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택시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목적으로 최저임금법 적용 사업장을 운영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18. 1. 19.자로 피고에 입사하여 택시운전근로자로 근무하다가 2019. 10. 20.자로 퇴직한 사람이다.
원고는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총 운송수입금 중 피고와 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일정액(이하 '사납금'이라고 한다)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고 한다)을 자신의 수입으로 하며,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택시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고 한다)이 신설되었고, 위 법률 부칙 및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2009. 7. 1.부터 피고의 본점 소재지인 서울시에서도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었다.
피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 후 그 소속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하 '피고의 노동조합'이라 한다)과 임금협정 체결을 하였는데, 각 연도별 임금협정에 따른 피고의 기본적인 근로시간, 근무형태 등에 관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이하 특정 연도에 체결한 임금협정을 지칭할 때에는 '○○○○년 임금협정'으로 적는다).
◎ 근무형태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 · 고시한 2013년부터 2020년까지의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9호증, 을 1, 2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
2013년 이후 임금협정에 의한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이하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단축합의'라고 한다)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한 것이므로 탈법행위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에게 적용되는 일 소정근로시간은 2013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6시간 40분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① 이를 기준으로 재산정한 정당한 임금과 피고가 실제 지급한 임금의 차액, ② 최저임금 미지급액을 반영하여 재산정한 퇴직금과 기지급 받은 퇴직금의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잠탈과 무관하고 변화된 근무환경을 반영하여 소속 근로자 대표와 노사 간의 자발적 합의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으로서 유효하다.
판단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의 효력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 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의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러나 노사 간의 합의에 의해 정해진 소정근로시간의 효력을 그와 같은 사유로 부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유의 예외적인 성격에 비추어 최저임금제도의 실질적 잠탈 여부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다237460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피고가 피고의 노동조합 대표와 2015년, 2017년, 2018년 임금협정을 체결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종전 1일 6시간 40분에서 차례로 1일 5시간 40분, 5시간 30분, 4시간 40분으로 단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앞서 든 증거와 갑10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가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른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 여부나 행태를 실질적으로 지휘 · 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택시운수업의 특성상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는데, 소정근로시간은 근로자가 근로의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고 사용자가 그 근로의무의 이행에 관하여 임금을 지불하기로 약정한 시간으로서실근로시간과는 개념상 구분되고(위 대법원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참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따라서 앞서 본 법리와 같은 특별한 사정, 즉 소정근로시간을 단순히 형식적으로 또는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정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는 실근로시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원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에 관하여 원고의 구체적인 증명이 없다.
서울시는 택시운송원가 분석 및 요금체계 개선 학술 용역보고서(이하 '용역보고서'라고 한다)를 통해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서울지역 택시요금 인상, 시계 외 할증 전면 확대, 앱택시 활성화로 아래와 같은 변화가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위 분석결과에 따르면 2016년도 택시 승객 감소에도 불구하고 1일 대당 운송수입금, km당 운송수입금, 근무시간당 운송수입금은 모두 증가하였고 카카오택시 등과 같은 앱택시 활성화 등으로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영업 방식이 순항식에서 대기식으로 변하였으며 1일 대당 영업 거리가 감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차율이 증가하였고, 1일 대당 운행시간이 감소한 사실이 나타난다. 즉 2016년에는 택시의 운행 효율이 전반적으로 증가하였고, 이러한 영업환경의 변화는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시간 내지 근무형태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영업환경의 개선 효과가 2016년까지에 한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 당시 종전과 비교하여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아가 용역보고서(제13면)에 따르면, 택시를 정상적으로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대당 2.4명 정도의 운전자가 필요하나 2016년 기준 서울의 법인택시 1대당 운전자 수는 약 1.68명으로 택시운송사업자들은 심각한 구인난과 가동률 저하를 겪고 있고, 서울시 택시운전근로자들 과반수의 연령대는 50대 이상으로, 평균 연령대가 점차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사실이 나타난다. 즉 택시 운행 효율이 증가한 것과는 별개로 택시업계의 업황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업계의 현실을 고려하면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원고와 같은 2인 1차 택시운전근로자는 평균적으로 2013년에는 1일 10.77시간<1>[=21.58시간(=일 평균 운송수입금 304,845원 ÷ 근무시간당 운송수입금 14,145원) ÷ 2], 2016년에는 1일 10.69시간[=21.58시간(=일 평균 운송수입금 326,900원 ÷ 근무시간당 운송수입금 15,276원) ÷ 2]을 근무한 셈이어서, 2013년 이후 실제 근무시간이 거의 변하지 않았고, 택시요금 인상이 없었던 2017년 이후에도 근무시간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용역보고서에는 위와 같은 운송수입금, 운행거리, 결제건수 등의 수치를 산출하기 위하여 2인 1차로 운행되는 법인택시를 기준으로 하여 운행시간 21시간 이상, 운행거리 350km 이상, 영업률 50% 이상의 3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택시를 대상으로 분석하였다고 기재되어 있고(제69면), 특히 근무시간당 운송수입금 산정시 근무시간은 2013년과 2016년 모두 21.4시간을 기준으로 적용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제70면). 즉 위 표의 운송수입금과 관련된 수치는 택시운전근로자 1인이 10.7시간(=21.4÷2)을 근무하였음을 전제로 산출된 수치이므로, 위 수치를 전제로 다시 근무시간을 산출하여 근무시간의 변동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고 약 6~9년이 경과 한 후 이루어졌는데, 소정근로시간의 단축과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고,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시 피고의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였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소결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피지 않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권순호(재판장) 권기만 김성훈
각주1) 소수점 둘째자리 미만 버림, 이하 같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