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1982. 6. 7.경부터 2018. 3. 24.경까지 화물선 등에서 기관장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원고의 승무 경력을 정리하면, 아래 [표] 기재와 같다.
이후 원고는 2018. 8. 15.경부터 2020. 10. 20.경까지의 기간 동안 수개월 또는 수일에 걸쳐 AL 주식회사 및 AM 주식회사에서 일용근로자 또는 정식근로자로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23. 2. 10.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상세불명의 감각신경성 청력손실’을 진단받았다.
원고는 2023. 2. 14. AO이비인후과의원에서 ‘순음청력검사상 6분 평균치로 우측 61db, 좌측 63db의 청력을 보였다’는 등의 근거로 ‘상세불명의 감각신경성 난청’을 진단받았다.
피고는 선박의 소유자 등 기타 선박 운항에 참가하는 자의 선박 운항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기비용 및 책임에 관한 상호보험인 손해보험사업을 행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피고는 위 [표]의 순번 25항 기재 ‘AJ’ 선박(이하 ‘이 사건 선박’)을 운항하는 AK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에 승무하는 선원에 대한 선원법령에 따른 재해보상을 담보하기 위한 선원공제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재해보험 사업자이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 고
원고는 이 사건 선박을 포함하여 여러 선박에 승선하여 약 19년 6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기관사로서 근무하면서 85dB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고, 이로 인하여 소음성 난청이 발병하거나, 적어도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이 혼합되어 자연경과적 청력 손실이 더 빨리 진행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선원법 제97조, 제2조 제12호에 따른 보험금 70,734,902원(장해등급 제9급 제7호 적용)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 고
원고는 선원법의 재해보상 규정에 적용되는 선원이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6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2호에서는 선원법에 따라 재해보상이 되는 사업에 산재보험법이 적용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산재보험법이 정한 난청 요건 등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산재보험법상 재해보상의 책임은 모든 사업장을 통틀어 근로복지공단에게 있고, 선원법상 재해보상의 책임은 각 선박의 소유자 등이 가입한 각 보험사에게 있으므로(특히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이 승선하기 전 근무하였던 선사들은 모두 피고와 계약관계에 있지 아니한 회사들이다), ‘복수의 사업장을 옮겨다니며 근무한 근로자에게 질병에 걸린 경우, 업무상 질병인지 여부의 판단에 있어서 복수의 사용자 아래서 경험한 모든 업무를 포함시켜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는 대법원 2016두56134 판결은 이 사건에서 인용될 수 없다.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선박 이전에 원고가 승선하였던 모든 선박들에서의 근무가 난청의 발병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고, 원고의 이 사건 선박에서의 근무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며 그것도 청력보호구를 착용한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기관사로서 원고의 마지막 근무지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에 대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에 규정된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하고(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두10360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산재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관한 인과관계의 법리는 선원법상의 직무상 재해에 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84420 판결 등 참조).
한편, 그 증명의 방법 및 정도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4두12185 판결 등 참조).
판 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앞서 든 각 증거, 갑 제6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이 법원의 AP병원에 대한 신체감정 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선박에서 근무하면서 상당한 소음에 노출되어 그로 인하여 난청이 발병 또는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을 정하고 있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제7호 차.목은 소음성 난청에 관하여 ‘85dB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되어 한 귀의 청력손실이 40dB 이상으로, 1) 고막 또는 중이에 뚜렷한 손상이나 다른 원인에 의한 변화가 없을 것, 2) 순음청력검사결과 기도청력역치와 골도청력역치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어야 하며, 청력장해가 저음역보다 고음역에서 클 것의 요건을 충족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규정하면서 ’내이염, 약물중독, 열성 질병, 메니에르증후군, 매독, 머리 외상, 돌발성 난청, 유전성 난청, 가족성 난청, 노인성 난청 또는 재해성 폭발음 등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난청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가 1982. 6. 7.경부터 2018. 3. 24.경까지 다수의 선박에 승선하여 기관사로서 근무하는 동안 상당한 정도의 소음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신체감정의가 ’원고가 85dB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된 사실이 있다면, 연령을 고려하여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이 공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였기는 하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에게 재해보상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가 이 사건 선박에서 근무한 기간은 6개월로서 원고가 이전에 승선하였던 선박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단기간이고, 피고 측에서 이 사건 선박의 기관실 및 당직실 등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67.9~83.6dB이 측정되어 85dB에 미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선박에서 근무한 시점이 선원들에 대한 귀마개 착용이 권고된 2015년 이후인 점, 원고가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직업관련성 평가를 받을 당시 ’2015년부터 귀마개를 착용하는 근무환경이 정착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원고가 이 사건 선박에서 귀마개를 착용하고 근무함에 따라 실제 노출된 소음은 위 측정치 보다 낮은 수준이었을 가능성이 있고, 달리 원고가 이 사건 선박에서 85dB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었다고 볼 증거는 찾을 수 없다.
원고가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기 전에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승선하였던 선박들이 다수 존재한다. 특히 이 사건 선박 직전 승선한 AI 주식회사의 AH(위 [표]의 순번 제23항 및 제24항)의 경우, 기관 출력 3,000 이상, 총 톤수 9,000톤급 이상이었고, 그 전에 승선하였던 위 [표]의 순번 제17 내지 22항 기재 각 선박들도 기관 출력 2,500~5,968, 총 톤수 327~17,430톤급으로서 대체로 이 사건 선박(기관 출력 1,765, 총 톤수 992톤급) 보다 큰 대형 화물선이었다. 위 각 선박들에 대한 원고의 승선시점(1998년 ~ 2014년)은 모두 선원들에 대한 귀마개 착용이 권고되기 전이었고, 원고가 2021. 12. 2. AQ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을 당시 ’20여 년 전부터 조금씩 귀가 안 좋아졌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본 적은 없으나, 보청기를 낀지 6~7년쯤 되었다‘고 진술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기 전 보다 강도 높은 소음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하여 이미 난청이 발병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여러 개의 건설공사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근무한 근로자가 작업 중 질병에 걸린 경우, 그 건설공사 사업장이 모두 산재보험법의 적용 대상이라면, 당해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 그 근로자가 복수의 사용자 아래서 경험한 모든 업무를 포함시켜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는 대법원 2016두56134 판결을 인용하며 원고가 근무하였던 모든 소음노출 사업장에서의 근무기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산재보험법상의 재해보상은 산재보험법 제10조, 제11조 등에 근거하여 각 사업장을 통틀어서 모두 근로복지공단에서 주관하는 반면, 선원법상의 재해보상은 선원법 제106조 등에 근거하여 각 선박소유자 등이 가입한 보험사에서 책임을 부담하므로, 산재보험법과 선원법상 각 재해보상의 주체 및 구조가 상이하다. 해상근로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선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선원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선박 이전에 승선하였던 선박들에서의 직무로 인하여 원고의 난청이 발병하거나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하고, 원고가 이 사건 선박에서 근무할 당시 노출된 소음이 85dB 이상이라는 점을 인정하기도 어려운 이 사건에서 이 사건 선박의 보험사인 피고에게 재해보상 의무를 인정할 수는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지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