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 E 주식회사(이하 '피고 E'이라 한다)는 H 주식회사로부터 2013. 9. 10. 수급한 'I 공사'를 위해 2014. 3. 21. 피고 주식회사 F(이하 '피고 F'이라 한다)에게 'J'의 제작 및 설치를 발주하였다.
피고 G 주식회사(이하 '피고 G'이라 한다)는 피고 F으로부터 위 수조커버 설치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 한다)을 의뢰 받고, 근로자들을 고용하여 이 사건 작업현장에 투입하였는데, A도 2014. 9. 11.경부터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철판 교체, 수리, 절단, 운반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한편, 피고 G은 일부 근로자들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작업현장 인근에 있는 오피스텔을 임차하여 근로자들에게 숙소로 제공하였다.
그런데 A는 2014. 9. 22. 17:00경 근무를 마치고, 저녁에 동료들과 술을 마신 후 위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23:04경 심정지가 발생하였다. 같은 숙소에 있던 다른 근로자가 이를 발견하고 119구조대에 신고를 하였고, 인근 병원에 도착한 후 심정지는 회복되었으나, 심정지로 인한 뇌손상으로 반혼수상태가 되었고, 2019. 1. 14. 결국 사망하였다(이하 '망인'이라 한다).
원고 B은 망인의 처, 원고 C, D는 망인의 자녀들로서, 망인의 재산을 공동상속하였다.
[증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제5호증의 3, 제9호증의 1, 제14호증 내지 제15호증의 2, 을나 제2, 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K병원에 대한 감정촉탁결과, 이 법원의 의료법인 L병원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작업현장은 고온, 다습한 지하2층의 밀폐된 공간으로, 악취, 소음, 분진이 심하여 망인은 작업 당시 육체적, 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을 받았고, 이로 인하여 심정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더욱이 망인의 심정지 상태가 발견된 이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될 때까지 구호조치가 지연되는 바람에 그 사이 망인의 뇌손상 정도가 심해져 결국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피고 G은 파견사업주로서, 피고 E, F은 사용사업주로서 이 사건 작업현장의 환경을 개선하고, 근로자들의 숙소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하였는바, 결국 망인의 사망은 피고들이 근로자인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 및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으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그로 인한 손해(= 망인의 일실수입 376,897,879원 및 치료비 95,290,228원 + 망인의 위자료 4,000만 원 + 원고 B이 지출한 장례비 9,580,000원 + 원고 B의 위자료 1,000만 원 + 원고 C, D의 위자료 각 500만 원)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위 손해배상금 중 원고 B은 49,580,000원(= 상속분 중 3,000만 원 + 장례비 9,580,000원 + 위자료 1,000만 원), 원고 C, D는 각 1,000만 원(= 상속분 중 500만 원 + 위자료 5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일부 청구).
판단
피고 E에 대하여
먼저 피고 E이 망인에 대하여 사용사업주의 지위에 있는지, 즉 망인을 파견근로자, 피고 G을 파견사업주, 피고 E을 사용사업주로 하는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인바(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제3자가 해당 근로자에 대하여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해당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피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과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4다211619 판결 참조).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 E이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 일정 부분 작업에 관여한 것은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도급인에게 부여되는 의무를 이행한 것일 뿐, 망인 등 피고 G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지시·감독을 주된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을가 제1호증의 기재만으로는 망인이 피고 E에 대한 관계에서 그 지휘·명령을 받는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피고 E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다.
피고 F, G(이하 '회사 측'이라 한다)에 대하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사고가 발생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다44506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회사 측에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회사 측에 대한 청구도 이유 없다.
갑 제13호증의 1의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작업현장이 원고 주장과 같은 열악한 상태에 있었다거나, 망인이 당시 과로나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망인은 심정지 이후 실시된 검사상 심실세동과 관상동맥 경련의 소견을 보였고, 따라서 망인의 심정지는 특발성<1> 심실세동이나 관상동맥 경련에 따른 심실세동, 즉 변이형 협심증<2>이 그 발생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인다. 변이형 협심증은 흡연이 중요한 위험인자로 작용하는데, 망인 역시 생전에 흡연자였다.
망인의 심정지 사고는 망인이 당일 정상적으로 근무를 마치고서 약 6시간이 지난 후 망인의 수면 중 발생하였다. 비록 그 발생 장소가 회사 측이 제공한 숙소이기는 하나, 회사 측은 근로자들의 편의를 위해 무료로 숙소를 제공하였고, 그 이용 여부는 근로자들의 선택에 맡겨졌으며, 회사 측은 숙소를 이용하는 근로자들의 취침시간이나 외출, 외박 등에 대하여 관여하지 않았는바, 망인 등 근로자들의 숙소 사용이 회사 측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설령 망인과 같은 숙소에 있던 동료가 망인을 발견한 즉시 119구조대에 신고하거나 직접 망인을 인근 병원으로 데려가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에 관하여 회사 측에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회사 측으로서는 제공된 숙소가 숙소로서의 하자가 없는지를 살피는 외에 더 나아가 원고들 주장과 같이 숙소에 안전담당 직원을 배치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당시 위 숙소 건물 출입문의 시정장치 때문에 119구조대원의 출입이 지연되어 그 결과 망인의 구조가 다소 지연되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시정장치가 위 숙소의 하자라고 보기도 어렵고, 달리 그에 관하여 회사 측에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현경
각주1) 병의 발생에 있어 병리론적으로 명확한 원인이 없어 일어나는 성질
각주2) 혈관이 좁아진 곳이 없지만 관상동맥이 경련에 의해 수축하여 심장에 혈류가 감소, 차단되는 것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