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성동구 B에서 ㈜C 왕십리점을 운영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6. 4. 1.경부터 2018. 12. 31.경까지 근무한 근로자 D의 퇴직금 13,837,680원과 2016. 4. 1.경부터 2018. 2. 9.경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E의 퇴직금 4,004,030원 합계 17,841,710원을 각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6도777 판결 등 참조). 또한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근로자에 대한 위 여러 징표 중 일부 사정이 결여되었거나 다른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11087 판결 등 참조).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D, E은 임금을 목적으로 ㈜C 왕십리점(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고 한다)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반하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사업장은 근무시간이 오전반(06:00~15:00), 오후반(14:00~23:00)으로 정해져 있고, 휴가 일수도 정해져 있었다. D, E은 출근하지 못하거나 지각, 조퇴하는 경우에는 부장이나 팀장에게 미리 알렸다. D, E은 사업장에서 일한 지 최초 몇 달 간은 출근시간을 찍어 단체 카카오톡으로 전송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이 D, E의 지각이나 조퇴, 외출, 휴가 등 요청을 거부하거나 이를 이유로 그들에게 불이익을 가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D, E은 대체로 사업장에서 정한 휴무일, 휴가 및 근무시간 등 근무조건에 구속을 받으면서 스스로 이를 벗어나는 행동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D, F이 자율적으로 휴가나 근무시간을 정하고 그 현황을 단지 피고인과 공유하는 정도에 불과한 형태는 아니었다.
수수료는 사업장에서 결정되어 있는 것을 트레이너들이 따랐고, 트레이너들은 기본 영업지원금과 매출에 따른 수업료를 더한 금액을 매월 보수로 받았는데, 영업지원금 및 수업료는 사업장에서 직급과 개인매출 실적에 따라 결정되어 있는 비율표에 따라 지급되었다. 이러한 수업료는 실적에 따라 변동되는 것이기는 하나 트레이너 업무의 특성상 이는 트레이너들이 제공한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사업장 내 직급은 대표, 부장, 팀장, 트레이너 시니어급, 트레이너 마스터급, 특별한 직급이 없는 트레이너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었는데, 직급 변동은 개인매출을 잘하거나 업무를 잘 하는 경우, 즉 트레이너의 능력과 성과를 대표, 부장 등이 평가하여 변동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D, E을 채용할 당시 채용공고에는 근무형태를 정규직으로 표현하면서 근무시간, 휴무일까지 정하고 있고, 다만 4대 보험은 해당사항이 없다고 기재되어 있다. 사업장을 퇴사하는 경우 트레이너가 담당하던 고객은 사업장에서 지정하는 트레이너에게 인계하도록 정하고 있다.
사업장 내 헬스기구 등 기계장비는 모두 피고인 소유 재산이고, 헬스기구 등 기계장비, 시설 관리 비용 등은 모두 피고인의 책임, 관리 하에 제공되었으며, D, E이 그 사용에 대한 대가를 따로 지불하지 아니하였다.
D, E은 트레이너로서의 주된 강습 업무 외에도 피고인 측이 정한 무료 수업, 각종 상담, 청소 등 사업장 운영에 필요한 부수 업무를 함께 수행하였고, 사업장 홍보를 위한 전단지를 나누어 주는 등 홍보 업무도 수행하였다.
D, E이 이 사건 사업장에 근무하면서 육류판매업이나 화장품사업을 병행한 정황이 있기는 하나, 그 사업의 운영 형태, 운영 시기, D, E이 각 사업에 관여한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D, E이 사업장에서 정한 근무조건에 맞추어 사업장에 전속되어 근무한 사정이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록 D, E이 위탁계약서를 작성하여 고정급이 아닌 매출액에 비례한 수수료를 지급받았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으며,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D, E이 상당 기간 이 사건 사업장에 전속되어 근로조건을 지키면서 근무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D, E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피고인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관련 법리
임금,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판단
아래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사업장에는 위탁사업계약서를 작성한 트레이너 외에도 근로계약을 체결한 직원도 있다. 피고인으로서는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와 독자적인 사업자 신분을 갖는 트레이너를 구분하여 계약관계를 맺으려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2017년경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트레이너가 자신이 근로자임을 주장하면서 진정한 사건에 대하여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적이 있고, 2018년경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서 트레이너 2명의 진정에 대해서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종결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근로자 D은 앞선 사건에서 근로자 형태의 근무를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고, 이 사건에서도 다수의 트레이너들이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자신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D, E을 개별 사업자로 인식하고 그들의 퇴직금 지급의무의 유무에 관하여 다투어 볼 여지가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김슬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