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주식회사 C은 서울 송파구 D에 있는 스포츠의류 제조 및 도, 소매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2014. 6. 17.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회생절차 진행 중이다.
피고인은 2014. 9. 1.부터 2015. 5. 23.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근로자 E의 2015. 5. 임금 1,711,111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8명의 임금 및 퇴직금 합계 49,133,152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근무 중인 근로자 F의 2015. 5. 임금 3,916,660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8명의 2015. 5. 임금 합계 23,175,653원을 임금 정기지급일인 2015. 6. 5.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기업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56조 제1항]. 그러나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에 해당하고,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업무수행 등을 하는 것이고, 재산의 처분이나 금전의 지출 등의 일정 행위에 대하여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거나(채무자회생법 제61조 등 참조), 채무자의 업무와 재산의 관리상태 등을 법원에 보고하여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법원의 감독을 받게 된다(채무자회생법 제91조 내지 제93조 등 참조). 이러한 회생절차에서의 관리인의 지위 및 역할, 업무수행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관리인이 채무자회생법 등에 따라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금 사정의 악화나 관리인의 업무수행에 대한 법률상의 제한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근로자의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하지 못한 것이라면 이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되는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관리인이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는 채무자가 회생절차의 개시에 이르게 된 사정, 법원이 관리인을 선임한 사유, 회생절차개시결정 당시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상태,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 관리인이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한 업무수행의 내용과 근로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인과의 협의 노력, 회생절차의 진행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2753 판결 참조).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보태어 보면, 회생절차 중이던 주식회사 C(이하 '회생회사'라 한다)의 관리인인 피고인이 근로자들에게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한 까닭은, 피고인이 관리인으로 선임되기 이전부터 이미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회생회사의 재무구조, 이미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된 사업 현황 등으로 인해 근로자들의 임금 및 퇴직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및 회생회사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기가 극도로 어려운 상태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피고인으로서는 이러한 상황 하에서 나름대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필요한 최선의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고, 이러한 사정은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책임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회생회사는 의류제조 및 도 · 소매업 등을 주요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해외 브랜드인 'G'에 관해 해외 상표권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위 브랜드를 부착한 의류 등을 판매하여 왔는데, 2014. 7.경 위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되고 계약 연장이 불발되자, 회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회생절차개시결정 당시 회생회사의 공동관리인이 된 H은 'I'이라는 브랜드를 개발하여 사업을 지속하였다. 그러나 회생회사는 지속적인 경영난, 자금난을 벗어나지 못했고, 오히려 피고인이 관리인으로 취임할 무렵인 2014. 12. 31. 기준 2014년 회계연도의 당기순손실이 자본(약 42억 원)의 약 18배에 달하는 773억 원 가량에 이르렀으며, 회생회사는 이미 부채(약 297억 원)가 자산(약 172억 원)을 상당할 정도로 초과하여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다(기록에 편철된 재무제표 2, 6, 7, 11쪽).
회생회사에 대한 파산법원의 회생개시결정일(2014. 6. 17.)을 기준으로 볼 때 회생회사의 채무 중 적어도 상거래로 인한 공익채권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이 회생회사의 관리인으로 취임할 무렵인 2014. 12. 31.을 기준으로 한 채무 중 상거래 공익채권에 해당하는 액수는 무려 약 91억 원에 이른다(공판기록에 가철된 월간보고서 중 공익채권 현황).
이와 같은 계속된 사업 부진으로 인해 회생계획의 수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회생회사의 공동관리인 H, J는 파산법원의 허가 없이 전문모델 2명과 사이에 모델료를 합계 4억 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한 모델계약을 체결하고, 그들에게 총 3억 3,100만 원의 모델료까지 지급하였다. 결국 파산법원은 2014. 12. 29. 위 공동관리인들을 직권해임하고, 채무자회생법 제74조 제1항에 따라 관리위원회 및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을 들어 같은 날 피고인을 회생회사의 관리인으로 선임하였다(증거기록 제175, 176쪽).
회생회사에 대한 파산법원의 회생개시결정 당시 이미 회생회사 직원들에 대해약 4억 원의 체납임금채무가 있었고, 피고인이 관리인으로 취임할 무렵까지도 약 2억 9,500만 원의 체납임금채무가 있는 상태였다(위 월간보고서 중 공익채권 현황).
피고인이 회생회사의 관리인으로 취임한 직후인 2015. 1.의 회생회사의 매출실적도 그 이전과 마찬가지로 회생계획에서 정한 목표치에 턱없이 부족했고, 이후로도 그와 같은 패턴이 지속되었다(위 월간보고서 중 매출실적).
이에 피고인은 자력에 의한 회생회사의 갱생은 불가능하고 다른 자본이 회생회사를 인수하는 것만이 경영난과 자금난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하여 2015. 4. 13. 파산법원에 'M&A 주간사 선정기준(안)' 승인허가신청을 하였으나, 이후 계속된 M&A 공개입찰에서 입찰제안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회생회사의 채권자 중 하나이던 K 주식회사와의 수의계약 절차도 원만히 진행되지 못해 결국 파산법원은 회생회사에 대한 회생절차폐지결정을 한 후 2015. 11. 25. 2015하합154호 사건에서 회생회사에 대한 파산선고를 하였다(증거기록 제255, 257, 263~265, 267쪽).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이 판결공시 취지의 선고에 동의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위 판결공시 취지를 선고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안재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