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 중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 회사는 건축설계 및 감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이고, C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이다.
원고는 건축시공기술사 및 건축구조기술사 등의 자격을 가진 자로서 2000년경부터 현재까지 'D' 등의 상호로 기술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자이다.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의 근로약정서 체결 등
원고는 2017. 8. 1. 피고 회사와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근로약정서(이하 '이 사건 근로약정서'라 한다)를 작성하였고, 같은 날부터 기술지원감리원으로서 전무 직함을 가지고 피고 회사에 근무하였다.
원고의 업무 수행 내역 및 퇴직 등
원고는 2017. 8. 1.부터 2019. 3.경까지 피고 회사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건축구조 관련 자문 업무 등을 수행하였을 뿐, 피고 회사의 건설현장으로 출근하거나 출장을 다니지 않았다.
그런데 원고는 2019. 4.경부터 피고 회사의 요청에 따라 피고 회사의 건설현장으로 출근하거나 출장을 다녔고, 그 구체적인 출근일(출장일)은 다음과 같은데, 원고는 경우에 따라 같은 날 피고 회사의 건설현장 2곳을 방문하기도 하였다.<1>
<2> 3) 원고는 2020. 5. 11.경 피고 회사에 "사직 사유: B은 경영사정에 따라 본인에게 사직을 권고한 바, 이에 동의하여 사직서를 제출합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된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피고 회사는 2020. 5. 31.자로 원고를 퇴직처리하였다.
한편, 피고 회사는 2017. 8. 1.부터 2020. 5. 31.까지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약정서에 따른 월 300만 원의 급여만을 지급하였다.
관련 형사사건 진행 경과
원고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C이 원고에게 2019. 4.부터 2020. 5.까지의 임금 합계 30,695,970원<3>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C을 임금체불 혐의 등으로 고소하였다.
위 사건을 담당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 특별사법경찰관 근로감독관은 2021. 2. 24. "고소인은 피고소인과의 구조기술에 관한 위임계약으로서 보수를 받는 자로서 인정되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음. 따라서 고소인이 주장하는 체불금품은 더 나아가 따져볼 이유가 없음"이라는 이유로 C의 근로기준법위반 혐의에 대하여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였고, 서울중앙지방검찰
청 소속 검사는 2021. 6. 21. C의 위 혐의에 대하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를 제기하였고, 2021. 9. 15. 위 불기소처분에 대한 원고의 항고가 인용되어 재기수사명령이 내려졌으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검사는 2022. 3. 18.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피고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C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C의 위 혐의에 대하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서울고등법원 2022초재630호로 재정신청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2022. 6. 9. 이를 기각하였다(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갑 제4, 6, 11, 24, 25, 36, 37호증,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17. 8. 1.부터 2019. 3. 31.까지 이 사건 근로약정서에 따라 피고 회사의 비상주(비상근) 기술지원감리원으로서 비정기적으로 건축구조 관련 자문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그런데 피고 회사는 2019. 4. 1.부터 위 근로약정서에 위반하여 원고로 하여금 피고 회사의 건설현장에 출근(출장)하도록 지시하는 등 일방적으로 근로의무를 부과하였고, 원고는 그때부터 2020. 5. 31.까지 피고 회사의 지시에 따라 피고 회사의 건설현장에 출근하여 기술지원감리원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2019. 4. 1.부터 2020. 5. 31.까지(이하 '이 사건 계쟁기간'이라 한다)의 기간 동안 피고 회사의 근로자로서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원고는 피고 회사를 상대로 ① 원고가 이 사건 계쟁기간 동안 피고 회사의 근로자임의 확인을 구하고, ② 위 계쟁기간에 대한 임금 중 미지급된 임금 합계 74,666,666원[= 2019. 4. 1.부터 2020. 5.31.까지 연봉 1억 원으로 계산한 임금 합계액 116,666,666원(= 100,000,000원 × 14개월 / 12개월) - 기지급 임금 합계액 42,000,000원(= 3,000,000원 × 14개월)]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이 사건 소 중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소 중 근로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부분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직권으로 살펴본다.
원래 확인의 소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허용되는 것이고, 다만 과거의 법률관계라 할지라도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그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확인의 이익이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두1496 판결,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6두39856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이 사건 계쟁기간 동안 근로관계가 있었다는 과거의 사실에 대한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는 피고 회사에 이 사건 계쟁기간 동안의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기 위한 전제에 불과하고, 원고로서는 이미 위 계쟁기간 동안의 미지급 임금을 이 사건에서 구하고 있어 이로써 위 확인 청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이와 별도로 피고 회사를 상대로 과거의 근로자 지위 확인을 구하는 것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이나 위험을 제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근로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미지급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두50168 판결,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8다298775, 298782 판결 등 참조).그리고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54637, 2006다54644(병합) 판결 참조].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기초사실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2호증의 2, 3, 갑 제12 내지 16, 34, 35호증(특정하지 않는 한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계쟁기간 동안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 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근로약정서는 그 명칭이 '근로약정서'이고, 위 근로약정서에 '근로약정조건'이라는 용어가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근로약정서에는 '원고는 피고 회사의 사업장에 비상주 근무하고, 상시 출근하지 않음이 원칙이다'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원고의 근무형태가 비상근·비상주 근무였던 점,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계쟁기간 이전까지 피고 회사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피고 회사의 본사에 출근하거나 건축구조 관련 자문 업무 등을 수행하였을 뿐이고, 그 업무수행과정에서 피고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근로약정서에 따라 형성된 원고와 피고 회사의 관계를 근로관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한편, 이 사건 계쟁기간 동안에는 그 이전과는 달리 원고가 피고 회사의 요청에 따라 피고 회사의 사업장에 출근하거나 출장을 다니는 등 원고의 근무형태나 업무량이 다소 변화하였고, 이 사건 근로약정서의 기재와 달리 원고의 월 출근일수가 4일을 초과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계쟁기간 동안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의 법률관계가 근로관계로 전환될 만큼, 원고가 그 업무수행과정에서 피고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거나 피고 회사로부터 지정받은 근무장소나 근무시간 등에 구속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먼저 원고는 이 사건 계쟁기간 동안 피고 회사가 수주한 건설현장으로 출장하여 감리 업무 등을 수행하였는데, 피고 회사로부터 위 건설현장의 위치를 전달받았을 뿐 원고가 수행할 감리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거나 그 업무수행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는 피고 회사의 건설현장을 방문하여 감리 업무 등을 수행한 뒤 피고 회사에 기술검토서, 업무일지 등을 작성하여 제출하였는데, 이는 원고가 피고 회사 건설현장의 비상주감리원으로서 현장 시공상태 점검·확인·평가, 주요구조물의 기술적 검토 및 기술지원, 설계변경의 적정성 검토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일 뿐,<4> 이를 넘어 피고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았다는 징표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원고는 건설현장의 감리단장 등과 협의하여 출장일자를 정하고, 필요한 경우 같은 날 건설현장 2곳을 방문하기도 하는 등 출장일자나 출근시간 또는 근무시간등을 자유롭게 정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 회사도 원고의 출근시간이나 근무시간을 관리·감독하는 등 원고에 대한 근태관리를 한 바도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회사가 발행한 출장명령서에 따라 피고 회사의 건
설현장에 출장하여 감리 업무 등을 수행하고, 그 후 출장복명서를 작성하여 피고 회사에 제출하는 등 업무를 수행함에 피고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거나 피고 회사가 지정한 출장장소나 출장일자 등에 구속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출장명령서에는 출장목적, 출장지, 출장자(원고), 출장기간, 출장여비 산출내역과 함께 "위와 같이 출장을 명 받았기에 출장비를 청구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어 그 작성자가 원고로 보이고(다만, 피고 회사 측 직원이 대신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 주된 내용은 출장여비 산출내역 및 출장비 청구로서 그 명칭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출장여비 지급을 위한 서류로 보이며, 원고가 피고 회사에 제출한 출장복명서도그 주된 내용이 원고의 출장비 집행내역 및 영수증 등으로 이 또한 출장여비 지급을 위한 서류로 보이는바, 위 출장명령서 내지 출장복명서가 작성된 사정만으로 피고 회사가 원고의 업무 수행에 관하여 어떠한 지휘·감독 권한을 행사하였다거나 출장장소, 출장일자 등을 구체적으로 지정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원고는 이 사건 계쟁기간 동안에도 피고 회사에 근무하기 이전부터 독립적으로 운영하던 기술사사무소를 그대로 운영하였다. 또한 피고 회사가 이 사건 계쟁기간 동안 원고의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4대 보험료를 납입한 것으로 보이나, 이 사건 근로약정서에는 '피고 회사가 원고의 비상주근무 급여에 대한 부대비용(4대 보험료, 기타 세금 등)을 모두 부담한다'고 기재되어 있어 피고 회사가 위 근로약정서에 기하여 원고의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원고를 4대 보험에 가입시킨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계쟁기간 동안 원고의 실질적인 지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수사기관은 관련 형사사건에서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C의 근로기준법위반 혐의에 관하여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피고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 밖에 이 사건 근로약정서에 따라 형성된 원고와 피고 회사의 법률관계가 이 사건 계쟁기간 동안 근로관계로 전환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계쟁기간 동안 피고 회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용래(재판장) 윤한나 신연석
각주1) 원고가 주장하는 출장 횟수는 83회이고, 피고 회사가 주장하는 출장 횟수는 72회이다. 원고와 피고 회사가 주장 하는 출장횟수가 다른 이유는, 주로 '창원' 건설현장과 관련하여 원고가 같은 날 '상남동', '팔용동' 2개소 모두에 출장을 간 경우에 대하여 원고는 출장 2회로 계산한 반면, 피고 회사는 출장 1회로 계산하였기 때문으로 보인 다. 다만 창원 건설현장에 관하여는 2개소 모두에 출장을 가는 경우에도 출장명령서는 하나로 발행된 것으로 보 인다.
각주2) '출장일수'는 '출근일'을 기준으로 계산하였고 원고가 같은 날 피고 회사의 건설현장 2곳을 방문한 날도 '출근일' 을 기준으로 1일로 계산하였다.
각주3) 원고가 이 사건 소장에서 주장한 83회의 출장업무에 대한 임금 내지 수당 30,695,973원(= 369,831원 × 83회) 중 원 이하 금액은 버림한 금액으로 보인다.
각주4) 주택건설공사 감리업무 세부기준(2020. 6. 11. 국토교통부고시 제2020-4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각주5) 제3조(용어의 정의) 이 기준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각주6) 6. "비상주감리원"이란 감리원 중 현장에 상주하지 아니하고 해당 현장의 조사 분석, 주요구조물의 기술적 검 토 및 기술지원, 설계변경의 적정성 검토, 상주감리원에 대한 지원, 민원처리 지원, 행정지원 등의 감리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자를 말한다.
각주7) 제5조(감리원의 근무 등)
비상주감리원은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따라 근무를 하여야 한다.
각주8) 1. 정기적(분기별)으로 현장 시공상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확인·평가하고 상주감리원 및 시공자 등에 대하 여 기술지도 및 지원을 한다.
각주9) 2. 해당 공사의 설계변경에 대한 기술검토를 수행한다.
각주10) 3. 공사와 관련하여 사업주체가 요구한 기술적 사항 등에 대한 검토를 지원할 수 있다.
각주11) 4. 그 밖에 총괄감리원이 요청한 지원업무 및 기술검토 업무를 수행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