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 사실오인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대금을 자재 구입이 아닌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점, 수천만 원의 채무를 부담하여 재정상황이 좋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 사건 공사를 해주거나 자재대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금원을 편취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판단 – 받아들이지 않음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2. 7. 14.경 서울 영등포구 B에 있는 피해자 C가 운영하는 PC방에서 환풍기 공사를 의뢰한 피해자에게 ‘공사비 280만 원 중 150만 원을 먼저 지급해주면 공사 자재를 구입하여 공사를 해주겠다’고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당시 별다른 재산이나 일정한 수입이 없었던 반면 2022. 4.경까지 사기죄로 2회, 근로기준법위반죄로 7회 처벌받는 등 근로자들에게 미지급한 임금 및 퇴직금이 6,300만 원을 초과하였고 금융기관 및 법원에 대하여 약 1,464만 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으므로, 피해자로부터 받은 금원을 개인 채무 변제,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 피해자에게 약속한 대로 공사를 해주거나 공사대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날 D 명의의 농협은행 계좌로 공사비 명목으로 150만 원을 교부받았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2022. 7. 14.경 피해자로부터 환풍기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 자재대금으로 150만 원을 송금받은 사실, 피고인은 2022. 8. 중순경부터 피해자의 연락을 피하며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해주거나 피해자로부터 지급받은 자재대금을 반환하지도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를 해주거나 공사대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 공사비 150만 원 상당을 편취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공사 이전 2022. 1.경 피해자의 지인으로부터 피고인을 소개받아 피해자가 운영하는 PC방 내부 문, 형광등 공사를 의뢰하였던 적이 있다.
피해자는 2022. 7.경 피고인에게 PC방의 이 사건 공사를 추가로 의뢰하였고, 같은 달 14.경 피해자가 운영하는 PC방에서 피고인을 만나 이 사건 공사를 의뢰하였다. 피고인은 같은 날 피해자에게 공사 자재대금을 먼저 보내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이 지정하는 D의 계좌로 150만 원을 보내주었다.
피고인은 이 사건 공사를 시작하기 위해 피해자와 약속한 대로 2022. 7. 16.경 위 PC방에 찾아갔는데, PC방의 문이 닫혀 있었고, 피해자와 연락도 되지 않아 그대로 돌아갔다. 피해자는 같은 날 오후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장마철이라 비도 많이 오고, 코로나 전염병의 유행으로 손님도 없어 장사가 잘되지 않으니 한 달 뒤에 공사를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자재비를 지급받은 후 일부를 현금으로 인출하고 가지고 있던 현금을 합하여 조명가게와 철물점에서 자재를 구매하는데 77만 원 가량을 사용하였고, 공사 당일인 2022. 7. 16.경 위와 같이 구매한 자재를 가지고 피해자의 PC방에 갔으나 피해자가 연락이 되지 않아 공사를 하지 못하였으며, 근처에서 피고인이 공사를 하고 있던 ‘E’ 옥상에 위 자재를 쌓아두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피고인이 당시 사용하던 D의 계좌내역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2022. 7. 14.과 같은 달 15.경 3회에 걸쳐 60만 원을 인출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구매한 자재비 금액 및 그 출처 등이 피고인의 진술과 일응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수사과정에서 2022. 7. 16.경 이후로 피고인이 연락도 되지 않고 이 사건 공사도 해주지 않았으며 돈을 돌려주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2022. 7. 16.경부터 한 달 가량 후에 공사를 시작하였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한 것이 사실이고, 수사기관에서 공사시기를 미룬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은 그 뒤로도 피고인과 연락이 되지 않고 돈도 돌려받지 못하여 화가 나서 과장하여 이야기하였다며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였다.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피고인과의 문자메세지 내역을 보더라도 피해자는 2022. 8. 16.경부터 피고인에게 공사 진행 내지 대금 반환을 독촉하였을 뿐이므로, 피해자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
당심의 판단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원심에서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자세히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범행을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이 앞서 본 여러 사정을 들어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이를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지적하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다.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맹현무(재판장) 박세라 이유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