. D이 배차 받은 굴삭기에 대한 유류비는 피고인이 부담하였고, D이 배차 받은 굴삭기를 운전하다가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등으로 과태료 납부 통지를 받게 되면 이를 피고인이 부담하였다.

나)

D은 언제든지 배차를 거절할 수 있었고, 실제로 개인 사정이 있다거나 작업현장의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배차를 거절하기도 하였다. D은 피고인이 정한 취업규칙이나 기타 복무에 관한 제반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원하는 때에 언제든 배차를 거절하는 방법으로 쉴 수 있었으며, 휴무일이 정해져 있다거나 최소 근무시간 내지 근무일수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일정 기간 최소 굴삭기를 몇 대는 배차 받아야 한다는 등의 배차 할당량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D이 고정적으로 사용하는 굴삭기가 정해져 있지 않았고, D이 따로 굴삭기 관리업무를 수행하지도 않았다.

다)

D이 피고인으로부터 배차 받아 굴삭기 운전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피고인에게 별도로 출퇴근 보고를 하지 않았고, 다만 ‘건설기계 임대차 표준계약서’ 서식을 가지고 있다가 공사현장명, 탑승차량번호, 근무일자 등을 기재한 후 작업 종료 시 공사현장 관리자에게 확인을 받았다. D은 굴삭기를 반납하면서 위 서류를 피고인의 차고지의 컨테이너에 두고 가거나 사진을 찍어 피고인에게 전송하였다. 피고인은 그 서류를 보고 D의 업무 수행 여부 및 업무 시간을 확인하였다.

라)

피고인은 D에게 고정급을 지급하지 않았고, 통상 각 작업현장별 실제 작업 공수에 따라 계산한 돈[통상 일급 20만 원(2020년까지) 내지 25만 원(2020년 이후), 다만 거리가 먼 현장의 경우 27만 원, 일하는 시간이 짧은 현장의 경우 15만 원 등 구체적인 작업현장마다 일급이 달랐다.]에 사업소득세를 공제한 금원을 매주 단위로 지급하였다. D은 주 단위로 정산할 작업 내용이 없으면 피고인에게 어떠한 보수도 요구할 수 없었다. 즉, D이 피고인으로부터 매월 일정 공수를 보장받아 임금을 지급받은 것이 아니고, 실제 근무하지 않은 경우에는 아무런 보수도 지급받지 못하였다. 피고인은 D에 대하여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 적이 없고, D이 4대 보험에 가입한 적도 없다. 피고인이 D에게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금품이나 기본급 등은 없었고, 명절수당, 휴가수당 등 각종 수당도 지급한 일이 없다.

마)

D은 피고인으로부터 배차를 받지 않고 다른 건설장비 임대사업자를 선택하여 그로부터 배차를 받아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고, 피고인으로부터 굴삭기만 임차할 수도 있었다(예컨대, 보통 굴삭기가 공사현장에 투입되는 경우에 그 용역의 대가로 1일 70만 원 정도를 수령할 수 있는데, D이 피고인으로부터 배차를 받아 피고인이 수주한 용역을 수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사현장의 굴삭기 용역을 D 본인이 직접 수주한 다음, 피고인에게는 렌탈료 20만 원만 지급하고 피고인으로부터 굴삭기를 빌려 직접 수주한 위 업무를 수행한 후에 D이 직접 그 용역의 대가를 지급받는 것이 가능하였다).

바)

D이 피고인의 굴삭기를 운전하였던 2016. 5.부터 2022. 2.까지의 기간 동안 1개월 기준으로 총 근무일수가 5일을 넘지 않는 달은 14개월에 이르고, 하루도 근무하지 않은 달도 7개월에 이른다.

사)

D이 배차 거절을 하더라도 피고인으로부터 징계 등 인사상․행정상 불이익을 받지 않았고, 반대로 피고인이 배차를 해주지 않았다고 하여 D이 피고인에게 이의를 제기한 적도 없다.

2)

D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굴삭기 운전기사 중 ‘C’ 또는 ‘E 주식회사’와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로기간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로 정하여 놓고 매달 고정된 급여(400만 원 ~ 500만 원)을 지급받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들은 굴삭기를 배차받는 방식은 D과 동일하였으나, 배차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지정된 장소에 출근하여 굴삭기 보수, 정비 등의 관리업무를 수행하였다. 취업규칙, 복무규정은 없었으나 피고인은 이들에 대하여 구체적인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사항을 개별적으로 전달하였다. 피고인은 이들에 대하여 각종 수당을 지급하고, 휴가일수 등을 지정하였으며, 퇴직하는 경우 퇴직금을 지급하였다.

3)

굴삭기 운전기사는 이처럼 건설장비 임대업자로부터 고정급을 받으며 일하는 속칭 ‘월급기사’와 D과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속칭 ‘프리랜서기사’ 또는 ‘스페어기사’로 나뉘었는데, 월급기사를 택할지, 프리랜서기사를 택할지는 피고인 등 건설장비 임대업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기사가 선택하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프리랜서기사의 일당이 높게 책정되었다. 사업자는 월급기사에게는 통상 공사현장에서 장비를 사용하는 기간이 길게 잡혀있는 현장을 배정해주고, 월급기사를 배정하고 남은 현장이 있을 경우 프리랜서기사에게 배정하였다. 그 결과 프리랜서기사에게는 통상 장비를 사용하는 기간이 짧거나 변동이 많은 현장에 배차가 이루어졌다. 피고인은 월급기사에게, 공사현장의 거리가 먼 경우에는 숙소 및 추가 경비 일체를 지원해주고, 업무 난이도가 높은 경우에는 현금을 추가로 지급해주기도 하였으나, 프리랜서기사에 대하여는 그렇지 않았다.

4)

프리랜서기사들은 G를 개설하여 두고 그곳에서 서로 일감을 주고받았는데, D은 위 G에 소속되어 있었다. 프리랜서기사가 주로 배차 받는 사업자가 아닌 다른 사업자로부터 배차를 받아 일을 하더라도 이에 대하여 배차 정지 등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다.

다.

판단

앞서 본 관련법리 및 인정사실,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D이 피고인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D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

1)

D이 피고인의 굴삭기를 피고인으로부터 배차 받아 굴삭기 운전업무를 수행하기는 하였으나, 고정된 근로기간이나 근로시간, 근로장소에 구속받지 않았고, 언제든지 배차를 거절함으로써 업무 수행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다. 또한 굴삭기 운전업무 수행 과정에서 피고인의 지휘․감독이 이루어졌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 D이 매일 업무 종료 후에 ‘건설기계 임대차 표준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피고인과 D 사이에 일급 산정에 필요한 실제 업무시간을 상호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2)

D이 피고인의 배차를 수락함으로써 D과 피고인이 형성하게 되는 관계는, 단순히 근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굴삭기 운전을 통하여 피고인이 수주한 용역 업무를 완성하는 것, 즉 일의 결과가 중요한 관계이다. D이 피고인 지정 작업현장에서 정해진 작업시간 동안 굴삭기 운전업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피고인과 D이 맺은 관계의 성질상, 그리고 피고인이 굴삭기 용역을 수주하면서 체결해 놓은 해당 작업현장의 용역계약 내용상 당연히 요구되는 것으로서, 이를 두고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정해진 것이라 볼 수 없다.

3)

건설장비 임대업의 특성상, 작업의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근로자를 작업 현장에 투입하고 작업 시간도 각 현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하면서 사용자는 근로자가 작업 현장에 투입된 일수를 공수로 계산한 금원을 일당 형식으로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면서 각종 수당을 일당에 포함하는 포괄임금제를 시행할 수는 있는 것이나, 이 사건의 경우에는 D이 실제 근무하지 않은 경우에도 피고인이 일정 공수를 보장하여 주었다는 사정이 전혀 없고, 배차가 이루어져 업무를 수행하면 그 일한만큼 일급을 주 단위로 지급한 사정이 있을 뿐이므로, 피고인과 D 사이에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지급 약정이 있었다고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D이 업무를 수행한 방식이나 피고인으로부터 대가를 지급받는 방식은 피고인에게 고용되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월급기사’의 경우와 확연히 구분된다.

4)

D이 언제든 피고인의 배차를 거절하고 다른 건설장비 사업자의 배차를 수용할 수 있어 동시적 노무제공의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 D 본인이 직접 굴삭기 용역을 수주한 후 피고인으로부터 굴삭기만 빌려 직접 영업할 수도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과연 D이 피고인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이나 전속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

5)

D에 대하여 지급된 보수는 일의 범위와 상관없이 근로 자체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이는 근로자성을 긍정하는 사유에 해당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D을 포함한 프리랜서기사에 대한 일급이 일정했던 것은 그것이 근로 자체에 대한 대가적인 성격을 가져서이기 때문이 아니라, 공사현장에서 굴삭기 등 건설장비의 ‘임대료’와 ‘운전업무 수행에 대한 대가’가 동시에 지급되는 현실에서 후자의 ‘시세’가 그러하였기 때문인 것으로도 볼 수 있으므로, D에 대하여 지급된 보수가 일정했다는 사정이 D의 근로자성을 긍정할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볼 수 없다.

6)

이상의 점에 비추어 보면, 굴삭기의 유류비, 과태료 등을 D이 아닌 피고인이 부담한 점 등 근로자성을 긍정할만한 여지가 있는 사정들에도 불구하고, D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3.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보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