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9. 29. 선고 2021가합109576 판결

주문

1.

피고 B은 원고에게 2,0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2. 1.부터 2021. 8. 4.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 C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B과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B이, 피고 C와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6. 가을경 선물옵션 투자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피고 B을 우연히 알게되어 친분을 맺어 오면서, 피고 B으로부터 수차례 기망당하여 금전을 편취당한 자이고, 피고 C는 피고 B의 아들이다.

나.

또한 원고는, 2017. 3.경에는 피고 B의 지인이자 소설가인 D을 소개받아, 원고, 피고 B, D과 함께 D이 과거에 개발에 관여하였던 ‘E’ 게임의 판권을 구입하고 게임회사를 설립하여 게임을 출시하여 수익을 올리기로 하면서, 2017. 6. 1. 정보처리시스템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및 컨설팅업을 주된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인 주식회사 F(이하 ‘F’라 한다)를 설립하고, F의 운영 과정에서도 수차례 피고 B으로부터 금전을 편취당하였다.

다.

피고 B은 2017. 2. 14.부터 2018. 1. 2.까지 원고를 기망하여 아래와 같이 합계 2,893,268,166원을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로 2020. 7. 17.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 등 혐의로 기소되어, 2021. 2. 18.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0고합193호로 징역 4년 6월을 선고 받았다. 위 판결은 항소심(수원고등법원 2021노212호)에서 피고 B의 근로기준법위반 등 사건(수원고등법원 2021노467호)과 병합된 후, 2021. 11. 5. 징역 5년이 선고되어 2021. 11. 13.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형사판결’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가.

피고 B은 원고를 기망하여 금전을 편취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관련 형사판결이 확정되었고, 이러한 불법행위로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였다.

나.

위와 같은 피고 B의 불법행위 과정에서 원고는 대부분의 금전을 피고 C 명의의 계좌로 송금하였고, 피고 C는 F의 1인 주주이자, 등기된 사내이사의 지위에서 F의 사업에 참여하는 등 피고 B의 불법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거나, 최소한 피고 B의 불법행위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만연히 자신 명의의 계좌를 피고 B에게 사용하게 하는 방조행위를 통해 원고에게 손해를 입게 하였다.

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원고가 피고 B에게 편취당한 금액 중 일부인 2,0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피고 B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1)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다243430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피고 B이 원고를 수차례 기망하여 원고로부터 금전을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관련 형사판결이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 B은 관련 형사판결에서도 이 사건에서 주장하는 것과 유사하게 ‘원고로부터 받은 자금을 선물옵션에 투자하고, 일부 수익금을 반환하기도 하였다.’, ‘원고가 지급한 자금은 F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위 주장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기망 사실이 인정되어 관련 형사판결이 확정되었으며, 피고 B이 이 사건에서 주장하는 사정들이나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이 확정된 형사판결의 사실인정을 뒤집을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3)

따라서 피고 B은 원고로부터 편취한 금액 2,893,268,166원 중 원고가 구하는 2,0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최종 불법행위 종료일인 2018. 2. 1.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인 2021. 8. 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C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가)

수인이 공동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민법 제760조 제1항의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각 행위가 독립하여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객관적으로 관련되고 공동하여 위법하게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다102755 판결 참조).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 사이에 의사의 공통이나 행위공동의 인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객관적으로 보아 행위자 각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기한 행위가 공동으로 행하여져 피해자에 대한 권리침해 및 손해발생에 공통의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할 것이므로, 공동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먼저 행위자 각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기한 행위가 공동으로 행하여졌다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다44774 판결 참조). 또한 공동불법행위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면, 그 위법한 행위와 원고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결과발생의 개연성, 위법행위의 태양 및 피침해이익의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0다268265 판결 참조).

나)

한편, 공동불법행위에서 방조라 함은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2000다13900 판결 참조). 접근매체를 통하여 전자금융거래가 이루어진 경우에 그 전자금융거래에 의한 법률효과를 접근매체의 명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을 넘어서서 그 전자금융거래를 매개로 이루어진 개별적인 거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접근매체의 명의자에게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접근매체 양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에 기초하여 접근매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거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과 그 불법행위에 접근매체를 이용하게 함으로써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 관하여 예견할 수 있어 접근매체의 양도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예견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접근매체를 양도하게 된 목적 및 경위, 그 양도 목적의 실현 가능성, 양도의 대가나 이익의 존부, 양수인의 신원, 접근매체를 이용한 불법행위의 내용 및 그 불법행위에 대한 접근매체의 기여도, 접근매체 이용 상황에 대한 양도인의 확인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다98222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 8,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이 법원의 2022. 3. 10. 자 G 주식회사(이하 ‘G’라 한다) 및 2022. 2. 7. 자 IBK 기업은행에 대한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 회신결과에 의하면, 피고 C가 F의 사내이사로 등기되어 있는 사실, 피고 B이 원고를 기망하여 금전을 편취하면서 대부분의 금전을 피고 C 명의의 G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지급 받은 사실, F 명의의 IBK 기업은행 법인계좌 2건(계좌번호 2 생략), (계좌번호 3 생략)에 입금자명이 피고 C로 된 증자대금, 가수금, 가입금의 입·출금 내역이 다수 존재하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나)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을나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대한 문서송부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앞서 인정한 사실을 비롯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 및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C가 피고 B의 편취행위에 가담하였다거나, 피고 B이 원고로부터 금전을 편취하였음을 알면서도 이를 취득하거나 은닉·보존 등에 협력함으로써 피고 B의 불법행위를 방조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피고 B은 약 10개월에 걸쳐 원고를 수차례 기망하여 금전을 편취하였고, F를 설립하여 게임개발사업을 영위하기도 하였는데, 피고 C가 이 과정에서 선물옵션투자를 직접 수행하였다거나, F의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등 피고 B의 기망행위에 가담하였음을 직접적으로 인정할만한 증거는 제출되어 있지 않다.

②

원고는 F의 등기된 감사로서 F의 사무실에 자주 방문하는 등 F의 운영에 상당 부분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피고 C를 결혼식장에서 최초 대면한 후에 F의 운영 과정에서 피고 C를 직접 대면하여 F의 사업에 관한 의견을 나누거나, 피고 C가 F의 사무실에 방문하여 업무에 관여하는 모습 등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 C는 F의 사내이사로 등기되어 있고, 피고 C 명의로 F에 주금이 납입되거나, 가수금, 가입금 명목으로 일정 금액이 이체되는 등의 사실이 인정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피고 C 외에도 F를 공동으로 경영하기로 약정한 원고의 아들인 H, D의 아들인 I도 피고 C와 같은 날 F의 사내이사로 등기되었고, F의 계좌 거래 내역에 의하면, 피고 C 외에 A 명의로 가수금, 가입금이 이체되거나 주금이 납입된 내역이 확인되기도 한다.

관련 형사판결에 의하면, 피고 B은 원고를 기망하면서 원고의 아들에게 F의 주식을 증여한다는 명목으로 금전을 편취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원고, 피고 B, D의 아들을 모두 F의 사내이사로 등기하거나, 그 명의만을 차용하여 주금을 납입하거나, 가수금, 가입금 등을 이체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 C가 사내이사로 등기되어 있다거나, F의 계좌 거래내역에 그 명의가 기재되어있다는 사실만으로 F의 사업에 직접 관여하였다거나, 피고 B의 기망행위를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④

원고는 피고 B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고소하였고, 위 혐의의 수사과정에서 수차례 수사기관에 피고 C가 피고 B의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므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하였으나, 수사기관은 2019. 8. 20. 피고 C를 참고인으로 소환하여 진술을 받은 외에 피고 C를 피고 B의 공범 등으로 조사한 사실은 없었다.

⑤

피고 C는 피고 B의 기망행위 기간 동안 J 주식회사에 재직하며, 위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급여를 지급받기도 하였는데,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 C가 F의 운영에 지속적으로 관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 C가 피고 B의 불법행위에 적극가담 하였거나, 방조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원고의 피고 C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고, 피고 C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용호(재판장) 김현영 석지성

각주1) 청구원인에 비추어 ‘연대하여’를 부진정연대 의미의 ‘공동하여’로 선해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