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들은 부부로서, 피고 B은 서울 영등포구 D건물, 1층 E~F호에 있는 G매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의 실질 경영자로서 상시 4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음식점업을 영위하는 사용자이고, 피고 C는 이 사건 사업장의 형식상의 대표 명의자이다.
원고는 피고들에게 고용되어 2022. 2. 26.부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이 사건 사업장에서 빙수·와플 조제 및 포장, 고객 응대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이 사건 사업장에는 매장 전체를 비추는 CCTV(이하 ‘이 사건 CCTV’라 한다)가 설치되어 있다.
피고 B은 2022. 5. 27. 원고에게 전화로 해고통보(이하 ‘이 사건 해고통보’라고 한다)를 하였는데, 원고는 위 통화 직후 피고 B에게 문자메시지로 ‘바로 그만두겠다’라고 말한 후, 2022. 5. 29.부터 이 사건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았다.
원고는 2022. 5. 30.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이하 ‘서울남부지청’이라 한다)에 피고 B을 상대로 해고예고수당 체불, 휴게시간 미부여, 근로조건 불명시 및 서면 미교부 등을 이유로 진정(이하 ‘이 사건 진정’이라 한다)을 제기하였고, 서울남부지청은 이를 받아들여 2022. 8. 4.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다.
피고 B은 위 범죄사실로 약식기소되어 2022. 9. 26.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고약8143호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 그 후 피고 B의 정식재판 청구에 따른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고정1028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에서 2023. 2. 16. 벌금 100만 원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으며, 위 판결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한편 피고들은 이 사건 CCTV 영상에서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의 음식을 임의로 먹거나 맨손으로 재료를 만지는 등의 비위를 적발하였다. 이에 피고 B은 2022. 6. 28.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의 음식을 임의로 먹는 등 피고 B의 재산을 횡령하였다는 혐의로 원고를 고소(이하 ‘이 사건 고소’라 한다)하였는데, 서울영등포경찰서는 2022. 9. 28. 이에 대해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하였다.
원고는 2023. 2. 14. 피고 B으로부터 해고예고수당으로 1,247,968원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16 내지 18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피고들은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공동불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하여 원고는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와 심리적 불안감, 공황장애 등을 겪게 되어 병원 치료비를 지출하는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합계 3,735,500원(= 진료비 1,235,500원 + 위자료 2,5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들은 개인정보보호법,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하여 이 사건 CCTV에 관한 안내판을 설치하거나 원고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근로자 감시 목적으로 이 사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면서 원고를 감시하고, 이를 통해 촬영한 영상을 원고에 대한 형사고소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원고의 인권을 침해하였다.
피고들은 원고가 이 사건 진정을 취하하지 않으면 이 사건 고소를 하겠다고 협박하여 근로자인 원고의 정당한 문제제기 및 권리구제 신청행위를 방해하였다.
피고들은 이 사건 해고통보 이후 원고의 책임 없는 기물파손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원고를 불성실하고 악의적인 근로자라고 비난, 모욕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보복성 괴롭힘 행위를 통하여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하였다.
판단
이 사건 CCTV의 무단설치․운영 및 감시 등을 통한 인권침해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사업장에 매장 전체를 비추는 이 사건 CCTV가 설치되어 있는 사실, 피고들은 이 사건 CCTV 영상에서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의 음식을 임의로 먹거나 맨손으로 재료를 만지는 모습 등을 발견하고 이를 근거로 이 사건 고소에 이른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한편 피고들은 이 사건 CCTV가 촬영 중이라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다투고 있으나 이를 인정할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근로자 감시 목적으로 불법적으로 이 사건 CCTV를 설치하였다거나 또는 이 사건 CCTV를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 근로자 감시용으로 사용함으로써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5조 제1항은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된 장소에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ㆍ운영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고, 같은 항 제3호는 “시설의 안전 및 관리, 화재 예방을 위하여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가 설치ㆍ운영하는 경우”를 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4항은 “고정형 영상정보 처리기기를 설치ㆍ운영하려는 자는 정보주체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설치 목적 및 장소 등이 포함된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위와 같은 규정들을 둔 취지는 공개된 장소 또는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곳에서의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ㆍ운영을 통해 수집되는 개인영상 정보와 관련하여, 그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그러한 영상정보의 수집을 금지하면서 예외적으로 영상정보 수집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ㆍ운영을 허용해 주되, 정보주체의 동의가 아닌 안내판 설치, 사전 의견수렴 등의 방법으로 통제하려는 것이다.
이 사건 CCTV는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 고용되어 일하기 전부터 설치되어 있던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들로서는 도난방지 등 이 사건 사업장의 안전 및 관리의 목적으로 매장 전체를 비추는 이 사건 CCTV를 설치ㆍ운영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2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ㆍ운영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3개월 이상 근무한 직원으로서 이 사건 CCTV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하여 충분히 알거나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개된 장소에서는 정보주체인 불특정다수의 동의를 개별적으로 받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하여 안내판 설치 등의 의무를 규정한 개인정보 보호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이 이 사건 CCTV에 관한 안내판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업장을 방문한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위법행위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까지 위법행위가 된다거나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근로자참여법’이라 한다) 제20조 제1항 14호에서는 사업장 ‘근로자 감시 설비’의 설치를 노사 양자의 협의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근로자참여법은 ‘근로자 감시 설비’에 해당하는 경우에 그 설치에 노사협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한 것이므로, ‘근로자 감시 설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CCTV의 설치는 노사협의 사항이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
2022. 5.경 원고와 피고 B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을 제5호증)를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도중 문의사항이 있을 때마다 위 피고에게 수시로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내어 지시를 받고 있을 뿐, 달리 피고들이 이 사건 CCTV를 통하여 원고의 근무상황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피고 B이 이 사건 CCTV를 통해 원고의 근무상태를 확인한 것은 이미 원고와의 근로관계가 종료된 이후인 것으로 보이고,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의 직원으로 근무할 당시 이 사건 CCTV를 통하여 근무상태를 감시받거나 근무태도를 지적받는 등의 불이익을 입었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오고 간 카카오톡 문자메시지(을 제5호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 근무하는 동안 이 사건 사업장의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사고가 때때로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들로서는 원고와의 근로관계가 종료된 이후, 원고의 근무로 인하여 입은 손해를 확정하고자 원고의 평소근무상태, 기물파손의 경위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 B으로서는 이 사건 진정에 대응하기 위하여 원고의 근무 관련 자료들을 살펴 볼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들이 이 사건 CCTV 영상을 통하여 원고의 근무상황을 확인하는 행위로 인하여 원고의 인격권 내지 초상권이 다소 제한받거나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제한이나 침해가 불법행위를 구성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는 볼 수 없다.
이 사건 고소를 수단으로 한 권리구제 행위의 방해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피고들이 원고에게 이 사건 고소 의사를 내비친 것은 원고의 정당한 권리구제 행위를 방해한 협박행위로서 사회상규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원고에게 이 사건 고소 의사를 내비친 것이 정당한 권리행사를 넘어 권리남용이라거나 사회상규에 반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보복성 괴롭힘 행위를 통한 인격권 침해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피고들이 원고를 불성실하고 악의적인 근로자로 비난, 모욕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 C가 보낸 문자메시지(갑 제6호증)를 보더라도 그 내용은 ‘매번 힘들다고 하시고, 스케줄 변경 원하시고, 기물 파손하시는 직원이었고’, ‘결정적으로 계속할지 말지 고민해보신다고 말씀을 지속적으로 하셨기에 다음 직원을 염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등으로, 그 전반적인 취지는 원고와의 근로관계에서 불만족스러웠던 점을 지적하는 것에 불과할 뿐 그 형식 및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 B이 원고를 상대로 기물 파손 비용을 청구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을 제5호증) 보낸 것 역시 자신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일 뿐 이를 원고에 대한 인격적 모독행위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원고에게 보복성 괴롭힘 행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김익환(재판장) 임수희 권기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