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6. 4. 24. 선고 2025나52039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1995. 2. 14. 피고 직원으로 입사하여 법무팀장, 사무국장 등으로 재직한 자이고, 피고는 저작권법 제105조 제1항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저작권신탁관리업을 승인받아 음악저작권자의 저작물 제반 이용 허락 및 그 권리를 신탁 관리하는 사업을 경영하는 사단법인이다.

나.

원고는 2022. 12. 6.부터 2023. 11. 8.까지 아래 표 기재와 같이 7차례에 걸쳐 피고로부터 징계처분을 받았다.

원고는 아래 표 순번 1 내지 4, 6, 7 기재 각 징계처분에 대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각 노동위원회는 위 구제신청을 전부 기각하였고{C, D(병합), E, F, G}, 원고가 위 각 기각 판정에 대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위 재심신청을 전부 기각하였다(H, I, J). 징계처분 및 이에 대한 구제신청의 내역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다.

원고는 2022. 12.경부터 2024. 2.경까지 피고 임직원에 대하여 총 18건의 형사고소 및 고발을 단행하였고, 위 사건들은 모두 각하,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 고소 취하등으로 종결되었다.

라.

원고는 2023. 1. 31. 피고에게 명예퇴직을 신청하였는데, 피고는 2023. 2.경 원고에게 '피고가 명예퇴직을 승인해 준다면 원고는 피고의 임직원 등을 상대로 원고가 제기한 일체의 분쟁(민사, 형사, 노동법에 따른 신청 등 일체 포함)을 2023. 2. 13. 이전까지 취하할 것이고, 향후에도 취하한 소송 등의 상대방, 피고 임원에 한해 비방, 모욕, 명예훼손 등의 발언, 표현 등을 하지 않을 것이며, 공적기관에 진정, 제보, 민형사 제소등 어떠한 형태의 분쟁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하에 명예퇴직을 승인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피고는 2023. 2. 9. 이사회 의결을 거쳐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을 불승인하였다. 원고는 2024. 1. 10. 다시 명예퇴직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24. 1. 23. 이사회 의결을 거쳐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을 불승인하였다.

마.

피고 취업규칙 및 단체협약서(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 '이 사건 단체협약서'라 한다)의 내용 중 명예퇴직과 관련된 부분(이하 '이 사건 관련규정'이라 한다)은 아래 기재와 같다.

바.

원고는 2024. 2. 14. 괴롭힘을 이유로 사직한다는 취지의 사직서를 피고에 제출하였고, 2024. 2. 15. 사직 처리되었다. 원고에 대한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 8,929,330원에 퇴직적용년수 20.923개월을 곱한 186,828,370원으로 계산되었고, 원고는 기지급액을 공제한 나머지 37,751,830원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명백히 다투지 아니하는 사실, 갑1호증, 갑3호증, 갑4호증, 갑5호증의 1, 4, 갑10호증의 1, 갑29호증, 을1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취업규칙에 따라 2023년과 2024년 명예퇴직을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의 신청을 모두 거부하였다. 이는 사용자의 명예퇴직 심사, 결정 권한을 남용한 것이므로 위법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취업규칙에 따른 명예퇴직금 194,308,800원(= 기본급 2,891,550원 × 60% × 112개월)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명예퇴직은 근로자가 명예퇴직의 신청(청약)을 하면 사용자가 요건을 심사한 후 이를 승인(승낙)함으로써 합의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3다1632 판결 등 참조) 그 성질은 사법상 계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명예퇴직대상자들의 신청만으로 명예퇴직이 성립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명예퇴직 신청을 심사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사용자에게 유보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근로자의 명예퇴직은 사용자의 승인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사용자가 근속기간과 평균임금을 산정기초로 삼는 퇴직금제도 외에 별도로 명예퇴직금제도를 두고 그에 따라 지급하는 명예퇴직금은 그 지급대상, 지급요건 및 산정방법 등이 다양하여 그 성격을 한 가지로만 규정할 수는 없는데, 장기근속자의 정년 이전 조기 퇴직을 유도하기 위하여 퇴직일부터 정년까지의 기간이 길수록 많은 금액이 지급되는 내용의 명예퇴직금제도를 설정하여 운영하는 경우, 그 명예퇴직금은 후불임금이라기보다는 조기 퇴직에 대한 사례금 또는 장려금적인 성격이 농후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28358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원고가 2회에 걸쳐 명예퇴직신청을 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승인하지 아니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앞에서 본 명예퇴직의 특성이나 성립 요건, 피고가 정한 명예퇴직 관련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이 사건 관련 규정에서 정한 명예퇴직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승인 거부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들고 있는 각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명예퇴직신청에 대한 심사 및 승인 결정 없이 그 신청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명예퇴직에 관한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

또한, 설령 피고가 명예퇴직 심사·결정권을 남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사용자는 명예퇴직에 관한 합의에 따라 근로자가 실제 퇴직할 때 비로소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고, 이 사건 취업규칙 제43조 제2항 역시 '명예퇴직자로 선정된 자에게 명예퇴직 위로금 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명예퇴직이 승인되지 않은 원고에게 명예퇴직 위로금 등의 명예퇴직수당청구권이라는 구체적인 권리가 명예퇴직 심사·결정권의 남용이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려운바, 원고는 명예퇴직 신청이 승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진하여 사직 의사를 밝혀 피고로부터 퇴사하게 된 이상 명예퇴직이 확정된 자에게 지급되는 명예퇴직금이 원고에게 지급될 여지는 없다.

다)

한편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36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을 심사, 결정할 권한을 남용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국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명예퇴직은 근로자의 청약(신청)에 대하여 사용자가 승낙함으로써 합의에 의하여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의 일종이고, 이는 원칙적으로 계약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적 자치의 영역인바(헌법재판소 2007. 4. 26. 선고 2003헌마533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명예퇴직수당 또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등이 강행적으로 정하고 있는 법정 퇴직금 내지 수당과 달리 사례금 또는 장려금적인 성격이 강하므로 그 제도의 도입 여부나 운영에 있어서 근로관계의 다른 제도보다는 사용자에게 보다 넓은 재량이 허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관련 규정에 의하면 피고는 피고의 필요에 따라 명예퇴직을 실시할 수 있고, 명예퇴직 신청에 따른 명예퇴직자의 확정은 예산의 범위를 고려하여 피고가 정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사건 취업규칙이 정하고 있는 명예퇴직수당은 정년이 되기 전에 조기퇴직하는 직원들에게 그로 말미암은 수입상실이나 새로운 직업을 얻기 위한 비용지출 등에 대한 보상의 성격으로 지급되는 사례금 또는 장려금이라고 보아야 하고,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도 예산의 범위 안에서 이를 지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취업규칙 제43조 제2항에서 정한 선정기준은 명예퇴직신청 승인에 있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에 불과하고 피고의 명예퇴직자 선발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승인 여부를 결정할 재량을 가지는 사항으로 보일 뿐이다.

(3)

이 사건 관련 규정에는 명예퇴직 신청에 대한 결격사유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피고는 명예퇴직 승인 여부에 관하여 광범위한 재량을 가지고 있고,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그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취업규칙 제9조 제1호는 '제 규정을 위반하거나 업무상의 지시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를 직원의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명예퇴직의 본질이 장기간 회사에 봉직하여 온 장기근속자들의 회사에 대한 특혜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근로자의 회사에 대한 공헌도·기여도를 명예퇴직 승인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은 그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보이고, 근로자의 회사에 대한 공헌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근로자의 징계·비위사실 여부, 징계처분 및 비위의 정도, 횟수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4)

원고는 원고와 같은 시기에 명예퇴직을 신청한 피고의 다른 직원들 역시 징계처분을 받은 적 있음에도 다른 직원들의 명예퇴직을 승인할 때는 징계처분의 내역을 심사에 반영하지 않고, 원고에게만 징계처분 전력을 이유로 명예퇴직 신청을 불허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원고는 2022. 12.경 처음 징계처분을 받은 이래로 2023.11.경까지 약 1년 동안 7차례에 걸친 징계처분을 받았다. 이에 비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징계 전력이 있는 다른 직원들의 경우 그 징계가 수년에 걸쳐 산발적으로 이루어졌고, 징계의 수위 역시 감봉이나 경고, 견책 등 원고에 비하여 경미하다. 단기간에 집중된 다수의 징계처분은 해당 근로자의 복무 태도 및 조직 내 규범 준수 의지에 관한 중요한 판단 지표가 되므로, 원고의 주장과 같이 다른 직원들과는 다르게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에 있어서만 징계 전력을 고려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불합리한 구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5)

원고는 재직 중 피고 임직원을 상대로 수차례 형사고소 및 고발을 단행하였고, 그 결과가 혐의없음, 불송치, 고소 취하 등으로 종결되어 실질적으로 형사처분을 받은 임직원이 없다고 하더라도, 고소 내지 고발당한 임직원들로서는 수사 절차에 응하여야 하는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됨으로써 원고와 피고 다른 구성원들 사이 신뢰 관계 및 협력적인 업무 환경이 훼손되었으리라는 점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결국 피고로서는 원고가 조직 내 화합을 저해하고 정상적인 업무 관계 유지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고 판단할 합리적인 근거를 지닌 것 으로 볼 수 있다.

(6)

한편 원고가 2024년 명예퇴직 재신청을 할 당시에도 원고와 피고 사이 위와 같은 분쟁 상황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이상, 재신청에 대한미승인도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보인다.

3.

원고의 변론재개신청에 대한 판단

가.

주장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변론종결 후인 2026. 3. 30. 및 2026. 4. 12. 변론종결 후 제출한 2026. 3. 14.자, 2026. 3. 30.자, 2026. 4. 4.자, 2026. 4. 12.자 각 참고서면의 참고자료를 증거로 제출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변론재개신청을 하였다.

나.

관련 법리

당사자가 변론종결 후 주장·증명을 제출하기 위하여 변론재개신청을 한 경우 당사자의 변론재개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대법원1987. 12. 8. 선고 86다카1230 판결,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8다14619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법원이 변론을 재개하고 심리를 속행할 의무가 있는 경우는, 변론재개신청을 한 당사자가 변론종결 전에 그에게 책임을 지우기 어려운 사정으로 주장·증명을 제출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였고 그 주장·증명의 대상이 판결의 결과를 좌우할 만큼 주요한 요증사실에 해당하는 경우 등과 같이 당사자에게 변론을 재개하여 그 주장·증명을 제출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패소판결을 하는 것이 민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절차적 정의에 반하는 경우로 한정된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다305796 판결 등 참조).

다.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소가 제기된 2024. 7. 22.부터 이 법원의 변론종결일인 2026. 3.13.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 제1심에서 3차례, 이 법원에서 1차례의 변론기일이 진행되었는바 원고는 충분한 주장·증명의 기회 및 변론의 기회가 있었던 점, 원고가 새로이 확보하였다는 증거는 원고가 기존에 주장·증명하려던 내용과 차이가 없어 이 법원에서는 이미 제출된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한 점 등을 비롯하여 기록에 나타난 일체의 사정, 변론재개로 인한 이 사건 소송 완결의 지연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변론재개신청은 변론재개신청을 한 당사자가 변론종결 전에 그에게 책임을 지우기 어려운 사정으로 주장·증명을 제출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였던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변론을 재개하여 심리를 속행하여야 할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법원에 예외적인 변론재개 및 심리속행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변론재개신청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승온(재판장) 이정형 송승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