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6. 1. 16. 선고 2023가단152324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로서 코로나 방역업무를 수행하던 중 2020. 8. 24. 방역장비로 제공된 압축분무기에 피고가 제공한 화학약품(잡스크린퓨어액)을 넣고 압축을 하다가 소독약이 에어로졸 형태로 역류하여 원고의 얼굴에 다량 분출되는 사고를 당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양측 각막 및 결막낭의 화상, 중 증보통건선, 안면부 2도 화학 화상, 홍반 착색반흔, 피부염 등의 진단을 받아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피고는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른 사용자의 안전조치의무, 보건조치의무 등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판 단

가.

관련 법리

1)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보호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 통상의 채무불이행과 같이 채무자가 그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자기에게 과실이 없음을 주장, 증명하지 않는 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 채권자로서도그 급부의 불완전에 관한 주장,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구체적 보호의무의 존재와 그 위반사실을 주장,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1. 28. 선고 93다43590 판결 등 참조).

2)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에 대한 양측 각막 및 결막낭의 화상 등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근로자인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점이나 그러한 보호의무 위반과 원고가 주장하는 장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지만, 원고가 이 사건으로 구하는 손해배상책임은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양측 각막 및 결막낭의 화상 등을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임을 인정받아 보험급여를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사용자인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거나 추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2)

보험급여지급확인원(갑 제3호증)의 '재해경위'에는 '2020. 8. 24. 09:05경 B동 주민센터 2층 남자화장실에서 원고가 코로나 방역 약품 준비를 위해 플라스틱 방역통에잡스그린퓨어액을 구입 후 압축 펌프질을 하는 과정에서 방역통 뚜껑 부위에서 잡스그린퓨어액이 얼굴과 눈에 분사가 되었다.'고 기재되어 있고, 각 녹취록(갑 제6, 16 내지18호증)에는 원고가 피고 측 관계자들에게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에 대한 안전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따지는 기재내용이 있기는 하나, 그 밖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내지 이후의 정황 등을 알 수 있거나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책임소재를 규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이상(원고는 이와 관련한 증거신청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앞서 본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채무불이행책임 내지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

3)

위 보험급여지급확인원의 '상병명'에는 '양측 각막 및 결막낭의 화상, 상세불명의 피부염(얼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우울장애 포함), 신경병성 통증 양측'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당시 어떠한 부상을 당하였고 이후 어떠한 내용의 치료를 받아 얼마나 호전 내지 회복이 되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진단서 내지 의무기록 등)는 전혀 제출된 바 없다.<1> 더구나 원고는 위 상병 외에 현재 '만성피로증후군, 천식, 건선, 무후각증, 부신종양, 머리 및 목의 2도 화상, 과다점성증후군' 등을 앓고 있다면서 위 만성피로증후군 등도 이 사건 사고로 입은 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원고가 제출한 소견서 등(갑 제7 내지 14, 19호증)만으로는 위 만성피로증후군 등이 이 사건 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장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원고는 위 만성피로증후군 등과 관련하여 근로복지공단

으로부터 추가 상병으로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현재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용

각주1) 원고는 2023. 8. 8. 소제기 이후 신체감정신청을 하지 않아 재판부로부터 신체감정신청을 하라는 내용의 2024. 12. 24.자 석명준비명령을 받았고, 이후 2차례나 기한연장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원고는 4회 변론기일(2025. 10. 17.)까지 신체감정신청을 하지 않았고, 위 변론기일에서 11월 중으로는 반드시 신체감정신청을 하겠다고 하였다(재판부로부터 감정신청 등 감정절차 미진행시 변론 종결할 것임을 고지받았다). 그러나 원고는 2025. 11. 28.에 이르러서야 신체감정신청을 하였고, 그 신청이 적절하지 않아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