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6. 5. 15. 선고 2025가단211623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들에게 1억 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7. 27.부터 2025. 3. 6.까지 연 6%,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원고들은 D(1993년생)의 부모이고, 피고는 2022. 1. 17.경 D과 사이에 아래 기재와 같이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나.

D은 2021. 1. 4.경부터 주식회사 F(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 주식운영본부에서 운용역(펀드매니저) 담당으로 근무하였는데, 2021. 5. 26. 주거지 인근 오피스텔 비상계단에서 추락하여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원고들은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에 따른 보험금 1억 원의 지급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2024. 12. 17.경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저해된 심신상실 상태에서의 사망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거절을 통보하였다.

라.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2022. 6. 10.경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유족급여 등 청구에 대하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 2022구합77545호로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의 소를 제기하였고(이하 '관련 사건'이라 한다), 위 법원은 2022. 8. 22. '망인이 펀드매니저로서 성과 압박을 받았고 그로 인한 과로 내지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심해져 스스로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능력이 현저히 약해진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추단된다'는 이유로 위 부지급 처분의 취소를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마.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된 보통약관(이하 '이 사건 약관'이라 한다)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규정은 아래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3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 주장의 요지

1)

원고는,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이 사건 약관 제5조 제1항 제1호 단서의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사고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라고 보기 어렵고, 망인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약관 제5조 제1항 제1호 본문에 따라 피고의 보험금 지급의무가 면책된다고 주장한다.

나.

관련 법리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 정신질환 등으로 자살한 경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등 참조). 아울러, 의사로부터 우울병 등의 진단을 받아 상당 기간 치료를 받아왔고 그 증상과 자살 사이에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경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자살 무렵의 상황을 평가할 때에는 그 상황 전체의 양상과 자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특정 시점에서의 행위를 들어 그 상황을 섣불리 평가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다238800 판결 등 참조).

다.

구체적인 판단

위 인정사실 및 인정근거에서 들고 있는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추락사라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고, 나아가 망인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

①

망인은 2018. 1.경 G 주식회사에서 펀드매니저 업무를 시작한 이래 H 주식회사를 거쳐 2021. 1. 4.경부터 이 사건 회사에 근무하게 되었다. 망인은 2년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고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였는데 계약서상 갱신되지 않으면 계약이 종료됨을 전제로 도중이라도 실적부진 등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가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으며, 직무수행 능력 변동을 사유로 한 급여 조정 조항을 두고 있는 등 철저한 실적 위 주의 평가를 예정하고 있었다. 망인은 펀드 자금 중 일부를 담당하여 운용하는 일을 하였는데, 10억 원을 할당받아 운용하면서 KOSPI 지수 대비 초과수익률 5% 2회 달성 목표가 있었고 매주 월요일 06:30 주간 전략회의를 비롯하여 매일 07:40경 모닝 미팅을 하였으며, 매월 첫 째 수요일 정오부터 종목발표 회의를 하는 등 수시로 목표 제고를 위한 회의가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실적이 평가됨으로써 그로 인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②

이 사건 회사의 운용 성과 평가는 각 운용 기수마다 이루어지며 한 운용 기수는 6개월인데 그러한 6개월 단위의 운용역 성과평가를 통해 성과급의 구체적인 액수를 결정하며 각 운용역의 운용자금 규모 또한 결정하게 되어 있었다. 망인의 2021. 5.경 기준 성과 수치는 심각한 성과 부진 정도는 아니었으나 동료 직원 대비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었고, 특히 망인이 같이 입사한 3명 중 제일 경력이 있었음에도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자 더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업계 특성상 2년 경과후 저평가로 계약이 종료될 경우 경력이 좋지 않게 남아 향후 전직에 영향을 미친다는 부담 또한 있었다.

③

망인에 관한 회사 출입자료만 있고 퇴근자료는 없는바, 근로복지공단 산정 망인의 근로시간은 재해 발생 1주간 22시간 59분, 4주간 주당 평균 46시간 3분, 12주간 주당 평균 53시간 54분, 12주(직전 1주 제외)간 주당 평균 56시간 43분이고, 12주간 총휴일 25일 중 16일을 근무함으로써 휴일근무율이 64%에 달한다. 나아가 망인의 교통카드 등의 사용 내역을 고려할 때 최소한 근로복지공단 산정 근로시간을 상회하는 정도의 근로를 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특히 휴일 근로를 비롯한 시간 외 근로가 상당히 있었다고 보여지는 점에서 망인의 근로시간은 장단기 과로 및 스르레스와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④

망인은 2019.경부터 2021. 5. 17.까지 I의원에서 상세불명의 우울에피소드로 수차례 상담 진료를 받았고, 위 의원 주치의는 '망인이 우울감, 무기력증 등 문제로 진료받았고 2021. 5. 17. 내원 시에는 업무 관련 스트레스에 대해 심각하게 호소하였으며 당시 진료기록을 토대로 추정하는바 환자의 자살과 업무 관련 스트레스 간에 높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⑤

망인의 유서에는 '우울증을 앓아 왔고 최근에 심해졌다. 어떤 식으로 살아야 할지, 어떻게 일을 해 나가야할지 전혀 모르겠고, 매우 힘들다.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그 이후의 삶이 기대되지도 않는다. 이쯤에서 삶을 그만하고자 한다. 내 인생은 너무 힘들었다. 회사에 원망은 없다. 내가 부족했고, 욕심 많았을 뿐이다. ···'라는 내용을 주된 요지로 하고 있다. 위 내용에 의하면 망인이 기존 우울증이 이 사건 회사 입사 이후더 심해진 것을 알 수 있으며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앞으로의 아무런 희망조차 없다며 사고 자체를 포기하고 있는 점에서 사실상 정상적인 인식 내지 판단 범위를 일탈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여진다.

⑥

망인의 직장 동료들은 망인이 이 사건 회사 입사 전 직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선망하던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한 것인데 계속해서 업무 성과가 저조한 것으로 인해힘들어하였고 '주식 시장이 나랑 잘 맞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원고들 또한 망인이 업무 스트레스를 종종 호소하면서 이 사건 회사 업무 스타일이 자기랑 안 맞고, 매일매일 성과보고를 하는 점 등을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 역시 망인의 정신적 스트레스 상황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한편 망인이 이 사건 보험계약 외에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점을 확인할 자료가 없고, 이 사건 보험계약은 이 사건 사고 훨씬 이전인 2015년경 체결한 것으로서 망인이 자신의 사망으로 인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상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다는 점을 의도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⑦

관련 사건의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는 '망인이 만성 과로상태에 있었고, 실적압박 및 그에 따른 기간제 근로계약에의 영향이라는 직업불안정성으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장애에 영향을 미쳤으며, 주요우울장애 진행에 따른 임상양상을 보여 자살을 한 것으로 이는 업무 스트레스에 의한 자해로 볼 수 있다. 망인은 과거력 및 가족력 등으로 주요우울장애 발병 및 악화에 대한 감수성이 사회평균인보다 높았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⑧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은 "근로자의 고의 ·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그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고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36조는 위 법 제37조 제2항 단서에서 말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서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고, 망인의 사망에 대하여 관련 사건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업무상 재해 사망이 인정되었는데, 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자해행위가 원인이 된 사망중 예외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의 자해행위'는 이 사건 약관에서 정하는 면책 예외사유, 즉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거의 일치한다.

⑨

위와 같은 사건의 경위 및 의학적 견해에 의하면, 망인이 비록 고등학교 시절부터 우울증의 기저질환이 있었으나 정상적인 대학생활과 군생활을 거치면서 그 기저질환이 어느 정도 다스려지고 있다가 직장생활이 시작되면서 다시 재발된 것으로 보이고, 2019.보다 2020.경 병원 방문 회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증상이 잦아들었다가 이 사건 회사 입사 이후 업무부담 및 실적압박으로 인한 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우울증의 정도가 급격히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라.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들에게 상해사망 보험금 1억 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7. 27.부터 이 사건 조정신청서 부본 송달일인 2025. 3. 6.까지 상법이 정한 연 6%, 그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한다.

판사 박희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